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동굴탐험 >
장어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식도락도 즐긴 우리들은 다음 목적지인 수해동굴로 향하기로 했다.
시화가 길안내 역을 맡아서 해변을 걸어 나가면서 수해 동굴 쪽으로 향했다.
몬스터가 없는 안전지역 해변을 벗어나니, 여러 유저들도 보였고 그들은 여러 종류의 해안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가령 사람만큼이나 거대한 소라게나, 머맨이나 머메이드로 추정되는 반인간형 몬스터들도 있었다.
그런 것을 처음 보는 내겐 생소한 구경거리였다.
“저, 저기 있는 사람, 분명 군신 길드의 흑태자 맞지?”
“와,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주로 하펜 마을 쪽에 있다고 들었는데.”
“근데 같이 있는 사람들이나 동물들은 뭘까? 군신 길드원들인가?”
하지만 생소한 구경거리인 건, 우리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한 시화를 처음 보는 이들이 쑥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말을 걸어오는 이들은 없었지만 말이다.
시화는 그런 반응들이 익숙한지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수해 동굴도 노슬론 마을의 광산처럼 따로 횃불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다수정이 주변에서 조명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해안가 근처의 울창한 숲에 수해 동굴이 있었다.
그 수해 동굴에 들어서기 전, 그곳에 대해 모르는 나나 몇몇 이들에게 시화가 사전설명을 해주었다.
사냥을 하러 간다고 하기 보단 다들 관광지나 들러보는 마인드로 가는 것이라, 시화는 관광가이드처럼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입구에서부터 파란색의 바다색 같은 신비한 수정이 빛나고 있었다.
입구부터 제법 아름다웠다.
곧 시화를 선두로 해서 그 동굴의 입구에 들어섰다.
“오, 정말 예쁘네요.”
“종류석들인데, 파란 수정처럼 빛나네요.”
“수해 동굴이라기 보단 얼음동굴 같아요. 물론 이것들은 얼음이 아니라 수정들이지만요.”
시화의 말대로 아주 파란색 수정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 중 압권인 광경은 수정 종류석이었다.
종류석처럼 위에서 아래로 뻗어나와 있는 파란 수정들은 흡사 외국의 ‘얼음 동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동굴 안이라 서늘한 느낌이 들어서 실제로 얼음 동굴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예전에 한 번 왔는데, 여전히 풍경은 좋은 곳이구먼. 저 흉물들만 없으면 더 좋았을 텐데.”
블루스 노인은 이곳이 처음은 아닌 듯 했다.
그리고 블루스 노인이 가리킨 ‘흉물’도 보였다.
아마도 시화가 말했던 ‘딥 맨’들인 모양이다.
그리고 놈들의 생김새는 내가 예상한 모습 그대로였다.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심해인들의 흉측한 모습인 것이다.
보고 있으면 약간 소름 돋는 모습이긴 한데······.
“주변에서 저것들을 열심히 사냥하고 있군요.”
“네, 말씀 드렸다시피 1층의 딥 맨들은 중견 레벨만 되어도 상대할 수 있는 녀석들이니까요. 솔로 플레이로도 사냥을 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흠, 하펜 마을의 광산에서 본 고블린이나 오크들은 저것들에 비하면 엄청 미남이군요. 뭐······ 아다만타이트나 찾아보죠.”
사냥은 주목적이 아니니 광물추적으로 아다만타이트나 찾았다.
근처에 한 덩이가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그쪽으로 향하는데, 여러 마리의 딥 맨들과 싸우게 되었다.
음머어어어
꼬꼬꼬꼭!
대부분의 딥 맨들은 시화와 블루스 노인, 그리고 회장님이 앞에서 탱킹을 해주셨다.
다만 한두 마리는 옥스와 호크가 탱킹했다.
옥스가 용맹하게 돌격해 머리로 들이받는가 하면, 치킨그리폰이 되어서 풍채가 대단해진 호크는 큰 부리로 딥 맨의 머리를 쪼아버렸다.
