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화 (1/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

남매

“니들도 이번 곡 둘이 같이 남매 2인조로 데뷔하는 건 어떻냐?”

“예?”

2014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1위를 거머쥐고 데뷔한 ‘남매뮤지션’.

그 두 사람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 남매를 데리고 있는 대표님도 혹한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우리가 매일 쥐어뜯고 싸우는 걸 뻔히 아시는 분이,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셨을 리는 없을 테니까.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하필 준비된 곡들이 죄다 사랑 노래였던 게 문제였다.

“절대 싫어요! 토 쏠리게 역겨워요!”

“야, 나야말로 극혐이야.”

“이 빻은 면상을 보고 사랑 노래? 우웩!”

“이은지, 오빠한―.”

“응. X이나 드세요. 오빠 새끼.”

박 대표의 시선에서 보이는 거울처럼 똑 닮은 남녀.

이은호와 이은지.

두 사람은 하나가 물어뜯겨야 얌전해지는, 사이 나쁜 사냥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은지야, 그래도 오빠한테 토 쏠린다니.”

“전 괜찮습니다.”

개가 짖는 건 당연한 거니까.

옆에서 따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쏘아보는 이은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일상이라, 나는 이은지를 무시하며 대표님을 돌아봤다.

이야기를 꺼낸 대표는 난감해하는 얼굴로 크게 한숨을 뱉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그는 이마를 짚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요즘 남매뮤지션 알지.”

“알죠.”

순둥하게 생겨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당당히 1위 하고, 심지어 남매가 함께 데뷔까지.

“나는 남매로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더라고.”

“거긴 오빠가 저런 X새끼가 아니라 착하잖아요. 일단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딱히 말을 덧붙일 생각은 없었는데, 미친개가 짖는 소리를 무시하고 넘길 수 없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거긴 귀엽기라도 하지, 넌…….”

“한마디라도 더 하기만 해 봐. 그 주둥이 쭉 찢어 버린다.”

“응, 했음. 찢어 보시든지.”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이은지가 날뛰려던 순간.

“그만, 그만.”

이제 익숙해졌다는 듯, 대표님은 우리 사이를 파일로 가로막으며 한숨을 쏟아 냈다.

“너희는 눈매 때문에 가뜩이나 인상도 사나운데…….”

“아무튼, 싫어요.”

“대표님께서 강제하시면 어쩔 수 없이 하기야 하겠지만, 저도 싫습니다.”

대표는 사이를 가로막은 파일을 거둬들이며 손을 저었다.

“됐다. 됐어. 내가 차라리 방송국에 독을 풀지.”

방송 사고가 더 나겠구나 싶었는지, 대표는 포기를 의미하는 한숨을 내뿜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라는 존재는 이름은커녕 살아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이은호, 이은지 남매.

길다면 길겠지만, 두 사람은 비교적 다른 아이돌들에 비해서는 짧은 3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치며,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다.

* * *

3년 전.

“초졸……은 조금 그렇지 않나?”

“끼가 없네, 끼가.”

“노래를 잘하긴 하는데, 좀…….”

“너무 튀는 데다 인상이 사나워서 그룹에 넣기도 애매하네.”

“음, 가지고 온 곡도 직접 만든 건 아니라고 했었지?”

“혼자 쓰자니 능력은 노래밖에 없고…….”

“개성은 있는데, 상업성이 있는 곡은 안 어울릴 것 같네.”

오디션 자리에 설 때마다 쏟아지는 혹평.

‘혹시 모르니까.’

탈락이 빤히 보이는 와중에도 좋게 보이려고, 좋게 남으려고 강제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항상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한 것도 없는데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뭐래?”

TaKa 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을 마치고 나오자, 로비에서 기다리던 이은지가 달려오며 물었다.

“뭘?”

“내 노래!”

“상업성이 없다던데.”

이은지 미간에 사나운 주름이 생겼다.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부른 곡들은 전부 이은지가 만든 곡이었다.

“됐어! 오빠, 다른 곳도 보면 되지. 남는 게 시간인데.”

“그렇지.”

