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54)
지금까진 평범한 버스킹인 척 노래하고 있었지만 사실 모두 처음부터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미끼용 곡들이었다.
오늘 이 버스킹은 처음부터 끝까지 데뷔곡인 이 ‘듀오’를 알리기 위해 준비된 거니까.
사실 우린 이전에 이미 로 데뷔를 하긴 했지만, 그건 뭐랄까.
사람들한테는 가 ‘E-UNG’이라는 우리 그룹의 곡보다는 <그는 1+1=1> OST라고만 아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그게 우리 곡인 줄도 우리의 그룹명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 익숙한 히트곡 덕분에 오늘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모였으니까.’
이은지랑 난 서로 무덤덤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세를 잡았다.
원래라면 등을 맞대고 앉는 자세였지만, 이구름 선생님 몰래 우린 합의로 어깨만 닿게 맞췄다.
주변을 둘러보자 카메라를 든 기자님들 외에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우리가 뭔가 보여 주길 기대하는 많은 시선들이 보였다.
고개를 뻗자 넓은 원임에도 불구하고, 족히 네 겹은 될 만큼 사람들이 몰려 있다.
우리가 를 불렀다는 건 이미 알려졌다.
그러니까…….
이번엔 제대로 E-UNG가 우리라는 걸 알리면 돼.
* * *
쏴아―
시원한 파도 소리 뒤로 15초 정도 되는 짧은, 과의 연결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인트로 곡이 재생됐다.
Same day, Same time
Same day other……
퇴폐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건반.
리드미컬한 베이스 드럼이 얹어진 리듬 위로 익숙하지 않은, 숨소리가 짙은 은호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녹음할 땐 감정에 집중해서 괜찮았는데…….’
이런 맨정신에 직접 들으려니, 솔직히 좀 힘들었다.
치지직―
다행히 듣기 힘든 내 목소리는 고장 난 라디오의 노이즈 소리와 같이 끊어졌다.
아 이런
현실이 닥쳐와
이번엔 이은지 목소리.
등 뒤로 닿아 있는 이은지 어깨가 움찔거렸다.
얘도 나처럼 자기가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나 보다.
찾은 방 안이 비어 있네
쿵
묵직한 무언가가 내려찍는 소리를 끝으로 인트로 곡은 끝났다.
이어서 진짜 ‘듀오’의 인트로가 나왔다.
쿵― 쿵쿵
키잉, 지즈즈징
익숙한 베이스 드럼과 와글 베이스를 시작으로, 이은지랑 난 지난 몇 주간 연습한 대로 본능에 맡긴 채 몸을 움직였다.
맞대고 있던 어깨를 떨어뜨린 후 같은 자세로 재빠르게 바닥을 짚고 방향을 정면으로 돌렸다.
‘하나.’
‘둘.’
속으로 수를 세고, 어깨에 줄이라도 걸려 있는 듯 은지와 은호는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똑같이 삐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중하자.’
‘실수하지 말자.’
몰입과 동시에 둘의 눈동자가 공허해졌다.
죽어 버린 눈 속에는 빛조차 들지 않았다.
인트로가 넘어가자 와글 베이스가 사라지고 심장 소리처럼 베이스 드럼의 쿵쿵거림만 남았다.
“예쁜데, 좀, 무, 무섭다.”
“뭔가 줄에 걸린 인형 같애.”
비슷하게 생긴 외모 탓일까.
뻣뻣한 은호와 은지의 움직임은 살짝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스네어 드럼이 얹어지고 첫 벌스에 들어선 그 순간.
죽어 있던 은호의 눈에 쓸쓸한 빛이 어렸다.
나 꿈을 꿨는데
네가 사라진 꿈이었어
구경하던 관객들과 기자는 헛숨을 들이켰다.
왠지 이상해
공간이 고요해
특히, 처음에 ‘동생에 비해 매력이 없다’라고 판단했던 기자는 더더욱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얼얼한 기분이었다.
“이건…….”
첫 번째 곡에는 이은지의 목소리에 놀랐고, 두 번째 곡에는 이은호의 스킬에 감탄했다.
세 번째 곡에는 부담될 만한 선배의 곡일 텐데, 잘하네.
네 번째, 다섯 번째 곡을 부를 땐, 특별히 감탄이 나올 부분은 없었다.
그냥 이전에 판단했던 대로, ‘잘하는 애들이네’ 이 정도가 끝이었다.
