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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226화 (226/239)

< 207화 13일차 선술집 >

“사장님 또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술집을 열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낯익은 손님이 찾아왔다.

어제 칵테일들을 마셨던 칵테일 애호가였다.

“메뉴판을 보니 칵테일 종류가 늘어났다고 적혀 있었는데요.”

“네, 몇 가지 리큐르를 만들어서요.”

“오, 정말 기대되는군요. 그럼 우선 이 블루라군부터 주실래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는 오늘도 칵테일을 차례로 주문해볼 생각인 모양이었다.

나는 우선 그에게 블루 라군을 만들어주었다.

얼음까지 동동 띄운 블루라군을 받은 그는 황홀한 모습이 되었다.

“굉장하군요, 이 영롱한 파란색에 상큼함이 전해지는 레몬향. 완벽한 블루라군입니다.”

그는 간단하게 평하곤 그것을 쭉 들이켰다.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부류인 것 같지만, 아마도 여러 개의 칵테일을 맛 볼 생각인지 다소 급하게 마시고 있었다.

“크으, 정말 맛있습니다. 바로 다음 거 시켜도 됩니까?”

“물론이죠.”

“그럼 간단하게 스크류 드라이버로 부탁합니다.”

그는 선술집을 열기 전에 가지수를 늘렸던 칵테일 중 하나를 주문했다.

나는 곧바로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열었다.

[조리, 스크류 드라이버

익히 알고 있는 공구를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칵테일이다.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인데, 러시아 광부들이 공구를 이용해 만들어 마셨다는 것과 어느 미국인이 이란으로 출장을 갔을 때, 오렌지 주스와 보드카를 섞어 칵테일을 만들었는데, 그때 공구를 이용해서 휘저었다는 유래이다. 어느 쪽이든 공구인 스크류 드라이버를 이용해 만들어 마신 듯하다. 보드카에 오렌지 주스를 탄 것이기 때문에 맛은 거의 오렌지 주스 같아서 쉽게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보드카의 높은 도수 때문에 몇 잔 마시면 취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생긴 별명은 ‘레이디 킬러’다.

필요한 재료 : 보드카, 오렌지주스, 설탕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조리 스킬Lv2]

스크류 드라이버는 아주 간단한 칵테일이다.

보드카 베이스에 오렌지주스를 탄 것이기 때문이다.

모습도 영락없는 오렌지주스 같은 모습인데, 보이는 것처럼 호락호락한 술은 아니다.

보드카의 강렬한 도수 때문에 마시면 취하기 쉬운 독한 술인 것이다.

하지만 오렌지 주스와 설탕의 단맛이 그걸 가려버려서 과음하기 쉬운 술이다.

뭐, 물론 취해도 인사불성으로 만취하진 않는 이 게임에선 무의미한 말이지만.

“크으, 이것도 역시 맛이 그만이군요. 사실 스크류 드라이버는 만들기 위해서 집에서도 직접 자주 만들어 마셨죠.”

“다른 것도 시키시겠습니까?”

손님의 만족한 모습에 기뻐하면서, 나는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는 스크류 드라이버를 마시면서 여운에 빠진 듯 하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카카오 밀크 피즈로 부탁할게요.”

“좋은 선택입니다.”

카카오 밀크 피즈도 스크류 드라이버처럼 선술집을 열기 전에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제작 카탈로그를 열었다.

[조리, 카카오 밀크 피즈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가 잘 잡힌 칵테일.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달달한 단맛을 내는 리큐르인 ‘크렘 드 카카오’를 이용해서 만든 칵테일이다. 마찬가지로 이름에 밀크가 들어간 것처럼 우유도 혼합된다. ‘피즈’는 진, 보드카 등의 증류즈 베이스의 칵테일을 의미하는데, 카카오 밀크 피즈의 경우 보드카를 혼합하진 않지만 크렘 드 카카오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여러모로 역사가 꽤 깊어서 올드한 맛으로 취급받는다.

필요한 재료 : 크렘 드 카카오, 레몬 주스, 탄산수, 우유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조리 스킬 Lv3]

선술집을 열기 전에, 지금 가진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리큐르들 중 하나가 크렘 드 카카오였다.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카카오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었다.

