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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02화 (102/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02)

“앉아 계시면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매니저는 씩씩한 인사를 하며 방을 떠났다.

철수와 영희가 워낙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어 지예찬과 최태현이 남은 두 자리 사이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원형 테이블이지만 4인용이라 다 같이 앉기에는 자리가 모자랐다.

은호와 은지는 자연스레 옆에 있는 다른 테이블에 자리했다.

절대 나란히 앉을 생각은 없는지 서로 한 자리를 떨어뜨린 채 멀리 앉았다.

현우와 슬기는 어쩔 수 없었는지 빈자리에 틈을 채웠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 잠시 후 돌아온 매니저는 급하게 계단을 올라온 듯 격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분위기는 평온했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펼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야, 우리 팀장님 돈 많이 버셨나 봐…….”

박 대표를 잘 알고 있는 지예찬과 최태현도 이번만큼은 놀란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살인적인 가격표였다.

“1인당 30만 원이라니…….”

지예찬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테이블에 앉은 전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모이는 인원은 은호와 은지 외에도 톡신의 다섯 멤버들과 영희와 철수 PD까지.

박 대표를 포함하면 총 열 명.

여기에 따로 오고 있는 다른 스태프들까지 합친다면 적어도 다섯은 더 추가되는데…….

“우리, 팀장님한테 이런 거 얻어먹어 보는 거 처음 아니야?”

“어.”

“옛날에는 삼겹살 하나 사 주는 것도 아까워서 대패로다가 사 주셨던 분이…….”

“대표님이요?”

은호와 은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에게는 항상 밥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늘 좋은 데만 데려갔었으니까.

“둘은 이런 거 많이 먹었어?”

“많이는 아니지만…….”

생각해 보니 적어도 2-3주에 한 번은 꼭 좋은 식당에 가서 식사했던 것 같다.

“음, 다시 생각해 보니까. 네. 많이 먹은 것 같아요.”

지예찬은 놀람과 동시에 부러운 듯한 눈으로 은호와 은지를 바라봤다.

“그런데 선배님은 언제든 직접 사 드실 수 있지 않아요?”

“그렇지. 근데 남이 사 주는 거랑 내가 사 먹는 거랑은 또 다르잖아. 하하.”

은지가 대놓고 묻자 지예찬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지예찬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은호는 은지한테 경고하며 말했다.

지금이야 아는 사람들이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니까 괜찮을 수야 있다.

하지만 이은지가 TV에서 예능이나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간?

‘혹시라도 예전처럼 또 악플에 고생할까 봐…….’

신경이 쓰이는 나머지 은호는 입을 열었다.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부드럽게…….

“넌 선배님한테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하면 어쩌냐.”

“뭘 어쩌긴 어째. 이렇게 말고는 어떻게 말하는데 그럼.”

“안 묻거나, 적어도 조금만 더 예의 바르게 물어볼 수 있잖아.”

“너나 그렇게 말하세요.”

“내가 뭐, 얼마나 착해.”

“니 말투나 내 말투나 거기서 거기거든.”

“야, 무슨 그런 심한 말을 다 하냐.”

“왜 좋은 데까지 와서까지 X랄이야.”

“X랄이라니, 오빠로서, 어? 조언이지. 이건.”

“응. X랄. 엡부벱베벱.”

“너 그러다 TV 나갈―.”

은호는 급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입을 닫았다.

은지 역시 모른 척 눈을 피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마침 가장 늦게 도착한 박 대표와 오현, 주송민 서승연이 나란히 계단을 올라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미 목소리는 들렸던 걸까.

올라온 박 대표의 표정은 분명 웃고는 있지만 즐거워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게. 너희는 좋은 데까지 와서 왜 싸우고 있을까.”

“……죄송합니다.”

“……아니, 이은호가…….”

“핑계 안 돼. 밖에서 싸우지 마. 집에서는 이해한다지만, 적어도 나와서는 싸우지 말아야지.”

“네…….”

“네…… 그런데요. 대표님은 집에서 싸워도 뭐라고 하시잖아요.”

일단 혼나도 할 말은 해야 했던 걸까.

