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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74화 (74/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74)

이 ‘E-FAN’ 애플리케이션 내에서는 단순한 출석 이벤트를 시작해서 굿즈 앨범 구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EG 포인트’라는 것을 쌓을 수 있다.

대화, 정확히는 팬분들이 우리에게 쪽지를 보내고 우리가 직접 답을 하는 건, 그 ‘EG 포인트’로 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였다.

“와.”

“대박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기능을 보며 은지와 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수많은 기능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오, ‘E-UNG 팬 인증’ 메뉴.’

대표님은 ‘시리얼 등록’ 외에도 인증만 한다면 몇 번째로 인증한 팬인지 등 다양한 정보들이 뜰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현해 뒀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일찍 제작했지?’

이야기를 꺼낸 건 얼마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자본이 많아도 기술력이라든가.

‘음.’

그래. 그건 돈이 있으니 좋은 곳에 맡겼겠지.

하지만 ‘소통을 위한 장’으로 만든 이상 앞으로는 대표님이 이 많은 기능을 직접 관리하셔야 할 텐데, 어떻게 하시려고…….

그때였다.

“이번 기회에 이것까지 다 관리하는 건 아무래도 나 혼자는 힘들 것 같더구나.”

“그렇겠죠. 오튜브 관리에, 어플에, 일정에, 저희 코디까지…….”

입에 올리면서도 대표님이 지금껏 해 온 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회귀 전 이 무렵 이은지는 이미 뜬 스타였다.

이은지가 바쁘던 그때도 대표님이 이렇게 일하고 계셨다면?

‘어우.’

새삼스럽지만, 당시 관심을 바랐던 내가 미안할 정도로 소홀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이거였던 걸까.

“하하. 안 그래도 그래서 직원을 구했다. 인재가 많더라고.”

“오…….”

“한…… 일곱 명이었나, 그 정도 뽑았어.”

대표님은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듯 말했다.

그런데 잠시만.

‘일곱 명이라니?’

많아 봐야 둘 셋인 줄 알았던 상상이 무참하게 부서졌다.

대표님과 1층 거실을 번갈아 가며 보다 보니 의문이 커졌다.

‘가능, 한 건가?’

NRY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은 약 30평이 조금 안 되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즉, 회사치고는 작은 편이라는 말이다.

특히 수십 명이 일하던 회귀 전의 그 신사옥을 생각하면 당연히 비교조차 되지 않을 크기다.

‘여기에 형님이랑 대표님, 거기다 일곱 명이 더?’

가장 넓은 안방은 현재 대표실이다.

그마저도 현우 형님과 대표님 책상 두 개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작은 사옥에 직원 일곱이 더 온다니.

‘너무 비좁을 텐데……?’

대표님은 이런 내 생각이 빤히 보인다는 듯 웃으며 태연하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래서 그런데 앞으로 여기 1층은 너희 작업실 겸 연습실로 공사할 생각이야.”

“어? 그럼 앞으로 대표님이랑 매니저 오빠는 2층에서 일해요?”

“에이, 2층은 너희 기숙사잖아.”

“읭?”

이은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회사는요?”

“옮겨야지.”

“오! 어디로요?”

이은지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묻자, 대표님은 갑자기 창가로 향했다.

그러고는 활짝 웃으며 창밖 정면에 보이는 상가 건물을 가리키시는데…….

설마.

“가까운 게 좋으니까. 저기 건물이 비어 있던 것 같길래. 이번에 기회 된 겸 매입했어.”

무슨 건물을 편의점에서 껌 한 통 샀다는 듯이 저렇게…….

고개를 돌려 이은지를 보자, 은지는 황당함을 넘어서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아마 비슷한 얼굴이지 않을까.

새삼 김철수 PD님께 감사했다.

대표님이 부동산 부자라느니 그런 이야기를 미리 듣지 않았다면 더 놀라 뒤집어졌을 테니까.

“저, 떠, 허, 저, 으잉?”

겨우 정신이 차려진 듯 이은지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대표님과 창밖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아. 하하. 하…….”

