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14일차 로그아웃 >
검을 벼려낸 나는 만족스럽게 그것을 보면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장인이 만든 특급 흡혈괴물박쥐의 얼음한-레플리카 : 공격력 150, 내구도 60/6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마검 ‘얼음한’의 레플리카. 진품이 가진 저주의 힘은 없지만 무시무시한 외형만큼은 잘 만들어졌다. 흡혈괴물박쥐의 정수로 강력한 특수효과가 부여되었다. 미스릴로 벼려졌기 때문에 공격력과 내구도, 특수효과가 강화된다.
특수효과 : 냉기와 혈기
냉기와 혈기 : 검에서 냉기가 흐르며 공격당한 적은 동상에 의한 둔화에 걸린다. 강력한 냉기 광역마법인 ‘아이스 에이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검에 의해 공격당하거나 ‘아이스 에이지’에 의해 얼어붙은 이들은 입은 피해만큼 검의 사용자를 치유한다.]
나는 괜찮아 보이는 검의 성능을 보곤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아이스 에이지라는 기술은 지금 써보기엔 뭣하긴 하지만 안 써 봐도 뭔가 대단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검을 괜히 B모 회사의 그 검을 든 언데드 왕을 흉내 내면서 검을 들어 겨누어보기도 했다.
어쩐지 코스프레하는 기분이라 쑥스럽다.
그래도 기왕하는 거, 그 언데드 왕의 멋들어진 갑옷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속성강화를 선택하기로 했다.
물속성 혹은 냉기속성의 무기 속성강화에서 상급 정령으로 추가된 속성강화는 처음 골라본다.
나는 그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공격형
-공격당한 적의 공격속도 및 캐스팅 속도가 느려진다(패시브)
방어형
-무기로 적의 근접공격을 방어할 시, 적들은 차가운 냉기에 시달린다.
지원형
-무기에 흐르는 냉기가 정신을 고양시켜 마나회복을 크게 보조해준다.
“흠······ 이거라면 공격형이 낫겠네.”
얼음한의 특수능력인 냉기와 혈기로 인해 둔화되는 적들에게 더 심한 디버프를 걸도록 해주는 것이 나을 듯했다.
검의 성능을 그만큼 보정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냉기속성 무기 속성강화의 공격형 옵션으로 속성강화를 했다.
[장인이 만든 특급 흡혈괴물 박쥐의 추위에 몸서리치는 얼음한-레플리카]
그렇게 얼음한을 완성시켰다.
흠, 레플리카긴 마검을 버려내니 다시 생각해도 흑마법사가 된 기분이다.
들고 있으면 오싹한 느낌이 드는 검은 잠시 인벤토리에 놔두고······ 나는 마지막 남은 정수를 확인했다.
[우루사이의 정수]
오늘 우루사이를 잡고 시화가 얻은 정수.
어쩐지 이 정수는 특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골렘이 대장간으로 들어왔다.
“주인님, 우루사이의 정수를 쓰실 생각이십니까?”
“응, 그럴 생각이야.”
“우루사이의 정수는 강력한 영혼의 정수이기 때문에 특별한 특수능력이 부여됩니다.”
“그래? 어떤 건데?”
“우루사이처럼 강력하게 변하면서 동시에 우루사이를 소환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헐, 그럼 사기잖아?”
“그만큼 강력한 정수이기 때문입니다.”
골렘의 말에 나는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만들어 볼가 했는데, 풀 플레이트 아머로 만들기 보단 지난번에 만든 파워아머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흠, 그런데 미스릴을 다 써버렸으니 이번에도 강철로 만들어야 하겠는데······ 뭐 나쁘진 않겠지.
나는 곧바로 망치를 두들기며 파워아머의 부품을 만들곤, 마법공학회로를 세공했다.
골렘이 도와주어서 별로 오래 걸리진 않았다.
[장인이 만든 6등급 우루사이의 파워아머(강철) : 방어력 300 내구도 200/20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6등급 파워아머. 세계수의 반신 수호자 중 하나인 우루사이의 정수가 사용되어 그의 강력한 영혼이 파워아머에 깃들었다. 방어력과 내구도가 어마어마하게 상승한다. 또한 강력한 특수능력이 부여된다.
