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마장기 건조 >
“그런데 골렘아, 너는 이미 몸을 가졌잖아, 마장기를 만드는데 쓸 수 있어?”
“분리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새로운 골렘핵을 이용할 순 있지만, 새로이 제조하는 골렘핵에는 전투데이터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그래? 혹시 마장기가 되면 원래 몸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지?”
“마장기에 저를 부착시켜도, 언제든 다시 교체할 수 있습니다.”
“다행이다. 골렘은 지금 모습이 어쩐지 친근하거든.”
마장기는 멋지긴 하지만 골렘이 마장기가 되어서 영원히 그런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면, 난 좀 고민했을 것이다.
더 이상 골렘하고 친근하게 놀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낚시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때로는 대장간 일도 같이 했던 골렘과의 일과가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는 듯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골렘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이었다.
“영주님! 주문하신 것들을 모두 모았습니다.”
“어라, 벌써 다 모은 겁니까?”
“상단원들을 모두 동원해 각각의 마을에 한명씩 파견했습니다. 다행히 물량은 문제없이 확보했습니다.”
마탑 쪽에서 달려온 듯한 상단마스터가 숨을 고르면서 내게 말했다.
“굉장히 서둘러 주신 것 같군요.”
“예! 마을이······ 아니, 세계가 위기에 처해있는데 여유를 부릴 순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제작에 착수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상단마스터는 사명감에 불타며 말했다.
아무래도 마족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세계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마법석 1,000개]
[미스릴 250개]
[다이아몬드 500개]
[루비 500개]
[사파이어 500개]
[황금 500개]
[은 500개]
[철괴 2,000개]
[드래곤하트]
[축성 받은 마일스톤]
[세계수 아우루라의 뿌리가닥]
[호수의 여신이 축복한 성배]
모든 재료가 다 모였다.
단 하나, 골렘핵만 빼고 말이다.
“주인님, 제 골렘핵을 분리하겠습니다. 이 동체는 인벤토리에 보관하셔도 좋습니다.”
“알았어.”
골렘은 마지막 재료인 마법공학 골렘핵을 주기 위해 갑옷의 앞면을 열었다.
마법공학 회로가 새겨진 갑옷 안에 심장처럼 골렘핵이 부유하고 있었다.
그것을 손으로 꺼내는 골렘이었다.
그걸 나에게 건네자, 그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방치해둘 수 없어서 골렘의 말대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주인님, 마장기를 만드는데에는 1만 번의 망치질이 필요합니다. 주인님 혼자서 하기엔 힘들기 때문에 인부를 고용하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오랜만에 골렘이 육성이 아니라 귓속말 같이 말했다.
예전에 갑옷육체가 없을 땐 이렇게 말했었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데도 조금 향수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1만번의 망치질은 나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아마 한 곳만 계속 두드려선 안 되고, 푸른 모형을 골고루 두드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장기는 엄청 크기가 크기 때문에 사다리 같은 것을 타고 올라가 작업해야할 텐데, 도저히 나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건축길드의 인부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성벽을 만들 때처럼 말이다.
나는 건축조합에 가기 위해 블루스 노인과 미나에게 말했는데, 여전히 지혜는 회장님에게 간 상태인 듯했다.
“재밌는 구경이겠군. 어서 해보세.”
블루스 노인은 마장기를 만드는 광경이 어떨지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솔직히 기대가 되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마장기를 만드는데 인부가 필요하다굽쇼? 화, 확실히 망치질 정도는 저희가 협동할 수 있습니다만. 마장기라니······ 믿기지 않는군요.”
건축조합의 마스터를 찾아가 말을 전하니, 그는 마장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마장기는 전설에만 나오는 병기로 취급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인부들을 고용했는데, 인부들도 마장기를 제작한다는 사실에 묘하게 사기가 올라간 모습이다.
건축조합 바깥의 공터로 나간 나는 곧바로 제작을 위해 카탈로그를 열었다.
[마법공학, 절멸의 마장기 ‘마일스톤’
마법공학의 정수, 최악, 최강의 마법병기. 만들어내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내지만, 사실상 제작은 불가능하다.
필요한 재료 : 마법석 1000개, 미스릴 250개, 다이아몬드 500개, 루비 500개, 사파이어 500개, 황금 500개, 은 500개, 철괴 2000개, 드래곤하트, 축성 받은 마일스톤, 세계수 아우루라의 뿌리가닥, 호수의 여신이 축복한 성배, 마법공학 골램핵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 망치, 마법공학 Lv10, 대장기술 Lv10, 정령술 Lv10]
“어, 맞아. 마법공학이 좀 부족하잖아?”
근데 잊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나는 마법공학은 아직 10레벨이 되지 못한 것이다.
낭패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골렘이 말했다.
[주인님, 창조주님께서 주신 아이템을 사용하십시오. 창조주님은 주인님을 뵙고 이런 일을 예상하시면서 경험의 유산을 주셨습니다.]
“경험의 유산? 확실히 아이템 이름이······.”
나는 골렘의 말에 그 아이템을 찾아보았다.
[창조주의 유산 - 경험
창조주가 남긴 경험의 정수.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원하는 스킬을 최대 레벨인 10레벨로 올릴 수 있다.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진다. 창조주가 주는 것 외엔 어떤 방법으로도 획득할 수 없다.]
나는 하는 김에 아이템 설명도 같이 읽었다.
이 설명대로라면 나는 마법공학을 10레벨로 만들 수 있었다.
“허허, 그런 아이템이라면 다른 이들은 크게 눈독들이겠구먼. 하지만 지금 자네에게 필요한 듯 하니, 어서 사용해서 마장기를 만들게나.”
