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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91화 (191/239)

< 172화 매그너스 관광 >

“정말인가요? 5,000만 골드나 단번에······.”

“돈 자랑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 저에겐 그렇게 무리한 비용도 아닙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신 실력은 보장되었으면 하는군요.”

“실력은 모두 출중해요. 이 도시의 모든 예술가와 예술품, 건축물들이 그걸 증명하죠.”

“좋아요, 하펜 마을에 돌아가는 대로 예술가 길드를 만들 테니 서둘러 와줬으면 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곤 미련 없이 그녀에게 5,000만 골드를 건넸다.

작은 투자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못할만한 투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생활 스킬의 범주라면 레거시 퀘스트를 클리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마을을 번영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미련은 없었다.

“감사합니다, 하펜 마을을 메이거스의 문화수도로 만들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진 마십시오.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면 그걸로 족합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곧바로 하펜 마을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수도에 온 김에 관광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요.”

“여긴 볼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여러 거대 동상들도 있고, 건축물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이죠. 그리고 다양한 동물들이 있는 동물원을 구경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리고 거리의 예술가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울 겁니다.”

“멋진 건물들은 여기로 오면서도 많이 봤는데······ 동물원이 있단 말은 처음 듣는군요. 위치를 가르쳐줄 수 있습니까?”

“네, 도시 내부에 있습니다. 위치는······.”

에필리아는 호기심을 보이는 나에게 동물원의 위치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녀와 악수를 나눈 뒤, 하펜 마을에서 만나자고 하면서 길드를 떠났다.

“오빠, 바로 동물원에 갈 거죠?”

“응!”

“어떤 동물들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게임에선 몬스터와 동물들을 많이 볼 순 있지만, 사냥하는 것과 동물원에서 구경하고 교감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겠죠.”

미나의 말에 나나 지혜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과 정령 친구들은 많지만, 더 많은 동물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우리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에필리아가 말해준 위치로 향했다.

그곳엔 마치 놀이동산처럼 커다란 부지에 동물원이 있었다.

그만큼 수도 매그너스는 넓은 곳이었다.

다만 예상한 바였지만, 그곳엔 NPC들은 많아도 유저들의 발걸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커플로 보이는 사람들이 데이트 삼아 온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트로페 마을의 해변도 그렇고,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게임은 그저 사냥과 레벨업이 주된 것이란 의미였다.

여하튼 나는 동물원의 입장료를 치르고 모두와 함께 입장했다.

“동물들도 많지만, 귀여운 몬스터들도 많네요!”

미나의 말대로 보통의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도 많았다.

사자, 호랑이, 곰, 코끼리······ 차이점이라면 그들과 적극적으로 만지며 교감할 수 있단 점이었다.

조련사의 테이밍 스킬에 의해 절대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동물들과 교감하면서 놀았다.

물론 보통 동물들만 있던 것이 아니다.

“꺄, 저기 그리폰을 타볼 수 있나 봐요.”

길들인 몬스터들은 나름대로 기발한 전략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그리폰들은 잠시 타보고 하늘을 날아볼 수도 있었고, 미노타우르스들은 보디빌딩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렁물렁해서 귀여운 슬라임들은 껴안아 볼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동물과 몬스터들을 구경했다.

“현실의 동물원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안전하기도 하고 더 현실감이 넘치는 느낌이었고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아, 그럼 현실의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져서 그건 그거대로 문제일까요?”

“기술이 발달해서 도태되는 거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그리고 동물원은 꼭 영리적인 목적만 있는 건 아니니까. 종의 보존과 연구를 위해서 계속 있을 거야.”

“그렇다면야 다행이지만요.”

동물원을 뒤로하면서 미나와 그런 수다를 나눴다.

그 뒤로도 우리들은 좀 더 매그너스에서 놀기로 했다.

처음 텔레포트로 왔던 광장 쪽으로 다시 돌아가면, 예술가 길드를 찾아가면서 스쳐지나가듯 보기만 했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본 사람은 광대였는데, 그에게 1,000골드를 지불하니 즉석 공연과 묘기를 보여주었다.

저글링을 하기도 하고, 팬터마임을 하기도 하고, 가벼운 콩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와 지혜, 미나, 그리고 동물과 정령 친구들까지 깔깔 웃곤 그에게 팁을 좀 더 주고 떠났다.

“다음은 저기 저 화가들에게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하죠.”

“그럴까! 꼭 드라마에서나 볼만한 일이네!”

당연하지만 내 인생 중에서 화가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 건 드라마에서나 본 것이다.

나도 흥미를 많이 느껴서 그들에게 그림삯을 주고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했다.

미나와 지혜는 따로, 그리고 나는 정령과 동물친구들을 데리고 한 폭에 모두 그려달라고 했다.

그려야하는 대상이 많아지면 당연하게도 돈을 더 줘야했지만 푼돈이었다.

“어디어디 그려진 것들을 보죠.”

모두의 초상화가 그려진 후, 미나가 말했고 나와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림을 내보였다.

미나와 지혜의 그림은 둘 다 예쁘게 잘 그려졌다.

“어머, 푸흡. 왜 오빠만 캐리커처예요?”

“그렇게 그려달라고 했지롱.”

동물들과 그려진 내 초상화는 지혜나 미나와는 다르게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캐리커처였다.

밀짚모자를 쓴 내 얼굴이 참 대단하게 그려져 있었다.

지혜도 내 그림을 보고 호호 웃었다.