‘소름 돋아…….’
평범하고 듣기 좋은 딱 그 정도.
하지만 거기에 차분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한이 서리자, 이은호의 노래는 귀가 아니라 심장을 건드렸다.
은호는 할 일을 끝마친 듯 리듬에 맞춰 유연하게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그때, 짧은 탄식을 뱉으며 은지가 손을 들어 제 눈을 가렸다.
아―
이런, 현실이 닥쳐와
문득 돌아본 옆이 비어 있네
뒤는 은지가 이어 갔다.
모든 걸 잃었다.
하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에 담담하다.
짧은 가사에 은지 나름 복잡한 마음을 담자 울적하지만 슬프지 않은 묘한 소리가 됐다.
은호와는 또 다른 감정이 담긴 노랫말이었다.
신발도 두 짝이 하나인데 하나로는 나가질 못해
날카로운 길 위로 걸음을 못 해
은지는 발걸음을 뻗으려다 앞에 날카로운 무언가 있는지 멈칫한 발끝을 한 걸음 뒤로 물렸다.
동시에 손등으로는 제 이마를 짚었다.
이게 현실이라면 꿈이길 바랐어
곧 이마를 가린 손은 그대로 뒤집혀서 은지의 눈을 가렸다.
툭.
은지는 눈을 가린 채 고개를 기울였다.
(이게 현실이라면 꿈이길 바랐어)
조금 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MR 속 은지의 목소리가 반복됐다.
은호는 멀어진 거리를 좁혔다.
꿈인 줄 알았는데
팔을 뻗어 흘러내리는 은지의 몸을 바로 세웠다.
은지는 여전히 한 손을 들어 눈을 가린 채 은호가 붙잡은 팔에 매달려 있었다.
은지의 손목이 은호가 당기는 방향을 따라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꿈이길 바랐는데
그때였다.
검은 후드를 입은 댄서가 두 사람의 손을 끊자 다른 일곱 쌍의 검은 손이 은지를 가려 버렸다.
손의 주인들은 서로를 털끝 하나 못 보게 하려는지.
삐걱거리는 움직임이었지만 재빠르게 은지와 은호 사이에 벽을 만들었다.
무대에 푹 빠져 있던 기자는 흠칫 놀라며 어깨를 떨었다.
이 문 너머의 넌 왜 대답이 없을까
나 꿈을 꿨는데, 네가 사라진 꿈이었어
은호는 그 너머를 보듯 씁쓸하게 가사를 삼켰다.
이번엔 은호가 왼손을 들어 이전에 은지가 그랬던 것처럼 제 눈을 가렸다.
그래서 눈을 떴는데, 왜 난 아직 꿈일까
금세 팔을 당겨 한쪽 눈을 드러냈지만, 이내 오른손이 다시 눈을 가렸다.
아, 이런
현실이 닥쳐와
꿈이라면 깨게 해 줘
아니라면 꾸게 해 줘
뒤로 빠져 있던 은지가 검은 손에서 벗어나 은호와 똑같이 눈을 가린 채 칼 같이 박자에 맞춰 똑같은 스텝을 밟았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우린 항상 함께였어
손을 맞잡고 맞서 왔어
바뀐 리듬에 맞춰 두 사람은 가렸던 눈을 드러냈다.
연인 같은 분위기가 날 법한 간지러운 가사였지만 은지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너무 순수해서 그런 느낌은 오히려 적었다.
빠져나온 와이셔츠가 펄럭이며 은지의 부족한 움직임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은호는 비어 있는 다른 손을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댄스 팀이 악몽을 형상화한 반대쪽으로 뻗었다.
뻗어 오는 은호의 손에 맞춰 형상화된 악몽에서도 섬뜩한 수많은 검은 손들이 다가왔다.
그런데 오늘 넌
연기를 흐트러뜨리듯 무심한 은호의 손짓에 뻗어 오던 검은 손들이 사라졌다.
검은 후드들은 순식간에 흩어져서 은호의 주변에서 대형을 갖췄다.
넌 왜 말이 없어
검은 후드를 쓴 댄서는 은호의 움직이는 손끝을 따라 인형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아, 이런
방금까지 해맑게 웃고 있던 은지가 싸늘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다시 중앙에 섰다.
현실이 닥쳐와
개방되어 있던 눈이 다시 가려지고, 그동안 은호는 은지와 등을 맞댄 채 은지의 행동을 따라 했다.
