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12일차 선술집 >
얼마 후, 뽕나무들이 다 자랐다.
나와 골렘은 마법공학 자동수확기를 들고선 뽕나무 잎과 오디를 수확했다.
자동수확기 덕분에 그다지 어렵진 않았지만 수확량이 좀 많았다.
나는 수확을 하면서 작은 보라색 베리 같이 생긴 오디를 먹어보고 싶어져서 몇 개 씹어 먹어보았다.
달달하면서도 씁쓸하게 맛있었는데, 손이 보라색으로 물드는 것이 특이한 점이었다.
뭔가 중독성있는 맛이라서 몇 개 먹기 시작했더니 계속 먹게 되어서 강제로 그만둬야만 했다.
좀 이따 주스라도 만들어 마셔 볼 생각인데, 그냥 다 먹어버리면 곤란하지 않은가?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맛있는 걸 먹어서 그런지 시골풍경이 생각나는 동요 하나를 흥얼거렸다.
그렇게 느긋하게 수확하다보니 어느덧 전부 수확하게 되었다.
엄청 많은 오디가 수확되었기에, 나는 그걸로 주스라도 나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조리, 오디 주스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로 만든 주스, 붉은 빛에서 보랏빛으로 까맣게 익은 오디는 당도가 높고 안토시아닌, 칼슘, 칼륨, 마그네슘, 무기질 등이 함유되어 몸에 좋다. 꼭지를 떼버리고 그냥 먹어도 좋지만, 주스로 갈아 마시는 것은 대표적으로 오디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취향에 따라 꿀이나 우유, 설탕을 넣어 마셔도 좋다.
필요한 재료 : 오디
추가 재료 : 꿀, 우유, 설탕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조리 스킬Lv2]
흠, 생각해보니 오디맛 우유라는 것이 이벤트성으로 만들어 팔렸던 것 같다.
맛은 대단히 호불호가 갈렸다고들 하던데, 그냥 꿀 정도만 넣어서 마셔볼까?
나는 직접 양봉해서 모은 꿀을 타서 4잔의 오디 주스를 만들었다.
그리곤 미나와 지혜, 시화씨가 모여서 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머, 고마워요. 오빠.”
“잘 마실게요.”
“잘 마시겠습니다, 공진씨.”
주스를 건네자 그들은 감사인사를 하면서 잔을 받았다.
그들과 함께 나도 한모금씩 마셨다.
입안에 단맛이 가득해졌다.
“음, 이거 정말 다네요?”
“오디 자체가 달지만, 꿀을 넣어봤어.”
“그래도 적당히 단 것 같아요.”
“설명에는 우유도 타 먹는다는데······ 그건 좀 그렇겠지?”
“우유라······ 같이 먹으면 건강한 맛일 것 같은데요. 게임에서 건강이라고 하면 좋은 버프를 주려나요?”
미나는 맛을 품평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나는 호기심이 돋아서, 꿀 탄 오디 주스를 다 마시곤, 그 자리에서 우유를 탄 오디 주스를 만들어보았다.
조금 뽀얗게 된 보라색의 오디 주스가 만들어졌다.
“음, 뭔가 오묘한 빛깔이네.”
“향기는 좋은 것 같은데요.”
겉모습은 마치 블루베리나 포도맛 우유 같은 느낌이다.
물론 현실에도 그런 맛의 우유는 없다.
보통의 우유와는 잘 연상되지 않긴 해도 빛깔 자체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곧바로 오디 우유를 마셔보았다.
“으음······.”
“어때요?”
“담백하면서 단? 그런 맛 같아. 방그레에서 오디맛 우유를 만들었던 걸로 아는데, 그거랑 맛이 똑같은지는 모르겠어. 일단 내 기준에선 맛이 나쁘진 않은데······ 약간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네.”
“버프는 어떻습니까?”
프로게이머인 시화는 맛보다는 버프를 중요시하는지 그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좀 전에 꿀 탄 오디 주스와 비교해보았다.
