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화 고급대장간, 아카데미. >
휴식을 마친 우리들은 스미스씨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늘도 연신 망치로 쇠를 두드리며 무기를 만드는 스미스씨가 있었다.
해밀튼 노인에게 대장간을 물려받고 아직 서툴던 모습도 이제 거의 사라져버렸다.
“영주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군요, 스미스씨. 대장간 일은 어떻습니까?”
“시찰하러 오신 겁니까? 물론 아주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양산품도 많이 팔리지만, 주문제작도 널리 알려져서 호황입니다. 몬스터 정수를 저희가 사서 만드는 일도 있지만, 이방인 분들이 직접 가져와서 주문제작을 하는 것이지요.”
“잘 됐군요. 그렇지만 오늘 시찰을 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
“예? 그럼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영주님?”
시찰이 아니라는 내 말에 어리둥절한 모습인 스미스씨였다.
나는 순박한 그에게 오늘 찾아온 용무를 말하기 시작했다.
“다른 게 아니라······ 대장간을 업그레이드 하려고 합니다.”
“네? 고급 대장간으로 업그레이드 하시려는 겁니까? 하지만 저는 아직 제자를 둘 생각이 없는데요.”
“제가 필요로 해서 그런데, 제자까진 아니더라도 비즈니스적인 목적으로라도 숙련공을 교육시킬 순 없을까요?”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혹시 마력격발 총이라고 아십니까?”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았기에 나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스미스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마법공학 관련 무기 아닙니까?”
“네, 그걸 양산하려고 합니다. 메이거스의 요청이 있어서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을의 부와 방위력을 올리기 위해서죠.”
“하지만 저는 마법공학은 문외한인데요.”
“마법회로세공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미스씨와 고용될 숙련공들은 머스킷 자체만 만들면 됩니다. 마법회로 세공은 마탑 쪽에 문의를 해보죠.”
“아하, 분업을 하실 생각이시군요.”
“네, 굳이 마탑에서 머스킷의 생산과 회로세공을 같이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일단 분업체계를 만들려면 대장간부터 크게 만들고 숙련공을 만들어야겠죠. 가능하겠습니까?”
나의 물음에 스미스씨는 또 다시 잠시 생각을 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대장간이야 크게 늘리면 그만이고······ 대장기술이야 열심히만 하면 익힐 수 있는 재능이니 교육이 따로 필요하진 않거든요. 마을에는 대장장이가 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몇 있으니 그들을 데려다 쓰면 될 것 같습니다요. 만들어야 하는 물량이 얼마만큼이지요?”
“메이거스에서 요구한 양은 하루에 100정 정도입니다. 물론 수량을 못 맞춘다고 해될 건 없지만요.”
“몇 명 데려다 쓰면 머스킷 100정을 만드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요. 다만 제가 만드는 것보다 등급은 낮겠지만요.”
“등급에 대한 말은 없었으니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어디까지나 양산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야 마음 놓고 해보겠습니다. 아, 물론 싸구려나 불량품을 만들겠단 말은 아닙니다. 그건 한 사람의 장인으로써 용납할 수 없지요.”
“좋습니다. 그럼 바로 대장간을 확장해보죠.”
그런 후, 나는 곧바로 영지 건설 카탈로그에서 대장간을 검색해보았다.
[영지 건설, 고급 대장간
일반 대장간보다 더 크게 확장할 수 있으며, 고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 대장간이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더 좋은 도구가 있다면 자연히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마련이다. NPC 대장장이의 실력을 더 보정하고 싶다면, 그리고 더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면 이 건물을 지어주자.
필요한 자금 : 200만 골드
필요 조건 : 마을 번영도 10,000 이상]
어렵지 않게 스미스씨가 말한 고급 대장간을 찾을 수 있었다.
미리보기로 볼 땐, 용광로와 모루가 여러 개 있으며, 건물의 크기가 커서 여러 명의 대장장이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용대장간과 비슷하긴 하지만, 여긴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다.
여하튼 나와 스미스씨는 협업을 하면서 고급 대장간을 짓기 시작했다.
조각상점을 지은 것처럼 이번에도 목조로 틀을 만들고, 벽돌을 쌓았다.
차이점이라면 이번엔 용광로를 만들고 각종 대장도구들도 같이 만든 것이다.
이래저래 ‘협업’으로 건물을 지으니, 내가 그냥 짓는 것보다 더 세밀하게 지어지는 기분이었다.
곧 얼마지 않아서 우리들은 고급 대장간을 지을 수 있었다.
“후우······ 대장간이 엄청 커졌군요. 감사합니다, 영주님.”
“별 말씀을요. 제가 필요로 해서 한 일인걸요.”
“그래도 제가 일하는 일터가 커진 것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요. 영주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대장장이를 지원하는 청년들은 제가 모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들에게 일을 가르쳐 머스킷을 제조해보겠습니다. 납품은 마탑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네, 그쪽으로 해주십시오. 제가 그곳에 말을 해두죠.”
스미스씨와 그런 말을 나눈뒤, 우리들은 인사를 하고 그와 헤어졌다.
다음 목적지인 마탑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건물을 짓느라 땀을 흘린 나는 바람이에게 부탁해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사과주스를 좀 마셨다.
잠시 후, 우리들은 마탑에 도착했다.
“영주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언제나 그렇듯이 마법사 아가씨가 안내데스크에서 우릴 맞이했다.
나는 그녀에게 인사했다.
“세계수의 숲은 잘 다녀오셨어요?”
“네, 그쪽 일은 잘 풀렸습니다. 다만 새로운 일 때문에 왔네요.”