쏟아지는 혹평에 긴장했던 어깨가 그제야 겨우 풀어졌다.

오디션 때마다 여러 차례 들은 혹평이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은지 덕분이 컸다.

누가 더 물어뜯나를 내기하듯. 겉으로는 항상 사이가 나빠 보였지만, 그건 우리가 그만큼 가깝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부모란 존재는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단둘이서 세상을 살아 온 지 15년이 지났다.

우리는 세상에 둘만 남은, 서로밖에 없는, 서로만 믿고 의지하는 가족이었다.

화려한 사옥을 자랑하는 TaKa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나온 뒤.

나는 갑갑했던 폐 속에 가득 공기를 밀어 넣었다.

그때였다.

“거기.”

이은지와 같이 목소리가 들린 뒤를 돌아봤다.

90년대쯤 입었을 것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장.

얼굴은 이제 막 40대를 넘어가는 것 같은 중년 남자였다.

“몇 살이니?”

“저요?”

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일곱 살인데요. 왜요?”

이은지가 대답하자 남자의 눈이 빛났다.

이은지는 이상한 사람이라도 본 듯 고개를 빼며 싫은 티를 비쳤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란다.”

그는 지갑 같은 것을 뒤적이더니 작은 하얀 종이쪽지를 꺼내서 이은지에게 건넸다.

「NRY 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 박창석」

목을 빼며 같이 확인한 종이의 정체는 명함이었다.

이은지는 눈썹을 비틀어 올리더니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난 연예인 관심 없는데요.”

“아, 그러니?”

그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쳐 가던 그때였다.

“대신 우리 오빠는 가수 하고 싶어 해요.”

이은지에게만 꽂혀 있던 대표의 시선이 나한테 옮겨 왔다.

왠지 밀려오는 패배감에 그 눈을 피할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지는 것 같은 기분이 싫었다.

그래서 뻔뻔하게 그 남자를 바라봤다.

“너도 눈빛이 좋네. 둘 다 생각 있으면 내일 명함에 있는 사옥으로 와. 고기 사 줄게.”

어린 시절에 낯선 사람을 함부로 따라가지 말라는 말을 동네 아저씨에게 들은 적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성인이고, 이은지는 워낙에 폭력적인 애라 큰 걱정이 없었다.

“여긴가?”

“맞는 거 같은데.”

다음 날.

이은지는 ‘고기 사 줄게.’라는 말에, 나는 엔터테인먼트에 홀려서 여기까지 왔다.

찜질방에서 자고 온 냄새를 폴폴 풍기며 도착한 회사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여기가 회사야?”

평범한 주택가의 한 골목 안.

낡은 가정집을 희게 페인트칠만 해 둔 ‘사옥’을 보며 이은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못 온 건가 생각했지만, 주소지 아래 붙은 「NRY 엔터테인먼트」 간판은 이곳이 맞다 재차 알려 주고 있었다.

“맞나 본데.”

간판을 보며 대답하자, 이은지는 입술을 삐죽이며 은근히 불만을 드러냈다.

NRY 엔터테인먼트와 박창석 대표의 첫인상은 냉정하게 말해서 나쁜 편이었다.

‘사기꾼이 아닐까.’

진심으로 그렇게 의심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남는 생활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박창석 대표와의 만남은 인생을 바꿀 계기였다.

* * *

“초졸은, 살아가는 데 힘들 거야. 검정고시부터 시작하자.”

“보컬 수업은요?”

“그것도 하고.”

너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눈치챈 듯 대표의 한쪽 눈썹이 의미심장하게 기울어졌다.

“이것도 못 하면 가수는 무슨, 때려치워.”

이어지는 대표의 한마디에 나는 버럭 소리치며 대답했다.

“해요! 누가 안 한 대요?”

“그래. 그래야지. 은지는 은호도 하는데, 못한다고 할 건 아니지?”

미묘하게 성질을 긁으며 승리욕을 자극하는 한마디.

박 대표는 무엇보다 우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잘 알았다.

“전 애초부터 할 거였거든요!”

‘3년.’

코피 쏟을 만큼 공부도 해 보고.

