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홍차와 티라미수 >
나는 곧 미나와 지혜의 총도 따로 만들어주었다.
화약과 총탄도 좀 더 만들어서 나눠 준 다음, 한동안 사격을 즐겼다.
처음엔 서툴던 미나와 지혜도 몇 발 쏘고 나니, 내 도움 없이도 손쉽게 명중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격을 즐기고 있다 보니, 총소리를 듣고 온 구경꾼들도 있었다.
“이 게임에 총도 있었네.”
“머스킷이구만. 근데 장전방식이라든지 그런 게 많이 간편화 되어 있는 듯.”
“재밌어 보인다. 군대 있을 때도 사격은 재밌었는데. 물론 군기 잡는 건 X같았지만.”
사격도 엄연한 스포츠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나는 저런 반응이면 마법공학 홍보영상이 성공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총 쏘는 것과 총 만드는 걸 좋아하는 건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스킬을 이용하면 총 만드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기대해볼만할 것이다.
여하튼 나와 지혜, 미나는 총을 쏘면서 노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주인님, 홍차가 전부 자랐습니다.”
“앗! 벌써 그렇게 됐나?”
사격을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들은 그쯤에서 사격을 멈췄다.
그리곤 모두와 함께 홍차를 재배하기로 했다.
찻잎은 낫이나 호미를 이용해서 캐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수확하기엔 노동력이 상당했을 터이지만, 자동수확기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았다.
나는 미나와 지혜에게도 자동수확기를 만들어주어서 찻잎을 손쉽게 재배했다.
하지만 홍차는 그것만으로는 바로 달여 마실 수 없었다.
“전에 홍차를 마시려면 제조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럼 바로 제조해볼까.”
홍차의 필수제조과정은 위더링(withering), 롤링(rolling), 산화발효(oxidation), 건조(drying)이다.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위더링이었다.
바람으로 찻잎의 수분을 약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그냥 건조와는 달리 햇볕에 직접 노출시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다.
엄연히 햇볕에 바짝 말리는 건조와는 다른 단계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단 것이다.
그래서 실내에서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한다고 하는데, 실내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늘에다가 모아두곤 거기에서 바람이와 물방울이 살살 바람과 습도를 유지했다.
그렇게 위더링 과정은 끝낼 수 있었다.
“다음은 롤링인가.”
“롤링에는 CTC(Crush, Tear, Curl)제법과 전통제법(orthodox)이 있습니다만, CTC 제법을 추천해드립니다.”
“둘의 차이점은 뭐야?”
“CTC는 기계공정을 거쳐 빻고 모양을 내는 방법입니다. 중저급 홍차를 대량 생산하는데 적합합니다. 전통제법은 위더링한 찻잎을 천으로 감싼 후 수작업으로 모양을 내는 것입니다. 노동력이 대단히 소모됩니다. 대신 고급홍차를 만드는데 이용됩니다.”
“그럼 CTC제법을 추천하는 이유는 뭐야?”
“노동력 면에서 훨씬 손쉽기 때문이고, 또한 주인님의 경우 찻잎은 이미 충분히 고급이기 때문에 굳이 전통제법을 고집하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CTC제법을 하시기 위해선 마법공학을 이용해 찻잎제조기를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그렇구나! 바로 만들어봐야겠다.”
나는 곧바로 홍차제조기를 마법공학 제작 카탈로그에서 검색해보았다.
[마법공학, 찻잎제조기
CTC제법으로 찻잎을 롤링해주는 기계. 마법공학으로 움직이며 제법에 드는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전통제법이긴 하지만, 찻잎이 충분히 고급이라면 이것을 이용해 만들어도 고급 찻잎을 만들 수 있다. 차를 직접 재배해 마실 정도로 차 애호가라면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필요한 재료 : 목재 혹은 적당한 재질의 금속, 마법석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Lv4, 망치, 마법공학회로세공도구]
목재로 만들어도 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간단히 목공 스킬로 만든 다음, 회로세공도구로 땜질하여 완성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구조는 세탁기가 생각났는데, 거기에 찻잎을 넣으면 알아서 빻아지고 모양이 만들어 졌다.
그렇게 롤링 과정은 손쉽게 마칠 수 있었다.
다음은 산화발효 과정이었다.
“주인님, 산화발효의 여부에 따라서 녹차와 홍차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산화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달여 마시면 녹차가 됩니다.”
“아하, 같은 찻잎인데 녹차와 홍차가 구분되는 건 그것 때문이었구나. 그럼 씨앗을 살 때 홍차라고 말한 건 조금 어폐가 있었네. 아니, 여긴 녹차보단 홍차를 마시는 곳이니까 그렇게 어폐인건 아닌가?”
중세 서양 판타지니까 녹차보단 홍차가 주류인 곳이다.
그러니 tea라고 하면 홍차라고 생각하는 곳일테고, 그래서 식료품점 아가씨도 홍차 씨앗을 달라고 했을 때도 문제 없이 알아들은 것이다.
여하튼 발효가 필요한 모양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발효통을 써야했다.
[홍차 발효 중 - 1시간 59분]
“흠, 또 2시간을 기다려야하네. 그 동안 뭐하지?”
“오빠, 마탑에 파이를 납품해야하지 않아요?”
“응? 그래야 하긴 하지.”
그때 지혜가 말했다.
나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 파이, 만드는 겸해서 홍차랑 같이 먹을 빵도 만들죠.”
“오늘은 무슨 빵을 만들 생각이야?”
“티라미수 어때요?”
“어머, 나 티라미수 좋아해. 그걸로 하자.”
미나도 동의했기 때문에 파이를 만들면서 티라미수를 만들기로 했다.