블루스 노인은 그 아이템의 가치를 대충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스킬을 단번에 만랩으로 만드는 이것은 값어치가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써야 한다.
창조주만이 줄 수 있다고 적혀 있는 걸 보면 일반적으로는 얻을 수 없는 치트성 아이템 같은데, 어쩐지 남들이 보면 기겁할런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여기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와 블루스 노인, 그리고 미나와 골렘 뿐이었다.
[‘창조주의 유산 - 경험’을 ‘마법공학’에 사용했습니다.]
[마법공학 10레벨 습득]
아이템 설명대로 마법공학이 10레벨이 되었다.
이제 정말로 마장기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나는 주저할 것 없이 제작 버튼을 누르고, 푸른 홀로그램을 적당한 곳에 설치하려고 했다.
무게감은 없었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푸른 모형이 설치되었다.
족히 9미터는 되는 듯했다.
“사, 사다리가 아주 큰 것이 필요하겠군요. 금방 만들겠습니다요.”
건축조합의 마스터는 그 큰 모형을 보고 다른 인부들과 마찬가지로 입이 떡 벌어지는가하면, 작업에 필요한 사다리를 급조했다.
“영주님, 아무래도 이 마장기를 만드는덴 마법공학 회로세공도 필요할 듯합니다. 망치질은 저희들이 도맡아 할 테니, 영주님은 완성된 부분의 회로세공을 맡아주실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하죠.”
분업은 효율적인 것이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작업이 시작되었다.
인부들이 망치질을 하여 우선 마장기의 발과 다리부분부터 완성했다.
나는 회로세공 도구를 들고 마장기의 표면에 회로를 새겼는데, 특이하게도 다른 마법공학과는 달리 그 회로가 스며들 듯 안으로 사라졌다.
“다들 저기봐, 저게 뭐야?”
“건설 인부에게 물어보니까 마장기를 만들고 있데. 이번 전쟁에 쓰이는 로봇인가봐.”
“마장기라니, 이게 무슨 판타지스러운······ 아, 판타지 맞구나.”
“공룡에 이어서 마장기라니, 대단하잖아. 이번 전쟁 꼭 참가한다!”
계속 제작하고 있으면 마장기의 커다란 모형을 보고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광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는데도, 멀리서도 보였기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몰렸다.
곧 웅성웅성해질 정도가 되었는데, 나와 인부들은 그런 시선 속에서도 일에 집중했다.
작업은 당연히 길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중간중간에 휴식을 하면서 주스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인부들은 주스를 마시고 활력을 얻어서 망치질을 더욱 열심히 했다.
어느덧 마장기는 머리 끝 부분까지 완성되었다.
“영주님! 저희도 도우러 왔어요!”
다만 문제라면 나 혼자 회로 세공을 하다보니 회로 세공이 망치질보다 더뎠는데, 지원군이 왔다.
바로 마탑의 마법사 아가씨가 이끈 마법사들인 것이다.
“이런 대단한 마법적 업적에 저희 마탑이 빠질 순 없죠! 회로 세공을 돕게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도움이 간절하군요.”
나는 힘에 약간 부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였다.
마법사들은 본래 이런 육체노동은 싫어하는 듯했지만, 상당한 마법적 연구로 여겨지는 마장기엔 예외인지 적극적으로 사다리를 기어오르며 회로세공을 도왔다.
그 덕분에 작업은 빠르게 진척되었다.
그래서 어느덧······.
[이제 저를 장착시키면 끝입니다.]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대로 그것을 ‘장착’시켰다.
마장기의 머리 부분에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그것을 흡수하듯이 골램핵이 사라졌다.
위잉, 위잉.
그리고 마장기의 눈에 불이 들어오고 머리가 조금 움직였다.
나는 얼른 사다리에서 내려오면서 골렘······ 아니, 마장기를 올려다보았다.
-무장기능 점검, 기동력 확인, 시스템 이상 무, 구동준비 완료. 주인님, 마일스톤 시스템의 가동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골렘아, 이제 완성 된 거야?”
-그렇습니다, 주인님. 현재 저는 자동운행 모드로 작동중입니다. 하지만 전투시 더 높은 효율을 취하려면 주인님이 직접 콕핏에 탑승하셔서 운행하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내가 탈수도 있어?”
기계음을 평소보다 더 강하게 내는 골렘과 대화하고 있었다.
뒤쪽에선 작동하여서 말을 하는 마장기를 보고 놀라며 웅성거렸지만, 나는 골렘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콕핏을 열어드리겠습니다.
푸슉
골렘이 그렇게 말하면 흉부의 장갑이 열리면서 ‘조종석’이 보였다.
그리고 골렘은 멋지게 무릎 꿇으면서 손을 내 앞에 내렸다.
나는 마장기의 손에 앉아 조종석에 옮겨져 탈 수 있었다.
“조종을 어떻게 하는 거지?”
-조종간을 붙잡고 움직임을 상상하기만 하시면 됩니다.
“에X게리온 같네.”
조종법은 무척이나 간단한 것 같았다.
나는 간단히 손과 팔을 움직여 보는 걸로 시험해보았는데, 확실히 생각한대로 자유롭게 움직였다.
-좀 더 복잡한 움직임을 상상해보십시오. 어떤 움직임도 가능합니다.
“그런가? 어디 한 번······.”
나는 턴을 하고 킥을 한번 한 뒤, 몸을 기울이는 퍼포먼스를 해보았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유명한 smooth criminal의 안무다.
“와! 짱 멋지다!”
“춤추는 거 엄청나네.”
“구동능력이 대단하군. 현실에선 저런 로봇을 만들기 어렵겠지.”
그리고 그 안무를 완벽하게 해내자, 사람들도 환호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장기의 건조는 성공적인 듯했다.
< 219화 마장기 건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