특수능력 : 우루사이의 결의, 우루사이의 돌격, 우루사이의 영혼
우루사이의 결의 : 스킬 사용시 받는 피해가 70% 감소합니다. 피해를 받을수록 결의가 차오르며, 차오르는 결의에 비례하여 체력이 점진적으로 회복됩니다(쿨타임 20분)
우루사이의 돌격 : 적을 향해 맹렬한 돌격을 합니다. 이 돌격을 하는 중엔 저지불가 상태가 되어 어떠한 이동방해나 행동방해 효과에 면역이 됩니다. 돌격당한 상대는 멀리 날아가며, 그 주변에 있는 적들은 사기가 떨어지거나 공포에 빠집니다.(쿨타임 20분)
우루사이의 영혼 : 정령계로 떠난 우루사이의 영혼을 부릅니다. 영체로 소환된 우루사이가 착용자와 함께 적과 맞서 싸웁니다.(쿨타임 24시간)]
다른 정수에 비해 강력하다는 골렘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닌 듯했다.
특수효과가 3개나 있으면서 하나하나가 강력해보였다.
결의는 여지없이 강력한 탱커용 스킬이었고, 돌격은 어지간한 공격 스킬보다 뛰어나 보였다.
게다가 우루사이를 소환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강력해보였다.
우리가 싸운 우루사이는 약화된 거라던데, 그 정도의 힘만 내주어도 어마어마한 것이다.
나는 여기서 더 이상 강화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속성강화를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파워아머는 갑갑해 보이니까 그냥 냉각기능을 넣는다고 생각하고 지원형으로 하자.”
지원형
-더위 내성이 크게 오르며, 스킬을 발동시키면 1분동안 주변에 강렬한 한기가 서린다(쿨타임 3분)
[장인이 만든 6등급 우루사이의 시원한 파워아머(강철)]
그렇게 강력한 파워아머가 만들어졌다.
이걸 입게 될 사람은 분명 행운아일 것이다.
그렇게 오늘 만들 아이템들도 모두 만들었다.
나는 4개의 아이템을 확인해보았다.
[장인이 만든 1등급 한기가 서린 병정괴물개미의 차이나 드레스]
[잘 만든 1등급 아라크네의 칼날냉기 닌자복]
[장인이 만든 특급 흡혈괴물 박쥐의 추위에 몸서리치는 얼음한-레플리카]
[장인이 만든 6등급 우루사이의 시원한 파워아머(강철)]
“끄응, 오늘도 보람차게 다 만들었다.”
나는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
나는 슬슬 하루를 마무리······가 아니라, 현실의 하루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대장간을 나왔다.
다른 이들은 모두 야유회 하듯 잔디에 앉아서 동물친구들에게 간식을 던져주거나 하면서 놀고 있었다.
나도 그들에게로 향했다.
“다 만들었나, 공진군?”
“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어르신?”
“그러지. 자네가 만든 아이템은 늘 대단하니 말이야.”
블루스 노인 외에도 궁금한 모양이므로 나는 아이템을 꺼내보았다.
치파오는 지혜와 미나가 입어보았으니 다들 알고 있지만, 닌자복과 얼음한, 그리고 우루사이의 파워아머는 처음 보는 것이다.
닌자복은 그럭저럭인 아이템이었지만 얼음한과 우루사이의 파워아머는 당연히 주목받았다.
“이 검은······ 분명히 내가 아는 그 게임의 그 검이로군.”
“네, 패러디인 모양입니다.”
“추억이구먼······ 한 때는 국민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지. 중국에선 그 게임의 프로게이머 챔피언이 올림픽의 성화 봉송을 할 정도로 인기였다네. 아, 자네들은 그 세대가 아니라 잘 모르겠구먼?”
“어렴풋이는 알고 있습니다. 그 선수분은 유명하지 않습니까?”
“허허허······ 사실 이 검은 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자체보다 그 게임을 원작으로한 mmorpg로 유명해졌지만 말일세.”
“그 게임도 압니다. mmorpg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명작이잖습니까.”
“그렇지. 뭐, 그 회사가 최근에는 좀 죽쑤고 있지만 말일세.”
블루스 노인은 얼음한을 이리저리 들어보이면서 말했다.
