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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55화 (55/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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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잘 마무리했다.

다만 돌아온 차 안의 분위기는 차에 타자마자 불화설이 터지기 일보 직전 상황.

“야, 보라고, 이은지.”

은호가 셔츠의 옷깃을 젖히자 작지만 제대로 퍼런 멍이 든 피부가 드러났다.

“왜 멱살을 쥐어선.”

“내가 쥐고 싶어서 쥐었냐?”

“어쭈?, 당당하시다? 여기 멍 안 보이냐?”

은지는 잘못이 있기는 했는지 휙 고개를 돌렸다.

“안 보이는데.”

“보기나 하고 말하지?”

사고는 엔딩 포즈를 취할 때 일어났다.

쇼케이스를 진행하던 그땐 관객들의 환호에 잊고 있었지만, 차로 돌아온 순간.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욱신거린 통증 때문에 깨달았다.

“사, 사고잖아.”

“사고지. 니가 낸 사고.”

“아, 미안해! 미안하다고!”

“그게 사과냐?”

“쯧.”

은호가 쏘아보자, 은지는 싫은 표정을 드러내며 혀를 찼다.

포즈를 취하던 그때, 은지는 은호 손에 제 몸을 의지해야 하는 자세였다.

하지만 지저분한 바닥과 은호를 본 순간.

하필이면 그때, 연습 당시 종종 엉덩이를 찍힌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약골이 날 제대로 받쳐 들 리가…….’

은지는 도저히 은호를 믿을 수가 없었는지 본능적으로 은호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 과정에서 ‘보석 달린 울X린’이라고 놀렸던 장식이 은호의 뼈를 제대로 때렸고…….

결국 이 상황이 됐다.

“미안. 근데 니가 연습할 때마다 자꾸 넘어뜨려서 생긴 일이잖아.”

“또, 또, 니라고 한다. 또. 내가 니랑 친구냐?”

“내 친구 중에 너같이 못생긴 애 없거든.”

“내가 그런, 하…… 어쨌든 그땐 반쯤은 장난이었잖아.”

“그럼 그 대가가 그거인 거지. 꼬시다!”

“저게 진짜.”

그 순간, 얇지만 핏줄이 도드라진 손 하나가 은호와 은지를 갈랐다.

“얘들아, 무대도 잘해 놓고 왜 또 싸워.”

끼어든 건 같이 차를 탄 클라우드 팀의 리더인 로아였다.

“맞아. 그리고 은지야, 그래도 형님인데 형님한테 ‘니’라고 하면 안 되잖아.”

곁에서 같은 클라우드 팀 오달님이 로아를 거든 그때.

“허?”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던 오달님의 누나인 에나―오별님―가 어이없는 한숨을 터뜨렸다.

“야. 오달, 아무리 그래도 그게 니가 할 말은 아니지.”

“그쪽이랑 은호 형이랑은 다르죠.”

“그쪽? 이 미친 X끼가 어디 누나한테.”

“악! 이 미친 X아! 놔!”

“놔? 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냐?”

음.

은호와 은지는 서로를 당황스럽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 집에 난 불이었는데 얼떨결에 다른 집에 불씨가 번졌고 거기에서 더 큰불이 나고 있었다.

“벼, 별이 언니, 제, 제가 잘못했어요…….”

“아냐. 우리 은지는 잘못한 거 없지. 오달, 이 X놈에 XX끼가 문제지.”

“에나 누님, 그러다 달님이 머리 다 뜯기겠어요…….”

“그거 잘됐네. 오늘 X같은 동생 새끼, 머리카락이랑 같이 버르장머리 다 뜯어 놓으려니까!”

“아아아악! 미친 X아! 놓으라고!”

“오냐, 오늘 그 미친 X한테 대머리 돼 보면 주둥이 얌전히 굴리겠지, 이 XXX끼야."

"입은 지가 더 더러우면서!!!”

“지? 뭐라고? 내가 귀가 안 좋아서, 다시 한 번 말해 보겠니?”

“악! 아악! 아아아악!”

차 안에서는 한참 동안 오달님의 비명이 이어졌다.

그래도 남매는 남매인지…….

그쯤 되면 미안하다고 빌 만도 할 텐데, 한 손에 머리채를 휘어잡는 오별님 만큼이나 오달님의 고집도 보통은 아니었다.

이런 하드한 남매 싸움을 직관하니 비교적 순한 은호와 은지는 거기서 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이어지던 오달님의 비명은 현우가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만요…….’라며 소심하게 입을 열었을 때 겨우 멎었다.

