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33화 (133/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33)

대표님은 떡밥과 홍보용 기사를 함께 던졌지만, 기대와 다르게 보다도 소문은 크게 퍼지지 못했다.

어지간했으면 우리 E%들까지도 홍보 기사가 없다며 대표님을 탓할 정도였으니까.

기사를 막은 건 TaKa 엔터테인먼트였다.

TaKa는 톡신을 원툴로 둔 기획사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이기 때문에 업계에서의 힘은 아직 신인 기획사인 NRY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TaKa 엔터테인먼트가 <더운 오후>의 활동을 반대한다며 대놓고 성명을 냈다.

그래서일까.

TaKa가 직접 나서니 기자들도, 방송국도, 당장은 다들 사리기 바빴다.

하지만 TaKa 엔터테인먼트는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하락세에 들어서는 순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버릴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다는 걸.

<더운 오후>의 리액션 생방송이 갑작스럽게 잡힌 이유와도 연관이 있었다.

「“이걸 어쩌죠…….”」

사전 녹화를 위해 방송국에 방문한 날.

황당하게도 우린 도착하자마자 출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쫓겨났다’라기에는 굉장히 친절하게 내보내지는 쪽이긴 했다만…….

그로부터 며칠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사전 녹화가 취소되던 그날.

<더운 오후>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약 3주간 연속으로 잡혀 있던 우리 일정이 다 함께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이은지와 난 방송에서 열려던 쇼케이스를 못 하게 됐다.

「“TaKa에서 새 그룹이 나왔더구나.”」

우리가 빠진 방송 자리에 TaKa 엔터테인먼트에서의 한 신인 아이돌 그룹이 채워졌다.

설명만 들어선 이은지와 나처럼 남자가 고음을, 여자가 저음을 맡은 남녀 듀오 아이돌인 것 같았다.

현재 활동 중인 남매 듀오는 우리 외에 남매뮤지션도 있다.

하지만 브앤시의 이미지는 명백히 우리를 저격하고 만들어진 듀오인 게 확실했다.

‘Brother and sister’를 줄여 ‘브앤시’.

이름은 남매였지만, 외모는 완전히 남남에 가까워 보이는 듀오였다.

<더운 오후>는 ‘밝은’ 오후에 ‘이별’한, 차라리 ‘비’라도 내리길 바랐던 내 마음을 담은 가사로 쓴 R&B 발라드곡이었다.

한편, 브앤시의 곡은 <더운 오후>보다 3일 일찍 발표됐고, 댄스곡이었다.

‘밝은’ 시간에 ‘이별’한 상대의 눈물을 본인들이 ‘비’가 되어 그 마음을 달랜다는 의미의 가사가 담긴 곡이었다.

참 다양하게 걸리는 점이 있었지만, 입 밖에 낼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업계에서 이 문제는 예민했고, 그 어느 것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였으니까.

게다가 사람들에게는 <더운 오후>보다 브앤시의 곡이 먼저 공개되었다.

곡이 발표된 시기만 보자면 오히려 우리가 거슬리는 쪽인 꼴이었다.

입안이 꺼끌꺼끌했다.

불쾌감에 수분이 메말라 가는 기분이었다.

브앤시의 무대를 보기 전까진 그랬다.

햇빛이 Hot Hot Hot해

해가 높아 기분도 high high

Not cry cry crying

ruin 내려 상처받은

heart hurt hurt

I sing sing for you

Heals you

‘브앤시’의 무대는 립싱크임에도 불구하고 입 모양과 노래마저도 미묘하게 맞지 않았고, 안무도 호흡을 맞춰 본 적은 없는 듯 서로 힐끔거리며 눈치만 살피다 끝이 났다.

현재 톡신의 이름으로 탑급에 자리한 TaKa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기엔 냉정히 말해서 끔찍한 수준이었다.

브앤시를 살피던 박 대표는 픽 웃으며 조용히 한마디를 흘렸다.

“에헤이. 이 형님은 ‘남매’에 핀트 꽂혀선 또또 시작부터 잘못 잡았네. 쯧쯧.”

“왜요?”

은호는 때를 놓치지 않고 그게 무슨 말이냐며 물었다.

“내가 은지랑 널 같이 팀으로 엮을 생각을 한 건 둘 다 잘하니까 같이 해 보라고 했던 거지.”

“언제는 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셨었으면서.”

“적어도 프로의 수준에서 더 발전하라는 소리였잖냐.”

“아.”

“저쪽은 아마추어에서 프로 단계로 넘어오지도 못했는데 데뷔를 시켜 버렸으니까.”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이 상품이 되는 업계에서 하는 사업인데…… 저렇게 준비 안 된 채로 나오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건데, 어린 쟤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회사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다 욕먹이는 꼴이지…….

