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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99화 (19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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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늦게까지 일을 한 뒤,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때마침 플랫폼에 설치 된 TV에서 <마일스톤>의 CF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던 나는 잠시 얼어붙어야만 했다.

어제 찍은 CF가 벌써 방영되고 있었다.

편집팀을 얼마나 갈아넣었는지는 몰라도 꽤나 퀄리티 있는 작품으로 TV에 나오고 있어서, 사람들이 주목하며 보고 있었다.

좋은 음악에 귀여운 정령과 동물들이 나오고, 그림 같은 농장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니 이목을 끌 수밖에 없던 것이다.

물론 단연 눈에 띈 것은 연인 분위기를 연출한 나와 미나의 모습이었다.

연출일 뿐인데도 꽤나······ 어울리는 편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부끄럼을 조금 느꼈고, 혹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지 같은 자의식 과잉의 생각에도 빠지게 되었다.

[즐거운 판타지 라이프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런 멘트를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났지만, 나는 서둘러 오는 지하철을 타야만 했다.

집으로 오는 내내 CF영상을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렸다.

정확히는 미나와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샤워로 번뇌에서 벗어나 머리가 식은 듯한 나는 술을 좀 마시고 요기를 한 뒤, 오늘도 캡슐에 접속했다.

[사용자 신원 ‘사공진’ 확인.

<마일스톤>에 접속하시겠습니까?]

“물론이야.”

오늘도 여지없이 접속한 나는, CF영상에서 본 농장을 볼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내 농장이다.

멍멍멍

월월월!

오자마자 실버와 골드가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대형견 두 마리가 동시에 내게 앞발을 들어 기대니 무거웠으나, 나는 오히려 기특하다고 여기며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안녕 골렘아.”

골렘도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곤 골렘은 내가 없는 동안 채집하거나 수확한 것들을 건네주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물론이지.”

골렘의 말에 씩씩하게 대답하면서 오늘도 재밌게 보낼 생각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미나와 지혜가 농장으로 찾아왔다.

“오빠! 봤어요? CF가 벌써 방영됐어요!”

“응, 지하철에서 봤어.”

“꽤 잘 나오지 않았어요?”

“너무 잘 나와서 좀 얼굴이 화끈거리더라.”

미나의 말에 조금 난색으로 말하는 나였다.

그런 내 모습이 익살스러운지 미나와 지혜는 나란히 웃었다.

그때 미나가 말했다.

“CF가 잘나와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 유명 소속사에서 컨택이 왔어요.”

“오, 그래? 제대로 된 곳 맞지?”

“말했듯이 유명 소속사에요. 오빠도 들어봤을 곳이요.”

미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느 소속사인지 말해주었다.

확실히 평판도 괜찮고, 저명한 소속사였다.

소속사의 대표가 왕년에 가수였는데, 당시에 충격적인 비닐바지 패션을 했던 것 외에는 흠잡을 것이 없는 곳이다.

동생 같은 미나가 이상한 소속사에 가는 것은 싫었기에 관심이 무척 많이 갔다.

“그럼 이제 바빠지겠네? 많이 못 보게 되면 어쩌나 모르겠어.”

“그게 말이에요······ 밤에 이 시간 정도는 스케줄이 없도록 계약 조건을 짰어요.”

“어라, 그래도 되는 거야?”

“음, 생각보다 제 몸값이 꽤 됐어요. 요즘 제가 화제성의 인물이라 그런 조건도 받아주더라고요.”

“정말?”

“물론 진짜 이유는 제가 가상현실로 유명해졌다 보니, 가상현실을 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게 주된 이유였지만요.”

“아, 대충 알겠어.”

아무래도 연예계 쪽에서도 가상현실 쪽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이다.

블루스 노인과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는 먼저 먹는 쪽이 임자인 시장이라고 말이다.

기성 연예계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다는 것이겠지······.