“무슨 일이에요?”
“전에 마탑에 사이퍼씨가 와서 마력격발총을 주문했었죠?”
“그랬죠.”
“제게 대량 생산을 부탁했었는데,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대장간과 마탑이 분업을 하는 것이 어떤가 싶었습니다. 지금은 대장간을 고급 대장간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대장간에선 머스킷만 만들고, 회로세공은 마탑에서 하는 거죠.”
“아하, 그럼 생산성이 향상되겠군요. 아,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뭐죠?”
문제가 있단 말에 나는 다소 불안감이 생겼다.
곧 그녀가 말했다.
“이건 좀······ 부끄러운 이야기긴 한데요. 좀 경력이 있는 마법사들은 회로세공 같은 단순 노동에 가까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 그것도 양산품이나 만드는 거라면 더더욱 그러겠죠.”
“아······ 노동자가 부족하단 말이군요.”
“그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신입이나 하급 마법사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어요. 저희 마탑은 건설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마법사들이 그렇게 많진 않으니까요.”
“그럼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죠?”
문제를 파악했다면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대부분 자본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 자본인 골드라면 지금 넘치는 상황이니 아낄 필요가 없다.
곧 마법사 아가씨가 말했다.
“음,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아카데미를 짓는 거예요.”
“아카데미라면 학교입니까?”
“네, 그곳에서 마법사를 양성할 수 있어요. 아, 만약 영주님이 원하신다면 마법사만이 아니라 전사나 기사들도 양성할 수 있어요. 교육방침의 문제지만요.”
“흠, 생각해보니 이 마을에 초보자 수련소 같은 곳이 있던 것 같은데요.”
나는 이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보았던 허수아비가 있던 곳을 떠올렸다.
나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보자 학교인데요, 그곳을 아카데미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이방인들도 배우면서 모험을 시작할 수 있겠죠.”
“일석이조라는 거군요. 그곳을 업그레이드해보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방법은 뭐죠?”
첫 번째 방법은 들었으니 두 번째 방법을 물어보았다.
“네, 용병선술집이나 용병길드를 만들어서 떠돌이 마법사를 영입하는 거죠. 물론 이번 일에 필요한 수준의 마법사들만 고용하는 거죠.”
“용병선술집이라면 들어봤습니다. 클라드 마을에 지었죠. 그럼 하펜 마을에는 용병길드를 지어보고 싶은데, 용병길드는 특별한 장점이 있습니까?”
“더 명성이 있는 용병들이 모일 확률이 있고요, 마을 청년들이 용병이나 마법사에 도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요. 선술집 상태일 때보다 더요. 아무래도 가능하다면 용병 길드 쪽이 더 좋겠죠?”
“알겠습니다. 그럼 용병 길드도 만들죠.”
“두 방법 모두 동원하실 생각이시군요. 과연 우리 영주님은 통이 크시네요!”
마법사 아가씨는 호호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일단 머스킷의 납품은 마탑 쪽으로 해뒀습니다. 최종 납품은 저나 메이거스 쪽에 하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대금은 저에게 받으십시오.”
“네, 그렇게 하도록 마스터에게 결재를 올릴게요.”
마탑 쪽에도 그런 계약을 체결했다.
그렇다면 이제 아카데미와 용병길드를 만들러 가야할 시간이었다.
오늘은 이래저래 건물을 많이 짓게 되는 기분이었다.
마탑을 나온 나는 곧바로 초보자 수련소로 향했다.
그곳은 마탑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내가 처음 로그인 했을 때처럼 초보자들이 허수아비를 열심히 때리고 있었다.
나는 그곳의 교관에게 다가갔다.
“누구······ 아, 영주님이시군요. 영주님을 또 뵙습니다.”
“절 기억하십니까?”
“네, 물론이죠. 드물게 허수아비 수련을 하지 않고 가신 분이지 않습니까? 과연 그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여겼습니다.”
교관은 나를 알아보곤 존경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런 눈빛이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나는 할 일을 말했다.
“아카데미를 짓고 싶은데요.”
“오, 이곳을 아카데미로 업그레이드 하시려는 것이군요? 그렇게 한다면 이방인들이 이 마을에서 시작하기 더 쉬워질 겁니다.”
“음, 그것도 좋지만 이번 일에선 그건 부차적인 목적입니다. 본래 목적은 마탑에서 신입 마법사들을 많이 필요로해서 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마법사만 양성하는 쪽으로 교육 방침을 잡으실 겁니까?”
교관은 다소 실망감이 어린 모습으로 물어보았다.
나는 그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당장 필요한 이들은 마법사란 점뿐입니다. 기왕 하는 거 전사나 기사들도 양성하십시오.”
“그렇군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교관은 의욕있게 대답했다.
나는 그의 태도를 흡족히 여기면서 영지 건설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영지 건설, 아카데미
지식은 곧 힘이니, 이를 융성하게 하라. 마을에 고급 노동자나 지식인이 필요하진 않은가? 그러기 위해선 교육의 힘이 필요하다. 배우지 않고선 지식인이나 고급 노동자가 양성될 수 없다. 마법사와 고급 전사, 그리고 기사는 그러한 이들의 대표적인 이들이다. 하지만 교육 방침에 따라 생산스킬 등의 기술도 이곳에서 배울 순 있다. 그렇게 할 영주가 얼마나 있겠냐만······.
필요한 자금 : 1,000만 골드
필요 조건 : 13,000 이상의 번영도]
“어?”
하지만 의외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생산스킬도 가르칠 수 있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었다.
< 188화 고급대장간, 아카데미.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