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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225화 (225/239)

< 206화 칵테일 >

딱히 할 일이라고 해봐야 안주를 만드는 것 정도였다.

안주 문화가 없는 서양에선 칵테일을 안주와 함께 즐기진 않지만, 그건 서양 사람들 입맛이고 우리들과는 또 다르지 않은가?

사실 증류 되는 동안 할 일을 찾아보려는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뭘 만들어 볼까, 생각 좀 해보니 딱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났다.

나는 곧바로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조리, 소시지

전통적으로는 내장이나 머리 부분의 고기나 가공 후 남은 찌꺼기 고기들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지만, 육류 생산이 비대해진 오늘 날엔 더 이상 그런 정의는 무의미하다. 한국의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고, 국어사전에도 소시지는 ‘서양 순대’라고 적히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더 이상 소시지를 만드는데 내장이나 머리, 찌꺼기 고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이 정의는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현재는 그저 ‘기다랗게 만든 고기’ 정도로 인식되어 맛좋은 영양 간식이 되었다.

필요한 재료 : 소고기 혹은 돼지고기, 소금, 후추

추가 재료 : 적당한 야채, 적당한 향신료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조리 스킬 Lv5, 조리도구]

고기안주를 만들어 볼 생각인데, 그 중 일품이라고 할 수 있는 소시지 요리를 해볼 생각이다.

물론 그건 맥주에 더 잘 어울리겠지만, 순도 높은 보드카로 만든 칵테일에도 어울릴 것이다.

소시지에 대한 레시피의 설명은 흥미로웠는데, 확실히 현대에 이르러선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시지를 만들진 않는다.

그러니까 내장 고기 같은 걸 쓰지 않는 것이다.

과거 중세시대,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20세기 초반에는 그런 고기를 썼는데······ 먹을 것에 대해서 이런 얘기를 하면 곤란하지만 똥냄새가 심했다고 한다.

재료도 문제지만 내장 고기에 묻은 변을 세척하는 방식이 구식이었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의 음식 중 하나인 순대나 막창도 신식 세척도구가 발명되기 전에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뭐 어쨌든 그런 것도 2050년인 지금엔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지만 말이다.

“주인님 소시지를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응, 골렘아.”

“그렇다면 우선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꺼내 적당히 다듬어 다짐육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이 게임은 편의를 많이 봐주지만, 일정 부분은 간소한 체험을 해야 한다.

일단 고기를 다지는 것은 조합 스킬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골렘의 말을 따라서 도마를 꺼내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다졌다.

들소고기를 다질 때, 옥스가 어쩐지 조심스런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옥스야, 널 잡아먹는 일은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음머어어어어

옥스가 안도하듯 울었다.

여하튼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잘 다졌다.

“다진 고기를 후추, 스파이스, 생강 간 것, 마늘 간 것, 계란, 양파 간 것, 간장, 케첩을 넣고 버무려 주십시오.”

골렘의 조언이 계속 이어졌다.

오늘 사서 키운 향신료들이었다.

다진 고기에 그것들을 잘 버무렸는데, 약간 마늘 냄새 같은 향신료 냄새가 강했다.

“냄새는 카레가루와 술을 넣어 잡으시면 됩니다.”

“이제 넣으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카레가루는 강황가루다.

오늘 산 향신료 중에 강황도 있었고, 조합 스킬을 이용해 간단히 강황가루를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을 잔뜩 넣어 냄새는 덮는가 하면, 강황의 냄새는 보드카를 맛술로 넣어서 잡았다.

그럭저럭 카레냄새가 좀 나는 소시지 속이 된 듯 했다.

“다음은 소시지의 모양을 내는 것입니다만, 그 과정은 조합 스킬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도구를 써서 모양을 내야하지?”

“그렇습니다. 조리용 실린더를 이용해 만들 수도 있으며, 랩을 이용해 모양을 낼수도 있습니다.”