└ 노래는 여자애가 다 하는 거 같은데 남자애는 뭐 함?

└ 굿.

└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굿판 ㄹㅇ

└ 립싱크인데 입 모양이랑 노래도 안 맞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 브앤시 불쌍하다.

└ 진심

└ 이건 브앤시보다 타카 새끼들이 문제야 쟤들은 욕하면 안 돼

└ 이게 맞지. 저건 그냥 욕먹고 오라고 보낸 거잖아 X불쌍해

└ ㄹㅇ 이러고 나오면 욕먹는 거 뻔히 알면서 돈 벌라고 눈멀어서 보낸 거 아니야 ㅅㅂ

박 대표의 예상 그대로 커뮤니티 반응은 완벽히 적중했다.

“에휴, 여자애는 긴장하는 거랑 힘을 조금만 더 푸는 쪽으로 다듬었으면 솔로로도 충분히 될 애인데…….”

대표님 이야기에 은호는 여자 멤버를 살펴봤다.

확실히 연습생 생활을 상당히 오래했던 걸까.

기본기 자체는 상당히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쯧쯧. 그 형님은 가끔 멍청하게 급하다고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갈라 대더라.”

“그럼 남자 쪽은요?”

“쟤는 아니야, 적어도 2년은 더 배워야지.”

남자 쪽은 여자 멤버에게 노래를 모두 몰아 둔 후, 무대 내내 부족한 기초에도 불구하고 애드리브에만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리허설은 한 건가 의심될 정도로 엉망인 무대였다.

“은호, 너 예전에 딱 저랬잖아. 특히 쓸데없는 데에다가 기교 부리는 거. 아주 또―옥같네.”

은호는 ‘너 예전에 딱 저랬잖아’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채 아직 헤어나지 못한 얼굴로 박 대표에게 물었다.

“저, 지금도 그래요?”

“응? 에이, 욘석아.”

은호의 질문에 박 대표는 손을 저으며 답했다.

“예전에 그랬다는 거지. 지금은 아니야.”

“그, 그래요?”

“그래. 지금은 예찬이 곡 녹음하러 갔을 때였나. 오래간만에 들어서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때부터 넌 쭉 프로였어. 그것도 꽤 높은 축.”

박 대표는 검지로 허공을 쿡 찍으며 말했다.

‘예찬 선배의 곡을 녹음했을 때…….’

생각해 보니, 딱 회귀 후 첫 녹음 때다.

그렇다는 말은 즉, 과거 이 시기에 내 실력이 저 정도였다는 소리인데.

‘이은지만 데뷔한다고 질투할 때가 아니긴 했네.’

허영심 가득한 콧대가 높던 시기.

새삼 과거를 돌아보며 새삼 연습과 스승님(이하늘, 이구름 자매)의 중요성을 느낀 시간이었다.

“그리고 TaKa 대표는 예전부터 저랬어.”

“예전부터요?”

“돈에 눈멀면 꼭 정작 중요한 건 못 보더라고. 거, 그러다 회사 말아먹기 전에 버릇 좀 고치라 했는데, 쯧쯧, 애들 상태 보니까 이사님도 떠난 모양이고…….”

“아.”

“꼭 이럴 때 회사에 잘나가는 그룹 팔아서 홍보해 볼 생각 하던데, 그 짓만 안 해도 먹는 욕이 적어도 절반은 줄어들걸.”

박 대표의 두 번째 예측 역시 정확하게 맞아 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톡신의 소속사 ‘TaKa’의 역대급 기대주 ‘브앤시’」

TaKa에서는 홍보차 톡신을 언급한 듯했지만…….

기대하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오히려 톡신의 이름 따라 독이 된 듯.

평소 TaKa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여론에 의해 캠프파이어가 벌어졌다.

└ ㅁㅊ 역대급은 역대급이다.

└ 톡신의 소속사? 타카 이X끼들 양심 어디?

└ 지들이 우리 오빠들 성공하는 데 뭐 했다고 이름 갖다 써? 박창석 팀장이 다 했던 거잖아. 박창석 퇴사하고 나서 앨범 나온 거 제로 실화냐? X새끼들아

└ 신인 홍보하기 전에 광고 뺑이 그만 돌리고 노래나 내라고 아 ㅡㅡ 신곡 몇 년째 안 나오니까 요즘 애들은 톡신 은퇴한 줄 알잖아!!!!!

