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98화 (198/239)

< 179화 13일차 로그아웃 >

나는 곧바로 제작한 파워아머를 확인해보았다.

[잘 만든 7등급 쉠블러의 파워아머(강철) : 방어도 180, 내구도 100/10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7등급 파워아머. 높은 대장기술 스킬에 마법공학이 접목된 강력한 기능을 가진 마법갑옷이다. 기준 미달의 재질로 만들어져 방어도가 다소 깎였다. 마법공학에 의해 여러 기능을 가진다. 쉠블러의 정수에 의해 특수효과가 부가되었다.

마법공학 기능 : 완력보조, 넓은 시야, 야간투시, 고속이동, 유연성보조, 적 정보 분석

특수효과 : 어둠 속의 사냥꾼

어둠 속의 사냥꾼 : 어둠 속에서 싸울 때 전투력이 최대 100%까지 상승한다. 이 효과는 빛이 없을수록 더 강해진다.]

완성된 파워아머의 모습은 그야말로 간지폭풍의 결정체였다.

SF영화에 나올 법한 첨단 갑옷처럼 생겼는데,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투구도 한 세트로 만들어졌는데,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을 형상화해서 위협적인 인상이다.

단점이라면 강철 재질이라서 그런지 좀 투박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아다만타이트 재질로 만들면 제법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페인트 같은 거라도 있으면 도색이라도 해볼텐데, 곤란하게도 페인트가 없다.

염료가 있긴 하지만, 이건 의류가 아니라서 염료는 쓸 수가 없을 듯하다

나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그것을 착용해보았다.

“오······.”

파워아머를 입고 투구를 쓰니, 투구 안에 새겨넣은 마법진 같은 회로가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흡사 SF영화 속의 병사들이 볼 것 같은 전술화면이 보였다.

쉽게 말하자면, 터미네이터 영화에서 터미네이터의 시야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머, 오빠에요?”

“안녕?”

내가 파워아머를 입고 대장간을 슬쩍 나오자, 지혜와 동물 친구들하고 놀고 있던 미나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묵직한 느낌의 팔을 들어 흔들어 인사해보았다.

내 힘 스탯이 부족해서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완력보조 기능 때문인지 문제없이 움직였다.

힘 스탯이 적당한 사람이 입으면 운동능력이 훨씬 뛰어나질 것 같았다.

시범운전을 다 해본 나는 다시 파워아머를 벗었다.

그런 다음엔 마지막 강화석으로 속성강화를 할 차례였다.

방어형

-옷이 불에 타지 않으며, 50%의 화염저항력을 가진다.

그리고 내가 고른 것은 불 속성의 방어형 강화였다.

기존의 강화에 약간 상위호환격인데다가 불에 타지 않는다는 효과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강철재질에 적용되면 아마 쉽게 녹지 않는다는 걸로 적용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곤 보석홈에 다이아몬드도 박아넣었다.

[잘 만든 7등급 불타지 않는 쉠블러의 다이아몬드 장식 파워아머(강철)]

그렇게 파워아머도 완성이 되었다.

나는 오늘 만든 제작 아이템들을 살펴보았다.

[장인이 만든 1등급 발화의 블랙솔져 실크 드레스]

[장인이 만든 특급 불타는 듯이 빠른 다이아몬드 장식 자웅일대검-레플리카 우검]

[장인이 만든 특급 불타는 듯이 빠른 다이아몬드 장식 자웅일대검-레플리카 좌검]

[잘 만든 7등급 불타지 않는 쉠블러의 다이아몬드 장식 파워아머(강철)]

이걸로 4가지 아이템을 다 만들었다.

이제 시화에게 귓속말을 해서 아이템을 전할 차례였다.

나는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시화씨, 들립니까?”

-네, 공진씨. 무슨 일이시죠?

“오늘 아이템을 다 만들었습니다만, 당분간은 경매 대신 길드에 납품할 생각입니다.”

-아, 블루스 어르신께 말씀 들었습니다. 정세가 안정될 때까진 그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아이템을 드리고 싶은데, 하펜 마을로 오실 수 있으십니까?

-곧 가겠습니다.

하펜 마을에서 시화와 만나기로 약속한 나는 지혜와 미나에게 마을로 가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들은 아직 로그아웃할 생각이 없는지 같이 동행하겠다고 했다.

한편 골렘이 다가와서 자신이 미리 수확을 해두었다고 말했다.

나는 골렘에게 잘했다고 말하곤, 목화를 받았다.

그리곤 우리들은 곧바로 하펜 마을을 향해 떠났다.

딩가~ 딩가~ 딩가~ 딩가~

마을로 가는 길에 주변에서 흥겨운 현악기의 소리가 들렸다.

농가 곳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은근히 악기 연주를 배운 사람들이 있단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악기 연주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모양이다.

하긴, 현실에선 악기를 연주하고 싶어도 바빠서 못하거나 아니면 손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인데, 게임에서라면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거겠지.

여하튼 오늘 선술집에서 부른 Country roads가 생각나는 시골길을 걸어가면서 하펜 마을에 도착했다.

일단 시화를 만나러 가기 전에 의류점을 들러 노라에게 목화를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영주님. 목화가 떨어져서 당분간 양모 옷만 잔뜩 만들고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목화를 재배하도록 퀘스트를 발주해보는 건 어때요?”

“그렇게 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목화 농사는 노동력이 많이 들어서 사람들이 어려워하더라고요.”

“음, 자동수확기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을 텐데······ 이것도 홍보가 좀 부족한 것 같네요. 그런데 조만간 양잠을 할 것 같습니다. 비단을 만들면 그것도 납품해드리죠.”

