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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90화 (190/239)

< 171화 매그너스 방문 >

상단 사무소를 나온 우리들은 다음엔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마을 회관에 들어서자 마치 시청 민원 접수실 같은 분위기의 내부가 보였다.

세 명의 사무원이 접수석에 앉아 여러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죠?”

“실례합니다. 저는······.”

“앗, 영주님이시군요.”

접수원은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촌장님이 보내주신 분들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영주님의 직속부하, 혹은 직속비서 같은 겁니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민원을 접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민원이 많은 모양이군요?”

“대부분은 영주님의 결재도 필요 없는 일들입니다. 마을 주민들의 요구사항인데, 대부분 저희들 선에서 처리가 가능하죠. 혹시 알아보시고 싶으십니까?”

“하나만 보여주실래요?”

“이런 겁니다만.”

NPC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를 리가 없지만, 혹시라는 생각에 서류 한 개를 살펴보았다.

“집을 더 증축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세요······ 확실히 제가 껴들 일은 아니군요.”

“네, 잡다한 민원들은 저희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오르기 때문에 마을 경영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결재해야 하는 사안은 없습니까?”

“영주님의 결재를 기다리는 두 가지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접수원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서류 두 개를 건네주었다.

“의류점에서 목화가 다 떨어졌다는군요. 이건 제가 한 번 재배해서 가져다 줘야겠고······.”

의류점의 민원을 읽은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민원을 읽었다.

“우리 클라드 마을은 하펜 마을의 영향력을 인정해 그쪽 마을에 합류하는 것을 원한다······ 이건······.”

“클라드 마을의 합병요청입니다. 영주님의 지배력을 인정하고 통치를 원한다는 겁니다.”

“음, 일전에 촌장님에게서 들은 말이군요. 다른 마을이 저에게 합류하려는 소문이 돈다고요.”

“괜한 소문은 아니었죠. 영주님의 통치 아래에 우리 마을이 번영하는 것을 보고 합류하고 싶어 하는 겁니다.”

“그렇군요.”

통치라고 해봐야 건물 좀 지어주고 사람 고용한 것뿐인데, 말은 굉장한 것처럼 말해주어서 기분이 좀 묘하다.

하지만 곧 그는 내게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영주님, 마을을 받아들인다면 반드시 그곳을 올바르게 통치하여야만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일어날 겁니다.”

“어떤 부작용 말이죠?”

“당연히 통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지에서 이탈할 수 있단 거지만, 그것 외에도 그 마을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유민이 발생하여 하펜 마을에 올수도 있습니다. 유민들은 갈 곳 없는 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적절히 조치해야할 겁니다.”

“클라드 마을의 상황에 대해 좀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영주님이 다스리기 전의 하펜 마을보다 상황이 별로 여의치 않은 곳입니다. 하펜 마을은 축복 받은 것처럼 풍요롭고 주변에 강한 몬스터도 없지만, 그곳은 강렬한 몬스터와 야생동물들이 있습니다. 마음 놓고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곳이죠.”

“알겠습니다, 가봐야 제대로 알겠군요.”

“클라드 마을에 가시려면 마법사 길드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이 일은 제가 처리하도록 할 테니, 계속 수고해주십시오.”

나는 접수원과 그렇게 대화를 마쳤다.

이제부터 매일 마을에서 민원을 확인해야할 것 같다.

일단 마을 회관을 나왔다.

“흠, 일들이 늘어버렸지만, 이제 매그너스에 가봐야겠네.”

“저도 매그너스는 가본 적이 없어서 많이 궁금해요. 어서 가봐요.”

미나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지혜와 동물, 정령 친구들도 함께 마탑으로 향했다.

또 마법사 아가씨에게 인사하면서 우리들은 텔레포트 서비스를 사용했다.

곧 우리들은 ‘매그너스 광장’을 목표지로 순간이동했다.

츄파앗

새하얀 빛이 사라지고, 곧 시야에 매그너스의 풍경이 보였다.

현대의 도시만큼이나 넓은 곳이었다.

그곳에 NPC와 유저들이 많았는데, 눈에 띄는 건물들의 양식은 낯익었다.

“꼭 러시아 건축물 같네.”

내가 중얼거린 것처럼, 매그너스의 건물들은 아래쪽은 둥그런 원형이면서도 위로 뾰족한 원뿔형이 되는 지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날씨도 조금 쌀쌀했다.

노슬론 마을이나 러시아의 혹한처럼 춥진 않았지만 말이다.

“굉장히 넓고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래······ 러시아나 동유럽 같은 분위기야.”

나도 그곳에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도시 자체는 아름다운 곳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치안과 날씨 때문에 여행을 갈만한 곳인지는 좀 망설여지는 곳이지.

어쨌든 매그너스는 그런 도시의 아름다움만 쏙 빼온 것 같다.

“저기가 아마 궁전일까요? 마치 얼음을 조각한 것 같네요.”

지혜가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마치 얼음처럼 푸르게 빛나는 궁전이 있었다.

이럴 때, 여행 가이드라도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이방인들인가? 이곳은 처음인 모양이군.”

“아, 수고 많으십니다, 경비병님.”

그때, 지나가던 경비병이 친절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우리 매그너스의 얼음 궁전을 처음 보는 모양이군. 우리 여왕님이 살고 계신 아름다운 곳이지. 보이는 그대로 얼음을 조각한 것 같지 않나?”

