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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31화 (131/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31)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저!”

급하게 몸을 일으켜서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봤다.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하…….”

난간을 붙잡은 채 바닥에 주저앉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랐다.

진짜.

다행히 고양이가 뛰어내린 위치엔 딱 고양이만 다닐 수 있을 법한 좁은 빗물받이 길이 있었다.

이곳을 통해서 사라진 게 맞는지, 빗물받이에는 고양이 발자국의 까만 얼룩이 옆집 담벼락 너머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일단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새벽 감성이고 나발이고 그딴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졌으니까.

“하, 하하.”

헛웃음이 절로 샜다.

‘고양이가 말을 했다고.’

『이~야! 이제야 궁금한가 보다?』

그것도 심지어 웬 걸쭉한 아저씨 같은 말투로…….

고양이가 말을 했다.

생각해 보니까, 뭔가.

뭔가…….

빡친다.

‘게다가 말투는 왜 그따위야?’

이런 상황이라면 흔히 웹툰이나 소설에서 나오듯이 적어도 신성하게 있어 보이는 말을 한다든가 좀 있어 보이는 등장을 할 법도 하잖아.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싱크대에서 대충 손을 씻고, 정신이나 차리려고 찬물에 세수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방 안으로 돌아와서 매트에 널브러지듯 누워 버렸다.

빛바랜 천장을 보고 있던 그때였다.

「“냥!”」

갑자기 검은 고양이가 취했던 그 이상한 자세가 떠올랐다.

펑!

이불을 걷어찼다.

고양이가 말을 했다.

‘말을 한 거, 그래.’

회귀도 했는데 그렇다 쳐.

‘……그렇다 치자고.’

왠지 하고 싶은 말이나 따지고 싶은 건 무수했지만, 일단…….

그 부분은 ‘일단’ 넘어가자.

놀란 것보다 살짝 짜증이 난 게 더 컸다.

나는 회귀했고, 동생한테는 회귀 전 기억이 생겼다.

여기서부터 이미 평범한 사람에게 일어날 일을 넘어섰다.

그래서 솔직히 한 번쯤은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자주 상상해 봤다.

눈을 감았다 뜨면 알고 보니 다 꿈이라든가.

짜잔! 다 환상이었답니다!

이딴 X 같은 상황들 말이야.

난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이렇게 되기 직전이었던 그 수목장에서 눈을 뜰까 봐 졸려 죽을 지경이 아니고서야 잠들지 못한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아직도!

매일 가슴 졸이면서 이 시간을 살고 있다.

매일 꾸는 악몽.

눈을 뜨면 아무도 없는 집.

이은지의 방문을 연다.

방문이 열리면, 그 안에는 주인을 잃은 책상과 소복하게 먼지가 쌓여 있는 건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지긋지긋한…….’

그 꿈, 그 악몽.

단순히 ‘꿈’이라고 하기엔 악몽 속 풍경은 눈에 익은 곳이었다.

회귀 전엔 이틀에 한 번꼴로 직접 봤던 풍경, 그땐 이은지의 작업실이었지만 지금은 이은지가 자는 저 방.

그래서 항상 차라리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랐다.

이 지긋지긋한 악몽을 끝내 줄 무언가를.

내 답 없는 상황에 해답을 줄 ‘무언가’를 바랐다.

‘여기가 환상이라면 나는…….’

회귀 전에 내가 가진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차라리 이곳에 있길 바라니까.

날 여기로 끌고 온 존재한테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제발, 나를 여기에 남게 해 달라고.

그간 바라 왔던 순간이나 마찬가지였다는 말이다.

그랬는데…….

『캬, 하! 언제 물어보나 했어!』

하. X발.

손을 들어 잠시 눈을 가렸다.

머리가 아찔해져서.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저렴한 등장.

그 이상으로 ‘어이’가 증발했다.

구겨진 미간을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서 빙글빙글 돌리며 풀어 냈다.

다른 것보다 열 받은 이유는 하나였다.

‘어차피 말도 했겠다.’

할 거면 말은 끝까지 다 하고 가던가.

이따위로 던지고 갈 거면 애초에 하지를 말던가.

‘아……악!’

세상에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방법에는 첫째로 말을 하다 마는 것이 있고, 두 번째는…….

‘이거랑 똑같은 거 아니야, X발.’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으니, 밖이 점점 밝아진다.

어느새 해가 뜰 시간이 다 된 모양이다.