나도 그때는 이은지랑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 * *

[대표님 ― 팬 어플 앱스토어 승인 났다.

― 내일 애들 방송국 가기 전에 댄스 영상 뒤에 넣을 홍보 영상 촬영해야 한다고

― 일찍 들어가라고 하고]

[나 ― 네]

[대표님 ― 현우 오늘 고생 많았다.]

[나 ― 넵!]

[대표님 ― 그래. 은지는 컴퓨터 켜지 말고, 은호도 노트 손대지 말고 가자마자 자라고 해.]

[나 ― (군인 강아지 캐릭터가 충성 중인 이모티콘) 넵!]

[대표님 ― 바로 애들 보내. 답은 더 안 해도 된다.]

깜빡거리는 대화창에 버릇처럼 ‘네’까지 썼다가 지우기를 눌렀다.

현우는 휴대폰에서 시선을 돌렸다.

화면을 끈 휴대폰을 가슴팍에 달린 주머니에 넣으며 백미러를 통해 은호와 은지의 상태를 확인한 그때였다.

‘깜……짝.’

왜 천장을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치켜든 채 흰자를 까뒤집으며 잠들어 있는 은지.

노트를 보다 잠들었는지 고개만 툭 떨어뜨린 채 잠든 은호.

와중에 펜은 놓쳤지만 가사 노트만큼은 절대 놓지 않을 듯 노트를 꼭 붙잡은 은호의 손은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흠칫 놀랐던 현우는 찬찬히 두 사람을 살피더니 이내 미소를 띠며 둘을 깨웠다.

“도착했습니다. 들어가서 주무십시오.”

먼저 눈을 뜬 건 은지였다.

반쯤 뜨여 있던 흰자 때문인지 은지는 뻑뻑한 눈을 꼭 감은 채 현우에게 물었다.

“……도착했어요?”

“크흠, 네.”

조금 전까지 은지의 잠들었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 듯.

현우는 예상치 못하게 터질 것 같은 웃음을 헛기침으로 감추며 짤막하게 답했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고, 대표님이 내일 일정 가기 전에 촬영할 거 있다고 하셨어요.”

“무슨 촬영이요?”

“어플 홍보 촬영. 그러니까 둘 다 오늘은 아무것도 손대지 말고 바로 자러 가래.”

“네.”

대답은 잘하지만.

현우는 차에서 내리는 은호와 은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빤히 바라봤다.

두 사람이 저 대답을 지킬 리가 없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당연했다.

‘잘…… 들어가겠지?’

은호와 은지가 기숙사 골목 중간까지 다다랐을 때가 되어서야 현우는 아주 천천히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골목 끝자락에 걸려 있던 현우의 차가 사라지고 채 1분이 안 지난 그때.

“이은호! 아, 쫌! 빨리 와!”

“저건 왜 갑자기 집 다 와서 X랄이야.”

은지는 잠이 다 깬 건지 쌩쌩한 목소리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은호를 불렀다.

‘혼자 2층으로 올라가면 될 걸 왜 대문 앞에서 저러냐.’

은지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은호는 전혀 ‘빨라지지 않은’ 걸음으로 대문으로 향했다.

“아, 빨리! 와 보라고!”

“알았다고. 알았다고.”

은호는 한숨을 쉬며 느긋한 걸음으로 은지 가까이 다가갔다.

“왜. ……어?”

대문 앞에 섰을 때만 해도 별거 아니기만 해 보라던 마음이었는데, 은지를 따라 대문 안을 본 은호가 흠칫 놀랐다.

“와.”

이거라면 이은지가 왜 소리쳤는지 이해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1층은 아침에만 해도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스케줄을 마치고 도착한 시각은 늦은 저녁.

지금의 1층은 아무리 봐도 폐가가 따로 없는 너덜너덜해진 광경이었다.

‘어쩐지 우리가 어릴 적에 지냈던 폐가 같은 느낌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랑은 다르게 이은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말씀 좀 해 주시지! 대표님은!”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은호의 입꼬리가 음흉하게 말려 올라갔다.

왜 그렇게 빽빽 날 불렀는지 알겠다.

