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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81화 (81/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81)

“들어오자마자 코디랑 같이 편하게 먹으라고 테이블 하나 따로 줬는데, 아, 저기 있네. 현우야!”

지예찬 선배.

이은호가 흘러가면서 내가 회귀 전 잘나갔다고 그랬었지.

우연히라도 내가 선배랑 지금 이은호처럼 사이가 좋았다면?

가능성은 있어.

회귀라는 것도 하는 마당에 안될 건 뭐야.

“언제 맞힐 거야?”

“너무 어렵나?”

그동안 오현과 서승연은 번갈아 가며 은지를 압박해 왔다.

은지는 정신없는 생각을 흐트러뜨리며 두 사람에게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만약 이게 정답이 맞는다면 이 인간들 완전 악질들이다.

“정답!”

“오, 누구?”

“서승연 선배님!”

“땡.”

“전 한 명이라고 한 적 없어요. 선배님이랑, 오현 선배님이랑, 주송민 선배님!”

“……어?”

정답이구나!

서승연 선배가 당황한 모습을 보고 100%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오현 선배가 끼어들며 말을 보탰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 진짜로?”

“마지막으로 바꿀 기회 한 번 더 줄게.”

이것 봐라?

방금까지 당황했던 서승연 선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뻔뻔하게 한마디를 더 얹었다.

덕분에 난 훨씬 더 확신이 섰다.

주송민 선배가 피식 웃으며 다시 휴대폰으로 눈을 돌린 탓에 잠깐 흠칫했지만, 이게 정답이라고 믿으며 말했다.

“됐어요. 전 세 분 그대로 정답 할게요.”

“정답…… 맞아.”

“와, 이걸 어떻게 알았지?”

“아싸!”

오현 선배가 정답을 알렸을 때, 난 만세를 지르며 환호했다.

“형들, 미안.”

서승연 선배는 다른 선배들에게 소심하게 말했다.

그런 선배에게 최태현 선배가 조용히 명령했다.

“머리 박아.”

“옙.”

서승연 선배는 테이블 앞을 치우고 그대로 머리를 박았다.

오래 함께한 만큼 장난이라는 건 알았는지 선배는 머리로 테이블을 살짝 친 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반전이었던 건 주송민 선배였다.

주송민 선배가 두 사람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소리쳤다.

“뭐 하냐, 둘 다. 기껏 연기까지 해 줬더니!”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바리하던 그때였다.

“은지 양.”

“네?”

“이거 봐.”

지예찬 선배가 본인의 휴대폰을 보여 주셨다.

선배의 휴대폰 속 톡신 멤버들의 단톡방인지, 주송민 선배의 깨톡이 무수하게 밀려 있었다.

내용을 확인하며 난 그제야 주송민 선배의 평범하고 묵묵하던 조금 전 모습이 모두 연기였다는 걸 알았다.

[송민이― 아 나 웃을 거 같애]

― 살려 줘]

― ㅋㅋㅋㅋ 꼬맹이 고민하는 거 귀엽다]

― 오? 뭔가 파악한 거 같은데?]

― 그래도 셋 다 동갑인 건 모르겠지]

― 현아 지금이야! 부추겨 봐]

― 잘한닼ㅋㅋㅋ]

― 승연아 지금이야! 너무 어렵나? ㄱㄱㄱ]

― 어라?]

― 진짜 알고 저러는 거야?]

― 승연이 저기서 트롤짓 해 버리네 어? 이렇게 반응하면 당연히 알지!]

― 야 일단 다 아닌 척 떼 봐]

― 망했네]

― 형들 잘못했어요.]

[나 ― 살고 싶으면 현이랑 승연이 니가 꿀밤 때려]

주송민 선배가 내내 휴대폰을 보고 있던 이유를 아주 잘 알았다.

깨알같이 아닌 척 지예찬 선배의 명령을 수행하던 모습까지.

왠지 상상 속 대선배님들의 이미지가 박살 나면서 조금 더 친근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예찬 선배는 다시 휴대폰을 받아 가며 턱을 괬다.

“은지 양, 축하해. 소원 5개.”

와, 이 선배 사람 꾀는 데 도가 텄구나.

본능에 달린 안테나가 시끄러운 경고음을 보냈다.