‘일은 없지만…….’

일정은 있으니, 퍼질러 있을 수 없었다.

매트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은 이미 나름대로 충분히 잤으니까, 이젠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 * *

편한 후드티에 곧 있을 안무 수업을 신경 써서 바지는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입고 있던 옷은 고이 개어 나중에 슬기 씨가 편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현관 앞에 뒀다.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을 나와서 헤어드라이어를 찾고 있던 그때였다.

♪♬♪! ♬♪♬!

시끄러운 걸 넘어 귀가 찢어지는 소음이 이은지 방 안에서 들렸다.

‘쟤는 잠귀가 그냥 없는 건가?’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지경인데, 이은지는 약 30초가 지날 때까지도 알람을 끌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야! 시끄러워!!!”

목청껏 소리를 쳤는데, 목소리는 이은지 알람에 금세 파묻혀 버렸다.

쾅!

문을 열자, 오랜만에 보는 돼지우리 풍경.

“일어나. 야.”

알람을 내 손으로 꺼 버린 뒤 이은지를 발로 흔들던 그때였다.

“야, 야야야, 야야야야!”

다급해졌다.

잠결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지, 이은지는 흔들던 내 발목을 붙잡고 그대로 꺾어 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찰싹! 찰싹!

발목을 붙든 이은지 손등을 진심을 담아 내려쳤다.

“아야…….”

맷집이 얼마나 강한지, 내 손이 얼얼한 지경이 돼서야 이은지는 조금 정신을 차린 듯 누워서 붉어진 손등을 빤히 바라봤다.

“일어나.”

간단하게 말한 뒤 난 도망치듯 급하게 이은지 방을 나왔다.

괜히 더 있었다가 방금 발목처럼 또 어디가 희생되는 건 사양이니까.

그렇게 돼지우리 같은 동생 방을 빠져나온 뒤, 젖은 머리를 마저 말렸다.

그동안 이은지는 알람을 몇 개나 맞춰 둔 건지, 3분 간격으로 다른 시끄러운 노래와 비명 같은 알람이 이어졌다.

“야! 알람 좀 꺼, 소름 돋아!”

제일 공포였던 건 ‘꺄하하하하’거리는 마녀 웃음소리 같은 알람이었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매번 소리 지르는 것도 지쳐서 30분이 지난 뒤부터는 나도 그냥 다 포기하고 듣기나 했다.

안 그래도 그 이상한 고양이 때문에 머리도 아픈데.

♪♬♪! ♬♪♬!

또 시작.

어째 이은지 알람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몰려 온다.

이럴 때 힐링 방법은 하나였다.

「[이응도 치킨도 다 조아]

랑이님! 좋은 아침이에요!

잘 잤어요?

오늘은 어디 가요?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더운 오후 너무 좋은데 왜 공방 안 뛰어요?

ㅠㅠ 얼른 보고 싶은데…

일정 갑자기 다 내려갔던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언제 다시 올라와요? ㅠㅠ?

보고 싶어요 ㅠㅠㅠㅠ」

거실에 앉아서 E-FAN 어플에 도착한 E%의 문자를 읽었다.

「생각할 일이 많아서 잠은 잘 못 잤어요. ㅎㅎ 그래도 조아 님은 좋은 아침 되시길 바라요.

오늘은 외부 스케줄은 없어서 아침에는 안무 연습하고 오후에는 회사에 회의가 있네요.

그리고 일정에 대해선 지금은 비밀로 할게요 :)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저도 사랑합니다.」

몰려온 E%가 보낸 문자에 온 정성을 다해서 답해 주고 있을 때.

그동안 이은지 알람은 족히 20번은 더 울린 것 같다.

그사이 한 시간이 지난 듯.

쿠당, 캉! 탕…….

방문 너머로 또 무언가 박살 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은지가 드디어 일어났나 보다.

‘오늘도 여전히 난리구나.’

뻐저적.

‘이번엔 뭘 부순 걸까.’

도대체 매일 아침 뭘 저렇게 박살 내면서 나오는 건지.

조금 전에 방 안을 봤지만, 워낙 그럴 만한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그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씨…….”

문틀을 넘어 거실로 나온 이은지는 귀신 같은 몰골로 발에 붙은 검을 플라스틱 조각들을 털어 냈다.

그리고 웬 영화 속 좀비 같이 흐느적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니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쏴아아아―.

