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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07화 (107/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07)

가, 족같은

예전 같았으면 이런 장난을 치는 것조차 조심했을 대선배님 앞.

이렇게 행동하게 된 데에는 펜션 촬영을 마치고 다시 경기도로 돌아왔을 때부터였다.

[승연 ― 대표님 예전에

― 우리가 김밥 한 줄만 사 달라고 했더니

― 얼마나 아까워하면서 사 주던 사람인데]

[은호 ― 헐]

[은지 ― 저희는 안 먹는다 해도 밥집 끌려다녀욬ㅋㅋㅋ]

[승연 ― 크 너희는 감사한 줄 알아야지]

[태현 ― 라떼는 말이야]

[예찬 ― 카페라떼]

[은지 ― (입에서 주스 흘러내리는 토끼 이모티콘)]

[은호 ― (멍한 오리가 입 벌리고 있는 이모티콘)]

톡신 선배님과 우리 사이에 아버지처럼 여기는 대표님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을까.

그날 이후 우리는 따로 단톡방을 만들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다.

대표님의 과거 짠돌이 시절 이야기라든가.

운동과 머리카락의 등가교환인지 대표님이 요즘 머리칼이 점점 줄어 가는 게 보인다든가.

톡신 선배들에게 대표님의 잔소리를 피하는 법 등. 어라?

기분 탓인가.

‘대표님 이야기만 한 거 같은데……?’

아, 아무튼 선배님들께 일상이나 농담 외에도 경력으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생활 꿀조언을 여럿 얻었다.

한창 떠들고 있던 그때, 뮤직비디오가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 한 분이 외쳤다.

“생방 들어갈 준비 할게요!”

5분 뒤에는 생방송이 켜질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톡신은 톡신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회사 내의 일전에 생방송을 진행했던 스튜디오에는 전과 달리 뭔가 많아졌다.

벽에 이것저것 만들고 색칠하고 붙여 둔 듯, 크기는 작았지만, 화면만 봤을 땐 마치 방송국 세트장 같은 기분도 들었다.

[3]

[2]

[떨려어어어]

[랑아아아]

[지짖지지지짖지지지]

[1]

채팅창에 다양한 방식으로 올라오는 ‘떨린다’는 팬들만의 표현들을 보며 웃음이 터졌다.

오래 기다리신 만큼 지루한 순간이 없도록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그중 하나는 바로 팬 네임을 정하던 생방송 당시 대표님이 약속했던 응원봉의 실물이었다.

“이게 1번 그림이었고, 이게 2번, 이게 3번 응원봉입니다.”

그 허접했던 응원봉 그림이 이렇게…….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게, 버튼 눌러 보세요…….”

직원분이 내 손에 2번 응원봉을 쥐여 주며 말했다.

응원봉의 버튼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다.

몇 번 더 눌러 봤지만 2번은 하필 불량품이었는지 불빛이 들어오질 않았다.

‘아, 하필…….’

그리고 2번 응원봉보다 심각한 건 1번이었다.

“깜짝이야.”

1번은 투명한 구 안에 로고가 들어간 것까지는 괜찮았다.

다만 은지가 휙 하고 든 그 순간.

톡, 1번 응원구의 머리통과 몸통이 분리됐다.

“이, 이거 왜 이래요?”

“그림 그대로 뽑으려 하다 보니, 결합부가 약하게 제작이 되었나 봐요…….”

“아…….”

아쉬웠다.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을 것 같았는데.

하지만 이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3번을 손에 쥔 그때였다.

정상적으로 불빛이 들어온 3번을 본 순간.

앞서 1번과 2번은 그냥 잊혔다.

이은지도 마찬가지였는지, 1번과 2번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3번 응원봉을 바라봤다.

“마크를 거울 재질로 하길 잘했다.”

“그러게. 빛 반사되니까 눈에 확 띄네.”

내부에도 led가 비추는 덕분에 E-UNG 마크에는 특별히 조명이 달린 게 아니었음에도 눈에 확 띄게 빛이 나고 있었다.

“좋아할까?”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은호, 넌 몇 번이 나아?”

“빛 들어오는 거.”

“2번도 빛은 들어오는데?”

“안 들어오잖아.”

“원래대로면 들어오잖아.”

