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08)
[왜 톡신이랑 같이 있어요?]
[어떻게 친해졌어요?]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팬들은 톡신 선배들과 어떻게 함께 작업하는 관계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했다.
“박창석 대표님이 원래 톡신 선배님들의 매니저였다는 건 다들 아시죠?”
이야기의 시작은 톡신과 대표님의 이야기부터 첫 피처링 작업이었던 지예찬 선배의 앨범 수록곡 ‘Co-Sign’까지.
그리고 이후에 듀오가 끝난 그때, 우연히―소원권― 기회를 얻었고 이렇게 됐다며 말했다.
“그런데 대표님, 여기 채팅창에 병아리 마크 달고 계신 분들은 어떤 분들이에요?”
한창 수많은 채팅이 올라올 때, 오늘따라 병아리 마크를 달고 있는 채팅들이 많았다.
은지가 고개를 빼며 묻자, 대표님은 강조된 공지 채팅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름 옆 병아리 그림은 E-FAN에 가입하신 지 3일이 되지 않은 신입 분들입니다.]
반응이 좋았다.
팬들은 귀엽다며 오히려 마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뜬금없긴 하지만 병아리가 자란 병든 닭도 좋으니 닭이라도 넣어 달라며 요구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의견을 참고하여 다음 업데이트에 기존 E%분들을 위한 멋진 마크를 준비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님의 제안에 다시 E%는 환호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휙휙 바뀌는 반응들을 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채팅들이 꼭 새들 같아서 귀여웠다.
[이번에 뮤비 분위기가 많이 다르던데 촬영 때 비하인드 같은 거 없어요?]
비하인드라.
한 팬분의 채팅에 은호의 입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있네]
[무조건 있다 ㅋㅋㅋㅋ]
[알려 줘!!!]
[궁금해요]
얼른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 달라는 부탁들이 쏟아졌다.
은호는 조용히 은지를 돌아봤다.
은호뿐만 아니라 톡신 멤버들까지 모두 은지를 빤히 바라봤다.
[지지… 무슨 짓 한 거야?]
[지지 또 뭐 사고 쳤구나]
평소 같으면 웃으면서라도 아니라고 소리쳤을 애가 말이 없었다.
은호가 빤히 보자, 무슨 일이 있긴 했는지 은지는 조용히 은호의 눈을 피했다.
* * *
뭘 특별히 잘못한 건 아니었다.
문제라면 그래, 이은지가 생각보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게 문제였다.
이은지는 의외로 강한 인상과 다르게 지금껏 미성년자 기간에는 담배와 술에 손 한 번 대지 않았었다.
‘어릴 땐 어릴 때 인생이 있다’는 둥, ‘이때만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나 뭐라나.
성인이 되기 전에는 안 마신다는 본인의 신념을 끝내 지켜 냈다.
그렇게 안 생겼으면서 의외로 그쪽으로는 싸움만 했지, 굉장히 바르게 자란 편이었다.
그리고 회귀 전에는 우린 둘 다 술을 즐기질 않다 보니 은지랑 둘이서 술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이은지가 술을 마신 날이면 딱히 집에도 들어오지 않아서, 얘 술버릇이 어떤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날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촬영이 끝난 뒤, 펜션에서의 마지막 날.
이은지가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나는 조용히 입에 대려던 맥주를 내려 뒀다.
직감에 가까운, 왠지 불안한 느낌 때문이었다.
이은지는 술이 강했다.
나보다는.
소주 반병을 조금 넘어갈 무렵.
“우리 기타 없어요?”
이은지는 얼굴에 취한 티는 전혀 나지 않는데, 뜬금없이 풀린 눈으로 기타를 찾기 시작했다.
“웬 기타……?”
“없어요?”
서승연 선배가 당황하며 묻자, 은지가 울먹였다.
그때 알았다.
‘은지 취했구나.’
‘얘 갔네.’
‘은지 님 귀여워.’
기타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 당장이라도 오열해 버릴 것 같던 글썽거리는 눈.
“아, 잠시만!”
그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승연 선배가 큰 집을 뛰쳐나가더니 손에 우쿨렐레를 들고 돌아왔다.
“기타는 없고, 대신 이건 있어!”
“와아!”
“아, 조율해서 줄까?”
“괜찮아요!”
이은지는 언제 울먹였냐는 듯 웃으며 우쿨렐레를 받아 들었다.
잠깐 줄을 튕기며 만지작만지작하더니 금세 깔끔하게 조율된 우쿨렐레로 연주를 시작했다.
즉석에서 뽑은 반주들임에도 은지의 연주는 듣기가 좋았다.
처음에는 그랬다.