“비단이요? 어머, 정말 기대되네요. 더 고급의류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노라에게 살짝 양잠을 할 계획이란 것을 귀띔했다.

그녀는 눈에 띄게 좋아하면서 의류점을 떠나는 우리들을 배웅했다.

그런 뒤 우리들은 광장에서 시화를 만났다.

“오늘도 굉장한 아이템들을 만드셨군요. 최근에는 경매를 했지만, 이렇게 공진씨의 아이템을 받으면 직접적으로 길드의 전력이 강해져서 좋습니다.”

“그렇군요. 영지의 방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군신 길드는 공진씨와 스폰서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시화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그가 무척 믿음직스러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그에게 또 전할 말이 있었다.

오늘 선술집에서 블루스 노인과 논의했던 일이었다.

마장기 ‘마일스톤’을 만드는 재료들에 관한 내용이다.

다소 긴 이야기였지만, 나는 최대한 조리있게 설명을 했다.

“흠, 그렇다면 우선 내일 세계수의 숲을 들러야겠군요. 공진씨가 양잠 재료과 세계수의 뿌리가닥을 얻으려면 그곳에 가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곳이 그렇게 안전한 곳은 아니니, 제가 동행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그리고 드래곤하트라면 빙룡 쿠샬을 노려보는 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조만간 그놈의 토벌을 시도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너무 무리하진 말아주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나 저희 길드원들은 프로들입니다.”

시화와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는 다시 클라드 마을로 돌아가 계속 길드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마탑에 사과파이를 납품하기 위해서 그쪽까지 동행했다.

그렇게 시화와 마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낯익은 사람과 재회하게 되었다.

“오, 공진공 아니시오?”

“안녕하십니까, 사이퍼님.”

그는 바로 메이거스의 대마법사이자 일전에 메이거스의 대사로 찾아왔었던 대마법사 사이퍼였다.

나는 그를 분명히 기억하고 인사를 건넸다.

“때마침 만나보러 왔는데 잘되었소.”

“무슨 일이십니까?”

“그대도 알 것이라 믿는데, 조만간 밀레스가 우리나라를 칠 것이오. 정확히는 이 영지를 공격하겠지.”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밀레스가 움직이면 우리도 구원병을 보낼 것이오. 하지만 우리들의 전쟁 준비는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소······ 밀레스의 강력한 보병들에 맞서기 위해선 총사들을 양성해야하는데, 마력격발총을 양산하는 것이 쉽지 않소. 그렇다고 플린트락 머스킷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서 곤란하고······ 그래서 새로운 마탑인 이곳에 와서 발주를 늘리던 참이었소. 문제는 생산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지.”

“아, 저도 일전에 그 화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럼 대화가 빨라지겠구려. 개인적으로 의뢰하고 싶은데······ 그대가 직접 마력격발총을 만들어 줄 수 있겠소? 하루 100정 정도만 되어도 좋소. 물론 개인이 만드는데 그게 적은 수는 아닌 건 알지만······ 메이거스의 군사력을 위해선 별다른 방도가 없소.”

사이퍼는 근심이 어린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

밀레스의 위협은 분명히 가시화적인 것이라, 나도 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총이란 것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우선 제가 개인적으로 만들어서 상단사무소를 통해 납품하겠습니다. 그것 외에도······ 한 번 양산을 시도해보죠.”

“어떻게 말이오?”

“제가 요즘 사람들에게 생활 스킬을 퍼트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마법공학도 알리는 겸해서 총을 제작도 홍보해보죠. 그게 잘 되어서 다른 사람들도 만들게 된다면 양산이 훨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오, 좋은 아이디어요. 부디 부탁하외다.”

사이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는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떠났다.

시화도 클라드 마을을 향해 떠났고, 나는 마법사 아가씨에게 사과파이를 납품시키고는 마탑을 나왔다.

마지막 볼 일이 있는 곳은 식료품점이었다.

“안녕하세요, 영주님. 오늘은 무엇을 구매하시러 오셨나요?”

“홍차를 사러 왔습니다. 있습니까?”

“물론이죠. 하지만 영주님은 씨앗으로 사시는 거겠죠?”

“맞습니다.”

바로 내일 농사지을 것으로 홍차를 사기 위해서였다.

오늘 스콘을 먹으면서 아쉬웠던 것이 홍차가 없었단 점이었다.

내일은 좀 더 제대로 된 티타임을 즐겨볼까 하면서 홍차를 사기로 한 것이다.

나는 적당량의 홍차 씨앗과 선술집 운영에 필요한 작물 씨앗들을 사곤 식료품점을 나왔다.

우리들은 그런 다음 다시 기타소리가 들리는 시골길을 걸어서 농장으로 돌아왔다.

“끄응······ 난 이제 로그아웃할 건데, 너희들도 로그아웃할 거야?”

“네, 오늘도 재밌게 놀았네요.”

“저도요.”

“그렇다니 다행이다.”

나 같은 남자와 있는게 뭐가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게 논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음, 그런데 미나의 눈빛을 보니 오늘 있었던 일들이 아련하게 생각났다.

어쩐지 낯부끄러운 광고를 찍은 것도 그렇고, 놀이동산에 간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려서 미나의 눈을 똑바로 보기 힘들었다.

나는 서둘러 로그아웃을 하려고 그녀와 동물, 정령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내일 봐, 모두들!”

“잘가요!”

“내일봐요, 오빠.”

멍멍멍!

지혜와 미나, 그리고 대표로 실버가 짖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로그아웃했다.

오늘도 알차게 놀았다!

< 179화 13일차 로그아웃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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