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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34화 (134/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34)

연탄

“지각.”

결국 늦었다.

연탄이 탓이 있긴 했지만…….

이건 그래.

다 연탄 탓이다.

다 그 검은 고양이 때문이야.

애꿎은 연탄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 내 잘못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최근 TaKa 엔터테인먼트 일 때문에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게 문제였다.

연탄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너무 여유롭게 걸어와 버렸다.

그리고…….

“10kg 착용해.”

지각했다.

“그렇게 느긋하게 행동하다간 밤 다 지나서 100트랙 끝난다.”

“네…….”

은지는 좌절했다.

나도 하기 싫다고 투정이라도 부리며 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구름 선생님.

떼를 쓰는 만큼 일을 배로 늘렸으면 늘렸지, 절대로 줄여 주시는 분은 아니다.

‘자매…… 맞나?’

밝고 다정한 분위기의 이하늘(보컬 트레이너) 선생님과 이구름 선생님은 자매지간이다.

그러나 두 분의 수업은 비슷한 듯 큰 차이가 있었다.

이하늘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힘든 것을 몇 차례 반복하며 ‘해낼 수 없다’라는 좌절감에 무너지게 만든다.

그러다 ‘난 안 돼’라는 마지노선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은 이전보다 조금 더 쉬운 것을 던져 준다.

그때 받은 쉬운 것은 어려운 것을 반복했던 만큼, 더 쉽게 더 잘 해낼 수 있다.

그렇게 좌절감을 이겨 내고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이게 바로 이하늘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었다.

반대로 동생 쪽인 이구름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완벽하게 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조진다.’

‘내가 이걸 해냈어!’라는 성취감을 준다는 건 똑같았지만, 그 무게감은 개인적으로 이구름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더 강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하늘 선생님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굴리지만, 이구름 선생님은 마치 우리를 춤추는 기계로 만들려고 하니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분이다.

“헉, 허억.”

“원, 투! 은호, 손 더 높이! 팔꿈치 똑바로 펴야 핏 살아!”

묵직한 10kg 모래주머니를 차고, 안무를 흐트러짐 없이 100트랙.

온몸의 근육이 ‘나 지금 일하고 있소’라고 외치듯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헉, 헉.”

“원, 은지야! 힘들다고 꾀부리면 티 다 난다!”

“허억, 허억. 네.”

하나, 둘.

박자에 맞춰 스텝을 옮기고, 자리를 바꾸고.

같이할 게 더 오래

후회라는 것을 배우기엔 시간이 모자라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와 피아노 건반 연주가 흐르는 와중.

연습실 안은 거친 숨소리와 운동화 끝에서 나는 삐걱거림만 가득했다.

“안무 다 숙지했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문제점이 많이 보일까?”

“죄송합니다!”

“20트랙 더 가길 바라는 거야?”

“아니요!”

“아닙니다!”

“똑바로 하자!”

“네!”

“놓치지 말고! 하나, 둘! 은지야! 스타트 빨라!”

“네!”

이은지랑 둘만 참여하는 수업이라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아마 클라우드 팀원들까지 있었다면 더 오래 걸렸을 테니까.

이제 옷은 흐르는 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젖었다.

그 때문일까.

젖은 차림으로는 몸이 더 무거운 데다 감기 걸릴 수 있다며 약 30트랙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옷 갈아입고 마저 가자.”

“네.”

입고 왔던 땀에 전 후드는 대충 한구석에 내던지고 예비용으로 준비되어 있던 검은 반소매 티를 입었다.

“수분 보충 잊지 말고! 쓰러진다!”

“네!”

찝찝한 속옷은 어쩔 수 없다지만 겉옷이라도 갈아입고 나면 그나마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도 다시 젖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머릿속에 ‘살려 줘’라는 생각이 무수하다.

하지만 내가 ‘먼저’ 말하진 않을 것이다.

이은지도 그건 마찬가지인 듯, 이를 악물고 연습에 임했다.

당장 풀어 버리고 싶은 이 묵직한 모래주머니를 풀게 해 달라는 부탁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련하리만큼 고집을 부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은지한테는 안 진다.’

‘저 인간한테는 안 진다.’