카카오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처럼 초콜릿 같은 리큐르였는데, 초콜릿 같이 달달한 맛이 특징이다.

여하튼 카카오 밀크 피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탄산수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잔에 담고 셰이크한다.

그리고 얼음을 넣고 탄산수를 넣어준다.

그게 끝이다.

보통의 칵테일은 이것만 지키면 제대로 완성되는 간편함을 지녔다.

여기에 레몬 장식을 좀 추가하면 되는 것이다.

빨대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애석하게도 빨대가 없다.

“캬, 이것도 맛있습니다. 솜씨가 괜찮군요.”

“조리 스킬의 힘이죠.”

“이런 좋은 스킬을 두고도 즐기지 않는 걸 보면 다들 바보인겁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칵테일 종류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없는 것이 있는 것 같군요.”

“제작 카탈로그 중에 재료가 없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것 같았습니다. 칵테일은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풍성해집니다. 비터스 같은 건 구하기 어려우니 그렇다 쳐도······과일 종류만 잘 가지고 있어도 만들 수 있는게 참 많아지죠.”

“어떤 과일들이 필요할까요?”

‘오렌지는 이미 있으신 것 같으니 됐고, 없는 걸 말해보자면 크랜베리, 라임, 자몽, 토마토, 파인애플 정도인 것 같군요.“

“많이 참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으, 저는 조금 이 맛을 음미해야겠네요. 많이 파십시오, 사장님.”

칵테일 애호가 손님과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기회가 된다면 그에게 추천 받은 과일들도 사는 것이 좋을 듯 했다.

대부분 트로페 마을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과일들이다.

“허허허, 바텐더가 다 됐군.”

잠시 쉬기 위해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오니, 블루스 노인이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살짝 긁었다.

그들도 다양한 칵테일을 주문해 마시고 있었다.

물론 지혜는 마실 수 없기에 탄산 들어간 레몬 주스를 마실 뿐이지만 말이다.

회장님은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 같은 말씀을 하시지만, 어쩌겠는가? 게임 시스템이 엄금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오빠.”

“응?”

그때, 미나가 나를 불렀다.

요염하면서도 장난끼가 깃든 표정.

뭔가 짖궂은 걸 시킬 생각인 모양이다.

“오늘은 말이에요, 오빠가 노래 부르는 건 어때요?”

“내, 내가?”

“네! 저랑 지혜도 불렀으니까, 오빠가 부르는 것도 보고 싶어요.”

“흠, 막상 부르려니까 조금 고민되네, 어쩔까?”

나는 도리어 장난치듯 그녀에게 말했다.

미나도 그걸 눈치 챈 듯, 호호 웃었다.

“아잉, 노래 잘 부르는 남자는 매력 있던데.”

“나 같은 시든 남자가 잘 불러봐야 할게 뭐있다구.”

“피이, 28살이 시든 남자라니, 너무 비하가 심한 거 아니에요?”

미나와 그런 농담을 따먹고 있으니, 회장님이 내게 다가오셨다.

“미나양 말이 맞다. 고작 28살에 시들다니, 나때는 말일세, 그 나이에 불꽃같은 정열이 있었지!”

“회, 회장님.”

“자, 노래한 곡 뽑아보게. 우리 회사 사원의 노래 실력이 어떤지 한 번 보고 싶군.”

“알겠습니다.”

이런, 회장님이 나서버렸다.

더 이상 뺄 수 없게 되어서 꼼짝없이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블루스 노인도 흥미 있는지 나를 보며 바이올린을 꺼내셨고, 시화씨도 칵테일을 마시더니 아코디언을 꺼냈다.

미나와 지혜도 각각 플롯을 꺼냈다.

지난번에 지혜가 연습하더니 그녀도 플롯을 연주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나도 이걸로 돕지.”

“하모니카군요.”

“그렇다네. 내 아내에게 이걸로 청혼했었지.”

“맞선으로 결혼하신 게 아닙니까?”

“나 연애 결혼한 사람이야.”