“그래도 3번이 마음에 들어.”

은지는 3번 응원봉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듯했다.

불이 딱 켜진 그 순간의 뭉클함 때문이었다.

“오, 이게 너희 응원봉이야?”

“와!”

송민 선배가 다가오며 물었고, 오현 선배는 우리 응원봉을 보며 감탄했다.

승연 선배는 응원봉을 보며 곧장 예찬, 태현 선배를 부르며 말했다. “형, 형. 이거 봐요.”

선배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1, 2, 3번 응원봉을 차례로 손에 쥐어 보았다.

“와, 깜짝이야. 이거 원래 떨어진 거야?”

“하하하. 네. 떨어졌어요.”

“와, 씨. 내가 부순 줄 알고 놀랐네.”

처음 1번 응원봉을 쥐어 본 사람은 승연 선배였다.

선배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더니 1번 응원봉을 조용히 다시 연결했다.

“형, 형.”

“어.”

“1번 응원봉 우리 포션봉이랑 비슷해 보이지 않아요?”

“그러네.”

승연 선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뻔뻔한 얼굴로 태현 선배에게 1번 응원봉을 전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태현 선배는 별생각 없이 응원봉을 돌려 가며 확인하던 그때였다.

머리가 툭 떨어지자 태현 선배는 평소 무덤덤한 표정에서 눈만 커졌다.

“푸핫.”

승연 선배가 웃는 동안, 이은지랑 난 차마 대놓고 웃기는 죄송해서 고개를 돌리고 큭큭거렸다.

“이거, 어…….”

“하하하하하.”

태현 선배는 당황한 얼굴로 승연 선배와 우리를 세 번 정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승연 선배가 웃는 걸 보고 원래 고장 난 거라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이 사람도 멤버는 멤버인 걸까.

“푸핫.”

은지도 나도 순간 웃음이 터졌다.

태현 선배는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선배도 승연 선배처럼 조용히 꼼지락거리며 1번 응원봉의 머리를 끼웠다.

툭툭.

이후에는 조용히 누군가의 어깨를 쳤다.

“우와, 예?”

때마침 3번 봉의 불 켜진 모습을 보고 감탄하고 있던 오현 선배였다.

그동안 예찬 선배와 송민 선배는 2번과 3번 응원봉을 만지작거렸다.

특히 지예찬 선배는 포션 응원봉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일까.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봐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조작을 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 봐.”

태현 선배는 조용히 오현 선배에게 응원봉을 들이밀었다.

이쯤 되니 이은지랑 나도 선배들의 낚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하며 조용히 구경했다.

오현 선배가 응원봉을 받아 든 순간.

툭.

예상한 그대로, 이번에도 1번 응원봉의 머리가 떨어졌다.

반면에 오현 선배의 반응은 색달랐다.

“어, 어어, 어떻, 어, 이, 이거.”

오현 선배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죄를 고하는 사도처럼 선배는 조용히 1번 응원봉의 몸통과 머리를 내 앞에 스윽 내밀었다.

어떻게 반응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냥 충격받은 척 등을 돌렸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등 돌릴 생각은 없었는데, 선배의 떨리는 동공을 본 순간.

진심으로 얼굴에다 뿜어 버릴 것 같아서…….

그것 때문에 피한 이유가 더 컸다.

“쯧쯧, 으유. 현이, 너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 와중에 제일 먼저 사실을 알았던 승연 선배가 오현 선배 등을 두드리며 혀를 찼다.

사탄이 실직하기 딱 좋은 그룹이다.

그때, 태현 선배가 조용히 다가오며 분리된 응원봉을 도로 결합시켰다.

그러고는 아무 설명 없이 다시 결합된 응원봉을 들고 다음 목표물에게 향했다.

“어……?”

오현 선배는 당황한 눈으로 태현 선배를 쫓았다.

그때, 은지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흐느꼈다.

웃음을 참다 보니 눈물까지 터진 모양이었다.

태현 선배가 향한 목표물은 송민 선배였다.

왠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듯, 선배가 받아 든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태현 선배의 장난을 피해 갈 수는 없었는지, 응원봉이 톡 떨어지자 놀란 표정은 똑같았다.

반면, 안 보는 척 모두 보고 있었던 걸까.