승부욕이었다.

남매는 지기 싫어한다.

서로한테는 더더욱.

이구름은 힘든 와중에도 아쉬운 말 한 번 하지 않는 은호와 은지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은호와 은지는 노래에 대한 영역에서는 각자 서로에게 인정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에 비해 안무는 비등비등한 수준이었다.

‘잘해.’

은지는 첫 만남부터 리듬을 잘 타던 녀석이었다.

그에 비해 은호는 오로지 노력으로 오른 위치였다.

은지는 자만하지 않았다.

쫓아오는 은호에게 지지 않으려 함께 노력했다.

고로, 이건 모두 노력에서 얻은 결과였다.

10kg의 모래주머니를 차고 이렇게 가뿐하게 보이도록 몸을 움직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지금 양 팔다리를 다 합쳐서 40kg을 달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그렇기에 그만큼 두 사람은 조금이라도 밀려 버리면 본인이 질까.

쉬이 한 발자국조차 물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도 무대가 엎어졌다고…….’

이구름은 이번 <더운 오후>의 일정이 모두 날아가 버린 소식을 박 대표에게 듣게 됐다.

「“큰일은 아니야.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으니까.”」

박 대표가 분명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래도 이구름은 은호와 은지가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순탄하게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갑자기 모든 미래가 엎어졌으니까.’

물론…….

은호와 은지는 이구름의 예상과 달리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박 대표의 말대로 예상했던 일이었고, 이번 곡으로 안 된다면 다음 곡으로.

아니라면 또 다음 곡으로 계속 이어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이구름은 그녀 나름의 위로이자 응원을 준비했다.

은호와 은지가 이구름의 마음을 진작 들었더라면 기겁을 하며 ‘필요 없어요!’라고 소리쳤을 응원…….

80트랙에 다다랐을 즘, 은호와 은지는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였다.

여기서부터는 이성은 이미 날아가고 오롯이 ‘악’에 가까운 본능만 남은 상황이었다.

평소의 이구름이었다면 이쯤에서 푹 쉴 수 있는 휴식 시간을 주곤 했다.

평소라면 그랬다.

즉,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몸이 편하면 잡생각이 많아진다! 고로, 몸을 움직여라! 잡생각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이게…….

이구름식 응원법이었으니까.

“100트랙! 주머니 해체! 실시!”

“실시!”

“실, 시!”

끝났다.

은호와 은지는 거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몸에 들러붙어 있던 40kg 무게를 떼어 냈다.

“와.”

조금 전만 해도 팔 한 번 못 올릴 정도로 몸이 무거웠건만, 조금은 원망스러울 정도로 몸이 가벼워졌다.

“괜찮아?”

이구름이 물었다.

은호와 은지는 답을 아꼈다.

괜찮다고 해도 한 번 더 할 것이고, 힘들다고 해도 어쨌거나 한 번 더 하자고 하니까.

말을 해 봐야 의미 없는 대답이기에 입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한 트랙만 더 하고 끝내자!”

“네!”

“네.”

예상했던 그대로, 어쨌거나 한 번 더.

한편, 지금까지와 다른 점은 있었다.

“카메라 켜고 할 거예요?”

“응. 대표님이 보내라고 했거든.”

연습 때 이구름은 날카롭다.

은호와 은지라고 다를 건 없었다.

안 그래도 사나운 얼굴인데, 본능만 남았을 땐 그 사나움이 훨씬 배가 됐다.

완전한 날 것의 표정이었다.

대표님이 보내라는 영상의 대부분은 오튜브에 업로드된다.

고로, 그걸 카메라로 담으면 좋아하는 사람이야 좋아할 테지만, 말이 나오는 쪽이 더 많을 게 뻔했다.

그래서 안무가 완벽히 몸에 익고 모래주머니를 풀었을 때.

표정 관리까지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카메라를 켠 것이었다.

“아우, 잠깐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싸우지 말고 있어.”

“네.”

“네.”

금방 다녀올 생각인지, 이구름은 카메라를 켠 후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이후 은지는 거울 앞에 앉으며 본인 모습을 바라봤다.

“아, 촬영할 줄 알았으면 예비 옷 예쁜 거 챙겨 둘걸.”