나나 지혜, 미나는 뒤에서 마력격발 총을 쏴서 원호했다.
그렇게 하니, 딥 맨들은 크고 날카로운 손톱으로도 아무도 해치지 못하고선 모두 사살되었다.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물리치는데 어렵지 않아서 꺼림칙한 기분은 곧 사라지게 되었다.
뭐, 얘네들을 잡는다고 크툴루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설마하니 그런 건 아니겠지?
여하튼 나는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확보한 아다만타이트 광물을 곡갱이로 때렸다.
[아다만타이트 10덩이]
평소엔 시화에게 받기만 했는데, 이번엔 직접 캐게 된 아다만타이트였다.
광물 하나를 다 캐니 10덩이가 나왔다.
우리들은 한동안 1층을 관광하듯 돌아다니면서 아다만타이트를 수집했다.
적당히 100덩이 정도 모은 다음에, 시화를 따라서 2층으로 향했다.
“이제 2층으로 갈 겁니다. 1층보단 좀 주의해야하는데, 쇼게스들을 봐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딥 맨보다도 흉물이긴 하지만, 제가 있으니 안전합니다.”
놀라지 말라는 경고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위험하진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2층의 풍경은 1층과 마찬가지로 파란 수정의 천국이었는데, 차이가 있다면 약간 어두운 편이었다.
그리고 고레벨 유저용 사냥터라서 그런지 다른 유저들의 모습도 훨씬 적어졌다.
물론 없진 않았는데, 그들도 우리처럼 파티를 이뤄서 다니고 있었다.
“왔습니다. 저게 쇼게스입니다.”
“······.”
그리고 곧 어둠 속에서, 기어오는 혼돈 같은 몬스터가 보였다.
말 그대로 혼돈을 형상화한 것 가은 모습.
징글징글한 촉수들이 가득한 얼굴에 눈동자가 잔뜩 있었으며, 그것들은 꿈틀거리면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몬스터를 처음 보는 사람들, 그러니까 시화와 블루스 노인을 제외한 인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세, 시화군.”
‘예, 어르신.“
하지만 블루스 노인과 시화는 노련하게 그것들을 향해서 돌격했다.
“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딥맨들을 상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총으로 원호하면서 싸우고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마크되지 않은 쇼게스 하나가 지혜에게 기어오고 있었다.
옥스나 호크, 실버 모두 하나씩 상대하는 중이라 바빠서 나는 황급히 마법공학 톱날검을 꺼내들려고 했다.
“이놈! 내 딸은 못 건든다!”
하지만 회장님이 더 재빨랐다.
회장님은 척 봐도 살벌해 보이는 도끼를 들고 용맹하게 지혜 앞을 가로막아 그것을 상대했다.
그 사이에 나는 다시 마력격발 총을 꺼내서 회장님이 탱킹하고 있는 놈을 사격해버렸다.
딥 맨에 비해 맺집이 꽤나 셌지만 별 문제 없이 해치울 수 있었다.
“휴우, 지혜가 괜찮니?”
“괜찮아요, 아빠.”
“어떠냐, 이 아빠도 제법 잘 싸우지 않느냐. 으하하!”
“······.”
전투가 끝나자 회장님은 지혜에게 힘자랑 하듯 말했다.
음, 회장님은 생각보다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으신 것 같다.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여하튼 그런 전투를 하면서 2층에선 미스릴을 찾아다녔다.
미스릴은 상대적으로 아다만타이트에 비해 적어서 50개 정도밖에 캐지 못 했다.
물론 그 정도면 한동안 시화에게 따로 받지 않아도 충분할 터였다.
“슬슬 돌아갈까요. 광물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트로페 마을로 갈 생각이죠?”
“네, 돌아가려면 다시 왔던 길로 가야겠군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텔레포트 깃털을 미리 구비해왔거든요. 파티 전원이 마을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시화는 이 나들이가 끝난 다음에 힘들여서 걸어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편의를 봐온 모양이다.