나난는느라드른드라라
가사 하나 없는 은지의 허밍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은지의 노래와 연주는 계속 이어졌다.
처음에 감상 분위기였던 다른 사람들 역시 일곱 곡이 넘어간 이후부터는 서서히 관심을 거두며 바비큐에 집중했다.
은지의 연주와 노래는 무한으로 이어졌다.
바비큐 파티가 다 끝난 뒤.
자리가 정리된 후에도 계속.
이쯤 되면 술이 아니라 노래에 취한 건 아닐까.
“이은지, 자러 가자.”
“는는나나라.”
“야, 자러 드 가라고.”
“난나르르라라.”
“그거 내놔. 망할. 선배, 쟤 우쿨렐레 뺏어요!”
“느라라라라라~.”
나이가 들었는지 힘들다며 먼저 들어간 대표님과 피곤하다며 먼저 들어간 김철수 PD님.
그 외 톡신 멤버들과 현우 형, 영희 형, 슬기 씨까지.
모두가 이은지가 흥에 취해 연주하는 우쿨렐레를 뺏기 위해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얼마나 잘 피해 다니는지, 마치 디X니 주인공처럼 이은지는 연주와 함께 노래까지 부르며 도망다녔다.
처음엔 듣기 좋았던 노래도 하나둘씩 점점 열을 받으니까 놀리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약 11시쯤 마무리된 바비큐 파티.
“허억, 허억. 망할.”
“내 기타아…….”
이은지한테 악기를 빼앗은 시간은 새벽 2시였다.
일전에 내가 취했을 때 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당장 버리고 가고 싶은데 내 동생이라 버릴 수도 없었다.
이은지를 슬기 씨가 끌고 다른 건물에 들어가는 걸 본 후에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많이 피곤했는지 그사이 지예찬 선배를 제외한 대부분은 그냥 식당 테이블을 밀어내고 거실에 뻗어 버렸다.
우쿨렐레를 테이블에 놓아 두고 나도 방에 올라가서 자려던 그때였다.
왠지 불안해서 나는 영희 형님 손에 우쿨렐레를 쥐어 보냈다.
“어젯밤에는 죄송했습니다.”
“죄송할 게 뭐 있어. 재미있었어.”
다음 날.
뒤풀이 때의 나처럼 필름이 끊긴 건 아닌지, 은지는 선배님들께 고개를 숙였다.
선배들은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아무래도 트라우마는 남은 듯.
서승연 선배가 아직 가방에 넣지 않은 우쿨렐레를 들고 나오자 다들 흠칫하며 당장 치우라는 눈치를 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디X니ㅋㅋㅋㅋㅋㅋ]
첫 ‘썰’을 풀었을 때.
채팅창에는 은지가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는 부분부터 ‘ㅋ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어떤 곡 연주했어요?]
[듣고 싶당]
[연주해 주세요!]
[노래 불러 줘]
[불러 줘요!]
[듣고 싶어]
이어서 그때 곡이 궁금했는지 불러 달라는 곡들도 많았다.
“기억나?”
“기억은 나.”
은지의 대답에 직원들이 분주하게 어디서 난 건지 모를 기타를 가져왔다.
“진짜 해요?”
직원들이 대답 대신 손가락 OK와 팔을 크게 들어 동그라미를 만들며 대답했다.
~♪
은지는 기타를 연주하려다 세팅이 되어 있지 않은 기타라는 걸 알고 우쿨렐레 때처럼 줄을 튕기며 간단히 조율했다.
[♥멋있어!!!!]
[♥♥좋아ㅠㅠㅠㅠㅠ]
[지지 멋있어 ㅠㅠㅠ]
[기계 안 쓰고 조율하는 거 왜 발리냐퓨ㅠㅠㅠㅠㅠ]
별로 한 것도 없었건만.
은지의 팬분들에겐 그 조율하는 모습조차 좋았던 건지 틈틈이 보이는 은지 팬분들의 채팅이 눈길을 끌었다.
조율이 끝난 뒤에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던 그때보다 더 많은 코드를 오가며 화려한 연주를 시작했다.
는는나나라라
그때, 톡신과 은호는 먼 곳을 돌아봤다.
그날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같은 멜로디 때문이었다.
다행히 펜션에서와는 다르게 연주는 그렇게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은지가 다시 직원들에게 기타를 돌려주자, 톡신과 은호는 동시에 휴, 한숨을 내쉬었다.
카메라 너머의 현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아쉬워하던 사람은 은지의 팬이었던 슬기뿐이었다.
* * *
꾸르르륵.
꼬록.
꼬르륵.
은지의 연주가 끝난 뒤.
한참 열창한 은지를 시작으로 말을 많이 했던 서승연 선배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모른 척 넘기려던 그때.