소시지 특유의 길쭉한 모양을 내는 것은 소시지의 정체성 같은 거라서 중요한데, 그 부분은 편의를 봐주는지 조합 스킬로 해결됐다.

조합 스킬에 의해 딱 프랑크소시지처럼 소시지 속이 뭉쳐졌다.

“마지막으로 소시지를 데치는 과정입니다. 덜 끓는 물에 15분 정도 데치십시오.”

나는 골렘의 지도에 따라 계속해서 요리를 했다.

현실이라면 데칠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랩 등으로 쌌겠지만, 조합 스킬의 힘 덕분인지 데치는 중에도 소시지는 망가지지 않았다.

[잘 만든 2등급 소세지]

그렇게 소세지가 만들어졌다.

시중에 판매하는 공장제 소세지처럼 완연한 갈색의 소시지는 아니지만, 수제 소시지치곤 아주 맛깔나게 만들어진 것 같다.

“만약 맛과 색을 더 내고 싶으시다면 숙성을 하셔야 합니다.”

“응, 하지만 그냥 먹으려고.”

블루 큐라소를 숙성하는 동안 안주를 만드는 건데, 숙성까지 하면 타임 오버다.

나는 수제 소시지로 요리를 해보려 했다.

곧바로 다시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하여 구체적인 소세지 요리를 찾아보았다.

[조리, 소세지 야채볶음

일명 쏘야라고도 불리는 요리. 안주로 제격이지만, 식사거리로도 훌륭해서 짬밥이 지겨워 거른다는 군인들도 이 메뉴는 절대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고기와 야채의 조합 덕분에 맛이 훌륭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만들기 쉽다! 자취하는 사람들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영양만점의 요리

필요한 재료 : 소세지 혹은 비엔나 소세지, 양파, 당근, 케찹, 설탕, 고추장, 다진 마늘

추가 재료 : 적당한 채소, 굴소스

필요한 도구 : 조리 스킬 Lv5, 조합 스킬, 조리도구]

‘소세지, 안주’로 검색하니 적당한 것이 나왔다.

재료도 마침 굴소스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있었다.

굴소스는 추가 재료이니 없어도 그만일 것이다.

당근과 양파는 있ㄴ느데, 추가로 넣을 만한 야채는 고추 정도로 할까?

나는 우선 각종 채소를 깎뚝썰기했다.

“주인님, 소시지를 구울 땐 소시지에 칼집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오우, 팁 고마워.”

골렘의 조언을 적당히 들었다.

그렇게 소세지를 팬에 굽기 전에 칼집을 내어 팬에 투척했다.

그사이에 양념소스를 만들어두었는데, 소세지를 들들 볶은 다음, 채소도 넣고 볶다가 양념을 넣었다.

“채소들은 완전히 익히는 것보다 살짝 덜 익히는 것이 아삭한 맛이 살아 있으며 영양에도 좋습니다.”

골렘은 마지막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요리를 완성하니, 팬에는 황홀한 붉은색 빛깔의 소세지 야채 볶음이 완성되어 있었다.

보기만해도 매콤한 맛이 나는 것 같아 입에 침이 고였다.

“으음, 맛있겠다.”

당장 집어먹고 싶었지만, 아직 참아야 한다.

칵테일의 안주거리로 만들어 먹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제 칵테일을 만들어야 할 때다.

“주인님, 증류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침 골렘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후다닥 증류기로 달려가서 미리 만들어둔 여분의 술병에 채취했다.

술병을 채우는 영롱한 파란색의 술······ 블루 큐라소가 채워졌다.

“으흠······ 이걸로 되겠군!”

나는 흥분감에 콧김을 내뿜으며 어떤 칵테일을 만들지 곧바로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조리, 블루 라군

Blue lagoon, 이름 그대로 파란색의 영롱한 칵테일이다. 보드카나 럼, 그리고 블루 큐라소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도수가 상당히 높다. 파란 빛깔의 외형만큼이나 상큼한 맛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그렇기 때문에 설탕과 탄산수가 쓰인다.