“꿀을 탄 쪽은 민첩이 좀 더 오르는데, 우유 쪽은 힘과 체력이 더 오르네요.”
“그렇군요. 맛이 다소 호불호가 갈려도 버프를 위해서라면 마실 사람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야 뭐······.”
일단 그렇게 오디 주스의 시식회가 끝났다.
나는 양잠소를 들러 누에들에게 뽕나무 잎을 뿌려주었다.
토실토실한 누에들은 이번에도 뽕나무 잎을 꼬물꼬물 잘 갉아 먹었다.
징그러운가 하면, 귀엽기도 한데······ 이 녀석들을 나중엔 삶아서 비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니,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다.
약간 극단적이긴 하지만 자연을 존중하기 위해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엘프들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긴 했다.
나는 누에 몇 마리를 톡톡 건드려 보면서 놀다가 양잠소를 나왔다.
“주인님, 보드카 발효액이 전부 발효되었습니다.”
“그럼 증류를 해야겠네.”
“그렇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언을 해드려도 좋습니까?”
“뭐든 해줘.”
골렘은 또 뭔가 조언을 해주려는 모양이다.
곧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보드카를 이용해 간단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지만, 좀 더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기 원하신다면 보드카 같은 증류주를 이용해 리큐르를 만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리큐르? 들어 본 적은 있는데······.”
“향주(香酒)라고도 불리는 첨과주입니다. 당분과 과일, 꽃, 약재, 향신료, 감미료를 더해 향과 맛, 그리고 색을 낸 술을 의미합니다. 칵테일의 맛이나 색을 내는데 다양하게 이용됩니다. 예를 들어 파란색 종류의 칵테일을 만들 땐 블루 큐라소라는 리큐르가 필요합니다. 해당 리큐르를 만드는데엔 오렌지가 쓰입니다.”
“흠, 그렇구나. 오렌지······ 아마 트로페 마을에 가야 하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 가볼까······.”
사실 상단사무소가 생겼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는 없어졌다.
트로페 마을의 식료품점과 하던 거래도 이제 상단 사무소를 통해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로페 마을에 가면 이래저래 해변에서 놀 수 있어서 심심하면 가서 놀고 싶다.
오렌지도 사는 겸해서 내일 가보면 딱일 것 같다.
여하튼 보드카가 만들어 졌으니, 오늘은 선술집에 몇 가지 칵테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진정한 의미의 선술집이 되는 것 같아서 뭔가 두근두근 거린다.
“이제 선술집을 여실 거예요?”
“응, 오늘도 술을 팔고······ 아니지, 오늘부터는 술을 섞고 인생을 바꿔줄 시간이구나.”
“무슨 말이에요?”
“칵테일을 만들 생각이거든!”
나는 만세를 하면서 과장된 몸짓과 함께 말했다.
미나가 그런 나를 보면서 조금 웃었다.
나도 미나를 보면서 방긋 웃었다.
“칵테일이라, 맛있을 것 같네요.”
미나의 말에 나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에는 나는 얼른 메뉴판에 보드카와 칵테일, 오디 주스를 추가시키며 선술집을 열었다.
선술집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늘도 술을 마시려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수의 가호를 받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내가 정한 원칙대로 가게의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해야만 호수의 여신에게 기도하도록 했다.
“사장님, 여기 칵테일이 된다고요?”
“네, 보드카로 간단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직 초보단계지만요.”
“음, 무슨 종류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잠시만요.”
손님에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조리, 사과칵테일
보드카를 이용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과일 칵테일 중 하나. 간단하면서도 예쁘고 맛있기 때문에 훌륭한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과 칵테일이라고 해도 레몬즙 정도는 넣지만, 그 정도는 예외로 해주자.
필요한 재료 : 사과, 레몬, 설탕 조금, 사과주스, 보드카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조리 스킬 Lv2]
[조리, 딸기칵테일
홈 파티에도 적당한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칵테일. 딸기로 만들기 때문에 빨간색 빛깔이 예쁘다. 생 딸기의 맛과 보드카의 화끈한 알코올이 특징이다. 시원하게 얼음을 넣어 먹으면 풍미가 더 해진다. 만약 구할 수 있다면 소다나 탄산을 넣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필요한 재료 : 딸기, 보드카, 설탕 조금
추가 재료 : 탄산, 소다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조리 스킬 Lv2]
일단 가지고 있는 재료로는 두 종류의 칵테일이 가능한 듯했다.