사소한 행동과 눈빛에서 사람을 홀리는 부류가 있다.

그리고 내 본능에 따르면 그게 지예찬 선배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디 쓸 거야?”

“음, 그 전에 이 소원권에 기간 제한 있나요?”

“잠시만. 얘들아, 언제까지로 할까?”

“길면 불리해져.”

“형, 곡 내일 보낸다고 했었죠.”

“응.”

“그럼 그때까지 해요. 참, 그리고―.”

톡신 멤버들은 빠르게 회의하며 결과를 냈다.

소원의 기간은 단 하루.

거기에 대표님의 부탁은 안 들어준다는 조건이 더해졌다.

갑작스러웠던 뒤풀이와 대화조차 힘든 대선배님.

당황스러울 만도 했지만, 의외로 대표님이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일까.

톡신 선배님들과는 게임 이후로 빠르게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한편, 이은호는 이런 상황은 전혀 모른 채 매니저 오빠가 들고 온 담요까지 덮고 잠들어 있었다.

* * *

몰랐던 것

식사가 끝나고 길었던 뒤풀이도 끝났다.

슬기 언니는 집에 고양이 밥을 줘야 한다고 일찍이 빠져 나갔다.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소원 5개 안에서는 언제든 도와줄 테니까.”

“언제는 내일까지라고 하셨으면서!”

“내일까지 ‘도와달라고 할 때 꼭 와 주기’ 같은 걸로 써 두면 되지.”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고! 먼저 간다! 다음에 또 봐! 후배님!”

“들어가세요! 선배님들!”

철수 PD님과 기사님, 주송민, 서승연, 오현 선배는 모르는 다른 손님들과 함께 일찍이 먼저 도착한 대리 기사님과 불 꺼진 식당을 떠났다.

남은 건 최태현, 지예찬 선배님 두 분뿐.

“다들 가는 건 확인하고 가야지.”

두 선배님은 대표님과 우리가 잘 가는지 보고 난 뒤에 가겠다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대표님이 술에 과하게 취하면서 현우 오빠한테도 술을 먹여 버린 게 문제가 됐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

시간 문제 때문일까, 위치 때문일까.

“안 받아요?”

“안 받네요…….”

대리도 안 잡히는 데다, 콜택시는 하다못해 전화도 안 받는다.

‘아, 머리 아파.’

남은 건 매니저 오빠와 나뿐.

대표님도 이은호도 죄다 취해서 흐느적흐느적.

홀로 멀쩡한 은지의 한숨이 길었다.

“한 잔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음주운전은 그렇죠…….”

“막막하네요. 도와달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돌아가느냐로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였다.

“무슨 문제 있어?”

“그게.”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은 짧았다.

‘내일은 몇 주 만에 돌아온 휴일인데!’

혹시나 오늘 안에 집에 못 들어갈까 봐 걱정에 못 이겨서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매니저 오빠가 대표님 때문에 술을 마셨어요…….”

“아, 우리 불도저 팀장님 또 사고 한 건 치셨구나.”

꽤 흔한 일이었던 걸까.

지예찬 선배는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다른 선배님을 불렀다.

“어쩐지 오늘은 조용하시더라니…… 태현아!”

“왜.”

“나 집에 데려다주라.”

“넌 네 차도 있고 매니저도 있으면서 왜 나한테 부탁해.”

“팀장님 또 사고 쳤어.”

“설마, 매니저한테 술 먹이는 술버릇 아직도 못 고치셨대?”

“하하. 그런가 봐. 은지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당황하고 있더라고.”

아무래도 정말 흔한 일이었나 보다.

정작 이야기를 들은 선배들은 굉장히 태연하게 상황을 척척 정리하고 있었다.

“현이도 대리 겨우 잡았다던데, 너한테 부탁할 정도면 대리도 안 잡히나 봐.”

“그런 거 같아. 연이도 겨우 잡았잖아.”

“쯧, 넌 태워 줄 테니까 은지 씨는 네 차로 보내.”

“안 그래도 그러려고 물어본 거였어.”

최태현 선배의 대답을 듣자, 지예찬 선배는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며 물었다.