└ 아니야. 오히려 타카에서 안 내서 다행이야

└ 오히려 좋아 그래 회사 바꾸고 내줘 기다릴게. 제발

└ 태현이가 노래 내달라고 했는데 다 씹었다더니ㅋㅋㅋㅋ

씹은 게 아니라 그냥 타카 새끼들이 톡신 능력 감당 불가라 귀 닫았네

└ 이거 레알ㅋㅋㅋㅋ

└ 톡신 리더는 따로 본인이 소속사 차렸다고 했지?

└ ㅇㅇ

└ 와 톡신 재계약 기사 봤을 땐 타 팬이라 별로 관심 없었는데 브앤시 꼴보고 리더네 회사든 박 누구 씨 그 사람 회사든 진심 넘어갔으면 좋겠다.

└ 진짜 제발 타카 탈출 기원

└ 브앤시: 도…망…쳐….

└ 타카 초심 찾던지 톡신 놔줘라 진심

└ 소속사 때문에 고생했던 오빠들 또 소속사 때문에 고생하네 아이고 ㅠㅠㅠ

└ 안무 멋있다

급하게 사람을 쓴 건지 기계처럼 브앤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 댓글들이 반짝 증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 안무 X, ‘암’무면 인정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댓글 아래, 오히려 조롱하는 댓글들이 무수하게 이어지면서 어느새 본 댓글보다 더 높은 공감을 받은 조롱 댓글들이 차곡차곡 순위를 먹었다.

TaKa는 반응에 못 이겨, 채 며칠이 지나기 전에 기사 본문을 삭제해 버렸다.

한편, 떠돌아다니는 캡처본까지는 막을 수 없었는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캠프파이어는 불구경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 박 대표는 일정이 날아간 이후 차분히 머리를 굴렸다.

결정은 금방 나왔다.

‘흘러가듯 지나가자’라고, 선보이려는 메인은 이게 아니니까.

<더운 오후>는 떡밥이었고, 그 떡밥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해 줬으니 되었다.

오히려 다음 곡이 일찍 나오면서 TaKa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나름 더 괜찮은 방향이기도 했다.

모든 곡은 소중하지만, 괴물 같은 공장장 은지가 있는 덕분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뮤직비디오까지 내놓고 아무런 활동 없이 넘어가기엔 아쉬우니, 그 대안으로 낸 것이 리액션 방송이었다.

은호는 반대였지만, 생방송은 조금 정신없긴 해도 반응이 나쁘진 않았다.

박 대표는 그게 은호와 은지의 매력이고, 그 적정선을 지켜 주는 것이 제 일이라 여겼다.

<더운 오후>의 일정이 날아간 것이 조금 불쾌하긴 했지만, 괜찮다.

우리 패는 아직 남아 있으니까.

가진 모든 패가 먹히지 않는다고 해도, 은지와 은호가 노래를 멈출 일은 없다.

이 녀석들은 오히려 하지 말라 해도 할 녀석들이니까.

* * *

원래라면 예찬 선배도 <더운 오후>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편곡하던 중이라고 했었던가.

선배님이 은지의 곡에 참여하고 싶다 제안했고, 은지는 선배님한테 <더운 오후> 대신 를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분리하길 잘했네. 난 팀장님한테 좋은 결과만 된다면야 다 찬성이니까. 이용해. 마음껏.”」

설마하니 이렇게 될 줄 알고 그런 말씀을 하셨던 걸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물어뜯을 수 있어.”」

<더운 오후>의 상황을 들은 예찬 선배는 이런 주객(主客)을 알 수 없는 조언과 함께 그렇게 말했다.

어릴 적.

빵 아저씨네 가게에는 최근에는 보기 힘든 뚱뚱한 텔레비전이 하나 있었다.

내가 빵 아저씨 일을 돕는 그동안 은지는 종종 텔레비전이 있는 가게 뒤편 방에서 고양이가 쥐를 잡는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었다.

그 만화에는 고양이가 뜬금없이 쥐를 잡으려고 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왔다.

하지만 수많은 이야기 중 한 에피소드였다.

쥐가 어린 쥐에게 맛있는 것을 먹여 주기 위해 고양이가 가진 것에 눈독을 들이며 시작되는 에피소드.

결국 쥐는 고양이와 싸워 이겼고, 고양이가 가진 것을 모두 가져왔다.

예찬 선배의 조언에 그때 그 에피소드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이중적이다.

성공을 딱히 원하진 않지만, 실패하고 싶진 않다.

나 자신은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예찬 선배와 마찬가지로 내 동생과 내 은인들은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예찬 선배가 말한 그 ‘쥐’는 과연…….

TaKa 엔터테인먼트일까.

NRY 엔터테인먼트일까.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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