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커피 >
“수세식 가공은 커피 열매를 물에 담근 뒤, 과육이 불게 되면 씻어내는 가공법입니다. 물이 풍부한 에티오피아나 케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불어나는 과정에서 발효가 이루어져 신맛과 과일향을 지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카페인이 물에 녹아버리기 때문에 건식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낮습니다.”
다음으로 수세식 가공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그럼 어느 방법으로 하는 게 좋을까.”
“시간을 절약하고 싶으시다면 수세식 가공을 추천해드립니다.”
“흠, 그럴까? 카페인이 빠진다고 해도 게임이니 맛만 있으면 그만이겠지.”
아마도 버프에 약간 영향을 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수세식도 과일향과 신맛이 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니, 꼭 나쁜 선택일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곧바로 커다란 나무 통을 만든 뒤, 거기에 깨끗한 호수의 물을 부었다.
그리고 수확한 커피 열매들을 쏟아부었다.
대추 같은 커피 열매들이 물에 동동 떴다.
그런 뒤 잠시 기다리니 커피 열매들이 퉁퉁 풀었다.
이제 그것들을 꺼내어서 껍질인 과육을 벗겨냈다.
“대추 같이 생긴 과육이라······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뭔가 탐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하나 먹어버렸다.
의외로 맛은 굉장히 좋았다.
새콤달콤한게 그냥 먹어도 좋을 것 같고, 주스로 해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 개 먹게 되었다.
“주인님, 커피 열매 과육에도 많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과식할 경우 카페인 중독 상태이상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태이상도 있구나.”
“그렇습니다. 두통의 일환으로 지능과 정신력이 떨어지고, 혈압이 높아져 고양감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또한 청력이 둔해지며 수면을 취하면서 휴식할 수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빨리 공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많이 먹으면 안 되겠다.”
“몇 개 먹은 정도로는 카페인 중독 상태이상은 걸리지 않습니다. 커피 열매나 커피를 과식과음만 하지 않으시면 괜찮습니다.”
그런 잡담을 나누면서 나는 커피콩의 가공을 끝마쳤다.
과육을 다 벗겨낸 뒤, 그 씨앗을 말린 것이다.
골렘은 친절히 다음 단계를 말해주었다.
“가공이 끝난 뒤에는 커피를 볶는 로스팅(Roasting)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커피원두가 갈색빛이 됩니다. 그 빛깔은 볶는 시간과 불의 온도에 따라 좌우됩니다. 맛의 경우 볶는 시간이 짧으면 신맛이 강해지며 길게 되면 쓴맛이 나타나고 적당하게 볶으면 단맛이 나타납니다.”
“그럼 전문가가 아니면 그 맛을 적당히 나타내기가 힘들겠네?”
“그렇습니다. 괜히 커피 농부들이 바리스타라는 표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그렇구나.”
어쩐지 옛날 광고의 표어를 말하는 것 같은 골렘이었다.
“하지만 홈 로스팅의 경우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으며, 태우지만 않으면 적당한 맛이 날 것입니다. 도구의 경우 프라이팬이나 가마솥, 혹은 전용 로스팅 도구 등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뭐, 프라이팬으로 해야겠다.”
나는 곧바로 커피를 볶을 준비를 했다.
많은 양을 수확했기 때문에 가마솥을 이용할까도 했는데, 가마솥은 삶는 도구지 아무래도 볶는 용도로 쓰는건 아니지 않나 해서, 소량을 프라이팬으로 볶기로 했다.
커피콩들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나와 미나, 지혜가 유심히 보았다.
특이한 점은 냄새가 좀 나는데, 커피 향이 향기롭긴 하지만 만약에 집에서 홈 로스팅을 할 때, 대량의 커피를 아파트나 주택의 경우 다른 집에 민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원두가 적당히 갈색이 되었을 때, 볶는 것을 멈췄다.
“마지막 과정은 그라인드입니다만, 이 경우 그라인더가 필요합니다.”
“그라인더라······ 그럼 날이 필요할 테니까 대장간에서 좀 만들어야겠네.”
“그렇습니다. 번거롭지만, 그라인더로 커피를 분쇄하는 것이 맛과 향 등에 좋습니다.”
나는 골렘의 조언을 따르기로 하고, 불돌이와 함께 대장간으로 향했다.
불돌이는 왈왈 거리며 나를 따라왔고, 나는 곧 대장간에서 대장기술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하게 되었다.
[대장기술, 커피 그라인더
원두 분쇄기. 커피를 분쇄하는데 필수적인 도구다. 핸드밀이라고도 불린다.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들은 분쇄두를 사는 것보다 원두를 보관해두다가 마시고 싶을 때 그라인더를 이용해 분쇄하여 커피를 타는 걸 추천한다. 왜냐하면 분쇄두는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이면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라인더로 완급을 조절하여 커피의 분쇄도를 정할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커피 그라인더로는 전동 그라인더가 있는데, 게임에선 마법공학 그라인더로 구현되어 있다.
필요한 재료 : 철괴 1개
추가 재료 : 목재 1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대장기술 Lv3, 용광로, 망치]
나는 목재 베이스에 철로 스크류와 레버를 만드는 형태로 핸드밀 그라인더를 만들었다.
