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233화 (233/239)

< 214화 등산과 수렵 >

오랜만에 찾아온 노슬론 마을의 광장이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안녕하시오, 이방인 여러분! 노슬론 마을에 온 걸 환영하오.”

지나가던 노슬론 마을 주민 NPC가 우리들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

그 말고도 다른 주민들도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처음 노슬론 마을에 왔을 땐 약간 삭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지금은 활기 찬 느낌이 가득했다.

“잠깐 못 본 사이 많이 바뀌었군요. 주민들의 집도 늘어난 것 같고, 온실로 보이는 건물도 엄청 늘었습니다. 사람들이 활기 차 보이는 건 그 때문인 것 같군요.”

“마을의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한 거로군. 이 마을에 온실을 만들어주었던 건 공진군, 자네가 아니었던가?”

시화와 블루스 노인이 말했다.

나는 시화에겐 고개를 끄덕이고 블루스 노인에겐 대답했다.

“네,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만들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보아하니 성과가 있는 모양이군요.”

“내가 보기에도 그렇네. 역시 생활 스킬이 영지경영에 더 효과적이군. 베타테스트 때는 왜 다들 몰랐는지······ 아니, 알았어도 아무나 하긴 힘들었겠지.”

블루스 노인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다른 이들도 노슬론 마을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시화가 데려온 네 명의 길드원들도 노슬론 마을을 본래 삭막하고 아무것도 없던 마을로 기억하고 있었는지, 달라진 모습을 인상깊게 보는 듯했다.

나는 괜히 예전처럼 눈으로 놀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은 곤란했다.

“자, 마을 구경도 좋지만 서둘러서 가도록 하세. 시간은 금이니 말이야. 시화군, 길안내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시화가 앞장서서 인솔을 시작했고, 우리들은 마을을 가로질러 마을 정문으로 나갔다.

가는 동안 나는 불돌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불의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왈왈왈!

실버와 골드를 두고 왔기 때문에 약간 쓸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불돌이는 씩씩하게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걸로 방한효과는 문제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는 동안에 발이 푹푹 빠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피를 만들어주었다.

설피 덕분에 눈에 발이 빠지지 않아서 사람들은 비교적 여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

적어도 산에 오를 때까진 말이다.

“여기가 빙룡산맥을 이루는 빙룡산입니다.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눈산인 만큼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시화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했다.

확실히 등산로도 널찍하고 경사도 완만했지만, 눈이 덮고 있는 경사면을 걸어갈 때는 미끄러지는 것을 주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정도를 제외하곤 제법 재밌는 등산이 되었다.

조금 산을 올랐을 뿐인데도 보이는 아래쪽의 절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미나야, 영상 찍는 거야?”

“네, 그런 예쁜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보고 싶어서요.”

“확실히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멋지네. 꼭 히말라야 등산하는 기분이야. 물론 그거에 비하면 엄청 쉬운 코스긴 하지만.”

그런데 최근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산은 너무 많은 이들이 등정을 하려고 해서 사망자가 생긴다고 했던가?

그에 비해 여긴 코스도 쉽고, 사람도 드무니 딱 등산을 즐기기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목숨을 걸 필요도 없고 말이다.

크롸롸롸롸롸롸

그렇게 가다보니 2시간 정도 가다보니 전형적인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다들 놀라서 하늘을 보면 마치 피부가 철 같이 단단해 보이는 드래곤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를 포착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공격할 낌새는 보이지 않았고 좀 더 높은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거의 도착한 모양이군요. 슬슬 전투 준비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음식 버프를 받게 뭐 좀 먹죠. 다들 등산하느라 배고프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드래곤이 있는 곳 앞에서 음식이라, 그런 경험은 또 처음이군요.”

“다 먹고 즐기자고 하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시화와 그런 농담을 하면서 나는 식사 준비를 했다.

무얼 만들까, 등산하면 떠오르는 음식······.

“파전이랑 라면이 좋겠네.”

등산한 후 먹으면 맛있다고 여기는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다.

다행히 재료는 전부 가지고 있었다.

[조리, 파전

반죽한 밀가루에 파를 넣고 부친 전, 당연히 한식이다. 비오는 날, 등산한 날, 심심한 날, 명절 등에 먹기 좋은 음식. 쪽파가 대부분 쓰이지만 대파를 써도 상관 없다. 부재료로는 오징어, 새우 조개, 굴 따위가 있지만, 해산물이 없으면 소고기를 써도 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서 만든다.

필요한 재료 : 밀가루, 파, 계란

추가 재료 : 적당한 해산물, 적당한 고기류, 양파, 당근, 홍고추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조리 스킬 Lv3, 조리도구]

우선은 파전을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찾았다.

하지만 파전은 딱히 조리 스킬이 없어도 상식선에서 만드는 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우선 보울에 밀가루와 물 섞어서 반죽물을 만든다.

파를 적당히 썰어둬야하는데, 이건 조합 스킬에 맡겼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달구고 파를 올린 다음 반죽물을 얇게 붓는다.

여기에 토핑을 얹는 것이다.

해산물로 해물파전을 만들면 좋겠지만, 얇게 썬 소고기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양파도 넣고, 당근도 넣어서 야채도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또 한 번 반죽물을 얇게 부은 뒤, 계란을 푼다.

이러면 요리는 거의 끝났는데, 데코레이션과 약간의 맛을 위해 홍고추를 썰어 올리면 되는 것이다.

남은 것은 익히기만 하면 된다.

피자와 마찬가지로 화덕에 익히면 제 맛이겠지만, 여기선 후라이팬으로 참아야 했다.