미나의 일은 잘 된 것이라 좋지만, 경쟁자가 활동하기 시작하는 것은 경계되는 일이었다.

흠, 내가 진지하게 그들을 경쟁자로 여기는 게 의외인데?

나도 모르게 회장님이 넌지시 말했던 가상현실 사업부에 대한 일을 은연중에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축하해. 오늘 파티라도 해야겠는데?”

“어머, 그럴 것까진 없어요.”

“아냐, 이런 일은 다함께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그럼 간소하게 해줘요.”

미나는 조금 부끄러운 모양인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나와 지혜는 배시시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우선 좀 더 놀려볼까?

나는 일단 정령들을 모두 소환했다.

“얘들아, 미나를 축하해주자.”

그리곤 정령과 동물 친구들 모두에게 그렇게 말했다.

멍멍멍

월월월

왈왈왈

냐오옹

꼬꼬꼭

음머어어

브어어엉

삐이익

그러자 정령과 동물 친구들이 미나의 주변을 돌면서 울음소리를 냈다.

“축하해.”

“축하해요.”

“호호호, 고마워요.”

나와 지혜는 정령과 동물 친구들에게 열렬히 축하받는 미나에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미나는 쑥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그럼 바비큐 파티라도 해볼까?”

“농사는 안 지어요?”

“당연히 파티가 우선이지. 내가 농사에 미친놈이라고 해도 미나를 축하해주는 게 우선 아니겠어?”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미나도 기분 나쁘지는 않은지 방긋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선 숯을 만들고······ 그릴도 만들어야겠네.”

숯은 일전에 만든 숯가마를 이용해서 만들면 되고, 그릴은 바비큐 용으로 좀 더 큼직하게 만들면 될 것 같다.

나는 바비큐를 잔뜩 해먹을 생각으로 골렘과 함께 숯을 잔뜩 만든 뒤, 대장간에서 그릴 하나를 만들었다.

기본적인 바비큐 파티의 준비가 끝났다.

“파티 분위기 좀 나게······ 고깔모자를 좀 만들어야지.”

그리곤 어제 납품하고 남은 목화로 고깔모자를 만들기로 했다.

제작 카탈로그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어서 간단하게 만들곤 미나와 지혜, 그리고 동물 친구들에게 씌워주었다.

실버과 골드, 그리고 태산이의 머리에 씌우니 매우 귀여웠다.

“폭죽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화약이 없어서 그건 안 되겠네.”

화약이 있다 한들 폭죽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겠냐만, 일단 재료가 없으니 만들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왈왈왈!

화르르르륵

하지만 대신 불돌이가 불쇼를 해주었다.

우리들은 불돌이의 재주를 흥겹게 보면서 바비큐를 구웠다.

양파와 파, 옥수수 따위의 야채와 곡물을 후추 친 들소와 멧돼지 고기와 함께 구웠다.

후추 외에도 바질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향신료는 아마도 트로페 마을에서 팔 것 같다.

그리고 가볍게 미나와는 맥주를 마시고, 지혜에겐 콜라를 주었다.

“아참, 지혜도 꽤나 인기 있어졌어요.”

“어, 언니. 부끄러워요······.”

“어머머, 부끄러울 거 뭐 있니? 우리 홍보 영상에 지혜가 나온 게 학교에서 여러모로 화젯거리가 된 모양이에요. 오늘 질문세례를 잔뜩 받았다고 하네요.”

“오, 그래? 놀림당하거나 한 건 아니야?”

“그렇진 않아요······ 그게······ 같이 나온 사람과 무슨 관계냐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같이 나온 사람?”

“오빠요······.”

“이런! 나 때문에 곤란하진 않았어?”

“그, 그렇진 않아요······.”

지혜는 빨갛게 된 얼굴을 푹 숙이면서 말했다.

흠, 지혜의 그런 모습을 보니 어쩐지 나도 좀 위화감이 든다.

“생각해보니······ 오늘 회사에서 유독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던 기분이 드는데.”

