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90)
[랑이 포카라니!!!]
└[난 지지 님 포카ㅠㅠㅠㅠㅠ]
[대박. 받는 사람은 이제 전구 나가면 천장에 포카 붙여 두면 되겠네?]
└[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
└[주접 미쳤냐곸ㅋㅋㅋㅋㄱㅋ]
[이제 5분 남았다 어떡해 심장 떨려]
└[갸아아아아앙아아ㅏ아앙]
└[3분!]
└[2분!]
└[1분!]
[님들 생방 시작했나요?]
└[어디로 가야 돼?]
└[어디서 봐요?]
└[떠도는 난민을 위한 구조선 (링크)]
└[감사합니다!]
└[ㅠㅠㅠ그저 빛]
* * *
생방송이 켜지기 10분 전.
태연한 은호와 달리 은지는 스튜디오를 빙글빙글 돌며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중이었다.
“정신없어.”
“뜨흐아아아아, 어쩌지. 너무 떨려!”
“너 떨린 거 너무 잘 알겠는데 제발 앉기라도 하고 떨면 안 될까.”
은호 부탁에 은지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덜덜덜덜덜덜, 옆에 앉은 은지가 휴대폰 진동 모드처럼 떨고 있다.
몇 초가 채 남지 않았건만, 은호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터뜨렸다.
“형님, 회사에 남아도는 청심환 같은 거 없죠…….”
“응…… 지금이라도 사 올까?”
현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은호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아, 아뇨. 좋은 방법 생각났어요.”
“어떤?”
현우가 묻자, 은호는 여전히 진동 모드처럼 떨고 있는 은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은지.”
“어?”
“너 아마추어야?”
내내 떨렸던 은지의 몸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은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은호는 웃으며 말했다.
“생방송 때마다 이렇게 떨면 어쩌려고.”
현우는 은호의 직설적인 말투에 혹여나 은지가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은지는 은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 하긴 프로는 이런 일에 안 떨겠지. 나도 그랬어?”
은지의 질문에 현우는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웠다.
하지만 둘이서는 통하는 이야기가 있는지 은호는 태연하게 답했다.
“아주 날아다니셨지. 수시로 했어.”
의미 모를 은호의 대답에 현우의 머릿속 물음표는 배로 늘어났다.
* * *
“그건 그래. 하긴 프로는 이런 일에 안 떨겠지. 나도 그랬어?”
“아주, 날아다니셨지.”
회귀 전.
이은지는 대표님이 ‘은지야, 제발 방송 좀 그만 켜…….’라고 할 정도로 생방송을 아―주 자주 했었다.
물론 나도 적지 않게 작작 좀 켜라며 잔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수시로 했어.”
그때 질문인 것 같아서 이렇게 대답했다.
정답이었던 걸까.
이은지는 내내 긴장하고 떨던 애가 차분함을 되찾았다.
“5분 전입니다! 준비해 주세요!”
밝은 직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앞에 놓인 커다란 패드를 바라봤다.
거치대에 걸려 있는 패드에는 E-FAN 어플이 켜져 있었다.
카메라 방향을 보면서 채팅창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직원들이 준비해 준 것 중 하나였다.
팬분들도 설레는 걸까.
분명 컴컴한 화면만 떠 있음에도 벌써 많은 글이 채팅창에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채팅창.
이젠 눈이 따라가기 힘든 속도가 되자, 나까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 훈 씨, 관계자 계정 로그인된 것 좀 가져와 줘.”
“여기 있습니다.”
정신없던 그때.
박 대표는 직원에게 관계자 계정이 로그인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무언가를 조작하는가 싶더니 화면에 읽기조차 힘든 붉은 글씨가 올라왔다.
그 이후부터 갑자기 채팅창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NRY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생방송 중 E-UNG와 팬분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채팅 입력 속도가 조절되었습니다.]
[이 부분 양해를 부탁드리며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잠시 후 채팅창에 강조된 글씨로 실시간 공지가 떠올랐다.
너무 느려졌다며 불만을 띠는 팬들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 너무 빨랐던 채팅창 속도에 공감하며 수긍했다.
덕분에 채팅창은 다시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속도가 줄어들었다.
은호와 은지는 동시에 박 대표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박 대표는 흡족하게 웃으며 관계자 계정의 휴대폰을 원래 가지고 있던 다른 직원에게 건넸다.
“생방송 10초 전!”