아주.

잘.

“허억!”

“아 X발, 깜짝이야! X새끼야!”

난 뜬금없이 난장판이 된 1층을 보고 헛숨을 들이켰다.

이은지는 진심으로 기겁하며 부리부리한 눈으로 이쪽을 돌아봤다.

‘진짜 때리는 줄 알았네.’

표정만 봤을 땐 당장 주먹이라도 날아올 것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쫄았다고 멈출 순 없지.

“이, 이은지! 저, 저기!”

“뭐, 뭐, 뭠, 뭔데!”

소리치는 이은지 목소리에서 삑사리가 난 순간 하마터면 터질 뻔했다.

난 급하게 콧김으로 웃음을 흘려 내며 중요한 순간을 준비했다.

이은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좌우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끝까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폐허가 되어 버린 1층 내부를 보진 않았다.

하나.

둘.

셋!

지금!

이때만을 기다렸지!

완전히 겁먹은 이은지 어깨에 확 손을 얹었다.

“뭐긴 뭐야, 구라지! 하하……?”

“…….”

“어?”

비명이라도 지르거나 나한테 주먹이라도 갈길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에 없던 상황이 벌어졌다.

“어, 어어, 이, 이은지! 은지야! 야!”

이은지는 갑자기 눈을 까뒤집으며 그대로 주르륵.

말 그대로 바닥에 흘러내렸다.

‘X됐다.’

이대로 설마 죽는 건가부터 시작해서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른 그때였다.

다행히 이은지가 다시 번쩍 눈을 떴다.

“이은호…….”

“어?”

그때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은지가 내 머리카락을 손잡이 잡듯 양쪽으로 붙잡았고, 잠시 후.

난 눈앞이 번쩍였다.

밤하늘에 뜬금없이 해가 떴다.

“억.”

박치기를 당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두개골에 금이라도 간 것처럼 입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

“이 X같은 X새끼야! 숨넘어가는 줄 알았잖아! X새끼야! 장난칠 게 따로 있지! X발 진짜!”

“……그, 억.”

쏟아지는 쌍욕에는 할 말이 없었다.

욕먹을 거 알고 장난친 거였으니까.

근데 얘는 대가리가 진짜 돌인가?

웬 짱돌로 찍은 거보다 더 아파서 말이 안 나온다.

“너희 뭐 하고 있니?”

그때, 골목 끝에서 지금 시각엔 들려선 안 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은지는 씩씩거리다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난 목소리만으로 누군지 곧바로 알았기에 고개를 숙인 채 아픈 이마만 문질렀다.

“은호야, 어디 아프냐?”

고개를 들지 않는 내가 걱정됐는지 대표님이 다가오시며 날 불렀다.

“대, 대표님, 이 시간에 여기는 왜 오셨어요?”

이은지는 본인도 제 죄를―내가 장난만 안 걸었다면 그럴 일 없었을 테지만― 아는 듯, 대표님과 눈도 못 마주치며 물었다.

“오늘 1층 철거를 맡겼거든. 직접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미팅 마치고 와 봤다.”

“아, 아하. 그, 그러셨구나.”

이은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색하게 장단을 맞췄다.

이은지의 반응을 봐서는 솔직히 왜 왔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일단 잔소리 폭탄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고 아무 이야기나 던진 것 같았다.

“너희는 한밤중에 이게 무슨 짓들이지? 왜 길바닥에서 쌈박질을 하고 있을까?”

물론, 이은지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게요―오.”

오.

당장 귀를 틀어막고 싶은 역겨운 이은지의 아양 가득한 말투.

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대표님 표정을 확인해 보려고 그런 건데, 그냥 숙이고 있을 걸 그랬다.

이은지의 강력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은 무시무시하게 이은지와 나를 번갈아 가며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놓아 보아라’라는 눈빛이었다.

‘이래도 실패할 것 같긴 한데…….’

슬슬 얼얼했던 이마도 가라앉았겠다.

나도 이 바깥에서 2시간이 넘는 잔소리 폭탄은 피하고 싶었던지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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