나는 곧바로 손님에게 말했다.
“손님, 우선 사과칵테일과 딸기칵테일이 가능합니다.”
“흠, 어쩐지 홈메이드 삘이 나는 칵테일이네요. 그런 쪽이 더 정감이 가긴 하죠.”
“나중엔 좀 더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일단 사과칵테일 하나 주시겠습니까?”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나는 손님에게 그렇게 말하곤, 미리 준비한 칵테일용 컵을 꺼냈다.
선술집을 열기 전에 대장간에서 땅땅 두드려 만든 것이다.
왜 흔히 칵테일 바텐더들이 술들을 섞기 위해 차카차카 하며 흔드는 것 있지 않은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곤 곧바로 제작 버튼을 눌렀다.
그것에 사과주스와 설탕을 넣은 뒤, 주인공이라 할 수 잇는 보드카를 붓는다.
그런 다음 레몬을 힘껏 짜서 즙을 짜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레몬 주스를 만들어 넣어도 될 것 같지만, 일단 이렇게 했다.
그리곤 용기를 밀폐시키곤 열심히 흔든다!
정말로 바텐더가 된 기분이라 신나게 흔들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역시 미리 만들어 놓은 칵테일 잔에 칵테일을 부은 다음, 잔을 사과로 장식했다.
사과를 얇게 저며 꽃처럼 꾸미는 장식이었다.
“사과칵테일 나왔습니다.”
“오······ 생각 이상으로 예쁘군요, 사장님.”
손님은 좀 더 소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보다는 나았던 모양이다.
나는 싱긋 웃으며 맛도 한 번 보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은 살짝 맛을 봤다.
“음, 좋습니다. 맛도 합격입니다. 사과의 상큼함과 설탕의 단맛, 그리고 보드카의 맛이 잘 어울리는군요.”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제가 애주가라서 그런데······ 딸기 칵테일도 한 번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물론 괜찮죠. 금방 내드리겠습니다.”
나는 손님의 주문에 따라 곧바로 딸기 칵테일을 만들 준비를 했다.
마찬가지로 조리 스킬을 발동시키면서, 우선 딸기를 유리 그릇에 담았다.
그 다음 딸기를 조합 스킬로 으깨준다.
으깬 딸기를 쉐이커에 넣은 뒤, 탄산제조기로 만든 탄산수와 보드카를 혼합하여 붓는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신나게 흔드는 것이다!
허리를 씰룩씰룩 흔들며 쉐이커를 흔드는 내 모습을 미나와 지혜가 보고 웃었고, 나도 그녀를 보고 미소 지었다.
그렇게 충분히 흔든 다음에는 이번엔 큰 잔에 붓곤 얼음을 넣었다.
덤으로 통짜 딸기를 잔에 살짝 꽂아주면 데코도 완성이다!
“딸키 칵테일 나왔습니다, 손님.”
“오, 좋습니다. 이것도 기대한 것 이상이군요. 이 분홍색 색감······ 리큐르를 쓰는 칵테일과는 남다른 겁니다. 어디 한 번······.”
손님은 그런 말을 한 뒤, 딸기 칵테일을 그대로 마셨다.
“크으······ 정말 좋습니다. 이런 맛에 칵테일을 마시죠. 정말 고맙습니다, 사장님.”
“맛있게 드셔 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손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손님은 그런 후, 음식을 더 시켰고, 그 분에겐 특별히 서비스를 몇 개 해주기도 했다.
그가 맛있게 칵테일을 마신 덕분인지, 그 후로도 다른 손님들이 칵테일을 더 시켰다.
나는 즐겁게 칵테일을 만들면서 선술집을 운영했다.
< 190화 12일차 선술집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