은지는 전면 거울을 보며 셔츠를 넣었다가, 뺐다가, 묶었다가를 반복했다.

은호는 그 모습을 연습실 뒤편에서 멍하니 바라봤다.

딱히 무슨 감상이 있던 건 아니고, 그냥 시선을 두다 보니 거울 너머의 은지 얼굴일 뿐이었다.

은지는 왠지 익숙한 기분 나쁜 시선을 느끼며 거울 너머의 은호를 바라봤다.

“뭘 봐.”

“녈굴.”

맞는 말인데, 뭉개진 어감 탓일까.

은지는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때, 은호가 중얼거리듯 말을 더했다.

“종은 안 달라져.”

“뭔 소리야.”

“그래 봐야 호박이라고. 거울 보고 울지 마. 못생겨도 잘 먹고 잘 살잖아.”

“뭐래, 미친X이. 넌 창밖으로라도 아는 척하지 마. 누가 아는 사이인 줄 오해할까 겁나니까.”

피로에 전 와중에도 장난은 감출 수 없었는지, 은호는 약 오르게 웃으며 중지를 세웠다.

은지도 그런 은호를 따라 웃으며 중지를 세웠다.

갑자기 머리를 묶어 뒀던 고무줄이 터지듯 끊기면서, 얼떨결에 은지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이대로는 은호가 이긴 것이 되기라도 하는 듯, 은지는 지기 싫은 마음에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참, 그리고 이은호 너 새우 닮았어.”

“새우?”

웬일로 우럭이 아닌 점에 놀란 듯 은호는 평소보다 풀린 눈을 한 채 갸웃거렸다.

‘새우라면, 그래도 나름 귀여운 편 아닌가?’

갑자기 들어온 변화구에 머리가 멈췄다.

은호는 몸이 너무 힘든 나머지, 칭찬인지 욕인지 구별이 안 되는 듯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새우는 바다의 바퀴벌레래.”

이때를 노린 듯 은지가 웃으며 말했다.

“거, 말 심하게 하시네.”

은호가 투덜거리며 반박하려던 그때였다.

“뭐야, 은호랑 은지 또 싸워?”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구름 선생이 돌아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싸움을 멈췄다.

이런 대화는 그대로 영상에 담겼고, 당연하게도 박 대표의 손에 곧 잘려 나갈 부분이었다.

“자, 그럼 다시 가 볼까?”

“네!”

“네.”

<해가>의 인트로가 흘러나오고, 은호와 은지는 언제 싸웠냐는 듯 뻔뻔히 감정을 잡았다.

이구름은 카메라 너머에 서서 은호와 은지의 미세한 실수 하나라도 잡아내기 위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은호와 은지의 안무도, 표정 연기도.

마지막 한 트랙은 차고 있던 40kg이 사라진 만큼 더 가뿐하고 완벽했다.

그렇게 마지막 트랙 촬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 * *

101번째 트랙이 끝난 뒤, 우린 말 그대로 녹다운 상태였다.

연습실에 대자로 뻗어 눈을 감았다.

딱 10초만 아니, 5초만 세어도 코까지 골며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집에 가기 싫으면 딱 한 트랙만 더 할까?”

“가 보겠습니다!”

“어머, 한 번만 더 하고 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구름이 슬며시 던진 한마디에 경기라도 일으키듯 은호와 은지가 벌떡 몸을 세웠다.

도망치듯 뛰쳐나온 연습실.

약,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지난 건가.

도착은 아침에 했건만 하늘이 벌써 어두워지고 있을 즘이었다.

‘안무에 집중해서 연습할 땐 몰랐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은지 역시 다르진 않은지, 비척거리며 종종 벽돌 벽에 손을 대고 멈춰 서기를 반복했다.

묵직한 발을 옮기고 또 옮겼다.

멀지 않은 곳에 집이 보일 무렵에는 더 걸어갈 힘이 없어서 집이 걸어서 나한테 와 줬으면 하고 바랐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회귀까지 했는데…….

‘나도 막, 슉슉 날아다니거나 그런 거…….’

지금은 다리를 안 쓸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이능은 아무것도 없었고, 난 결국 내 발로 계단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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