필요한 재료 : 보드카, 블루 큐라소, 레몬 주스, 레몬(장식용), 설탕, 탄산수(무색인 것)

필요한 도구 : 조리 스킬 Lv2, 조합 스킬]

“오, 완벽해.”

미리보기로 본 칵테일의 모습은 블루 큐라소로 인해 파란색이면서도 탄산이 톡톡 튀는 듯하고, 거기에 레몬주스가 들어갔을 것 같은 맛이 상상되는 모습이었다.

장식용으로 꽂힌 레몬이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똑같이 만들어 보기로 하고, 우선 레몬으로 레몬 주스를 만들고, 장식용으로 칵테일 잔에 꽂기 위해 레몬을 썰었다.

“다른 재료들을 섞는데 방해되니까 탄산수는 나중에 넣어야지.”

그런 다음, 보드카, 블루 큐라소, 레몬 주스, 설탕을 넣어서 휘휘 저어주었다.

정말로 작은 바다를 만든 것 같은 파란색 음료가 잔을 채웠다.

거기에 탄산수를 살짝······.

“다 됐다! 똑같은데? 음······ 그런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야.”

“얼음입니다, 주인님. 얼음을 넣으면 더 좋습니다.”

“그래 맞아!”

골렘이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었다.

바다느낌인데 미지근하면 재미 없잖아!

“물방울아! 얼음 좀 만들어줘!”

냐아아아옹

나는 곧바로 물방울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어쩐지 물방울이 새침스런 눈길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물방울이 그 예쁜 술을 자신에게도 나눠주면 얼음을 만들어 주겠다고 합니다.]

“헐! 물론이지 물방울아, 마시고 싶었어?”

냐아아아아!

나는 흔쾌히 물방울에게 나눠주기로 하고 얼음을 받아 블루 라군을 완성했다.

드디어 나의 칵테일은 완벽해졌다.

이제 마셔서 없애야 할 때다.

냐아아, 딸꾹!

어쩌다보니 첫 번째로 마시게 된 손님은 물방울이 되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그걸 5잔 만들었다.

그리고 모두들 불러서 한 잔씩 나눠주고, 쏘세지 야채 볶음도 내놓았다.

“어머, 이거 너무 예뻐서 마시기 아까울 정도인데요.”

“저는 마시고 싶어도 못 마셔요, 언니······.”

“어머 미안, 지혜야.”

당연히 미성년자인 지혜에겐 레몬 주스를 주었다.

지혜는 그 예쁜 술을 마셔보고 싶은 모양이지만, 주스로 참아야 했다.

“나같이 지긋이 나이가 든 사람에게 칵테일은 너무 신세대적인 것 같지만······ 가끔은 젊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군.”

“맞아요, 아버지!”

블루스 노인과 회장님도 칵테일을 잘 즐기고 계신 듯 하다.

“이것참, 공진씨와 같이 있으면 맛있는 걸 자주 얻어먹는군요. 혼자만 즐기는 것 같아서 제 길드원들에게 미안할 지경입니다.”

“뭐, 다른 길드원 분들도 선술집을 항상 찾아와주시는데요. 이건 선술집에도 팔 겁니다.”

시화와도 잡담을 나누었다.

여하튼 칵테일을 마시고, 맛 좋은 안주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이제 선술집을 열 때가 되었다.

나는 여느 때보다도 즐거운 마음으로 선술집을 열 준비를 했다.

오늘 선술집은 칵테일 메뉴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더 기대가 되었다.

어제도 칵테일을 팔긴 했지만, 약간 종류가 부족하지 않았던가?

음, 지금도 만들어 본 칵테일은 블루 라군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 선술집을 열기 전에 만들어 볼 수 있는 칵테일들을 좀 더 연구 해봐야할 것 같다.

리큐르들도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러 개 더 만들어 보고 말이다.

물론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만들어 볼 생각이다.

나는 그런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칵테일을 연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선술집을 열었다.

< 206화 칵테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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