“들었죠?”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현우 오빠와 난 같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참. 매니저님, 밴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집이 여기서 멀진 않아서 내일 가지러 오면 됩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난감했던 상황은 금세 해결됐다.

이 사태를 만든 장 본인은 빼고.

“저, 선배님, 대표님은요?”

“팀장님은 우리 집에서 재우면 돼요. 한두 번 주무신 것도 아니라서.”

“아…….”

톡신 멤버들과 대표님의 거리감이 새삼스레 더 가깝게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내 차는 저쪽에 있으니까 가 있어요.”

“네.”

지예찬 선배는 금세 몸을 돌려 매니저님을 찾았다.

“영희야!”

“예! 행님!”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듯, 식당의 실외 화장실 방향에서 달려오는 영희 매니저님.

“알겠지?”

“예, 행님!”

“고생값은 오늘 대표님이 산 고기로 퉁 치자. 아까 보니까, 너 술 안 먹는 만큼 고기 많이도 시켰던데.”

“하하하, 예.”

“은지랑 이응네 매니저님 잘 모셔다 드리고, 보고하면 바로 퇴근해.”

“예!”

선배님이 매니저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현우 오빠와 난 선배의 차가 세워져 있던 곳으로 향했다.

밤 안개가 자욱해서 어떤 차인지는 몰랐는데, 가까이에서 선배의 차를 본 순간 우린 말을 아꼈다.

‘역시 톡신이네…….’

선배의 차는 톡신 리더라는 게 확 다가오는 고급 세단이었다.

게다가 보통 고급 차량이면 본인이 운전하시는 경우가 많던데…….

매니저님한테 몰게 하고 있다는 건 본인 차량이 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새삼스럽지만 부러웠다.

이런 사람이면 이은호가 말했던 그 부동산이라던가, 주식이라던가, 비, 뭐시기도 다…….

“타시죠!”

망상이 다른 방향으로 뻗어 가던 그때.

매니저님이 오시면서 차 잠금을 해제한 듯 자동차 깜빡이가 번쩍이며 생각이 흩어졌다.

매니저님이 문을 열어 주고 차에 오르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우리 회사에는 총 두 대의 차가 있다.

한 대는 대표님의 개인 차량이었고, 다른 한 대는 매니저 오빠가 몰고 있는 밴이다.

그리고 지금 지예찬 선배의 차는 우리 회사의 어떤 차보다도 승차감이 최고였다.

“위험해요.”

“매니저 오빠, 진짜 진─짜로 괜찮다니까요, 거참.”

식당에서 우리 기숙사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반면, 현우 오빠의 집은 고작 15분 남짓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

현우 오빠는 기어코 기숙사까지 데려다주고 본인은 택시를 타고 돌아가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긴 설전 끝에 같은 매니저인 영희 매니저님의 설득에 못 이겨, 현우 오빠는 결국 본인의 동네에 내리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틀 뒤에 봬요!”

“조심히 들어가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시고요.”

“네. 걱정하지 말아요!”

현우 오빠를 내려 준 뒤, 매니저님은 곧장 우리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

괜히 고급이고 비싼 차가 아닌 걸까.

엔진 소음도 안 들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내 편안했다.

이은호가 흐느적거리며 거슬리게 내 어깨를 쳤음에도 복수랍시고 안 때릴 만큼, 매―우 편안한 시간이었다.

익숙한 동네에 들어서고, 차는 골목 안에 주차된 다른 차들 탓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이고, 우리 은호. 오늘 고기 더 미길 걸 그랬네.”

“하하하.”

차에서 내리며 매니저님은 아주 가볍게 이은호를 번쩍 둘러업고 같이 걸었다.

“이야, 여기도 오랜만에 오네! 히야, 대표님이 기념으로 가지고 있다 했을 때만 해도 농담인 줄 알았더니만, 때깔부터 고와졌네.”

“어? 매니저님 여기 아세요?”

“그럼. 당연히 알지요.”

대문 앞에 이은호를 내려 주신 매니저님은 추억에 잠긴 듯.

현재는 구사옥이 된 우리 기숙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은지 양도 톡신 이야기 들은 적 있죠.”

“아, 네. 유명하니까요.”

“그때, 톡신이 한창 전 기획사한테 쫓겨 다닐 때 다섯 명이서 여기에 살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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