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6)
영상
오튜브 촬영은 2차 버스킹 공연을 준비하던 그날.
대표님이 어디선가 G프로 카메라를 구해 온 그때부터였다.
“뭐 해?”
“뭐 하긴, 당연히 사운드 편곡 중이…….”
이은지는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대답하던 입을 멈췄다.
“그건 또 뭐야.”
“카메라.”
“카메라?”
“어.”
“오튜브에 올린다던 그거?”
“어.”
이은지가 싸늘하게 날 노려봤다.
“신경 쓰여?”
“안 쓰이겠냐?”
“하하.”
“웃지만 말고, 집중해야 하니까 나가.”
은지의 검지가 방문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대로 나갈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조금만 찍자.”
“아, 왜!”
부탁과 함께 카메라를 들이밀자 이은지는 목소리를 올렸다.
이런 이은지에게 허락다운 허락을 얻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회귀 전의 나라는 조건에선 그랬다.
“멋있어 보이잖아.”
“누가?”
“니가.”
그때의 나라면 이런 입에 발린 소리는 절대 못 하던 성격이었으니까.
“아우! 왜 X랄이야.”
이은지는 팔뚝을 거칠게 비비면서도 칭찬은 좋은 모양인지 입은 웃고 있었다.
“찍게 해 줘. 조금만 찍고 갈게.”
다시 한 번 더 부탁하자, 이은지는 푹 한숨을 쉬더니 신경질적으로 다시 화면을 돌아봤다.
혹시 거절인가?
“……알았어. 찍을 거면 조용히 찍어.”
“알겠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조금 전 입에 발린 소리가 마음을 돌린 모양이다.
♬♬♪♬
카메라에 이은지의 모습을 담았다.
찍을 거면 조용히 찍으라던 이은지의 요구대로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조용히 찍기만 했다.
그렇게 흘러가는 멜로디 위로 사운드를 덮어 가는 이은지의 모습을 담았다.
‘앞으로 2년이었던가, 3년이었던가…….’
회귀 전엔 나도 이런 비싼 카메라로 일상을 담는 일은 방송국이나 별난 놈들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들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 이런 고가의 장비도 방송국뿐만 아니라 개인에게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더랬다.
까만 고프로 카메라를 보고 있으니 회귀 전 그 시간이 기억났다.
한창 브이로그가 유행하던 그 무렵.
그때 처음 일상 브이로그를 제안했던 건 내가 아니라 이은지였다.
이은지가 ‘우리도 남매 브이로그를 찍어 보자’라며 제안했던 그때.
내 대답은 이랬다.
「“나같이 망한 놈 일상을 대체 누가 본다고.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일기는 일기장에나 써라.”」
그게 얼마나 큰 파급력을 부를지 전혀 몰랐던 탓에 그런 바보 같은 대답을 했다.
결국 이은지는 혼자서 자신의 채널, ‘이은 G’를 열었다.
그리고 그 채널의 구독자 수는 이은지의 노래가 뜰 무렵부터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금세 260만 명을 돌파했다.
말도 안 되는 성장세였다.
260만 명이 구독 중인 ‘이은 G’ 채널의 수익은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벌어들였다.
‘이은 G’의 개인 채널은 회사 소속도 아니었다.
채널이 만 명을 넘길 즈음, 대표님이 은지에게 미리 ‘욕심부리지 않겠다.’며 채널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이은지에게 돌린다는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거절했던 그것이 내 발목을 비틀어 버릴 줄은 몰랐다.
이은지가 세상을 떠난 후.
온갖 채널에서.
심지어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소식지 기자들이 멋대로 나를 ‘동생 재산에 눈 돌아간 미친X’으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후에는 직접 입을 열어 소리를 냈지만, 내가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주변은 더 시끄러워졌다.
소문의 힘은 무섭게 번져 갔다.
우리가 소속된 박 대표님의 NRY 엔터테인먼트 역시 안전하진 않았다.