그렇게 양쪽을 잘 익힌 다음엔 적당히 잘라서 고춧가루, 간장, 식초로 간단하게 만든 간장소스와 함께 먹는 것이다.

“음! 이거 맛이 좋군! 내가 임원들 데리고 등산을 자주 가면서 파전도 많이 먹었는데 말이야, 이만한 맛도 없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회장님.”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는데, 회장님이 인상적인 말씀을 하셨다.

그 임원분들······ 회장님과 등산을 가는 것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회장님이 꼭 나쁘단 건 아니지만, 회사원들이 기피하는 것 중 하나가 상사와의 등산이라고 했던가?

뭐, 어쨌든 파전을 맛있게 드셔주니 나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도 파전을 맛 본 다음, 라면도 만들기로 했다.

[조리, 라면

간편하게 먹는 국수계열 음식. 보통 기름으로 튀겨진 상태로 유통되는 것들이다. 적어도 한국에서의 라면은 대부분 인스턴트 라면이다. 일본 라면과는 계가 달라서 보통의 라면을 생각하고 가면 상당히 달라 실망하거나 놀랄 수도 있다. 이 레시피는 한국 라면의 레시피이며, 일본 라면의 레시피는 카탈로그에서 ‘라멘’으로 검색하도록.

필요한 재료 : 육수를 우려낼만한 고기나 뼈, 고춧가루, 소금, 밀가루

추가 재료 : 계란, 적당히 넣어 먹어 볼만한 것.

필요한 도구 : 조리 스킬 Lv2, 조합 스킬, 조리도구]

등산하면 또 라면이다.

보통은 컵라면이지만, 가끔은 끓인 라면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옛날과는 달리 야외취사는 금지라서 끓인 라면의 경우는 등산하고 내려온 뒤에 먹든지, 산 입구 근처의 식당에서 먹어야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등산을 한 뒤에 라면을 먹는 일은 흔한 편이다.

다만 수제 라면은 한국에서 드문데, 게임에선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별 거 없다, 면은 조합 스킬이 알아서 만들어 줄 것이고 스프만 만들면 되니까.

그리고 스프의 성분도 대단한 게 아니다.

곱게 간 고춧가루와 소금, 약간의 조미료, 거기에 다들 잘 모르지만 보통은 동물의 뼛가루가 들어간다.

말로만 들어선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육수를 내기 위한 조치이고 한식에 뼈를 이용해 육수를 내는 음식이 많은 걸 생각하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나는 곧바로 조리 스킬을 이용해 라면을 만들었다.

“크으, 파전에 라면이라니. 풍성하군. 게임 상에서 등산인데 현실보다 더 재밌어. 최고야 최고!”

“디저트로 과일도 있습니다. 홍차나 커피, 주스도 있고요. 술은 전투를 해야하니 삼가야겠군요, 회장님.”

“그렇지.”

회장님 뿐만 아니라 다들 만족스럽게 먹었다.

후식으로 과일도 먹고, 홍차로 즐겼다.

그러자 다들 배도 든든해지고 버프도 든든해진 모양이다.

“식도락도 즐겼으니 싸울 전략을 짜죠. 요 앞에 조금만 가면 쿠샬의 주목을 끌겁니다. 우선 탱킹은 산일과 베어로드, 그리고 골렘이 하도록 합시다. 여기서 골렘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탱킹입니다. 산일과 베어로드가 어그로를 잡지 못 했을 때, 딜러들과 힐러들을 지켜주는 보루 역할을 해주십시오.”

“명령 접수 완료했습니다.”

시화의 브리핑에 골렘이 기계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딜러는 저와 블루스 어르신, 그리고 메이벨을 제외한 여러분 모두입니다. 하지만 저와 블루스 어르신 외에는 결코 무리하지 마시고, 총으로 싸워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이전에 부탁해드린대로 그냥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구조대 역할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자존심이 있지, 어찌 보고만 있나? 난 싸울 거야!”

회장님은 호승심을 부리며 말씀하셨다.

시화가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블루스 노인이 타일러서 다른 이들을 방해하진 않도록 주의시켰다.

“그리고 메이벨, 당신은 유일한 힐러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네, 제가 죽으면 이 사냥은 끝이죠. 제 몸은 제가 챙길게요.”

“좋습니다. 브리핑은 이 정도로 끝입니다. 단 번에 사냥할 수 있도록 해봅시다.”

과장스런 파이팅을 외치는 것은 없었다.

군신 길드원들에게 이런 것은 일상인 듯 했고, 그들은 프로답게 행동했다.

좀 전까진 웃으면서 음식을 먹고 즐겼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마치 진짜 판타지에서 용을 잡으러 온 용사들 같았다.

아니, 그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진짜 용사들이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가상현실 게임의 프로게이머들이란 그런 존재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크롸롸롸롸롸롸롸!

용의 포효가 다시 들렸다.

하늘을 보니 용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고 있었다.

피부가 마치 강철 같은 회색으로 되어 있는 용.

크기는 대략 6미터는 될 듯 했다.

저것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모두 포지션으로! 탱커 앞으로! 딜러 뒤로! 탱커 어그로 잡아!”

“모두 딜컷이요, 어그로 끌기 전에 딜하지 마세요!”

“보호막, 지속힐 걸었습니다.”

시화와 군신 길드원들이 바쁘게 말하면서 서로와 사인을 맞추었다.

뭔가 장엄한 것 같은 드래곤 사냥이 시작되었다.

< 214화 등산과 수렵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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