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222화 (222/239)

< 203화 경찰서 >

응접실에 도착하자, 교장은 쉬폰 케이크와 홍차를 내주었다.

정령과 동물 친구들에게도 적당한 간식을 주면서 말이다.

“아카데미의 실습으로 재배한 작물을 이용해 만든 겁니다.”

“그런가요? 생활 스킬을 가르치는데 문제는 없습니까?”

“문제라고 할 것도 없이 오히려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교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방인 분들이 생활 스킬에 이리도 관심이 많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 생활 스킬이라고 하면 다소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무슨 말이죠?”

“생활 스킬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단순히 그것에 그치지 않고, 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뭔가를 만들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 혹시 요리 같은 거 말인가요?”

“네, 요리가 대표적이지요. 듣기로는 이방인 분들의 세계에선 실력 있는 요리사 밑에서 배우려면 많은 수업료를 내야한다고 들었습니다. 저흰 10,000골드면 한 달 동안 배울 수 있으니 문제가 없지요. 더불어서 조리 스킬도 올라 음식의 버프효과도 좋아져서 일석이조인 셈이죠.”

“잘된 일입니다.”

사실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생활 스킬을 교육과정으로 추가시켰는데,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좋은 모양이다.

“요리 외에도 인기가 있는 것들이 있나요?”

보고 있던 미나가 물었고, 곧 교장이 대답했다.

“조각이나 미술, 노래와 춤도 인기가 있습니다. 농사도 단연 인기가 있고요. 요리와 마찬가지로 이방인분들의 세상에서도 통하는 것들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하긴, 그렇겠군요.”

사람들은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것을 잘 개발하지 못한다.

시간이 없기도 하고, 가르쳐줄 선생이 없을 때도 있으며, 있다해도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아카데미는 그런 것들을 해소해주는 듯했다.

교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대장기술이나 재봉도 인기가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것도 스킬에 의존해서 배우려고 하지 않는 분들도 계씬단 겁니다.”

“네? 정말요?”

“그렇습니다. 제작 카탈로그에 국한되어 만드는 것보다 스스로 뭔가 창의적인 것을 만들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재봉의 경우는 두 말할 것도 없지요.”

“그건 정말 대단하군요.”

직접해봐서 아는데, 대장기술이나 재봉 기술은 스킬에 의존하지 않으면 일반인은 하기가 어렵다.

그걸 스킬이 아니라 직접 손재주로 이루려고 한다니, 재봉 기술은 아마 디자이너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려나?

대장기술은 그런 것도 아닌데, 현실에서 철물을 다루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너무 생활 스킬 이야기만 해버린 기분이군요.”

“다른 것들은 어떻습니까?”

“도리어 생활 스킬에 비해 인기가 밀리는 편이지만, 순조롭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카데미의 편리함을 이용해 마법사나 전사가 되고 있습니다. 마법사 분들은 하급 과정을 마치면 마탑의 마법공학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죠.”

“이방인들도 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겁니까?”

“네, 퀘스트 형식으로 발주해주고 있습니다. 벌이가 제법 좋아서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입니다.”

“그렇군요.”

“다만 문제라면 전사분들은 특별한 아르바이트가 없단 거군요. 아카데미를 통해서 성장이 빨라지긴 하지만, 특별히 파티를 맺는데 이점을 얻진 못한다고 합니다.”

“흠······.”

교장의 말에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시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제 농장의 호수에는 여신이 머물게 되었습니다.”

“아,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요.”

“그 호수의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면 전사분들은 강력한 버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 번 그것도 교육과정에 넣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다만 농장의 선술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만 한정하여 공개하고 있습니다. 퀘스트로 발주해서 선술집을 들리고 기도를 올리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렵지 않지요.”

또 한 번 대화가 오간 뒤, 교장은 홍차를 한모금 했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 진지함과 근심이 묻어 있었다.

“영주님. 헌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어떤 것 말씀이시죠?”

“전쟁이 곧 다가온다는 소문이 퍼져 있습니다.”

“아, 그거요······ 네, 사실입니다. 조만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밀레스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밀레스는 항상 주변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나라였습니다. 결국 야욕을 보이는군요. 만약 하펜 마을이 침략을 받는 날이 온다면 저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겠습니다.”

교장은 비장하게 말했다.

“학생 분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들과 함께 참전하겠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

나는 곧바로 교장의 청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그들이 참전하게 되면 분명히 도움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상현실이긴 해도 ‘학교’에 소속된 인원들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건 어째······ 약간 꺼림칙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시화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화가 교장에게 물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수준이라면 학생들의 레벨이 그다지 높진 않겠군요?”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쟁에 많은 이방인 분들이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분명 그것은 맞지만, 혹시 교장님은 교장님과 선생분과 함께 참전하려는 것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교장님, 그리고 공진씨. 그건 곤란하다고 봅니다. 저는 공진씨의 영지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카데미도 보호받아야할 자산입니다. 소중한 자산 중 하나인 교장님이나 선생분들이 전사라도 한다면 큰 피해이지 않겠습니까?”

“아, 그건······.”