“그래요? 오빠도 영상이나 CF 때문에 회사사람들이 알아본 거 아닐까요?”

“그럴지도. 이거, 내일부턴 회사에 얼굴 들고 다니기 어렵겠네. 하하하!”

나는 농담을 하면서 하하 웃었다.

미나나 지혜도 따라 웃으면서 음료와 음식을 먹었다.

“그럼 내일부터 뭐······ 예능프로 같은 곳에라도 나가는 거야?”

“당장은 아니에요. 우선은 연습생 같은 느낌이에요. 코디와 트레이너들하고 정식 연습부터 할 거예요. 흠, 딱히 필요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제가 무슨 아이돌 연습생도 아니고······.”

“연수 같은 느낌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봐.”

“네, 그래야죠.”

소속사에 소속되었다고 해서 바로 일에 투입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건 소속사의 방침이니 나는 잘 모르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 후로도 좀 더 놀았다.

흥에 겨워서 나는 만돌린을 꺼내 연주를 했고, 지혜와 함께 Congratulations를 불렀다.

그것을 부를 때 박자에 맞춰 동물과 정령 친구들도 울음소리를 내서 꽤나 재밌었다.

미나도 방긋 웃었고, 많이 구웠던 음식들고 우리들과 동물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으하, 배부르다.”

그런 다음엔 느긋하게 풀밭에 나란히 누워버린 나와 미나, 지혜였다.

배부르고, 재밌으니 세상만사 제치고 누워있는 것이 좋았다.

동물과 정령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우리들 주변에 앉고,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적당히 소화될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이곤 일어났다.

“적당히 놀았으니 슬슬 농사나 해볼까.”

그제야 농사 생각이 났다.

오늘은 특별히 홍차를 재배해볼 생각이다.

티타임을 가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홍차의 달작하면서 씁쓸한 맛이 생각난다.

기본적으로 홍차를 심는 과정은 다른 농사와 다를바가 없었다.

밭갈고, 거름 뿌리고, 씨 뿌리고, 물주고.

옥스와 골렘, 태산이와 함께 재밌게 했다.

다만 홍차는 찻잎을 딴 후에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모양이다.

그건 4시간 뒤에 해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그럼 그동안 뭐하고 있어야 하나······ 나는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문득 어제 마탑에서 대마법사 사이퍼를 만나, 그에게 부탁을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마력 격발총을 100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흠, 오늘 할 일들은 많지만 우선 그것부터 해볼까?

“미나야. 지금부터 마력격발총을 만들건데······ 만드는 김에 그걸로 마법공학 홍보영상도 만들게 도와줄래?”

“물론 도와드릴게요. 영상 찍어드리면 되죠?”

“응. 잘 부탁해.”

미나에게 영상 촬영을 부탁하고, 나는 즉시 제작에 들어갔다.

마법공학 제작 카탈로그에서 마력격발총을 검색했다.

[마법공학, 마력격발총

장전과정과 격발과정을 마법공학으로 대체한 머스킷. ‘장전마법’으로 자동으로 장전되며, 격발 또한 화약접시 없이 격발이 된다. 기본적으로 플린트락 머스킷과 유사하지만, 화약접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우천이나 습도가 높은 곳 등에서도 격발이 가능하다. 장전마법으로 인해 장전의 시간은 10초로 고정된다. 활에 비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플린트락 머스킷의 복잡한 장전과정을 지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다.

필요한 재료 : 마법석 10개, 철괴 10개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Lv4, 대장기술 Lv7, 용광로, 망치, 마법공학 회로세공도구]

제작 레시피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이걸 만드는데······ 영상을 찍는 것이니 멘트를 해야한다.

“안녕하세요, 농사짓는 플레이어의 사공진입니다. 오늘은 마법공학을 이용해 총······ 정확히는 마력격발총이란 것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나는 가벼운 멘트로 시작했다.

< 180화 14일차 로그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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