심지어 내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도 웃는 것 같았다.

여하튼 우리는 다음 놀거리를 찾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음유시인과 댄서 무리에게 다가가 삯을 지불했다.

만돌린, 류트, 바이올린, 피리 등의 악기를 다루는 음유시인들이 합주곡을 불렀고, 아름다운 무희들이 춤을 추었다.

그들의 즉석 공연을 모두들 재밌게 보았다.

기념품 삼아 그들 중 한 명이 팔던 만돌린을 샀다.

[스킬 ‘악기 연주’ 획득]

덤으로 스킬도 배우고 말이다.

"농장에 돌아가면 한 번 연주해봐야겠다.“

“연주할 줄 알아요?”

“아니, 난 리코더도 못 불었어. 뭐, 스킬로 해결되겠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만돌린을 조금 튕겨 보았다.

음색 자체는 좋지만, 엉성한 손놀림이 불협화음을 만들 뿐이었다.

여하튼 우리들은 이제 하펜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변의 경비병에게 다가가 길을 물어 매그너스의 마탑으로 향했다.

그곳의 안내데스크에 있던 청년에게 텔레포트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말하곤, 우리들은 하펜 마을 광장으로 순간이동했다.

“재밌었네요,”

“응, 이제 여기에 예술가 길드를 지으면 여기서도 그런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혜의 말에 나는 그렇게 말했다.

이제 할 일은 당연하게도 예쑬가 길드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영지건설 커맨드에 예술가 길드를 검색해보았다.

[영지 건설, 예술가 길드

예술가들이 먹고 자고 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다.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배가 고파선 예술을 하기가 힘들다. 그들에게 돈을 투자해서 예술을 장려해보자. 마을의 주민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 마을의 건축 양식이 더욱 아름다워진다. 그 외에 소소하게 버프를 적용 받을 수도 있다.

필요 자금 : 2,000만 골드

필요 조건 : 10,000 이상의 마을 번영도]

“예술은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일이네.”

필요자금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건축 스킬을 이용해서 직접 지을 수 있어서 굳이 돈을 쓸 필요는 없었다.

석재 재료가 필요했지만 태산이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열심히 망치질을 해서 광장 근처에 예술가 길드를 만들었다.

“또 건물 올라간다.”

“그런데 예술가 길드? 그런 것도 있었어?”

“수도 쪽에 있다고는 들었음. 그쪽 직업 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음유시인이나 댄서, 화가는 전투 직업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니까.”

예술가 길드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또 구경했지만, 큰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뭐, 사람들의 관심이야 예술가들이 와서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미나의 도움도 받아서 홍보 영상도 만들어 볼 생각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예술가 길드를 다 만들었다.

조금 있으면 매그너스에서 그쪽 사람들이 찾아와 알아서 일을 할 것이다.

“공진씨.”

“앗, 시화씨 오늘도 반갑습니다.”

“네, 그런데 예술가 길드를 지으셨군요?”

“네,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때 군중 속에서 시화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예술가 길드를 만들 때, 그도 구경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화씨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공진씨에게 오늘 쓸 제작 재료를 드리러 왔죠.”

“아하, 하지만 아직 이른데요. 제작은 늘 그랬듯이 선술집을 닫은 다음에 할 생각이라서요.”

“그렇군요.”

“하지만 시화씨도 같이 다니지 않겠습니까? 저는 일단 클라드 마을이란 곳에 가보고 싶은데요.”

“그곳엔 무슨 일로······?”

“그게 말이죠······.”

나는 클라드 마을이 하펜 마을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는 민원을 넣은 것을 시화에게 말했다.

“흠, 일단은 희소식이군요. 꼭 그런 것만이 아니란 게 문제지만요.”

“클라드 마을에 대해서 좀 아십니까?”

“여기보다 훨씬 위험한 곳에 있는 마을이죠.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아서 발전하기가 어려운 마을입니다.”

“흠······ 그럼 시화씨의 도움이 더욱 필요할 것 같네요. 저는 그곳을 영지에 합류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여러모로 시화씨의 조언이 필요할 듯 하네요.”

“제가 도움이 된다면야 뭐든 좋습니다.”

그렇게 시화가 일행에 합류했다.

우리들은 곧바로 마탑으로 향했다.

다시 마법사 아가씨를 만나선 그녀에게 클라드 마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클라드 마을은 마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마을 근처로 밖에 보내드릴 수 없어요.”

그런 사정을 말하면서 그녀는 우리들을 텔레포트해주었다.

곧 우리들은 방목지로 삼으면 좋을 것 같은 넓은 초원으로 순간이동 되었다.

꽤 그림 같은 풍경이라 보기 좋았다.

취이이이익!

······주변에 오크들이 덤벼오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저에게 맡기십시오.”

물론 그들은 시화가 싹다 정리해버렸다.

하펜 마을에 비해서 위험한 곳이라고 하지만, 게임 내 랭킹 1위라는 시화의 무력 앞에선 오크들이 불쌍할 지경이었다.

곧 우리들은 한편에 보이는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누, 누구십니까?”

시화의 위엄에 약간 겁이 난 듯한 마을의 경비병, 아니 자경단원 같은 이가 볼품없는 단창을 내밀며 말했다.

유저에게 이런 반응인 것을 보면 이 마을은 다소 폐쇄적인 마을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는 하펜 마을의 영주입니다. 저희들에게 합류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 172화 매그너스 관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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