“현우야, 어디쯤이냐?”

“이제 한 5분 뒤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래. 차 안에서 별일은 없었고?”

현우가 힐끔 백미러를 통해 뒤를 보자, 말하지 말라는 건지 날카롭게 쏘아보는 도끼눈 네 쌍과 눈이 맞았다.

무언의 압박이 더해진 도끼눈들을 마주치자 현우는 흠칫하며 백미러에서 눈을 돌렸다.

“예…… 벼, 별일 없습니다.”

“대답이 뭔가 시원찮은데?”

“아, 아뇨. 운전에 집중하느라…….”

“그래? 알았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 지금 이거 애들 다 듣고 있지?”

“네. 스피커입니다.”

“그래.”

현우의 대답에 박 대표는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와중에 오늘 싸움과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증명하듯 모른 척 창밖을 보고 있는 클라우드 리더, 로아.

“차 안에서 싸워서 현우 힘들게 하지 마라, ‘남매들’.”

어, 어떻게 알았지.

은호와 은지, 오달님과 오별님은 서로한테 ‘니가 일렀냐?’라며 조용히 눈치를 줬다.

그런 네 명을 가만히 지켜보던 로아는 턱을 괸 척 옅게 미소를 띤 입을 가렸다.

* * *

―메세지, 왔어요~.

박 대표 휴대폰이 울렸다.

박 대표는 신호에 걸린 틈을 타 방금 도착한 문자를 확인했다.

[여기 남매들 싸워요.]

로아가 보낸 문자였다.

클라우드는 총 8명으로.

한창 시끄럽던 현우의 차에 로아, 에나―오별님―, 오달님.

클라우드 멤버 중 하나인 김인혁의 차에 정현지, 김미은.

마지막으로 박 대표의 차에 김정민, 최영국으로 각각 나뉘어 이동하는 중이었다.

박 대표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흘렸다.

“이 녀석들…….”

박 대표는 곧장 현우한테 전화를 걸었다.

한편, 박 대표의 차 안은 출발 후 5분 이후부터 내내 ‘그릉’, ‘커허어억’ 같은 코 고는 소리뿐이었다.

“차 안에서 싸워서 현우 힘들게 하지 마라, ‘남매들’.”

“네…….”

“현우는 밤이니까 조심히 운전해서 와라.”

“네.”

“끊는다.”

“네! 들어가십시오!”

“그래. 이따 보자.”

통화가 끝난 뒤, 박 대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정말 화가 난 건 아니었는지 박 대표의 입가에 웃음기가 만연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지붕만 한옥인 어느 고깃집 주차장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먼저 들어섰다.

“먼저 가 있어. 회사 이름으로 12명 예약해 뒀다고 하면 자리 알려 줄 거야.”

박 대표의 차를 타고 온 클라우드 맴버 최영국이 눈도 못 뜬 채 먼저 차에서 내렸다.

“어? 사장님은 안 가요?”

김정민도 뒤따라 차에서 내리려다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 있는 박 대표에게 물었다.

“애들 다 오면 그때 들어가마.”

“아하.”

김정민이 알아들었다는 듯 웃었다.

이후 김정민이 최영국에게 이야기를 전했고, 둘은 먼저 고깃집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박 대표는 들어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별 같은 인공위성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매들 때문에 조용할 때가 없구나…….”

한쪽이 조용하다 싶으면 다른 한쪽에서…….

‘대표님! 이은호가!’

‘대표님, 누나가 또!’

‘대표님! 오달이!’

하도 들어선 지 이젠 앙칼진 환청까지 들린다.

‘대표님 시리즈’에 적어도 은호가 없다는 게 그나마 작은 위안거리였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네.”

3년. 아니, 벌써 4년인가.

오별님과 오달님은 은호와 은지를 데려오고 1년 후에 새로 데려온 녀석들이었다.

원래는 은호와 은지처럼 키워 볼 생각으로 데려왔었는데 안타깝게도 오별님과 오달님은 노래나 연기 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었다.

별님 달님 남매가 이구름의 클라우드 연습실에 방문한 날.

두 사람은 연습에 열중한 로아에게 크게 영감을 받았는지 댄스 쪽으로 관심의 깊이와 방향을 틀게 됐다.

‘춤이라. 아이돌을 제안하기엔, 냉정하게 봤을 때 가능성이 좋진 않다.’

박 대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는 사업가였다.