시화의 말에 교장은 말 끝을 흐렸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저레벨이더라도 이방인들이 병사로 참전해주면 좋긴 합니다. 개개인이 죽음 패널티를 감수하기만 하면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부담이 적죠. 하지만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교장님이나 선생분들이 참전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교장님. 그러니 차라리 이것도 퀘스트를 발주하여서 학생인 이방인들 중에 원하는 이들만 참전하도록 유도하는 게 어떻습니까?”

“······두 분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저나 선생들이 끓는 피를 참아야겠지요. 좋습니다. 그럼 참전시 학점을 더 주는 식으로 퀘스트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학점이요? 그런 것도 있나요?”

이야기가 자연스레 학점에 관한 것으로 이어졌다.

“네, 저흰 졸업을 하려면 학점이 필요합니다. 각각 하급 중급 상급 과정이 있죠. 해당 등급의 졸업장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명성도 다르며, 보상이나 다른 곳에 갔을 때 받는 대우 등이 달라집니다. 다들 더 높은 등급의 코스를 졸업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죠.”

“그런 경쟁은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장려해주십시오.”

어쩐지 현실의 대학이 생각났지만, 그래도 현실의 대학과는 달리 입시경쟁은 없으니 잘 된 거라고 생각했다.

“아카데미가 잘 운영되고 있어서 다행이군요. 생활 스킬이 인기라는 것도 기대 이상입니다. 교장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영주님, 저야말로 마을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부디 영주님이 전쟁에서도 이겨서 계속 통치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들은 홍차와 쉬폰 케이크를 다 먹고 응접실을 나섰다.

나가는 길에 수련장을 보기도 했는데, 허수아비를 치는 이들도 있었고, 교관들과 1:1 검술을 지도받는 이들도 있었다.

마법을 배우는 듯한 모습도 보였으며, 그런 전투적인 것 외에도 농사를 짓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요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통점이라면 그들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나이대가 다양한데, 교복을 입은 모습이 뭔가 판타지스러우면서도 익살맞다.

여하튼 아카데미에서의 일은 그 정도였다.

“농장에 가기 전에 이 옆에 경찰서를 지어야겠습니다.”

“그래요, 잡상인들이 치안을 어지럽히게 둘 순 없으니까요.”

아카데미를 나서니, 또 보이는 것은 좌판을 깔고 초보자들을 현혹시키는 ‘사기꾼’들이었다.

곧바로 그렇게 말하니, 미나가 동의했다.

나는 곧바로 영지건설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영지건설, 경찰서

철컹철컹, 당신은 체포되었습니다. 마을의 규모가 커지면 으레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생기고 치안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주민들간의 분쟁은 물론 이방인들끼리도 분쟁과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찰서는 중세식 치안조직으로, 사법부의 역할도 겸직하여 분쟁당사자들끼리 고소를 하여 약식재판도 치러줍니다. 경찰관들을 이용해 살인범, 사기꾼, 도둑, 강도 등을 잡고 심판하십시오. 이 철혈의 경찰관들은 절대 타락하지 않습니다.

필요 자금: 50만 골드

필요 조건 : 8,000이상의 번영도]

미리보기로 본 경찰서의 겉모습은 파출소의 약 4배 정도 될 듯한 정도의 크기였다.

벽돌이 필요한 점이 약간 눈에 띄었는데, 아마도 감옥 때문이겠지?

목조로 지으면 너무 쉽게 부서질테니 말이다.

물론 벽돌도 의외로 쉽게 부서지겠지만, 철근 콘크리트도 없는 판타지에선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아니, 혹시 중세식 감옥이면 그냥 지하에 가둬버리는 거 아닌가?

인권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면서, 일단 경찰서를 짓기 시작했다.

태산이가 브어어엉 하면서 벽돌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재료삼아 열심히 망치질을 하니, 얼마지 않아서 경찰서가 만들어졌다.

아직 경찰관들이 없지만, 이대로 두면 마을 회관의 직원들이 알아서 경찰관을 뽑아 보낼 것이다.

“그럼 이제 농장으로 갈 건가요?”

“응. 이제 마을에서 볼 일은 일단 끝났으니까.”

“어서 가서 농사나 짓죠.”

미나는 이제 농사꾼이 다 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래저래 심어볼 것들이 많아서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을을 벗어나고 있는데,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빨리 석재 만들어!”

“머드맨아, 석재를 만들어주렴.”

“옳지 잘한다, 우리 흙흙이!”

목책 근처에 다가가자 벌써부터 성벽을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특이한 모습은 사람들이 각자의 흙정령을 데리고 석재와 시멘트를 만들고 있단 점이었다.

나무늘보, 고양이, 개미핥기, 사람, 엘프, 바바리안, 작은 용, 거북이 등등 여러 종류의 땅 정령들이 보였다.

대부분 귀여운 모습들이었다.

다만 사람이나 엘프의 경우에는 모두 아름다운 여성체였다.

흠······ 정령은 정령술사가 바라는 모습으로 구현된다는데······.

“끌끌끌, 진풍경이구먼.”

블루스 노인이 그런 풍경을 보면서 한 마디 했다.

뭐, 나도 그냥 진풍경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203화 경찰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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