시간은 금세 흘러 10초를 앞뒀다.
10, 9, 8…….
3, 2, 1.
[꺄아아아악]
[ㅠㅠㅠㅠㅠㅠ]
[은호 사랑해 은지 사랑해
은호 사랑해 은지 사랑해
은호 사랑해 은지 사랑해…….]
타이밍에 맞춰 화면이 켜진 후.
채팅창에는 속도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빠르게 채팅이 올라갔다.
도배를 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많았다.
[5회 이상 신고가 들어온 경우]
[앞으로 채팅창 사용이 금지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여러 의미가 담긴 경고문이 올라오고 나서야 채팅창은 다시 이성을 찾은 듯 보였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E-UNG, 이은호.”
“이은지입니다! 안녕하세요! 꺄악!”
팬들 못지않게 은지는 의자에서 들썩거리며 흥분한 모습이었다.
“진정해. 니가 팬분들보다 더 흥분하면 어떡하냐.”
은호가 조용히 은지의 한쪽 어깨를 눌러 다시 자리에 앉히자, 채팅창에는 줄지어 ‘ㅋㅋㅋㅋㅋ’가 도배됐다.
“여러분! 그동안 잘 지냈어요?”
은지가 채팅창을 보며 묻자, 채팅창에는 정확히 세 가지 반응으로 갈라졌다.
[네ㅠㅠㅠㅠㅠ]
[보고 싶었어요!]
[저 오늘 김밥 먹었어요!]
대답하며 오열하는 사람들.
보고 싶었다며 소리치는 사람들.
관계없는 이야기 하는 사람들.
“하하.”
명확하게 갈라진 채팅창을 보며 은호가 웃자, 이번엔 줄지어 ‘꺄악’, ‘사랑해’, ‘ㅠㅠㅠㅠ’ 등등 광기에 어린 댓글들이 올라왔다.
이렇게 채팅에 홀려 있다간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은호는 흥분한 은지는 제쳐 두고 본격적으로 준비해 둔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분, 저희가 오늘 방송 시작 전에 공지에 뭘 하기로 이야기했는데 혹시 보고 오셨나요?”
닉네임 길이를 따라 꿈틀거리며 줄지어 오르는 ‘네’가 귀여웠다.
그때였다.
“맞아!”
쾅!
은지가 테이블을 치더니 벌떡 일어났다.
이번엔 어깨를 눌러 앉힐 타이밍도 없었다.
“야, 테이블 안 부서졌냐.”
“이 정도로 안 부서지거든!”
은호가 내려친 부분을 살피자, 은지는 욱하며 소리쳤고 와중에 채팅창에는 또 한 번 ‘ㅋㅋㅋㅋㅋ’로 도배됐다.
은지는 은호를 무시하며 다시 채팅창으로 눈을 돌렸다.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다.
“여러분들도 ‘응아’ 별로예요?”
은지가 묻자, 채팅창에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반응이 갈라졌다.
[네!]
[귀여워요!]
[좋은데!]
[더러워요!]
[이상해요!]
[괜찮아요!]
여기서 은호만 못 들은 이야기였는지 갸웃거리며 은지를 돌아봤다.
“아, 오빠 몰라?”
“어. 뭔 말이야?”
“그게, 내가 우리도 팬명 만들고 싶다고 슬기 언니한테 했었거든.”
“어. 그래서. 거기서 왜 갑자기 ‘응아’가 나왔는데?”
“내가 언니한테 팬 네임으로 ‘응아’ 어떠냐고 물었었거든.”
“슬기 씨한테? 대답은?”
“딱 잘라서 별로라더라고. 그래서 어떤 게 좋은지 묻다가 언니가 생방송할 때 의견을 구해 보자 했고―.”
“대표님이 그걸 오늘로 밀어붙였구나.”
“어어. 맞아.”
은지는 앞서 왜 생방송이 진행됐는지 설명했다.
덕분에 방송을 보고 있던 팬들도 오늘의 갑작스러운 생방송을 어쩌다 진행하게 되었는지 함께 알 수 있었다.
“여러분은 어때요?”
은호가 채팅창을 보며 묻자,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견이 길게 올라왔다.
한참 지켜본바, 100% 중 ‘좋다’는 20%, ‘나쁘지 않다’ 20%, ‘싫다’ 60%의 결과로 ‘응아’는 부정적인 표가 훨씬 더 많았다.
