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93화 (193/239)

< 174화 클라드 마을(2) >

곧 자경단원들 숫자만큼 체인메일과 아밍소드를 만들었다.

그들에게 그런 장비를 지급하니, 그들의 표정이 미묘했다.

제대로 된 방어구와 무기를 얻어서 기뻐하는가 하면, 그것들을 입고 시화의 힘든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에 절망하는 표정이 섞여 있었다.

뭔가 훈련병의 애환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시화의 구령에 맞춰 악을 지르는 자경단원 NPC들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러했다.

흠, 그렇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저 사과파이를 열심히 굽고 있는 지혜에게 가서, 그것을 도와주는 것 정도?

“지혜야 다 구웠으니까 가서 자경단원들에게 나눠줄래?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줄게.”

“네.”

나는 사과파이에 사과주스를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사이 지혜는 시화에게 다가가선 자경단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화는 그들을 적당히 굴렸다고 생각했는지 음식을 주는 것을 허락했고, 자경단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파이로 사과주스를 게걸스럽게 먹었다.

“어흐흐흑, 정말 천사시군요.”

몇 명은 음식을 나눠주는 지혜를 보고 그런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음, 지혜가 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 재밌네.

한편, 나는 미나 쪽의 일도 궁금해져서 그쪽으로 향했다.

미나는 사람들과 함께 망치질을 하면서 마법사 길드를 제대로 만든 듯했다.

별로 특징이라고 할 것은 없는 목조로 만들어진 소박한 마법사 길드였다.

마을의 유일한 마법사는 그것을 보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걸로 마을을 왕래하기 훨씬 쉬워졌네요.”

“음, 그걸 이용해서······ 여러 가지 해봐야지. 지혜의 말대로 식료품점부터 지어야할까?”

“그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마법사 길드를 만든 이유가 유통을 활성화해서 이곳에 물류가 돌도록 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지금 상단을 불러도 여기 사람들은 식료품을 돈주고 살 돈은 없어. 우선 자급자족이 우선일 것 같아. 일단은 농사를 지을 환경을 만드는데 더 집중해야해.”

“시화씨 말대로 주변 몬스터에 대항한 방위력을 가져야 한다는 거네요.”

“맞아. 일단 시화씨에게 마법사 길드가 만들어졌다고 말해야겠다.”

미나와 그런 대화를 나눈 다음, 우리들은 시화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시화에게 마법사 길드가 만들어졌단 것을 알렸다.

“그럼 저희 길드원들을 불러야겠네요. 당장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려면 일단은 저희 길드원들이 주변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시화는 곧바로 길드원들에게 귓속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길드원들을 부르는 사이, 나는 마을 촌장에게로 돌아갔다.

“촌장님, 곧 군신 길드의 사람들이 와서 이곳 주변의 안전을 확보할 것 같습니다. 그때 농부들에게 농사를 짓도록 하면 될 것 같군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더 이상 마을 안에서 협소하게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겠군요. 모두 영주님 덕분입니다.”

“모두 노력한 결과죠. 여하튼 농사를 지으면 자급자족을 하면서 잉여 작물을 늘리십시오, 그리고 그걸 상단이 왔을 때 물물교환을 하거나 팔아서 돈을 모으시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마을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영주님.”

촌장과 그런 상의를 한 다음, 나는 시화에게 돌아갔다.

시화는 길드원들을 모두 부른 모양인지, 계속 자경단원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시화씨, 이제 그러면 다른 기반시설로 어떤 것들을 짓는게 좋을까요? 주둔할 때 필요한 건물이라면 전부 말씀해 보십시오.”

“우선은 용병 선술집이 필요합니다.”

“선술집이요?”

“아, 어디까지나 용병 선술집입니다. 용병 길드의 전신이 되는 건물이죠. 공진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선술집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것을 지어놓으면 떠돌이 NPC들이 모여들죠. 용병이나 인재를 모으려면 그 건물이 필요합니다.”

“음, 그렇군요. 바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시화에게 조언을 들은 뒤, 나는 바로 영지 건설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영지 건설, 용병 선술집

무협에 객잔이 있다면 판타지에는 선술집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용병 선술집은 말 그대로 검이나 마법을 파는 이들이 모여드는 선술집이다. 일거리와 의뢰를 찾아 오는 인재들이 모여 술을 마시는 곳이니, 사람을 원한다면 이곳으로 오라. 용병길드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필요 자금 : 20만 골드

필요 조건 : 1,000 이상의 번영도]

미리보기로 볼 때, 내 농장에 있는 선술집보단 약간 작고 소박한 선술집이었다.

용병 길드로 업그레이드하면 좀 더 화려해질 터이지만, 용병 길드는 필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아직 만들 수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곧바로 건설에 들어갔다.

당연하지만 용병 선술집은 군사건물은 아니기 때문에 마을 내의 공터에 지었다.

그렇게 망치질을 하면서 용병 선술집을 전부 만들고, 촌장과 상의하여 그곳의 관리자와 내부 인테리어를 만들고 있으면 시화의 길드원들이 속속 마법사 길드에서 모습을 보였다.

“우선 자경단원들과 조를 짜서 순찰을 돌리겠습니다. 공진씨, 그 사이 농부들이 농장을 짓고 농사를 짓도록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시화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군신 길드원들과 자경단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마을 주변의 오크들을 정리하여 안전을 확보하면, 나는 촌장이 이끄는 농부들을 데리고 농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대적인 환경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에 조금 겁을 먹는 모습도 보였지만, 곧 군신 길드와 자경단원들이 용맹하게 오크들을 무찌르는 모습을 보자, 사기가 올랐다.