‘가치만 있다면 도박은 해 볼 텐데.’

굳이 답이 뻔히 보이는 곳엔 투자를 안 한다는 말이다.

“내 제자로 기를게요.”

결국 계약을 파기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오별님과 오달님을 거둬들인 건 이구름이었다.

이구름이 거둬들인다면 그 아이들은 여전히 박 대표의 품이었다.

이구름의 학원은 이하늘과 마찬가지로 NRY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아카데미.

즉, 박 대표가 절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오별님과 오달님은 소속 그룹의 이름만 바뀔 뿐이니까.

다만, 냉정하게 따지자면 이러나저러나 손해는 있었다.

“걔들, 그래도 열심히 했잖아요. 그리고 다른 것보다 여기서는 꽤 대표님이 말하는 재능이라는 게 보이는 것 같거든요.”

이구름의 이야기는 박 대표의 연민과 고민을 건드리기엔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다년간 여러 팀을 길러 보면서 TaKa 엔터테인먼트처럼 댄스 팀을 비롯한 안무가는 고정으로 있는 게 좋았다.

특히 몸집을 키워 갈 생각이라면 더더욱.

박 대표는 자신을 설득하며 답을 내렸다.

“그래. 한번 키워 봐.”

그 간단한 대답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선생이 어린 나이에 이미 탑급에 자리한 유명한 이구름이기 때문이었을까.

오별님은 ‘에나’라는 활동명으로, 오달님은 본명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춤으로 상을 쓸어 왔다.

남매에게 전혀 기대하는 바가 없었던 박 대표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나아가지 못하던 당시의 은호와는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비슷한 ‘남매’이기에 비교가 됐다.

‘왔네.’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고깃집 주차장으로 익숙한 밴 하나가 들어섰다.

박 대표는 은호가 타 있는 밴을 보며 처음 발전한 모습을 마주쳤던 녹음실을 떠올렸다.

“어, 대표님, 먼저 들어가 계신 거 아니셨어요?”

“금방 온다고 해서, 너희한테 할 말도 있고 해서 기다렸다.”

할 말이라는 말에 은호가 조금 흠칫한 기색을 보였다.

그동안 현우는 시동을 껐다.

“나와 계셨네요.”

“남매들한테 할 말이 있어서.”

“아…….”

“영국이랑 정민이는 먼저 들어가 있을 거야. 가 있어.”

“네.”

은호 다음으로 차에서 내린 로아는 눈치껏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곧이어 오별님과 은지가 밴에서 폴짝 뛰어내린 그때.

“얘들아.”

“갸악!”

기겁하며 비명은 지른 건 오별님이었다.

대표님보다 오별님의 비명에 더 놀란 은지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비틀거렸다.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하는 줄 알았겠다, 별님아.”

“에, 에나예요!”

“에나는 X랄.”

별님이 괜히 발끈하며 소리치고 있을 때 오달님이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달님이, 너도 입이 험했구나.”

“대, 대표님이 여기 왜 있어요……?”

“하하, 있으면 안 되냐?”

사각지대를 벗어나자마자 보인 박 대표를 보며 오달님은 뻣뻣하게 굳었다.

있는지 정말 전혀 몰랐다는 걸 증명하듯 얼빠진 얼굴이었다.

“현우는 이거 들고 먼저 가 있고, 너희 남매들 잠깐 이리 와 봐.”

* * *

“어, 누나.”

“대표님은?”

로아가 창호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오자 먼저 기다리고 있던 김정민이 물었다.

로아는 힐끔 문밖을 보다 고개를 저으며 최영국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다른 사람들은?”

“오래 걸릴 거야.”

“왜요?”

김정민이 계속 질문 세례를 퍼붓자, 로아는 푹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은호랑 은지가 싸우다가 별 달 남매도 불붙었거든.”

“걔들은 또 왜…….”

“그래서 내가 대표님한테 일렀어.”

“아이고. 오래 걸리겠네.”

“당연히.”

은호와 은지의 싸움만큼이나 흔한 일이었는지 김정민도 로아를 따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저희 먼저 먹고 있을까요?”

로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기다려. 법인 카드 들고 계신 물주님께서 아직 안 오셨잖아.”

“저, 법인 카드는 가지고 왔는데…….”

때마침 그때 현우가 무광의 검은 카드를 들고 창호지 문을 열었다.

로아는 오늘 처음으로 맑게 웃으며 말했다.

“법인 카드님 오셨으니까, 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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