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스포츠 사격 >
“마법공학은 대부분 대장기술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 점만 유의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망치만 두드리면 되니까요. 계속해서 두드려주세요. 참 쉽죠? 계속 두드려주기만 하면 현실에선 복잡한 구조의 물건, 그러니까 머스킷 같은 것도 손쉽게 만들어집니다. 자, 벌써 모양이 만들어졌네요. 가상현실을 즐기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마력격발총의 원형인 머스킷을 만들면서 그렇게 말했다.
음, 홍보영상을 만들면서 늘 생각했지만, 내 멘트는 어쩐지 어느 푸근한 인상의 화가 아저씨처럼 말하는 것 같다.
정확히는 그분의 국내 더빙처럼 말하는 것 같은 거지만 말이다.
아주 좋으신 분이셨다고 하는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렇게 원품을 만들면 그 다음 거쳐할 공정은 마법공학회로세공입니다. 여기 회뢰세공도구가 있습니다. 이것도 대장기술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걸로 회로를 세공하면 되는 것인데······ 여러분은 납땜을 해본적이 있습니까? 초등학교 실습시간이라던가, 그럴 때 말이죠. 요즘은 하는 곳도 있고, 안하는 곳도 있다더군요. 어쨌든 작업의 난이도는 그 정도 수준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습니다.”
나는 면밀히 회로를 세공하는 걸 보여주었다.
심열을 기울여서 회로를 세공하면 어느덧 마력격발총이 완성되었다.
보랏빛을 내는 마력석 회로가 인상적인 외형이었다.
그런 보랏빛을 내고 있어서 기도비닉에는 문제가 있을 것 같지만 어차피 전열보병들이 쓸 거라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전열보병들은 매복을 하기보단 그냥 대놓고 적들에게 다가가 총을 쏘는 병종이니 말이다.
“완성되었습니다. 멋진 총이 만들어졌군요. 마법공학은 이런 총 외에도 여러 도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메이거스 쪽에서 마력격발총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쪽에 납품하면 공헌도와 돈을 모을 수 있을 듯한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작한 후, 상단사무소에 가보십시오. 자, 오늘은 이렇게 마력격발총을 만들어봤습니다. 여러분들도 부디 마법공학을 어렵지 않게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나는 영상을 찍는 미나에게 꾸벅을 인사를 하며 멘트를 닫았다.
미나가 오케이 사인을 내리면서 영상을 끊었다.
그런 후에도 나는 머스킷을 견착해보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 조준을 해보았다.
“시험발사를 하고 싶은데, 화약이랑 총알이 없네.”
“주인님, 총알은 대장기술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화약은 정령술로 간편하게 제작이 가능합니다.”
근처에 있던 골렘이 즉시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마탑이나 연금술 길드에 제조 의뢰를 할 수도 있지만, 주인님의 경우에는 정령술이 있기 때문에 직접 화약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흑색화약은 질산염, 숯, 유황이 필요한 건데······ 태산이가 만들어주는 거야?”
“정확히는 불돌이와 함께 힘을 합쳐서 만드는 것입니다. 폭발성 물체이기 때문에 불속성이 필요합니다.”
나는 골렘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불돌이와 태산이를 불렀다.
불돌이가 신나서 한달음에 왔고, 태산이는 엉금엉금 기어왔다.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태산이의 머리와 등딱지를 어루만져 주었다.
브어어엉, 하고 기분 좋게 우는 태산이에게 부탁을 해보았다.
“태산아 화약이 필요한데 불돌이랑 힘을 합쳐서 만들 수 있겠니?”
“브어어어엉.”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는 태산이엇다.
곧 불돌이가 태산이에게 다가와 태산이의 얼굴을 마구 핥았다.
태산이는 브어엉 울음소리를 내면서 불돌이에게 말하는 듯했고, 불돌이는 연신 왈왈 거리면서 태산이에게 얼굴을 비볐다.
그러면서 주변의 흙이 한줌 떠올랐다.
곧 불돌이의 붉은 기운과 태산이의 흙색 기운이 깃들더니 삶은 계란 같은 냄새가 나는 것으로 바뀌었다.
유황이 된 것이다.
비슷하게도 질산염도 만들어주는 태산이와 불돌이였다.
“숯은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지. 수고했어, 불돌아, 태산아!”
왈왈왈!
브어어엉!
나는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그후론 숯가마를 이용해서 숯을 만들었다.
그렇게 흑색화약의 3가지 요소인 질산염, 숯, 황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조합 스킬을 이용해 흑색화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골렘이 그렇게 조언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조합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조합, 흑색화약
무연화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이용된, 초기의 화약이다. 무연화약이 개발되면서 도태되었지만, 현대에도 광산에서 바위를 깨트릴 때 이용되기도 하며, 블라스팅 파우더의 경우에도 질산칼륨보다 질산염을 사용하기에 조성비가 다른 흑색화약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게임의 편의를 위해 흑색화약의 여러 단점은 다소 보완한 형태로 구현되었다.
필요한 재료 : 질산염, 숯, 유황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흑색화약의 레시피를 찾았고, 별 어려움 없이 조합 스킬로 흑색화약을 만들 수 있었다.
화약은 그렇게 손에 넣었고, 이제 필요한 것은 총알이었다.
총알은 대장기술로 만들 수 있다고 했기에 불돌이를 데리고 다시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총알의 제작 카탈로그를 찾았다.