꼬르륵.
눈치 없이 연달아 한 번 더 은지의 배꼽시계가 울리면서 스튜디오는 초토화되어 버렸다.
[지지 배고파 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 은지 배 속에 개구리 있닼ㅋㅋㅋ]
[지지 밥 먹이고 해요 ㅠㅠㅠ]
[계속ㅋㅋㅋㅋㅋㅋ꼬르륵거려]
웬만한 TV에서 나오는 방송이라면 어떻게든 참으라고 말했겠지만…….
팬분들께는 은지가 굶으면서 방송하는 모습이 차마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밥 먹는 모습을 보러 온 것도 아닌데…….
아닌가?
아니지.
괜찮지 않을까?
이미 즉석 떡볶이 만드는 코너도 해 봤겠다.
음식을 대접하면서 인터뷰하는 방송이 나중에는 TV로도 나오는데, 우리라고 못 할 건 없지 않을까.
같이 요리하면서 이야기하는 그런 코너 같은 거 하나 있어도 괜찮잖아.
머릿속으로 수많은 핑곗거리가 나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부딪치고 있다.
구르륵.
그러다 내 빈 속에서도 소리가 터진 그때였다.
“저희 밥 먹고 할까요?”
나는 최대한 상큼한 미소로 결국 카메라를 보며 물었다.
“우리 E%랑 오늘 처음 오신 포션 님들도 다 같이 저희랑 식사하시겠어요?”
그렇게 시작됐다.
톡신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디 가서 누가 싸 준 밥만 드실 것 같던 대선배님들이었다.
그런 선배님들이…….
음식에 침이 튈까 봐 위생 마스크까지 하고서.
이번 역시 급하게 사 오느라 온갖 화려한 앞치마의 시련을 거치고 김밥을 말고 있다.
[내갘ㅋㅋㅋㅋㅋ 살다 살다ㅋㅋㅋㅋㅋ톡신이 빨간 김장 앞치마하고 꽃무늬 앞치마 매고 김밥 마는 모습을 보다닠ㅋㅋㅋㅋ]
[예찬이 오빠는 김밥도 이쁘게 싼다…]
[은호도 이쁨]
[저건 뭐지]
[한 분은 미니어처 김밥 만들고 있는데?]
[우리 큰현―최태현―이 김밥 사이즈 한 입 거리는 되는 거지?]
[작다;;]
[승연 씨 김밥 터지겠어욬ㅋㅋㅋㅋ]
[은지가 더 만만치 않은 듯]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지얔ㅋㅋㅋㅋ]
[옆구리 터졐ㅋㅋㅋㅋㅋ]
꼭 본인들 같은, 아.
태현 선배는 빼고, 꼭 본인들 같은 김밥을 제각각 다섯 줄씩 준비했다.
태현 선배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어떻게 말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스무 개 정도의 얇은 김밥을 쌌다.
남은 건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충분할 것 같은 양이라 괜찮았다.
제각각 다양한 김밥들이 그릇에 담기고, 가득 쌓인 김밥은 다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한곳에 산처럼 쌓아 뒀다.
차마 태현 선배가 싼 엄지손가락 정도의 얇고 긴 김밥은 자르기도 힘들고, 어떻게 잘라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줄째로 들고 드실 수 있도록 따로 놓았다.
이쪽이 마침 원하던 취향이었는지, 태현 선배는 곧장 제 김밥에 손을 뻗었다.
다른 사람들은 속에 든 것이 아주 푸짐한 은지의 김밥과 나나 예찬 선배가 만든 걸 들고 계셨다.
이은지가 만든 김밥은 너무 푸짐한 나머지 한입에 먹기가 벅찬 것 같았다.
오현 선배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들었음에도 속 재료가 후드득 흘러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송민 선배와 승연 선배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채팅방은 오히려 그렇게 웃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에 더 ‘ㅋㅋㅋㅋ’가 격하게 흘러갔다.
‘이거 먹어 볼까.’
나는 호기심에 태현 선배의 김밥을 쥐었다.
한 입 먹자, 너무 순수하게 느껴지는 속 재료 한 종류와 아주 조금의 밥알들.
그리고 김.
끝이었다.
하필 내가 쥔 건 우엉이 들어 있는 거라 심지어 취향도 아니었다.
이은지나 줘야겠다 싶어서 말을 먼저 한 후에 뒤늦게 이은지를 돌아본 그때였다.
“야.”
“워(뭐).”
곧 터질 것 같은 볼이 빵빵한 햄스터 같은 이은지 뺨을 보고 잠깐 몸이 굳었다.
은지는 아무도 똑바로 집어 들지 못한 제 김밥을 이미 입안에 욱여넣은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