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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223화 (223/239)

< 204화 회장님과 농사짓기 >

곧 우리들은 농장에 돌아왔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농장엔 별 일 없었지?”

“예, 주인님.”

혼자서 일을 하던 골렘이 다가와 인사했고, 나는 골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항상 골렘이 농장을 지켜주는 덕분에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골렘을 만난 것은 정말이지 행운이다.

어쨌든 이제부턴 농사를 지을 것이다.

“농사지을 생각인가?”

“예, 회장님.”

“나도 돕겠네! 최근 나도 농사를 짓거든.”

회장님이 돕겠다고 나섰다.

블루스 노인이 회장님도 돕게 하라고 했으므로, 나는 별말 없이 받아들었다.

블루스 노인은 시화와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나머지 인원은 농사를 돕기로 했다.

오늘은 심을 것이 참으로 많다.

오렌지와 커피를 온실에 심어야하고, 향신료와 당근, 마늘 양파, 고추도 심어야 한다.

“미나와 지혜는 야채들을 바깥에 심어줄래?”

“네, 맡겨주세요.”

일을 분업하기로 했다.

온실 바깥에서 그녀들에게 야채를 심도록 한 것이다.

“회장님은 저와 온실에서 오렌지와 커피를 심죠.”

“그러지!”

회장님과 나는 온실 쪽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온실에서 일하는 것이 아무래도 덥고 더 힘들 것이라, 나와 회장님이 맡은 것이다.

그렇게 곧 회장님과 온실로 들어갔다.

“캬, 여긴 이것들이 다 뭔가? 레몬에 망고에 바나나에······자네 많이도 심었군!”

“하하, 이것저것 하다보니까요.”

“먹어봐도 되나?”

“물론 괜찮습니다.”

회장님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온실의 과일열매들에게 달려들었다.

레몬을 껍질째로 드시고 신 맛을 즐기기도 하시고, 망고의 단 맛에 푹 빠지기도 하셨다.

바나나 또한 맛나게 드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은 나는 괭이를 꺼내 오렌지와 커피를 심을 땅을 갈기 시작했다.

옥스는 지혜와 미나에게 빌려줬기 때문에 직접 갈아야만 했다.

과일들을 모두 맛 본 회장님도 다가와 여분의 괭이를 들고 같이 갈기 시작하셨다.

온실에서의 작업은 땀이 금방 나서 무척 힘들었지만, 열심히 갈았다.

그 다음은 비료를 뿌렸고, 씨를 심고, 물을 줄 차례였다.

분수기의 여분이 없어서 일단은 물뿌리개로 줘야 했다.

“물뿌리개로 할 생각인가?”

“예, 정령들은 미나와 지혜에게 빌려줬으니까요.”

“아, 그러지 말고, 내가 물의 정령을 부르겠네.”

곧 회장님은 물의 정령을 소환했다.

인간 여성의 형태였는데, 꽤 미인이면서도 뭔가 약간 중년 같은 모습이었다.

마을에서 본 절세미인의 정령들과는 조금 이질적이다.

“자네에게 보여주는 건 처음이겠군. 내 아내를 본뜬 모습이라네. 죽은 당시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더군.”

“······.”

회장님의 말에 나는 조금 숙연해졌다.

회장님은 역시 지혜가 오해했던 것과는 달리, 지혜의 어머니를 잊은 적이 없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 날은 정말 펑펑 울었지. 마지막도 곁에서 지키지 못 했고······ 그 후로는 일만하면서 잊으려고 했어. 그래서 지혜에게 상처를 주는데도 나는 몰랐던 거야. 다시 한 번 자네에게 고맙네. 지혜와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말이야.”

“감사 받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닙니다, 회장님.”

“하하, 젊은 친구가 겸손하군. 내 아들 놈은 자네와 나이가 비슷한데 사고나 치고 다니지. 마음 같아선 자네가 아들이었으면 할 정도라네.”

“하하, 저도 부모님 마음 썩히는 건 매한가지인 걸요.”

“자네가? 무슨 일로 말인가?”

“음, 명절 때마다 애인은 있냐고 닦달이신데요 뭐.”

“······.”

회장님과 조금 친해져서 그런 수다도 나눴다.