[대장기술, Ball형 총알
수발총에 이용되는 둥근 공 모양의 총알. 말 그대로 둥근 구슬 같은 납덩이다. 총알에는 납이 가장 효과적이긴 하나, 편의와 성능의 차이를 두기 위해 쇠, 아다만타이트, 미스릴 등으로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재료 : 납 혹은 대체가능한 금속
필요한 도구 : 대장기술 Lv4, 용광로, 망치]
생각해보니 총알은 납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일단 쉽게 녹고 구부러져서 가공이 쉽고, 적에게 명중시 몸 안에서 깨지거나 으스러지면서 피해를 더 유발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에는 납이 그다지 친근한 금속이 아니라선지 쇠로도 만드는 모양이다.
아니, 현실에서도 환경오염의 문제 때문에 수렵시 납탄을 금지하도록 하던가?
여하튼 철괴를 이용해서 총알을 만들 수 있었다.
게임이니 아다만타이트나 미스릴을 이용하면 더 좋은 총알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좀 아까운 일이겠지?
여하튼 나는 그렇게 여러 발의 총알과 화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머스킷은 군대에서도 쓴 적이 없어서 장전이나 격발 방법을 몰랐다.
“마력격발총은 장전마법과 격발마법으로 장전과 격발이 이루어지므로 현실의 머스킷처럼 복잡한 과정은 필요 없습니다. 간단하게 장전이라고 말하면 장전이 이루어지고 그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격발됩니다.”
그 점에 대해서 골렘이 설명해주었다.
여러모로 게임의 편의를 봐준 모양이다.
현대화기만큼 편하진 않더라도 너무 불편하게 만들진 않은 것이다.
나는 시험사격을 해보기로 하곤 나무로 표적을 만들었다.
그리곤 50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총을 조준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아주 쉬운 난이도의 사격거리인데, 머스킷은 현대화기와는 달라서 명중률이 어떨지 알 수 없었다.
실제 머스킷은 50미터 정도도 쉽게 맞추기 어렵다고는 알고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지혜와 미나가 보고는 중에 조준을 마친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흑색화약이 만들어내는 우렁찬 총성과 함께 격발되었다.
거의 폭발에 가까운 연소라서 반동이 심했다.
그리고 연기가 좀 일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단 연기가 적었다.
아마도 게임의 편의상 연기를 좀 줄인 모양이다.
그리고 표적은······.
“명중했네요, 굉장해요!”
미나가 말하는 것처럼 정확히 넘어갔다.
100사로 사격도 아니지만, 내 사격솜씨가 그리 녹슬지는 않은 모양이다.
무엇보다 머스킷인데도 가늠좌 비슷한 게 있어서 조준하는게 어렵지 않았다.
본래는 없는 걸로 아는데, 어쨌든 게임 시스템이 그런 모양이다.
그리고 10초가 지나자, 자동으로 장전이 완료되었다.
숙련된 레드코트가 복잡한 머스킷 작전과정을 완료하는데 40초에서 1분이 걸린다고 하니, 10초면 엄청 빠른 셈이다.
물론 활이나 탄피를 이용해서 격발하는 현대화기에 비하면 훨씬 느린 거지만 말이다.
“이 정도면 초보자도 쓸 만하겠는데?”
“정말요? 저도 할 수 있겠어요?”
“응, 미나나 지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총을 만지는 게 좀 무섭지 않으려나?”
“사격도 스포츠인데 무서울 게 뭐있어요? 게다가 현실도 아니고 게임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럼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미나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그녀에게 총을 건네주곤, 내가 했던 것처럼 표적을 맞춰보기로 했다.
자동으로 장전되기 때문에 장전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그녀는 총을 만져본 적이 없어서 조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자, 이렇게 가늠좌에 눈을 가져다 대면서 목표물을 겨냥하는거야.”
나는 그녀의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약간의 스킨십을 하게 됐는데, 음······ 절대 흑심이 있는 건 아니다.
타앙!
곧 미나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곤 그녀도 일발에 명중시켰다.
“대단한데? 처음부터 맞출줄은 나도 몰랐어.”
“어머, 오빠가 잘 가르쳐줘서 그런 모양이죠. 호호호.”
미나와 나는 하이파이브를 한 번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자 지혜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이 좀 의식되어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지혜도 한 번 해볼래?”
“네? 그, 그래도 될까요?”
“······사실 미성년자에게 총을 쥐어주는 건 조금 그렇긴 한데······ 생각해보면 미국에선 어린아이에게 총기훈련을 하는 일이 종종 있는 모양이더라고. 물론 그건 논란의 여지가 좀 있지만 말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게임일 뿐이고, 서바이벌 게임한다고 생각하면 꼭 안 될 건 없는 거 같아.”
미국이야 총기에 관해선 복잡한 문제가 섞여 있으니 좋은 예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국내에서도 청소년 수련회 같은 곳을 가면 서바이벌 게임으로 모의 총격전을 하기도 한다.
FPS 게임의 총싸움을 하는 건 두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그렇게 윤리적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으려나?
“저기, 그럼 저도 그렇게 가르쳐 주세요.”
“응?”
“미나 언니에게 한 것처럼요.”
“아, 물론이지.”
“······.”
방긋 웃으며 말하는 나였고, 지혜는 다소곳이 내가 건네는 총을 받았다.
그리곤 미나에게 했던 것처럼 총기 조준을 가르쳐주었다.
지혜는 미나보다 체구가 작아서 약간 더 어려움이 있었으나,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어서 곧 조준을 완료할 수 있었다.
타앙!
그리고 격발, 이번에도 명중했다.
“대단해! 둘 다 사격에 재능이 있는 걸?”
“오, 오빠가 잘 가르쳐준 덕분이에요.”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음, 선물이라긴 뭣하지만 두 사람 전용의 총도 만들어줄게.”
내친김에 두 개 더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다.
< 181화 스포츠 사격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