백색소음 같던 물소리가 끝나고, 젖은 머리를 수건을 이용해서 틀어 올린 은지가 욕실에서 나왔다.

“머리 없으니까 좀 사람 몰골 같아 보이네.”

“뭔데, 왜 아침부터 시비야?”

“아이쿠, 이런. 속으로 말한다는 게 그만.”

“X랄. 넌 몰골이 왜 그래?”

“내 몰골이 뭐, 또 우럭이냐?”

“아니. 그 우럭 대가리도 대가리인데.”

은지는 고개를 돌려 현관 앞에 놓인 은호의 옷을 바라봤다.

“밤새 어디 싸돌아다니다 왔어?”

소름.

싸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나가 있던 건 맞으니까 조금 놀랐다.

“어떻게 알았냐?”

“옷이 지저분해진 거 같아서.”

은지 말을 듣고 아까 개어 뒀던 옷을 돌아봤다.

지저분은커녕 얼룩 하나 묻은 게 없는데, 무슨.

‘아.’

자세히 살펴보니, 와이셔츠 소매와 다리 쪽에 콕콕 박힌 검은 고양이 털들이 보였다.

검은 고양이 털.

「“냥!”」

망할.

겨우 잊은 그 이상한 포즈가 또 떠올랐다.

“야, 마침 할 말 있다.”

“뭐.”

이은지는 머리에 두른 수건을 즙을 짜내듯 꾹꾹 누르며, 작은 상 너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회귀를 밝히고 같이 고민할 사람이 있다는 건 확실히 편한 일이었다.

“야. 근데, 인간적으로 그렇게 오빠가 방바닥에 엎어져서 잠들었으면 적어도 내 이불 대충 던져서라도 덮어 줄 순 있잖아.”

어젯밤 고양이 일을 이은지한테 털어놓기 전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물어봤다.

“내가 왜? 굳이?”

대답은 뻔했다.

“감기 걸릴까 봐 걱정도 안 돼냐?”

“아침부터 뭘 잘못 처먹었나. 내가 왜.”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이은지는 질색하며 미간을 구겼다.

얘한테 약간의 호의라도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지도 안 하면서.”

“난 너보다 착해서 챙겨주긴 하거든.”

“와, 소름 돋을 뻔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너무 빤히 보여서 한숨을 내쉬며 이유를 덧붙였다.

“야, 너랑 나랑 그룹 활동하지.”

“어.”

“둘 중 하나가 감기라도 걸리면?”

“걸리는 거지? 무대 할 일도 없잖아. 뭐, 일정도 다 파기됐는데 이럴 때 아파야지.”

“아니, 뭔 개소리야. 아무리 일정 다 취소됐다고 해도 갑자기 잡혔을 때 아프면 나가지를 못하잖아, 빡 대가리야.”

“아, 그렇네. 감기 안 걸렸지?”

“콜록콜록, 콸록! 콸록!”

“하, X병 하네. 진짜.”

일부러 과장되게 가짜 기침을 쏟아 내자, 은지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그래서 할 말은 그거뿐이야?”

“아―. 아니.”

은호는 걸쭉하게 말하던 그 검은 고양이 이야기 이야기를 그제야 털어놨다.

당연히 회귀를 밝혔던 그때처럼―.

“야, 인간적으로 이런 걸로는 사기 치지 말자.”

“……?”

“말하는 고양이는 개뿔.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 아닌……. 아니. 야, 회귀는 믿었으면서 이건 왜 사긴데!”

“아니. X발 회귀는 내가 의심이 가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믿은 거고!”

“아니……!”

“아니고 나발이고, 걔 매주 대여섯 번은 찾아왔었어. 내가 그 고양이를 몇 번이나 챙겨 줬는데! 이야기했으면 나랑 먼저 했겠지. 왜 너랑 이야기하겠냐고!”

“허?”

“게다가 그 X같은 말투는 또 뭐야. 구라를 칠 거면 좀 정성껏 칠 것이지.”

“아니, X발 진짜 그렇게 말하고 나중에 이 포즈 하면서 ‘냥!’, 이 X랄 하더니 사라졌다고!”

난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하며 ‘두둠칫’ 포즈를 취했다.

이어서 그 ‘냥’ 소리까지 똑같이 표현해 내며 온몸을 내던져 이은지한테 그때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했다.

한편, 그런 내 모습을 보는 이은지 표정은 질겁과 놀라움이 겹쳐 진짜 ‘미친X’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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