끝까지 예찬 선배가 놀라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났음에도 아직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오현 선배는 끝까지 어정쩡하게 손을 내민 채 굳어 있었다.

톡신의 누구도 오현 선배에게 사실을 알려 주는 사람이 없었다.

한편.

우리도 장난으로는 어디 가서 빠질 사람은 아니다 보니, 그날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이은지도 나도 거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 * *

[1번이 취향이긴 한데]

[흔들어 주세요!]

[맞아 응원봉 흔들었을 때 머리 날아감ㅋㅋㅋㅋㅋ]

[내구도 테스트!!!]

생방송이 시작되고, 팬분들께 응원봉의 실물을 공개한 순간.

반응은 격하게 뜨거웠다.

대부분 1번과 2번 중에서는 1번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3번이 나왔을 때 반응이 달라졌다.

3번에 불이 켜진 그 순간.

[와!!!!!]

[대박!!!]

[이쁘다]

[진짜 이쁘다]

[예뻐]

[당장 들고 흔들고 싶어ㅠㅠㅠㅠㅠㅠ]

[지갑 열었는데 언제 올라오죠?]

[일해라 빛창석!!!!]

[미쳐따 저거 버튼 누르는 곳에 로고도 빛나네]

[이응 이름 재질 거울인가?]

은지는 댓글을 발견한 듯 웃으며 말했다.

“네! 일부러 무거운 건 안 좋을 것 같아서 거울처럼 반사되는 재질로 테이핑을 했어요!”

미리 직원들에게 전달받은 설명이었다.

혹시나 틀릴까 봐 걱정됐던 걸까.

직원들은 스케치북에 큼지막하게 쓰고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들고 있기까지 했다.

이런 사실을 아는 톡신과 은호는 웃음기를 차마 지우지 못했다.

“그리고 응원봉은 이건 시제품이라 없는 기능인데, 불빛이 깜빡이는 거까지 해서 3가지 모드로 들어갈 거고, 색도 바꿀 수 있게 만들 거래요!”

‘와!’, ‘너무 좋아요!’ 같은 좋은 반응들이 채팅창에 비처럼 쏟아졌다.

[응원봉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계정당 1회만 참여할 수 있으며 ‘/X번’으로 ‘X’에 원하시는 번호를 넣으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3번]

[/1번]

[/X번]

[X번]

[3번]

[/3번]

[/1번]

[1번]

무서운 속도로 채팅창이 올라갔다.

한편, 몇몇은 투표 방법을 잘못 이해한 듯 미리 알려 준 방식과 다른 채팅 또한 적잖게 많았다.

직원은 이후로 5초 간격으로 설명을 재차 다시 올렸다.

[5초 후 집계가 종료됩니다.]

투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약 10분이 조금 넘을 시간이었다.

5, 4, 3, 2, 1.

숫자를 세는 동안, ‘ㄷㄱㄷㄱㄷㄱ’, ‘두구두구두구’를 도배하며 사람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1번 응원봉: 11.8%]

[2번 응원봉: 1.7%]

[3번 응원봉: 86.5%]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만큼은 확실했다.

아무래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과 단단한 내구성에서 큰 부가 점수가 더해진 듯했다.

1번 응원봉은 최대한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들고 보여 주기 위해 은지가 손을 댄 순간.

머리가 떨어져 몸만 화면에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ㅋㅋㅋㅋ머리 어디 갔엌ㅋㅋㅋ]

[보관이 쉬운 버전인가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번 공은 어찌하여 몸만 오셨소ㅠㅠㅠㅠㅠㅠ]

은지는 뒤늦게 당황하며 머리를 끼웠다.

하하하하.

하지만 이미 채팅에는 ‘어찌하여 몸만 왔냐’라며 놀리는 채팅이 한가득인 후였다.

뒤늦게 채팅을 본 은지는 빵 터져 버린 듯 눈가의 화장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깔깔거리며 웃었다.

급하게 슬기 씨가 달려와서 웃는 동안 번진 아이라인 메이크업을 고쳐 봤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그런 폭풍이 지나간 후, 결국 결정된 응원봉은 3번이었다.

다만 출시할 땐 더 많은 기능이 들어간 후에 나오는 쪽으로 이야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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