“다른 분들은 어때요?”
회사 내에서도 ‘O.X’로 의견을 말해 달라 했는데, 사내에서는 대표님 외에는 모두가 X를 들었다.
은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직원들은 조금 더 예쁜 이름이 좋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타이거 어쩌구 하셨던 대표님이 좋다고 하셨으니, 저도 무조건 기각입니다.”
[ㅋㅋㅋㅋㄱㅋ]
[역시 아닌 건 단호한 랑이ㅋㅋㅋㅋ]
[랑이가 극혐하는 호랑이ㅋㅋㅋㅋㅋ]
‘응아’가 떨어진 후, 은지는 아쉬운 듯 혀를 차며 자리에 앉았다.
“‘응아’ 귀여운데.”
“아니야.”
은호가 자연스럽게 은지를 무시하자 ‘맞아. 응아 귀여운데 ㅠㅠㅠ’라며 호응하는 사람.
‘애쉽’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 ‘지지 쭈구리 지지 됐어 ㅋㅋㅋㅋ’처럼 은지를 놀리는 반응 등 여러 채팅이 올라왔다.
은호는 가만히 채팅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이번엔 여러분들한테 여쭤볼게요. 어떤 게 좋을까요? 저희 팬 네임.”
가장 먼저 등장한 도형 이름들.
[동그리]
[세모]
[네모]
나쁘진 않았지만, 팬들의 반응이 미미했다.
[응식이]
[응돌이]
[응순이]
응을 따라 은식이, 은돌이, 은순이 등의 비슷한 느낌의 이름도 이어졌지만, 이 역시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은지가 질문에 답을 한 팬분의 채팅을 읽은 그때였다.
“구십구콘?”
“구십구콘은 갑자기 왜요?”
“어, 말씀하셨다. ‘제가 지금 먹고 싶어서요.’래”
“하―하하.”
웃겨서 웃었다기보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채팅에는 온갖 드립이 난무하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지읒.”
“지읒?”
“이응지읒, ‘이응은 인정이니까’래.”
“하하.”
은호가 웃을 때마다 채팅창의 반응이 뜨거웠다.
“웅이? 웅이는 뭐지. 아, 이웅이라고 읽을 때도 있으니까? 이유. 이유는 좋네요. 계좌 비번 불러. 계좌 비번은 갑자기 왜요?”
“바로 뒤에 ATM도 갑자기 왜…….”
“아―, 하하. 우리한테 돈 줄 테니까 내놓으래.”
“하하하. 안 돼요. 다 아껴 뒀다가 나중에 굿즈랑 앨범 나오면 그거 많이 사 주세요.”
“에슬리?”
“에슬리는 가게 이름 아니에요?”
가만히 드립과 진지한 이름들이 지나가는 동안, 뜬금없이 나온 맛집 이름에 갸웃하며 물었다.
“어우, 이건 읽기 좀 그래.”
“뭔데?”
은지는 고개를 들이밀며 채팅을 읽었다.
[얼굴 맛집이니까]
“아, 이은호가 못 읽을 만하네. 넌 우럭 같지만 난 예뻐서 좋은데!”
“호박 같은 게. 지, 헛소리하지 마.”
순간 X랄하지 말라고 할 뻔했다가 급하게 이를 악물며 넘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싸운다 ㅋㅋㅋㅋㅋㅋ]
[호박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랑이 욕할 뻔했는데 이 악물고 참았다ㅋㅋㅋㅋㅋ]
어떻게 이렇게 잘 알까.
왜 우리가 싸울 때마다 이렇게 웃는 건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에슬리’는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다만 팬명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어서 지나쳤다.
아니, 정확히는 지나치려고 했는데 갑자기 팬분들이 여기에 빠진 듯.
[레슐리]
[이슬리...?]
[이슬?]
[잠이슬]
여러분 제발 이상하게 가지 말아요.
우리 팬명 정하는 거라니까?
여러분들 본인 이름 정하는 거라고요!
민망해서 읽기 힘든 것과 재미에 치중한 건 이은지가 읽고, 난 진지하고 괜찮은 이름을 찾아 빠르게 눈을 굴렸다.
하지만 애절한 내 속마음과 달리, 화면에는 이미 온갖 드립으로 불타올랐다.
특히, ‘응아’라든가 ‘응가’라든가!
제발, 이러지 마요.
‘우리 응아들, 응가들…….’
이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