은지가 투덜거리듯 말하자 은호는 질린다는 눈빛으로 은지를 돌아봤다.

대표님은 마치 보살처럼 웃으며 답했다.

“여기서도 뭐라고 해 주길 바라니?”

“아니요. 잘못했어요.”

다행히 박 대표의 경고 한 번에 은지는 금방 상황을 받아들이고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시무룩한 은호와 은지를 제외한 톡신과 다른 사람들은 모른 척 다른 곳을 보며 키득거렸다.

“재밌네, 둘이.”

“매일 하루 한 번은 싸우긴 하지만 그게 이응의 매력 중에 하나긴 하죠. 특히 솔직한 은지 님은 더.”

지예찬이 둘을 구경하며 웃자, 슬기가 눈을 빛내며 말을 거들었다.

“은지를 많이 좋아하시나 보네요?”

“……그래서 귀엽. 아, 네.”

슬기는 지예찬이 부른 것도 모른 채 은지의 귀여운 면을 늘어 두다 뒤늦게 질문에 대답했다.

그 모습에 지예찬은 물론 톡신의 막내 라인들도 웃음이 터졌다.

지예찬은 혼내는 걸 끝내고 막내 라인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앉은 박 대표를 보며 물었다.

“팀장님, 회사에 되게 재밌는 사람들이 많네요.”

“그러니까 내년에 계약 끝나면 다 이리 오라니까.”

“생각은 해 볼게요. 하하.”

“저희는 TaKa가 제시하는 거 보고요.”

“마음은 벌써 갔죠.”

지예찬의 대답 이후 서승연과 주송민이 웃으며 말을 더했다.

재계약에 대한 짧은 대화였지만, 상황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 * *

“많이 늦었나요?”

“죄송합니다. 초행길이라 내비게이션이 있었는데도 헤맸어요.”

잠시 후 다른 차를 타고 온 스태프들까지 모두 가게에 도착했다.

“괜찮으니까 얼른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박 대표는 다섯 스태프들을 안내하며 말했다.

“식사 맛있게들 하시고, 이번 촬영 저희 애들 자알 부탁드립니다.”

박 대표의 인사를 시작으로 준비된 코스 요리가 나왔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첫 번째 식전 요리는 고급스러운 푸른 도자기 접시 위 주황빛이 진하게 살아 있는 자연산 연어가 들어간 살구 샐러드였다.

지예찬의 말마따나 남이 사 주는 것과 내가 사 먹는 것이 다르듯, 확실히 비싼 가격표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은 왠지 평범한 연어 샐러드보다 더 부드러운 것 같기도 하고, 감칠맛이 깊은 것 같다며 좋은 반응을 넘어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확실한 육류파였던 은호와 은지는 그저 그렇다는 반응이었다.

이어서 이름 모를 한 가지 식전 요리가 더 나왔을 때.

매니저는 사람들에게 굽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미디엄 레어부터 미디엄 웰던까지의 의견이 많았고, 끝에는 미디엄 레어로 통일해서 주문이 들어갔다.

잠시 후, 트레이와 함께 고기가 들어오자 은호와 은지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평범하게 ‘맛있다’며 웃고 있었다면, 스테이크가 들어오던 그 순간에는 마치 환상에라도 홀린 듯한 눈들이었다.

식사 분위기는 내내 밝았다.

음식에 푹 빠진 채 ‘맛있다’만 연발하던 사람들은 디저트가 나올 때가 되어서야 겨우 음식 외에도 다른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생긴 듯, 하나둘씩 대화하는 소리가 2층을 메웠다.

“은호 씨.”

분위기가 조금 시끌벅적해지고 나서야 지예찬은 은호를 부르며 물었다.

“혹시 아까 만난 사람 누군지 물어봐도 될까?”

“아까요? 아, 조광수…….”

신기한 초록 구슬 같은 디저트를 괴롭히던 은지의 포크질이 멈췄다.

“조광수? 광어 말씀하시는 거야? 선배님이 어떻게 아세요?”

은지가 놀란 눈으로 지예찬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 은지를 은호는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까 만났잖아, 멍청아.”

“응?”

은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답을 찾았다.