밝은 의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자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쿵.
묵직한 베이스 드럼이 멎자 은지가 몸을 틀었다.
‘와.’
눈 깜짝할 사이에 은지가 있던 자리에 은호가 있자, 몇몇 관객들은 놀라며 감탄을 흘렸다.
찾은 방 안이, 비어 있네
은호가 손가락을 벌려 차분한 눈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단체로 움직이던 검은 후드들이 둘과 여섯으로 나뉘었다.
그림자처럼 붙어 있던 은지와 은호도 무대를 양쪽으로 갈라섰다.
꿈인 줄 알았는데, 꿈이길 바랐는데
이 문 너머의 넌, 왜 대답이 없을까
쿵쿵
베이스 드럼에 맞춰 은지는 주먹을 들어 허공을 두드렸다.
항상 돌아오던 ‘왜?’라는 대답이 들리지 않아
슬퍼, 여기 조용히 비어 버린 방 안이 고요해
은지에 뒤에 선 검은 후드들이 은지의 손을 막자, 은지는 그들을 밀어냈다.
쿵쿵
문을 열어 주던 다정한 네 손이 보이질 않아
울어, 항상 짝이던 우리 것이 하나만 남아서
은지가 문을 두드리는 동안.
여섯 명의 검은 후드들이 은지에게 그랬듯 이번엔 은호의 눈을 가리려고 했다.
꿈인 줄 알았는데, 꿈이길 바랐는데
이 문 너머의 넌 왜 대답이 없을까
은호는 검은 손이 다가오는 족족 그 손들을 막고 밀어냈다.
하지만 끝내 검은 손은 은호를 집어삼켰다.
은호가 기도를 올리자 검은 손들은 그 기도하는 손마저 갈라냈다.
은호는 납치라도 당하듯 억압당한 채 검은 후드들에게 갇혀 버렸다.
찬 바람 부는 옥탑방
여기 홀로 달을 바라봐
은지가 천천히 은호에게 다가가자 절대 풀어질 것 같지 않던 검은 벽이 갈라졌다.
네가 오기를 바라서, 꿈을 꾸기를 바라며
은호와 은지는 손 대신 팔을 잡고 느려진 리듬에 맞춰 왈츠 스텝을 밟았다.
멀리에서 화려하게 손을 펼치고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졌을 때, 노래는 끝에 다다라 있었다.
거기 그대로
은지가 은호의 어깨에 팔을 걸고, 은호는 신호에 맞춰 은지의 허리를 받쳐 들었다.
여기 그대로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바쁘게 터졌다.
그동안 플래시가 터지는 게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큰 환호가 이어졌다.
가슴이 벅찬 기분이었다.
약간의 사고가 있었던 엔딩 포즈를 잠시나마 잊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TV 속 연예인들이 콘서트 끝에 소감을 말할 때,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 자리에 있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감사하다’라는 말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이 자리에 남아 우리 무대를 봐 주신 것도.
이렇게 큰 환호를 해 주시는 것도.
“저희는 E-UNG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 * *
―[얘들아 나 좀 살려 줘. 제목 가수 이름 뭐든 좋아 정보 헬프 ㅠㅠ]
홍대 놀이터에서 커플 듀엣 (동영상)
민스타에서 보자마자 꽂혔는데!!! 영상 화질이 구려서 이름 쓰여 있는 거 글씨가 안 보여ㅠㅠㅠ
댓글 32
[헐. 우리 EG 좋아해 줘서 고마워 ㅠㅠㅠ]
└ [E-UNG 팬 카페인데 이번에 CK 매거진에서 나온 화보도 있어!!!]
『 E―G 』 E-UNG 팬 카페 입니다. (링크)
└ [헣러허헐 화보 쩐다.]
[되게 닮은 커플이네.]
└ [ㄴㄴ 큰일 날 소리.]
└ [왜? 잘 어울리는데]
└ [둘이 남매래.]
└ [헐. 아 그럼 ㅇㅈ]
└ [ㅁㅊ 내 오빠 놈이 저런 얼굴이었으면]
└ [ㅋㅌㅋㅋㅌㅌㅋㅋㅌㅋㅋㅌㅌㅋ]
└ [ㅁㅊ 내 동생 년이 저런 얼굴이었으면]
└ [ㅋㅋㅋㅋ너희 남매야?ㅋㅋㅋㅋㅋ]
└ [ㅋㄱㅋㅋㄱㅋㄱ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