회장님도 블루스 노인처럼 그 게임에 대해 아는 눈치지만, 지혜 앞이라 말을 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나는 회장님의 그런 모습이 좀 생소해서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이 갑옷은 지난 번 파워아머 같군요.”
“네. 그걸 베이스로 만들었습니다.”
“우루사이의 정수를 썼기 때문인지 옵션이 무시무시하군요.”
“그런 모양입니다. 특히 우루사이의 영혼을 소환하는 건 아마도 굉장히 강력하겠죠.”
“이건 소중히 써야할 것 같습니다. 향후에 큰 전력이 될지도 몰라요.”
“다만 강철로 만든 게 아쉽긴 합니다. 무기를 만드는데 미스릴을 써버려서요.”
“흠, 그럼 내일부턴 갑옷용 재료도 따로 구해드리죠.”
우루사이의 파워아머에 관해선 시화와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화와 그런 이야기를 끝마치니 미나가 말했다.
“이제 슬슬 로그아웃 할 시간이죠?”
“응, 오늘은 이정도로 하고 출근해야지.”
“저도 소속사가 생겨서 할 일이 생겨버렸네요. 백조 생활은 면했지만 뭔가 아쉬운 기분도 드네요.”
“일하지 않으면 노는 것도 별로 재미없어.”
“후후, 그렇긴 하겠죠.”
미나는 지난번 CF건 이후로 소속사가 생겼다.
그래서 일을 한다는 것이 기쁜 모양이면서도 으레 일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가지기 마련인 아쉬움이 있던 모양이다.
나는 약간 고리타분하긴 하지만 적당한 조언을 해주었다.
미나는 그럭저럭 납득하는 듯했다.
“그럼 내일은 뭐할까요?”
“내일은······.”
미나의 물음에 나는 잠시 회장님의 눈치를 살폈다.
헬름으로 눈을 가린 상태지만 회장님의 기대가 그대로 느껴졌다.
“오렌지도 사고, 이것저것 살겸 트로페 마을에 가자. 가서 해변에서 또 놀기도 하고 말이야.”
“어머, 좋아요.”
일단 이걸로 미나와 지혜는 따라올 듯했다.
그런데 내일 뜬금없이 회장님과 블루스 노인이 같이 가자고 하면 뭔가 어색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엔 운이 좀 작용했다.
“트로페 마을이라······ 마침 잘됐군요. 거기 수해 동굴이 있는데, 그곳에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수해 동굴요?”
“네, 그곳에서 아다만타이트와 미스릴이 나옵니다. 가는 김에 거기서 재료를 얻으면 좋은데······ 물론 그것만이 아니고 거기 풍경도 꽤 좋습니다.”
“그럼 가도록 하죠.”
풍경이 좋다는 말에 나는 그렇게 대답했는데, 눈치를 살피던 블루스 노인이 끼어들었다.
“시화군, 그렇다면 우리도 같이 가는 게 좋지 않겠나? 거긴 꽤 강한 곳인데,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 말이야.”
“네? 저 혼자서 충분하긴 하지만······.”
“어허, 혼자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네.”
“······.”
시화는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대충 블루스 노인의 눈치를 알아챈 모양인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선 내가 적당히 장단을 맞추는 게 좋을 듯 했다.
“그러시죠, 어르신. 하는 김에 해변에서 같이 노시는 것도 어떻습니까? 미나야, 지혜야, 너희도 괜찮지?”
“어머, 물론이죠.”
“저도 좋아요.”
미나도 지혜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블루스 노인과 회장님도 끼게 되었다.
“그럼 나는 가보겠네.”
“안녕히가십시오, 어르신.”
“저도 가보겠습니다.”
“잘가요, 시화씨.”
그런 후 블루스 노인과 회장님, 그리고 시화는 농장을 떠났다.
“저도 가볼게요.”
“잘 가, 미나야.”
“학교······ 다녀올게요.”
“응, 잘 다녀와.”
미나와 지혜도 로그아웃 했다.
그렇게 농장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는데, 나는 동물과 정령 친구들을 쓰다듬어 주곤, 골렘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 로그아웃했다.
오늘도 알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 196화 14일차 로그아웃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