통을 목재로 만들어서 내구력은 철보단 못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에 커피에 철향을 남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라인더를 만든 뒤, 다시 커피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커피 분쇄에 있어서 주의하실 점은 과다추출과 과소추출입니다. 분쇄도가 심하여 너무 가늘게 분쇄되면 과다추출이 되어 쓴맛이 너무 강한 한약 같은 커피가 됩니다. 반대로 분쇄가 지나치게 안 되어서 과소추출을 하게 되면 싱거운 맛의 커피가 됩니다. 그러므로 적당한 힘으로 일정하게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으음, 말로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골렘은 곧 그라인더에 커피를 적정량 넣은 뒤, 내가 알아보기 쉽도록 적당한 세기의 힘으로 커피를 갈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우면서도 적당한 크기의 입자로 커피가 갈렸다.
“일반적인 커피메이커 분쇄로 갈았습니다. 커피메이커 분쇄법 외에도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핸드드립, 프렌치프래소 분쇄법이 있습니다. 각각 방식과 방법, 도구가 다른 분쇄법입니다.”
“알겠어, 나도 한 번 해볼게.”
골렘의 시범을 본 뒤, 나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곧 그를 따라서 커피를 갈아보았는데, 완벽하다고는 못해도 골렘이 한 것과 비슷하게 분쇄할 수 있었다.
“이걸로 된 것 같아!”
“그럼 어디 한 번 마셔보죠!”
커피 만드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미나가 말했고, 나도 얼른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회사원이어도 카페 커피보단 자판기 커피를 애용했다.
그래서 커피의 종류를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일반적으로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카페모카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들어는 봤어. 카페에 잘 가지 않아서 그런 걸 마시진 않았지만 말이야. 그럼 다른 사람들도 불러서 무슨 커피를 마실지 물어볼까.”
곧 블루스 어르신과 회장님, 시화도 불렀다.
그들도 커피의 향긋한 냄새를 맡고 다가왔는데, 지혜는 커피에 적당한 간식 하나를 빠르게 만들었다.
“카스텔라를 만들어봤어요.”
“음, 커피랑 먹으면 맛있겠구나.”
“커피는 뭘로 타드릴까요, 어르신?”
지혜가 만든 카스텔라를 보면서 블루스 노인이 말하면, 나는 그에게 커피 주문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받았다.
“나는 에스프레소로 하지. 단 디저트에 적당하니까.”
에스프레소를 주문받자, 골렘이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실 에스프레소는 딱히 타는 법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커피 원액을 그대로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로 주게. 미국 출장 때 자주 마셨지.”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연하게 희석시키는 커피다. 이름 그대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명칭은 카페 아메리카노(Cafe Americano)다.
그 때문에 라이벌 국가인 러시아에선 아메리카노 대신 러시아노라고 명칭을 바꾸는 등의 촌극도 있었다고 한다.
“저는 카페라떼요.”
“저도요.”
“저도 카페라떼로 하겠습니다.”
미나와 지혜, 시화는 카페라떼로 했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커피다.
우유를 데워서 넣으면 된다.
특별한 점은 우유를 이용해 라떼아트(latte art)라는 걸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솜씨가 별로라서 어설픈 하트 정도 밖에 만들어내지 못 했다.
미나나 지혜는 그걸 보고도 대단히 감탄했지만 말이다.
그럼 이제 나만 남았는데, 나는 무슨 커피를 마실까······ 라고 생각하면 나는 평소에 마시지 못한 것을 마시고 싶었다.
“그것을 만드시려면 우선 초콜릿을 시럽이나 가루로 만드십시오. 그렇게 만든 초콜릿 소스를 에스프레소에 넣은 뒤 1:3의 비율 정도로 우유를 넣습니다. 그 위에 휘핑크림을 올리시고 땅콩, 아몬드 등으로 장식하시면 됩니다.”
골렘은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 만드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내가 마시고 싶었던 커피는 ‘카페모카(Cafe mocha)’였다.
노력이 좀 들어간 만큼 아주 달작하면서도 쓰고 크림으로 부드러움도 느낄 수 있는 맛 좋은 커피가 되었다.
지혜가 만든 카스텔라도 일품이었고 말이다.
“이걸로 선술집에서 커피도 낼 수 있겠네요.”
“제과점에서도 만들어 팔면 인기 있을 것 같아요.”
지혜가 나의 말에 맞장구 치듯이 말했다.
우리는 각자의 커피를 음미하면서 잠시 티타임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골렘이 한 가지 사실을 알렸다.
“주인님, 리큐르 발효액의 발효가 끝났습니다.”
“오,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
기다리던 발효가 끝난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발효통으로 향했다.
곧 리큐르 발효액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때 골렘이 또 다시 조언했다.
“게임상으로는 발효액을 증류할 때 리큐르의 종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재료에 따라 만들 수 있는 리큐르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오렌지를 넣어 만들었는데, 그걸로는 뭘 만들 수 있어?”
“대표적으로 블루 큐라소입니다. 증류기의 제작 카탈로그를 이용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곧바로 증류기에 다가가 제작카탈로그를 열어 검색해보았다.
[증류, 블루 큐라소
오렌지 리큐르 중 하나, 다른 오렌지 리큐르에서 도수를 떨어트리고 푸른색을 추가한 리큐르다. 파란색이 강렬하여 시원한 인상을 주어 파란색을 내는 칵테일에 거의 무조건 쓰인다. 맛은 오렌지 향이 강한 단맛이다. 선술집이 아닌 카페에선 무알콜에 설탕만 추가한 시럽을 이용하여 빙수 따위를 만들기도 한다.
필요한 재료 : 오렌지로 만든 리큐르 발효액
필요한 도구 : 증류기]
미리보기로 보니 사파이어처럼 영롱한 파란색의 술이었다.
나는 흥미가 돌아 곧바로 증류를 시작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증류를 하는 동안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 205화 커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