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드러낸 정체 >
[호크가 치킨그리폰으로 진화했습니다.]
말보다 조금 작은 크기, 기품있는 날개와 부리, 발톱은 분명히 그리폰이었다.
하지만 빨간 벼슬이나 전체적으로 검붉은 색의 모습은 닭의 특징이었다.
그렇게 그리폰과 닭이 합쳐진 것 같은 모습인 ‘치킨그리폰’이 된 호크였다.
꼬꼬댁!
“울음소리는 여전히 닭이구나!”
꼬꼬꼬꼭
[호크가 또렷한 생각으로 주인을 알아봅니다.]
“어라, 조금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은데.”
진화하나 호크는 모습이 바뀐 것 만큼이나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전과는 달리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할까나?
확실히 메시지에도 ‘또렷한 생각으로’라고 적혀 있고 말이다.
“주인님, 호크가 치킨그리폰이 되었군요.”
“어? 응, 골렘아. 그런데 호크가 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
“치킨그리폰이 된 닭은 그리폰과 동일한 지능을 가지게 됩니다. 더 이상 본능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오······ 분위기만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똑똑해졌단 말이구나.”
나는 대견한 눈치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는 그리폰을 닮았는데, 얼굴은 닭이라 거대한 닭같은 모습이 조금 웃기지만, 위엄은 있었다.
마치 ‘치킨 어택’의 가사처럼 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치킨그리폰은 날 수 있습니다, 주인님.”
“헉, 진짜야?”
“다만 아직 기승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누군가를 태우고 비행하는 것은 힘듭니다. 다음 진화인 ‘그랜드 치킨그리폰’이 된다면 비행탈것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냥 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닭이 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진화이니 말이다.
내가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도 모였다.
“허허허, 이건 뭔가?”
“어르신도 처음 보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꼭 그리폰을 닮은 닭이군. 아니, 그 반대인가?”
“이녀석은 제가 키우는 닭인 호크입니다. 진화해서 치킨그리폰이 되었습니다.”
“치킨그리폰이라니 처음 들어보는군.”
“생각해보니······ 농사든 목축이든 저 말곤 하던 사람이 없었으니 어르신이나 시화씨도 모를 만 했던 것 같군요.”
“그렇군. 레벨이 올라서 진화한 건가?”
“그런 것도 같은데······ 그게 좀 이상한 계기가 더 있었습니다. 치킨 어택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니까 진화하더군요.”
“······허허허, 재밌구먼.”
치킨 어택을 불렀다는 내 말에 블루스 노인은 할 말은 잃은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호크가 이렇게 커졌다니······ 만져도 될까요?”
“괜찮을 거야. 한 번 만져봐.”
미나와 지혜는 호크를 만져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말 정도로 커진 호크는 고고하게 고개를 들고 있어서 쉽게 만질 용기가 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내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호크에게 손을 뻗는 그녀들이었다.
호크는 영리하게도 그녀들에게 고개를 숙였고, 두 사람은 호크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날 수는 있습니까?”
“골렘의 말로는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누굴 태우고 나는 건 무리라고 하지만요.”
“닭을 키우면 그리폰이 된다니······ 이건 꽤나 인기 있을 만한 정보일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수탉이지만요. 그리고 아마도 우루사이를 잡은 게 컸던 거 같습니다. 그런 행운은 아무나 가질 수 없겠죠.”
아마 호크가 진화가 가능한 레벨에 도달한데에는 시화와 함께 우루사이를 잡은 덕분인 듯했다.
물론 그전에는 나와 함께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레벨업을 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보통의 유저는 시화처럼 강하지 않고, 나처럼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니 호크만큼 닭을 키우는 건 힘들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들은 호크가 나는 모습을 한 번 구경하기로 했다.
꼬끼오오오오!
호크에게 날아보라고 명령을 했더니, 호크는 우선 위엄차게 포효했다.
그러고 나서는 바람이의 것보다 훨씬 큰 날개를 퍼덕였다.
펼치니까 무척 긴 날개였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 확실히 그 큰 몸이 날 수 있을 듯했다.
호크는 약간 앞쪽으로 달리면서 양력을 받아 하늘을 날았다.
치킨 어택의 가사처럼 말 그대로 하늘을 지배한 것이다.
다시금 대견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호크는 하늘을 가르듯 날아다니다가, 활공하면서 땅으로 내려왔다.
“잘했어, 호크야.”
꼬꼬꼭
나는 목을 쓰다듬어 주면서 사과 하나를 꺼내주었다.
이젠 사과보다도 큰 부리로 한 번에 사과를 아삭하고 깨물어 먹는 호크였다.
나는 호크에게 다른 사람들과 놀고 있으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호크는 사람들을 졸졸 따라가선 위엄 있게 앉아 있었다.
앉은키가 이제 옥스보다 커서 옥스가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보고 있기도 했으며, 상급 정령이 되어서 싸움닭 상태의 호크에겐 올라타지 못 했던 물방울이 얼른 그의 등에 올라타는 모습도 보였다.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그리고 유달리 환영하는 이들은 개들이었다.
실버, 불돌이, 골드가 그의 주변을 맴돌며 친근하게 짖었다.
여하튼 진화한 호크도 잘 지낼 것 같은 모습이다.
어쨌든 나는 다시 아이템 만들기로 돌아왔다.
다음은 아라크네의 정수로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가죽을 쓸수도 있고, 목화를 쓸수도 있어서 조금 고민이 되었다.
“아 참, 치킨 어택을 불렀으니까 거기 나오는 닌자가 생각나네. 혹시 그것도 있으려나.”