곧 농장이 속속 만들어지고, 밭을 갈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나는 옥스와 태산이를 데리고 밭을 함께 갈았다.

[주민들이 당신의 통치에 아주 만족해 합니다.]

[클라드 마을의 사기가 크게 오릅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 소소한 시스템 메시지도 떴다.

나는 흥이 좀 올라서 고생하는 농부들에게 지참한 술과 고기를 좀 돌렸다.

농사를 짓다가 참을 먹는 기분이라 맛이 각별했다.

그렇게 요기를 좀 한 다음, 다시 시화와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곳을 발전시키면서 저희 길드의 군사거점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일전에 제안하신 소를 이용한 기병을 양성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소라면 상단을 이용해서 모을 순 있을 겁니다.”

“네, 하지만 소를 그냥 군마로 쓸 순 없습니다. 군마 훈련을 해야하죠. 군마양성소가 필요합니다.”

“훈련소 같은 것인 모양이군요.”

“네, 말 대신 소를 이용하는 것은 좀 생소하긴 하지만······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가 있으면 이 마을의 농업에도 도움이 될테니 나쁜 일은 아니겠죠.”

이어서 만들 건물이 정해졌다.

나는 곧바로 군마양성소를 검색해보았다.

[영지 건설, 군마양성소

말이라고 하여서 모두 군마로 적합한 것은 아니다. 기사가 비루먹은 말을 타고 싸울 순 없지 않은가? 기사가 자신을 갈고 닦는 것처럼 말 또한 단련해야 한다. 이 건물을 통해 말에게 군마 훈련을 시킬 수 있다. 향후 귀족의 군마양성소로 업그레이드 하여 더 뛰어난 병종을 양성할 수 있다.

필요 자금 : 50만 골드

필요 조건 : 1,000이상의 번영도]

군마양성소는 훈련소와 마찬가지로 마을 바깥에 건설하였다.

아직 훈련시킬 소가 없긴 하지만, 그곳에선 승마에 관한 여러 훈련들을 할 수 있도록 장애물 따위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소가 말처럼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뭐, 게임이니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영주님, 농장을 안전하게 확보했습니다만, 목책이 있다면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그럼 목책을 확장시키도록 하지요.”

군마양성소를 다 만드니 촌장이 다가와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목책을 두르도록 하여 오크들의 습격에 더욱 안전하게 만들었다.

“공진씨, 혹시 여관도 지어주실 수 있습니까? 저희 길드원들이나 용병들이 휴식할 곳이 필요합니다. 아직 번영도가 부족해 훈련소를 막사로 업그레이드할 수가 없으니 대형 여관을 지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안 될 것 없죠.”

시화는 계속해서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계속해서 건설을 했다.

곧 대형 여관을 만들었는데, 그러는 사이 벌써부터 마법사 길드를 통해 떠돌이 NPC들이 마을에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용병선술집으로 향해 모이고 있었다.

그렇게 점진적이지만 마을이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사이인데도 마을이 상당히 발전한 모습이에요.”

지혜가 그렇게 말했고, 나와 미나도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뿌듯한 기분으로 마을을 보고 있으면 촌장이 다가왔다.

“영주님, 영주님의 통치 덕분에 우리 마을에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영주님에게 어떻게든 보은하고 싶습니다.”

“보은이라, 감사하지만 무리하실 것은 없습니다.”

“초라하지만 부디 받아주십시오, 제 가문에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가보입니다.”

“이건······ 잔인가요?”

“성배입니다.”

촌장은 황동인지 황금인지 구분이 안가는 잔을 건넸다.

성배라고 하기엔 찌그러진 곳이 너무 많아서 볼품이 없었다.

“영주님, 이것은 단순한 성배가 아닙니다. 호수의 여신이 깃든 성배입니다. 이것을 복원하여 여신을 경배하는 동상과 함께 호수에 설치하면 그 호수에 여신이 깃들 것입니다. 그런 전설을 계승하면서 이 가보를 이어받아 왔습니다. 영주님이라면 이 성배의 진가를 활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촌장의 그런 설명을 들어보면, 퀘스트 아이템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NPC가 허풍이나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 한 번 그의 말대로 해볼만할 것 같았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영주님. 영주님은 우리 마을을 구해주신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하하, 정말로 지켜주는 분들은 군신 길드 사람들이니 그 분들게 친절을 베풀어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영주님.”

촌장은 그렇게 말하곤 인사를 꾸벅하고 떠났다.

나와 미나, 지혜는 곧 그에게서 받은 투박한 성배를 바라보았다.

“이게 정말로 성배일까요?”

“NPC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까, 아마도?”

“호수라면 농장의 호수를 이용하면 될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이걸 복원하는 건, 내 실력으로는 안 될 것 같은데······.”

미나와 지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복원할 방법이 있단 것은 알고 있었다.

“슬슬 예술가 길드 사람들이 하펜 마을에 왔으려나?”

매그너스에서 이주하기로 한 예술가들이라면 이것을 복원하고, 호수에 동상을 설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할 일이 생긴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슬슬 하펜 마을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여겼다.

< 174화 클라드 마을(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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