생각해보면 서른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서 부모님은 걱정이시긴 했다.

그런데 요즘은 서른이 넘어서도 결혼을 못하는 것이 흔한 사회풍토이지 않은가?

부모님은 걱정하시지만, 나는 딱히 조바심 같은 건 내지 않았다.

어디 여자친구가 마음만 먹으면 생기는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다.

“흠······ 자네. 말이 나와서 묻는 건데······ 그녀와는 어떤가?”

“그녀요?”

“미나양 말일세. 사귀는 거 아닌가?”

“예? 아, 아닙니다. 회장님. 미나씨와 사귄다니요.”

“흠······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아무리봐도 자네와 미나양은 보통 사이가 아닌데 말이야.”

“그,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친한 사이일 뿐이에요.”

“허허······ 미나양이 들으면 슬퍼할지도 모른다네. 자네, 여심에 대해서 좀 더 고민 해보게나.”

“······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좋네. 그래야 우리 지혜가 안전하기도 하고······.”

“네?”

“아, 아닐세! 하하하하!”

어쨌든 온실에서 농사짓는 것은 끝났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는 회장님과 시원한 레몬주스를 만들어 마시곤, 미나와 지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멀리서 지혜가 옥스를 몰며 밭을 가는 모습이 보였고, 미나는 바람이로 씨를 뿌리고 있었다.

“얘들아, 쉬면서 하자!”

“네!”

나는 그녀들 몫의 레몬 주스를 건네며 말했다.

미나와 지혜가 다가와 주스를 받아 마시며 땀을 식혔다.

“농사짓느라 힘들었지?”

“아뇨, 재밌었어요. 오늘은 심은 게 많아서 기대되요.”

“수확하면 적당한 거라고 만들어 먹어보자.”

“호호, 기대되네요.”

미나와 그런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미나와 대화를 나누니, 회장님의 말이 계속 떠올라서 어쩐지 쑥스러웠다.

“어머, 어쩐지 얼굴이 붉은데 괜찮아요? 온실에 너무 있어서 상태이상이라도 걸린 거 아니에요?”

“응? 아니, 아냐. 그보다 농사는 일단 지어났으니 4시간 동안 뭔가 해야겠네.”

“그러네요. 뭐하고 놀까요?”

“음, 일단 나는 양잠소의 애벌레들에게 뽕잎부터 뭐야겠어.”

“아, 저도 안에 같이 가볼래요.”

“저도요!”

미나와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지혜도 끼어들었다.

나는 두 사람과 같이 양잠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뽕나무에서 뽕나무잎을 채취하고 말이다.

자동수확기를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누에들은 먹이인 뽕나무잎을 들고서 양잠소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없는 동안엔 골렘이 보살폈는데, 많은 수의 누에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어머, 누에들이 참 많네요.”

“조, 조금 징그러워요.”

미나와 지혜의 반응은 상반됐다.

미나는 벌레인 누에를 봐도 귀엽다는 반응이고, 지혜는 약간 겁먹은 듯이 내 한쪽 팔에 꼭 밀착했다.

“지혜야, 겁 먹을 필요 없어. 해끼치지 않으니까.”

“그, 그래도요.”

“자자, 이렇게 먹이를 주면 귀엽게 먹기도 한다고.”

누에들에게 뽕나무잎을 주자, 누에들은 조금씩 그것들을 갉아먹었다.

지혜는 그런 모습을 보고 조금은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지혜의 모습을 보면서 배시시 웃곤 말했다.

“자, 미나야. 이렇게 손에 올릴 수도 있어.”

“꺄, 저도 한 번 해볼래요.”

뽕나무잎을 먹고 통통해진 누에 한 마리를 손가락에 올려보았다.

균형감각이 뛰어나서 떨어지지도 않고 꼬물거리는 모습이 아주 귀엽다.

미나도 똑같이 따라해보고 있었다.

나방으로 우화하는 것만 아니면 이대로 애완동물로 삼아도 될 텐데, 애석한 일이다.

“저, 저도 한 번 해볼래요.”

“지혜도? 너무 꺼림칙하면 꼭 할 필요는 없어.”

“미, 미나 언니도 한 걸요!”