나는 혹시 하는 생각에 재봉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재봉, 닌자복
엄청난 인술과 무술을 사용하는 닌자는 판타지다. 현실의 닌자는 전투보단 첩보를 주된 목적으로 삼았으며, 이런 종류의 검은색 의복도 입는 일도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임무 중엔 평범한 농부로 변장하여 의심을 피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과장된 닌자복을 구현했다. 움직이기 편하고 어두운 계열의 옷이기 때문에 도적 계열 클래스에겐 좋을 듯싶다.
필요한 재료 : 적당한 재질의 옷감 20개, 적당한 실
추가 재료 ; 검은색 염료
필요한 도구 : 재봉도구, 재봉 스킬 Lv6, 조합 스킬]
내가 생각한대로의 모습인 닌자복이 있었다.
검은색 의복에 얼굴엔 복면이 쓰여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나X토라는 만화에 나오는 닌자처럼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내가 아는 치킨 어택 동영상에 나오는 웃기는 닌자가 입었던 옷처럼은 생겼다.
뭐,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판타지라고는 해도 검은색 옷은 은밀해 보이고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설명대로 ‘도적 계열’처럼 가벼운 갑옷이나 의복만 입고 싸우는 이들에겐 유용할 것 같다.
물론 평상시에 닌자복을 입는 시선만 즐길 줄 안다면 말이다.
어쨌든 나는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치킨어태애액, 치킨어태애액, 고 치킨 나우, 고 플라이, 유 오운 더 스카이이이······.”
옷을 만들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만드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목화의 실과 옷감을 만들어야 했지만, 자동 물레와 방직기가 있어서 그것도 어렵지 않았다.
여하튼 즐겁게 옷을 바느질 하여, 완성했다.
[잘 만든 1등급 아라크네의 닌자복 : 방어력 30 내구도 15/15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1등급 닌자복. 활동성을 중시했기 때문에 방어력과 내구도가 그리 높진 않다. 착용감이 매우 좋아 움직임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아라크네의 정수를 사용해서 강력한 특수효과가 부여되어 있다.
특수효과 : 어둠 속의 암살자
어둠 속의 암살자 : 적에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번째 공격은 200%의 대미지 상승효과를 받는다.]
조금 심플한 느낌의 옵션이 붙어 있었다.
딱 암살자에게 필요한 옵션 같았다.
범용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지만, 특정 직업군에겐 인기가 있을 것 같아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나는 다음 절차인 속성강화를 하려고 했다.
“어디보자······ 이번에도 물속성을 한다고 하면······ 이건 기존의 물속성 강화를 하는게 좋으려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기존의 물속성 강화를 살펴보았다.
[공격형 강화]
-매 공격마다 착용자의 마나의 40%에 해당되는 추가 얼음속성 피해를 가하고, 상대를 동결시킨다.
-마법공격력의 100%에 해당되는 냉기돌풍 시전(쿨타임 1분)
[방어형 강화]
-얼음속성 내성이 40% 상승한다.
-일시적으로 생명력의 40%에 해당되는 얼음속성 공격을 흡수(쿨타임 3분)
“이 중에서 고른다면······ 공격형 첫 번째 강화옵션이 좋으려나?”
옵션과 조화롭게 속성강화를 하려면 그것이 나을 듯했다.
암살의 대미지를 더 크게 늘리려면 추가 속성 피해가 있는 편이 좋을 듯하니 말이다.
게다가 상대를 일격에 못 죽였을 때에도 상대가 동결된 상태라면 암살자에게 더 효과적일 듯했다.
나는 곧바로 그 선택지로 속성강화를 했다.
[잘 만든 1등급 아라크네의 칼날냉기 닌자복]
그렇게 오늘의 두 번째 아이템도 만들었다.
나는 끄응, 하고 기지개를 펴고선 땅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리곤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치킨그리폰이 된 호크가 신기하고 재밌는지 모두들 그에게 몰려 있었다.
나도 멀리서 사과주스나 마시면서 그것을 구경했다.
그런 다음 충분히 휴식이 되었다고 여겨질 때 쯤, 다음 일을 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오늘도 미스릴로 무기를 만들어봐야할 것 같다.
전설적인 무기의 레플리카로 말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불돌이를 불러 대장간으로 향했다.
왈왈왈왈!
불돌이는 여전히 대장간으로 가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나는 불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뭘 만들지 고민하면서 대장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려던 때였다.
“응?”
“······.”
그때 대장간에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시화나 블루스 노인인줄 알았는데, 그들이 아니었다.
바로 드래곤씨였다.
“안녕하세요?”
“······.”
나는 그에게 친근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만난지 며칠이 된 것 같은데, 말 한 마디 나눈 적이 없는 것 같다.
말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진 않은데······ 왜 말을 안하는 걸까?
“이보게.”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말했다.
그런데 어째 목소리가 매우 낯이 익었다.
“나일세, 모르겠나?”
“예?”
그리고 그도 어쩐지 현실에서 나를 아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누군지 잘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그가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곤 자신이 쓰고 있던 헬름을 벗었다.
“나란 말일세. 이 친구야. 내 목소리도 모르겠나?”
“회, 회장······.”
“쉿! 아, 아직은 지혜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네!”
드래곤씨의 정체는 다름 아닌 회장님이었다.
나는 기겁해서 놀라려 했지만, 회장님이 다급하게 조용히 시켰다.
심장이 멎을 듯이 놀란 적은 요즘 들어 오늘이 처음인 듯하다.
< 194화 드러낸 정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