나는 그때 이 ‘영상’의 힘을 깨달았다.
알았지만 너무 늦어 버렸기도 했다.
우리가 시작하기엔 이미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때였으니까.
그래서였다.
‘우리를 더 알리고 뜨게 해 줄 콘텐츠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난 깊게 각인됐던 힘듦이 있었기에, 자연히 이은지의 개인 채널의 성장력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엔 선두 주자로 몇 수 앞을 내다보자고.’
그동안 편곡에 집중한 이은지의 손은 바쁘게 건반과 마우스를 오갔다.
단순한 웃음소리였던 소스가 왜곡에 왜곡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희한한 사운드가 되어 스냅을 대신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걸 숨 쉬듯 뽑아내는지.’
카메라에 담긴 이은지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해졌다.
평소의 장난치기 좋아하고 싹수없던 내 동생의 흔적은 얼굴에만 남아 있었다.
감탄하며 이은지가 찍어 낸 튀는 리듬을 감상하던 그때였다.
“이은호.”
“아, 깜짝이야.”
갑자기 뒤돌아봐서 도둑질이라도 한 것처럼 흠칫 놀라 버렸다.
“하하, 왜 그렇게 놀라. 그보다 이것 좀 찍어 봐.”
“뭐, 아깐 찍지 말라며?”
“아, 그럼 내 방에서 나가.”
“알았어, 알았어. 찍어 줄게. 변덕은.”
이은지가 가리킨 화면을 찍으려 다가가는 그때였다.
뭔가 은지가 불쾌하리만큼 히죽거렸다.
화면을 본 순간.
왜 굳이 찍어 달라고 했는지 보자마자 딱 알 수 있었다.
“넌 왜 재능을 이런 데다 쏟냐?”
미디 프로그램 창 안에 웬 생선 대가리 그림과 함께 옆에는 ‘이은호 얼굴’이라고 글귀까지 완벽하게 쓰여 있었다.
“야.”
“왜?”
“옆에 호박도 그려 줘.”
“왜?”
“니 얼굴이니까. 어억!”
이은지가 날린 주먹에 옆구리를 붙들며 신음했다.
하지만 대답에 돌아온 반응이 상상했던 그대로여서 웃음이 실실 터졌다.
“복수다.”
난 카메라 방향을 바꿔서 이은지의 폭탄 맞은 방 안을 촬영했다.
아직 뭘 하는지 눈치채지 못한 건지, 이은지는 고개를 기울이며 얼굴에 의문을 드러냈다.
“아! 이은호!”
방 안을 절반쯤 촬영한 그때였다.
이은지는 그제야 내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눈치챈 듯 의자에서 일어났다.
뒤늦게 카메라를 가렸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미 다 찍었지롱.”
그때였다.
손바닥 하나가 얼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아하핰.”
“아악! 지워!”
“나 지울 줄 모르는데? 하하하!”
“카메라 가져와!”
얼굴을 짓이기려는 이은지 손을 피해, 난 내 방으로 도망쳤다.
* * *
“……하아.”
은호가 놓고 간 카메라 속 영상을 보던 박 대표는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흘렸다.
카메라 앞이라고 얘들이 갑자기 어른스러워질 리 없다고는 먼저 예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평소 그대로 찍을 줄은 몰랐지…….’
박 대표는 키보드 단축키를 이용해 가며 왕년의 재빠른 편집 기술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멋있어 보이잖아.
―누가?
―니가.
―아우! 왜 X랄이야!
딸깍. 딸깍.
―니가.
―……알았어.
마우스 클릭과 키보드 단축기 몇 번으로 은지의 욕설이 사라지고 대답하는 부분이 연결됐다.
박 대표는 영상 속 미디 창으로 한 장난들을 들어내고 은지가 멋있게 작업하는 모습만 남겼다.
‘흐음…….’