“헐, 걔가 광어였어?!”

“……니가 모르고 있으면 어쩌냐.”

“헐!”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나 보다.

은호는 한숨을 내쉬며 어이가 없는지 이마를 짚었다.

“아니, 난 걔 두 번밖에 못 봐서. 솔직히 얼굴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

“나는 하는데?”

“너는 오래 알고 지냈잖아.”

“오래 안 지내도 보통 한 번 보면 대충은 기억하지 않냐.”

“몇 년이나 지났는데 기억 못 할 수도 있지.”

“예―예.”

그동안 은호와 은지의 대화가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던 지예찬.

지예찬은 은호가 다시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어, 음…….”

은호는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게, 예전에 제가 이쪽 지역에서 중학교에 다녔었거든요.”

“오, 그랬어?”

“오늘 본 조광수라는 녀석은 그때 같은 반―.”

“학교에서 일진 놀이하면서 은호 때렸던 놈이에요.”

은호는 살짝 짜증이 난 듯 은지를 쏘아봤다.

와중에 은지는 태연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왜? 맞잖아.’라며 답했다.

“그렇구나.”

지예찬은 이해했다는 듯 다시 디저트로 눈길을 옮겼다.

그때, 은호와 은지가 조금 전 대화로 다시 불길이 붙었다.

“내가 설명하고 있었잖아.”

“뭘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해. ‘시골 촌 동네에서 일진인 척하던 폼 잡던 찐따였다.’ 끝! 아니야?”

할 말은 없었다.

그게 맞는 데다 은지의 설명이 더 깔끔했다.

그래. 그건 인정한다.

근데, 오히려 맞는 말을 해서 괜히 더 기분이 안 좋다.

“니가 팬 것도 말해야지 그러면.”

“안 팼거든! 안 때렸어! 사람 억울하게 만드네! 무기 들고 달려오길래 팔 꺾어서 제압한 거야! 제압 몰라? 제압!”

“뻥치시네. 광어 질질 짜고 있었잖아.”

“진짜거든!”

은호와 은지는 누군가의 귀에 들리는 건 무서웠는지 소곤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아니, 그리고 녹슨 그 쇠막대 같은 거 들고 달려오는데! 어? 그걸 맞고만 있냐? 옛날에 아저씨가 그랬단 말이야. 녹슨 거 잘못 맞으면 큰 병 걸린다고.”

“파상풍이라던가 곪고 난리 나기야 했겠지. 맞는 말이긴 한데…….”

은호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채 장난을 곁들여 못 믿겠다는 듯 목을 뺐다.

“아! 눈 똑바로 떠! 그거 짜증 나!”

그런 은호의 눈빛에 괜히 화가 나는지 은지는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은지는 은호 눈을 강제로 똑바로 뜨게 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건너 자리까지 손이 닿을 리가 없었다.

은지는 투덜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이은호 개싫어.”

“말 그렇게 크게 하면 대표님 또 잔소리 폭탄 터질 텐데.”

“헙.”

은지는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으며 슬그머니 박 대표가 앉은 테이블을 돌아봤다.

다행히 대표님과 같이 앉은 톡신의 세 막내 선배님들이 워낙 말이 많은 탓일까.

대표님은 주송민, 서승연, 오현 선배에게 시달리고 있어서 차마 다른 테이블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

은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좋은 식사를 맛있게 끝내고 나온 뒤에는 처음 왔던 그때와 다르게 차에 탈 인원을 배치했다.

지예찬과 철수, 영희, 최태현은 그대로였고 스태프 역시 그대로였다.

바뀌는 건 박 대표의 차를 타고 왔던 톡신 막내들이 현우가 운전하는 밴을 타기로 했다.

은호와 은지는 박 대표의 차를 타기로 했다.

“저희 먼저 가 있으면 돼요?”

“그래.”

“어디 가시는데요?”

“여기까지 왔으면 만나 뵙고 가야 하는 분이 있어서, 거기 좀 들렀다가 오게.”

서승연은 갑자기 차량이 바뀌는 것에 의문을 가졌지만, 박 대표의 설명에 어느 정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있다 오지는 않으니까. 금방 따라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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