연애 결혼하신 걸 자랑스레 말씀하시는 회장님이셨다.

확실히 의외인 일이긴 했다.

재벌가들은 대부분 조건 맞춰서 맞선으로 결혼하지 않던가?

연애 결혼을 하려면 서로 간의 집안 조건이 맞지 않아서 반대가 심했을 텐데 말이다.

“흠, 그때 정말로 결혼하고 싶다고 내게 어찌나 부탁하던지. 추억이구먼.”

“아, 아버지!”

블루스 노인도 추억인 듯이 말하고 있었다.

“내 순진한 아들놈은 나와 어미가 반대할 줄로만 알고 엄청 불안해했다네, 사실은 며느리가 색시감으로 참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야, 아들이 그러는 거 보니까 괜히 장난치고 싶어서 반대하는 척 했다네. 그랬더니 이놈이 석고대죄를······.”

“그거 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놈아 내 말 아직 안 끝났다. 그러니까······.”

블루스 노인의 입에서 회장님의 흑역사가 마구 흘러나오자, 회장님은 창피한 듯했다.

나나 미나, 지혜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하하호호 웃었다.

특히 지혜가 환하게 미소짓자, 회장님은 창피하면서도 화는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크흠, 어쨌든 좋은 곡 하나 뽑아보게.”

“알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악기 연주의 연주 리스트를 찾아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컨트리 음악이긴 하지만, 컨트리 음악은 사실 국내에선 마이너한 팝송이다.

Country Roads처럼 유명한 곡이 있긴 하지만, 드문 경우고 말이다.

게다가 이번엔 어쩐지 회장님에게 곡을 헌정하고 싶었기에 적당한 곡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 익숙하면서도 지나간 사랑을 노래하는 곡······.

[악기 연주, Yesterday

비틀즈의 매카트니가 작사 작곡한 유명한 곡. 1965년 미국에서만 싱글로 발표되었고, 정규앨범 ‘Help!’에 실린 곡이다. 기네스 기록에 ‘세상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 되고, 가장 많이 재생된 곡’으로 실려 있다. 음악협회에 따르면 20세기에만 7백만 번이 넘게 연주되었다고 한다. 심플한 2분여의 발라드에 지나간 사랑을 후회하는 듯한 가사로 서정적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매력이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필요한 재료 : 적당한 악기

필요한 도구 : 악기 연주 Lv3]

그런 곡이라고 하면 기본적인 것이 바로 이 곡일 것이다.

나는 연주할 곡이 뭔지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면서 곧 합주를 시작했다.

“Yesterday······."

솔직히 내가 비틀즈만큼이나 잘 부른다고는 못할 것이다.

어떻게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 가수들처럼 부르겠는가?

하지만 나름대로 감정을 집어넣고, 가사의 뜻을 음미하면서 불렀다.

사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참 많은 해석이 있었다.

불륜을 로맨스로 그린 것이란 말도 있고, 단순한 실연을 노래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 해석 중에는 사별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란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회장님의 경우처럼 말이다.

회장님은 하모니카로 곡을 따라 부르면서도 어쩐지 그리움에 잠긴 눈빛이셨다.

“Oh, I believe in yesterday······."

이 노래는 그리 긴 노래는 아니었다.

곧 마지막 가사를 읊게 되었다.

나는 감정을 정리하면서 노래를 마무리했다.

선술집의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주었고, 나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손을 흔들었다.

“자네······ 잘 불렀군.”

“감사합니다, 회장님.”

분명히 회장님은 이 노래를 듣고 사모님을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회장님만이 그런 것도 아니다.

“아빠.”

“으응?”

“정말 잘 연주하셨어요.”

“······하하, 그래. 이 아빠 솜씨가 제법이지?”

아마도 똑똑한 지혜도 이 곡의 가사를 듣고, 회장님의 마음을 헤아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혜는 이제 조금도 어색함 없이 회장님께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 가족애가 흐뭇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하지만 그때 시화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공진씨, 좋지 않은 소식이 생겼습니다만.”

“네? 무슨 소식인데요?”

“······밀레스가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올 것이 와버린 것이다.

< 207화 13일차 선술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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