그만큼 연습도, 레슨도 게을리하지 않은, 살면서 가장 잘 살았구나 싶었던 시간.

* * *

“이거 봐라, 나 선물 받았어! 편지에 스티커, 미친 X나 귀여워!”

“데뷔도 했는데 말 좀 조심해라.”

“부럽냐?”

“아, 치워.”

“부럽지? 솔직히 말해 봐.”

“X까.”

“대표님한테 일러야지. 오빠, ‘X까’라고 했다고.”

“그러시든가.”

대표의 제안은 무산되고 우리는 각자 데뷔하게 됐다.

나는 첫 성적치고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은지는…….

“언니, 사랑해요!”

각자 차량으로 향하던 그때.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렸다.

가정집을 개조한 이 사옥 앞에도 팬들이 찾아왔다.

‘물론 항상 이은지 팬이지만…….’

나는 이름조차 모르거나 가수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알아도 ‘은지 언니의 오빠’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빠!”

그때 본인 차량으로 달려가던 이은지가 이쪽으로 되돌아왔다.

“뭐.”

“손 내놔 봐.”

“왜.”

“아, 좀 내놔 봐.”

펼친 손바닥 위에 이은지는 비닐 소리가 나는 뭔가를 건넸다.

그러고는 말 한마디 없이 씩 웃으며 다시 제 차량으로 달려갔다.

뒤늦게 손바닥을 보니 팬분께 선물로 받은 건지, 외국어로 쓰인 처음 보는 초콜릿이 하나 놓여 있었다.

‘새끼.’

입에 초콜릿을 까 넣으니 가라앉던 기분이 당 때문에 강제로 높아졌다.

뭐같이 싸워도 이런 거 보면 그냥 가족이구나 싶다.

이어지는 이은지의 성공 신화에 대표님은 낡은 가정집을 개조한 사옥을 떠나, 신사옥을 새로 세웠다.

내가 신사옥의 기둥 하나를 세웠다면, 이 토지랑 높은 층은 이은지가 다 지은 수준의 성적 차였다.

이은지의 신화는 지금껏 그랬듯 계속 이어질 줄 알았다.

항상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닥쳐왔다.

“은호야.”

“어?”

“병원에서 전화 왔다.”

“병원? 웬 병원?”

내가 2집 앨범으로 음악 방송에 컴백한 그날.

말을 전하는 매니저 형의 얼굴이 어두웠다.

“은지, 사고 났대.”

뒈져.

뒈진다.

그런 소리는 매일 쥐어뜯고 싸우는 우리 사이에 흔하게 던지는 농담 같은 말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바랐을 리는 없다.

아무리 뭣 같아도, 우리는 세상에 단둘밖에 없는 가족이니까.

“이은호 씨, 대기하세요. 다음에 들어갈게요!”

“은호야…….”

스태프가 말을 전하고 문을 닫자 매니저 형이 걱정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하고 올게요. 이은지, 일 대충 하면 그걸로 욕 박는 애니까.”

실감이 나지 않아서, 어떻게든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웃으면 웃을수록 매니저 형은 오히려 속이 쓰린지 인상을 구겼다.

“다녀올게요.”

그렇게 말하며 무대로 향했다.

말은 태평하게 했는데…….

솔직히 무대 내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노래를 똑바로 하긴 했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은호 씨!”

순위 발표까지 마지막 촬영이 남았지만, 그때까진 도저히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은호야, 정신 바짝 잡아.”

“알겠어요, 형.”

아는데.

이은지가 있다는 병실 앞에 서자 심장이 아플 만큼 격하게 뛰어 댔다.

병실 문을 열자 짙은 소독약 냄새에 숨이 턱 막혀 들었다.

너무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

머리에 두른 붕대만 아니면 괜찮은 것 같은데.

“이은지…….”

“오빠…….”

이름을 부르자, 이은지는 눈을 떴다.

살아 있구나.

살아 있어.

이은지의 인사에 긴장했던 몸이 풀어진다.

다행이다.

그랬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였던 걸까.

이은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야, 이은지.”

“은호야!”

그게.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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