지혜는 티라미수도 직접 만들 수 있었지만, 나는 스킬에 의존해야했으므로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조리, 티라미수
치즈케이크의 일종, 굉장히 부드럽고 맛이 달다. 달기 때문에 쓴맛이 있는 커피와 녹차에 어울리지만, 홍차와도 나쁘지 않다. 오리지널 티라미수는 레이디 핑거 쿠키와 커스터드 크림, 코코아 가루 등으로 장식하지만 최근에는 생크림과 크림치즈를 이용한 레시피를 쓰기도 한다. 보통 제과점에는 간편함을 위해 후자의 방식을 채택한다. 특징이라면 이 케이크는 오븐으로 구울 필요가 없다.
필요한 재료 : 계란, 설탕, 물, 크림치즈, 생크림, 스폰지케이크
추가 재료: 커피, 코코아파우더
필요한 도구 : 조리스킬 Lv7, 조합스킬]
내가 검색을 하는 도안 지혜는 벌써 뭔가 만들고 있었다.
나는 우선 조합스킬을 이용해 치즈를 크림치즈로 만들었다.
생크림은 꾸준히 만들어 두기 때문에 문제없었다.
“그런데 추가재료에 커피와 코코아파우더가 드네.”
“코코아파우더는 데코레이션에 쓰여요. 그리고 커피를 케이크시트시럽으로 쓰이긴 하지만, 지금은 커피가 없으니까, 그냥 만들게요. 쓴맛이 좀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먹을 만할 거예요. 실제로 아이들용 티라미수에는 커피를 쓰지 않기도 해요.”
“음, 그렇군. 하지만 커피도 있으면 좋겠네. 나중에 커피를 농사지어 봐야겠다.”
지혜와 살짝 수다를 떤 다음, 나는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다.
그릇에 크림치즈와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저었다.
거기에 계란 노른자를 풀어주고, 섞어준다.
거기에 생크림을 넣는 것이다.
그리고 이걸 ‘스펀지 케이크’위에 발라주는 것이다.
원래 스펀지 케이크는 커피시럽에 적셔둬야하는 것 같지만 지금은 커피가 없으므로 크림만으로 만족해야했다.
사실 홍차와 마실거면 커피를 안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좀 카스테라 같은 맛이 날 것 같지만, 뭐 어떤가?
그리고 마무리는 그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리는 것이다.
“완성이다.”
“저도 완성했어요.”
지혜는 스킬로 만드는 나랑 똑같이 완성했다.
미나가 좀 도와주긴 했지만, 어떻게 그러는지 참 용하다.
이게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라는 걸까? 여하튼 티라미수는 이렇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파이 100개를 굽고, 총도 좀 쏴버리고 놀다보니 2시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 참. 티타임을 같이 가질까 해서 시화도 불렀다.
시화도 티타임을 가지고 싶었던 모양인지 곧 찾아오겠다고 했다.
“공진씨, 모두들 재밌는 놀이하시는군요.”
“아, 시화씨. 보다시피 총입니다. 오늘 만들어봤습니다.”
“저도 한 번 쏴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프로게이머인 시화는 빠지지 않고 해보고 싶던 모양이었고, 나는 그에게 총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시화는 단 번에 표적을 명중시켰다.
“명중률은 이 정도면 괜찮네요.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지만요.”
“어느 정도여야 쓸모가 있을까요?”
“강철 재질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관통할 정도면 충분합니다만······ 아다만타이트나 미스릴은 무리겠지만요.”
“총알의 위력을 강화시킬 방법이 있을까요?”
“음, 저도 총기의 화력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만······ 총도 그다지 주목받는 무기는 아니라서 말이죠.”
시화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골렘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총탄을 위력은 탄환을 이용해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아, 혹시 다른 재질의 탄환을 이용하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더 좋은 재질의 탄환을 이용하면 관통력이 좋아집니다. 또한 마법처리한 탄환의 경우 마탄을 발사시킬 수 있습니다.”
“마탄은 뭐야?”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유도탄환입니다. 그 때문에 곡사사격이 가능합니다.”
“곡사사격이라······ 전술적으로 유용하겠군요. 앞에 아군이 있어도 사격이 가능하단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총탄에 아다만타이트와 미스릴을 사용하는 건 무척 비쌀 것 같긴 하네요.”
“네, 그런 문제가 있긴 하군요.”
총을 두고 시화와 그런 수다를 떨었다.
잠시 후, 그는 나에게 총을 돌려주곤, 다함께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본래는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지만, 건조는 유통과정에 변질을 막기 위한 거라 맛은 사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건조 과정은 생략했다.
그렇게 만든 홍차는 제법 맛이 있었다.
“티라미수도 부드럽고 맛이 좋네요.”
“커피맛이 없긴 하지만······ 홍차랑 마시니까 괜찮군요.”
미나와 시화도 만족스러운 듯했다.
홍차는 여러 어레인지가 있는데······ 나중에 그런 어레인지도 티타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역시 세계수의 숲에 가볼 생각이십니까?”
“네. 시화씨도 함께 가기로 했지요?”
“거긴 좀 고레벨 사냥터라서 제가 동행하는 쪽이 좋습니다. 게다가 세계수의 뿌리가닥을 얻으려면 무슨 퀘스트를 해야할지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잘 부탁드립니다, 시화씨.”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세계수의 숲에 가볼 생각이다.
가서 마장기 ‘마일스톤’의 재료인 세계수의 뿌리가닥을 얻어 보고, 양잠의 재료도 얻어 볼 생각이다.
생각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세계수의 뿌리가닥이라고 해도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달라고 하진 않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판타지의 그린피스라고 할 수 있는 엘프들이니 아예 거절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가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 182화 홍차와 티라미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