“······우리 지혜, 의외로 지기 싫어하는구나?”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지혜의 손가락 위에도 누에 한 마리를 올려주었다.

지혜가 겁을 잔뜩 먹고 얼어붙은 것이 보였다.

꼭 작은 토끼 같아서 귀엽다.

하지만 장하게도 용기를 내서 꼬물거리는 누에를 만져보기도 했다.

뭔가 지혜는 가련하면서도 뭔가 강단이 있는 아이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분명 지금보다도 엄청난 미인이 될 것 같다.

여하튼 양잠소에서도 그렇게 놀았다.

물론 곧바로 오늘 비단으로 만들어야 하는 번데기들을 삶았다.

그러곤 비단으로 만들었다.

대략 1시간 정도가 흘렀고, 아직 3시간 정도 더 놀아야만 했다.

우리들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놀았다.

미나는 튤립 밭에서 꽃 향기를 맡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지혜는 작은 간식거리로 쇼트 케이크를 만들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나는 시화와 수영 대결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화씨······ 수영할 때도 그 검은 갑옷을 벗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엄청 잘해!

회장님과 블루스 노인은 낚시를 하면서 세월을 낚는 듯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골렘이 다가와 내게 말했다.

“주인님, 작물들이 다 자랐습니다.”

“오, 벌써 4시간이 지났구나.”

고급 비료의 힘으로 4시간만에 작물들이 다 자랐다.

나는 골렘과 함께 수확을 했다.

오렌지, 커피, 각종 향신료와 야채들. 오늘은 수확하는 재미가 남달랐다.

특히 감자, 양파 마늘, 고추는 친근한 야채들이라서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주역 중 하나는 바로 오렌지다.

“이걸로 리큐르를 만들어야지!”

실한 오렌지.

그냥 까서 먹어도 맛있겠지만, 이걸 심은 이유는 리큐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좀 더 다양한 칵테일을 만드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발효통으로 향해서 그곳에서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발효, 리큐르 발효액

Liqueur, 향주라고 불린다. 증류주 등에 과일, 꽃, 잎, 뿌리 등을 넣어 맛과 향을 더한 술을 의미한다. 하지만 무조건 상기의 것들을 침출시켜 만든다고 전부 리큐르로 구분되진 않는다. 오직 증류주를 기본으로 하고, 당분을 첨가한 경우에만 리큐르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와인이 베이스인 쉐리는 리큐르가 아니다. 진, 아꾸아비트, 압생트 또한 당분이 첨가 되지 않아서 리큐르가 아니다. 리큐르는 그 자체로 마시기 보단 칵테일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

필요한 재료 : 적당한 증류주, 적당한 과일 혹은 적당한 첨가물

필요한 도구 : 발효통]

“이걸로 하는 게 맞나?”

“맞습니다. 오렌지를 첨가물로 할 경우, 자동으로 블루 큐라소가 됩니다.”

“증류주는 보드카를 이용하면 되지?”

“그렇습니다.”

골렘의 조언을 들으면서 나는 리큐르 발효액을 만들었다.

[리큐르 발효액 - 1시간 59분]

음, 이걸로 한 건 해버렸군!

벌써부터 리큐르로 칵테일을 해먹을 생각을 하니 기대만발이다.

흠, 하지만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 그 동안 다른 걸 해봐야 할 텐데.

“골렘아. 커피도 홍차처럼 뭔가 공정을 거쳐야 마실 수 있지?”

“그렇습니다.”

이번엔 커피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곧 골렘이 적절한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커피는 대추처럼 과육으로 둘러싸있으며, 그 안의 씨앗을 말린 것을 흔히 커피 콩(coffee bean)이라고 합니다.”

“콩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씨앗이구나.”

“그렇습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육을 떼어 내는 일입니다. 방법은 크게 건식과 수세식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건식은 물이 귀한 중동에서 행해진 방법으로 햇볕에 말려 과육이 마르면 그것을 빻아 껍질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의 경우, 시간이 좀 걸리며, 노동량이 다소 있지만 카페인 함량이 높고 풍미도 좋습니다.”

골렘은 우선 건식 방법부터 설명했다.

< 204화 회장님과 농사짓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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