“원한다면 여기 보스라도 더 구경하고 갈 순 있지만요.”
“보스 이름이 뭐죠?”
“르뤼에의 딸 에브게니스입니다.”
“······그냥 돌아가죠. 르뤼에란 이름이 참 불길하네요.”
시화가 있으니 사냥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겠지만, 크툴루 신화에 연관된 보스의 모습은 분명히 꿈자리가 사나워질 정도로 끔찍할 것 같았다.
그래서 괜히 볼 것 없이 돌아가기로 했다.
시화는 온 김에 보스 사냥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아쉬운 모양이지만, 내 말에 동의하면서 돌아가기로 했다.
곧 시화가 가져온 텔레포트 깃털로 우리들은 그곳에서 텔레포트를 했다.
눈부신 빛이 사라지니, 몇 번이고 와본 마을인 트로페 마을의 광장에 서 있었다.
“아, 정말로 여긴 몇 번을 와도 마음이 놓이는군. 이국의 항구마을 같은 풍경이라······.”
블루스 노인은 트로페 마을에 처음 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런 감상을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바로 하펜 마을에 돌아가진 않고, 뭐 좀 사갈 생각이었지 않나?”
“네, 오늘 농사지을 것들을 살 생각입니다.”
“허허, 자네 따라서 산책이나 하지.”
블루스 노인의 느긋한 말대로 우리 일행은 따로 움직이진 않고, 나를 따라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거기에서 오랜만에 보는 듯한 식료품점 청년을 만났다.
“직접 뵙는 건 오랜만이군요. 하펜 마을의 영주님. 상단을 통해 거래는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펜 마을이 발전한 덕분에 우리 마을도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 까진 없습니다. 그보다, 여러가질 사고 싶은데요.”
“무얼 사고 싶으시죠? 역시 씨앗으로 사실 것 같지만요.”
인사치레로 잡담을 나눈 뒤, 나는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말했다.
“오렌지, 커피, 그리고 여기서 재배되는 각종 향신료들하고 자잘한 야채들을 좀 사고 싶습니다. 자잘한 야채들은 당근이나 양파, 마늘, 고추 같은 것들이요. 전부 다 씨앗이 있나요?”
“네, 있죠. 향신료들도 종류별로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식료품점 청년에게 그것들을 사들이게 되었다.
다시 그와 인사를 하곤, 식료품점을 나왔다.
“이제 마법사 길드로 가서 하펜 마을로 텔레포트 할 생각이겠구먼?”
“예, 어르신. 농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을 생각입니다.”
“그럼 우리 용재가 거들게 해주겠나? 어차피 지혜랑 같이 할 생각이겠지?”
“그, 회장님을 제가 부리는 건······.”
“어허,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여기선 편하게 대하게.”
“······알겠습니다.”
블루스 노인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씀하셨다.
회장님의 눈치를 살짝 살폈지만, 회장님도 그러길 원하는 모양이었다.
가능한 따님과 같이 다니고 싶으신 모양이다.
그런 대화를 나눈 뒤, 우리들은 트로페 마을의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오오! 이것은······ 말로만 듣던 치킨그리폰이 아닙니까?”
“네······ 혹시 만지고 싶으시다면 만지셔도 됩니다.”
그곳에 있는 로비 데스크의 마법사 청년은 여전히 동물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그로썬 처음 보는 치킨그리폰인 호크를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내가 만져도 된다고 하니, 무뚝뚝한 표정이 환하게 변하면서 맹렬히 호크의 목을 쓰다듬었다.
“시, 실례했습니다. 크흠. 곧바로 텔레포트 시켜드리죠.”
마법사 청년의 동물사랑이 끝난 뒤, 우리들은 텔레포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곧 우리들은 하펜 마을의 광장으로 텔레포트 했다.
“아, 집에 온 기분이네요.”
미나가 그렇게 말했다.
짧지만 트로페 마을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인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바닷가로 놀러가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인 것 같다.
현실은 각박해서 잘 가지 못하지만 말이다.
< 200화 동굴탐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