그렇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다 쳐 낸 후 완성된 영상을 점검하는데.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난장판이긴 해도 초본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성격을 더 잘 보여 주는 느낌이기 때문이었을까.
은호와 은지는 바깥에서 하는 행동과 본인들의 울타리 속에서 하는 행동이 극과 극으로 차이가 난다.
특히, 최근 은호를 보면 바깥에서 은지의 보호자 역할과 더불어 싫은 사람에게도 웃으며 사회생활을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다 은지가 페이옵 작곡가와 작업 중에 단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했지…….’
박 대표는 페이옵 작곡가와의 ‘불협화음’을 정확히 알기 위해, 그 당시 함께 작업을 했던 유종우 기사에게 연락을 해 봤었다.
그리고 자세한 상황을 알게 됐을 때.
“은지가…… 그렇게 압박하는 데도 녹음을 계속했다고요?”
박 대표는 페이옵에게 분노하는 것도 잠시. 은지의 행동에 진심으로 놀랐다.
평소 은지였다면 그 자리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소리치고 뛰쳐나올 줄 알았으니까.
―은호 씨가 중간중간 은지 씨를 진정시키려고 많이 저도 은호 씨가 출근할 때마다 챙겨 준 커피 덕에 어떻게 버텼으니까요.
은호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한 번.
은지가 그런 압박에도 단 한 번도 화를 터뜨리지 않은 점에 또 한 번.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유종우 기사의 이야기에 박 대표는 여러 차례 놀란 헛숨을 들이켰다.
‘예전엔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인데…….’
은호가 상상 이상으로 크게 달라졌다고 확실히 느낀 건 그때부터였다.
은호가 변하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은지 또한 변했다.
은지는 은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항상 벽을 세웠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만큼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항상 고슴도치처럼 바짝 가시를 세우고 주변을 경계했다.
말이 경계지, 은지는 항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하지만 최근 은지는 은호를 흉내 내듯 나름대로 관계의 ‘선’을 잡아갔다.
‘마냥 꼬맹이 같던 그 녀석들이 벌써 이렇게 성장했구나.’
박 대표는 편집한 영상을 저장하더니 다시 편집하기 전의 초본 영상을 화면에 띄웠다.
다정한 시선으로 영상을 바라보는 박 대표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야.
―왜?
―옆에 호박도 그려 줘.
―왜?
―니 얼굴이니까. 어억! 복수다.
―아! 이은호!
하하하.
화면에 생선 대가리 모양의 미디 창이 비치자 박 대표는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옷 폭탄이 터진 듯 난장판이 따로 없는 은지의 방이 비춰지자 박 대표는 웃는 얼굴로 짧은 한숨을 쉬며 바삐 손을 움직였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기숙사 대청소 날을 잡아야겠어…….’
다시 한 번 재생한 영상은 은지의 방을 비추는 장면 대신 한 마리의 고양이가 화면을 메웠다.
은지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넣은, 박 대표가 기르는 삼색 고양이 영상이었다.
―이미 다 찍었지롱. 아하핰.
―아악! 지워!
―나 지울 줄 모르는데? 하하하!
고양이가 사라진 이후, 영상은 은호가 도망치고 있는 건지 화면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게 또 나름대로 박진감이 있기에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장면이었다.
‘난장판이긴 해도…….’
역시 잘 편집한 영상보다는 이쪽이 더 두 사람의 일상을 더 잘 보여 줬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앞으로 두 사람의 깔끔한 활동을 위해 잘 편집된 ‘좋은’ 영상을 올릴지…….
‘어차피 방송에는 ‘좋은’ 모습만 알려질 텐데…….’
박 대표는 의자에 등을 파묻은 채 사업가로서 냉정히 생각에 잠겼다.
약 한 시간 후.
새로 개설된 ‘NRY Entertainment’ 오튜브 채널에는 한 영상이 개시됐다.
[‘E-UNG’ 찐 친남매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