“정말 얼음으로 만든 궁전입니까?”

“하하, 그럴 리가 있나. 푸른 사파이어를 조각해 궁전 외벽을 장식한 거라네. 우리 예술가들의 자랑일세.”

“그렇군요, 마침 저희는 예술가 길드를 찾아갈 생각이었습니다.”

“아, 그럼 내가 길안내를 해줘야겠군. 예술가 길드는······.”

친절한 경비병이 우리들에게 길안내를 해주었다.

우리들은 그에게 인사를 하곤 예술가 길드를 향해 걸어갔다.

실버와 골드, 불돌이가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앞장섰다.

우리들은 곧 예술가 길드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도 양파모양 지붕이 멋들어진 건물이었다.

다만 사람들은 그다지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마치 생활스킬이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어서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빛 머리칼의 소녀가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었고 우리들에게 인사했다.

“여기가 예술가 길드가 맞나요?”

“그렇습니다.”

“상당히 조용한 곳이군요.”

“인기 없는 곳이니까요.”

“······.”

소녀의 말은 마치 눈처럼 차가웠다.

차림새는 메이드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귀여운 외향과는 달리 상당히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인 모양이었다.

왜 인기가 없는가, 대충은 짐작이 갔지만 물어보기로 했다.

“왜 인기가 없죠?”

“이방인들은 사냥에만 관심이 있으니까요.”

“음, 그런 이유인 것 같았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아, 그게 말이죠. 저는 사실 하펜 마을의 영주입니다.”

“최근 중립 마을의 영주가 되셨단 이방인 분이시군요.”

“맞습니다. 이곳에는 우선 보석세공에 관련해서 찾아왔습니다.”

나는 무뚝뚝한 그녀에게 내가 먼저 용무를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역시나 무뚝뚝하게 즉답했다.

“보석세공사를 안내해드릴까요? 보석세공 의뢰라면 1회 만 골드입니다.”

“아, 단순히 의뢰만이 아닙니다. 저는 보석세공사 한 명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보석세공사 한 명만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여러 예술가 분들을 고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곳의 길드마스터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저입니다.”

“네?”

“제가 이 길드의 길드마스터 에필리아입니다.”

“그랬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길드마스터가 어째서 안내데스크가 앉아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나는 깊은 사정이 있을 것 같아 묻지 않았다.

그리곤 그녀에게 악수를 건넸다.

에필리아는 무감정하게 내 악수를 얕게 받았다.

“저희 예술가들을 고용하시고 싶다고요?”

“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돈보다 저는 신용을 중시합니다.”

“저 또한 물론입니다. 특별히 요청하고 싶은 계약 내용이 있습니까?”

계약에 앞서 신용을 언급한다는 것은 뭔가 요구사항이 있단 의미였다.

그래서 나는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다.

“반영구적으로 계약한 예술가를 책임져 줄 것을 요구합니다.”

“그 말은 종신 계약을 해달라는 의미입니까?”

“비슷합니다. 저희 예술가들이 큰 실수라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그들의 재산은 물론 일자리를 보장해주십시오.”

“지금 제 사정에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계약 내용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군요.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매그너스에선 예술가들이 예술로 먹고 살기 힘듭니다.”

에필리아는 다소 슬픈 눈이 되어서 말했다.

대충 짐작은 되었다.

예술가가 먹고 살기 힘든 거야, 흔한 일이니 말이다.

곧 에필리아가 그 이유를 직접 말해주었다.

“이방인들이 전혀 예술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방인들이 아니어도 주민들이 찾진 않나요?”

“주민들도 일이 바쁜데다, 여왕님도 예술에 무관심하십니다. 얼음궁전은 우리 예술가들이 만들었지만, 과거의 영광일 뿐이죠. 우리 예술가들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것도 버려진 생활 스킬이란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다소 고민이 되었다.

“저는 돈이 많긴 하지만 의미 없는 고용은 지양하고 싶습니다. 제가 예술가들을 고용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그 점을 어필해주셨으면 합니다만.”

“영주님의 마을에 예술을 전하고 주민들과 이방인들에게 예술을 어필할 수 있단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흠, 주민들의 만족도가 오른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보석세공은 보석홈을 이용해 능력치를 올려줍니다. 그런 것처럼 음악이나 춤도 그런 것이 있습니까?”

“음유시인의 노래와 댄서들의 춤은 사람들을 고무시킵니다. 전투능력이 떨어져서 각광받는 직업은 아니지만요.”

“어쨌든 효과가 없지는 않단 말이군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차피 크게 바라는 바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버프를 주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그 점을 어필할만하지 않을까?

그리고 꼭 버프가 아니어도 노래나 연주, 춤, 그 외의 예술 같은 것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제법 판타지라이프스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거라면 충분하다.

“여기엔 아주 다양한 예술직업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모두 고용하고 싶군요. 제 하펜 마을에 이곳과 같은 예술가 길드를 만들겠습니다. 그곳에 모두 와주십시오, 에필리아 양 당신도요. 무리입니까?”

“하지만 그러려면 고용비가 적어도 5,000만 골드는······.”

“생각보다 저렴하군요. 그 외에 수도를 떠나선 안 된다든가, 하는 것은 없나요?”

“······없습니다.”

“그럼 결정됐군요. 지금 당장 돈을 드릴 테니, 우리 마을로 와주십시오. 여러분은 저한테 고용된 겁니다.”

< 171화 매그너스 방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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