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강화외골격 풀 플레이트 아머 >
나는 곧바로 마법공학 제작 카탈로그에서 강화외골격을 검색해보았다.
[마법공학, 강화외골격 부착물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로봇기술이 적용된 강화복. 착용자에게 기계적인 힘을 더해줘서 근력을 보조해주거나 특수한 환경을 극복하는데 목적성이 있다. <마일스톤>에서는 마법공학으로 구현되어 갑옷이나 의류에 적용시킬 수 있다. 부착물을 장착시키면 마력동력이 유지되는 동안 운동능력이 크게 늘어난다. 단, 마력동력의 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여분의 마력석을 소지해야만 한다.
필요한 재료 : 철괴 15개(혹은 대체가능한 광물)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회로세공도구, 마법공학 Lv3, 대장기술 Lv9, 망치, 용광로]
“이거네. 미리보기를 보니 내가 아는 그게 맞는 것 같아.”
미리보기로 본 강화외골격은 현실의 강화외골격과 똑같았다.
단지 철제 뼈대에 보랏빛 마법공학 회로가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오늘은 이걸 적용한 풀 플레이트 아머를 만들어 봐야할 것 같다.
나는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우선은 강화외골격부터 만들었다.
사람의 골격을 흉내낸 외골격을 만들었는데, 망치질을 하면서 자세히 보면 관절부위 등이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실제라면 절대 망치질만으로 만들 수 없을 정밀한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킬의 힘을 빌려도 대장기술이 9레벨이나 요구된다는 점에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하긴, 현실이었다면 로봇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스킬 덕에 쉽게 만들었네. 그런데 마법석 회로를 납땜질 하는 게 좀 어렵겠다.”
어려운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 강화외골격은 현실의 강화외골격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고 원형의 뼈대에 가까웠다.
당연하게도 현실의 강화외골격은 그 안에 여러 첨단장치가 필요하니 골격이 좀 크지만, 이건 마법의 힘이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작고 둥근 그것에 마법회로를 새겨 넣는 작업이 조금 힘들었다.
혼자 그걸 하려니 세공도구를 가져다 댈 때마다 외골격이 움직여서 불편했던 것이다.
나는 결국 골렘에게 붙잡아 달라고 하며 만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니 한결 간편하게 만들 수 있었다.
역시 골렘이 있으니 여러모로 좋다.
“이걸로 강화외골격 부착물은 만들었고······ 이제 풀 플레이트 아머를 만들어야겠다.”
곧바로 풀 플레이트 아머의 제작에 들어갔다.
이번엔 아주 표준적인 별 개성 없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철괴와 늪지 크라켄의 정수로 만들었다.
[장인이 만든 특급 늪지 크라켄의 풀 플레이트 아머 : 방어력 200 내구도 100/10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혼신의 힘을 다 해 만든 명품. 전신을 완벽하게 방호해주는 풀 플레이트 아머이며, 공격에 대해 거의 빈틈이 없다. 늪지 크라켄의 정수로 인해 강력한 특수능력이 부여되었다.
특수 능력 : 착용자는 ‘크라켄의 촉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크라켄의 촉수 : 대상 하나에게 강력한 촉수를 뻗어 착용자에게 끌어온다. 촉수는 착용자의 체력의 절반만큼의 생명력을 가지며 모든 상태이상에 면역이다. 10분의 쿨타임을 가지며, 촉수가 빗나갈 경우 1분의 쿨타임만 가진다.]
“이건······ 상대를 그랩 해버리는 거네.”
‘그랩’이란 상대를 끌고 오는 기술들을 총칭해서 일컫는 게임용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PVP 상황에서 그랩 기술은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마법사 같이 남들에게 보호를 받아야하는 클래스가 그랩 기술에 의해 끌려와버리면? 아마 그 마법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법사를 잃은 쪽은 그만한 전력을 잃은 상태에서 싸워야하니 불리한 국면으로 싸워야한다.
현실로 치면 전쟁에서 중요한 요인을 저격해버린 것과 같은 상황인 셈이다.
여하튼 설명대로 아주 강력한 기능이란 말이다.
다소 PVP한정이긴 하지만.
“강화외골격을 적용시키기 전에 우선 속성을 부여해야지.”
그러니까 이 풀 플레이트 아머는 그랩 능력이 있고, 강화외골격을 적용시킬 예정이다.
그것에 적당한 속성 강화는······.
“잘 없네. 흙속성 지원형 옵션으로 거친 지형에서 지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건 강화외골격의 기능이니 별 필요가 없고······ 그냥 1:1 상황을 상정해볼까?”
나는 다대일이나 집단전투를 논외로 치고 1:1 상황에서 이 갑옷의 능력을 활용할 거리를 찾아보았다.
[공격형 강화]
-착용자의 생명력에 10%에 해당되는 체력을 가진 흙 갑옷을 생성한다. 흙 갑옷은 공격 받을 때마다 소모된 체력만큼의 대미지를 반사시킨다(초당 1%의 마나소비)
흙속성의 공격형 강화가 눈에 들어왔다.
1:1상황에서 상대를 끌어왔을 땐 당연히 공격을 받을 것이다.
그때 이 능력이 상대의 공격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해줄 것이다.
그래, 강화복과 연결시킨 엑소슈트라고 생각하자.
나는 그렇게 결정하곤 강화석을 소모해 속성 강화를 부여했다.
그런 후에는 다이아몬드를 깎아 보석홈에 박고, 드디어 강화외골격 부착물을 갑옷에 장착시켰다.
[장인이 만든 특급 다이아몬드 장식 흙 갑옷 늪지 크라켄의 강화외골격 풀 플레이트 아머]
“휴, 갈수록 아이템 이름이 길어지네.”
부착물에 보석에 강화외골격까지 추가되니 아이템 이름이 거의 문장 수준이다.
뭐 그만큼 성능이 좋다는 의미니까, 불만은 없겠지.
나는 오늘 만든 아이템 4개를 나란히 늘어놓았다.
[장인이 만든 1등급 얼어붙은 다이아몬드 장식 바실리스크 가죽 하이드 아머 상의]
[장인이 만든 1등급 냉기돌풍 다이아몬드 장식 바실리스크 가죽 하이드 아머 하의]
[장인이 만든 1등급 그렘린의 무뎌지지 않는 다이아몬드 장식의 ‘듀랜달’ 레플리카]
[장인이 만든 특급 다이아몬드 장식 흙 갑옷 늪지 크라켄의 강화외골격 풀 플레이트 아머]
“다 됐다!”
나는 기지개를 펴면서 열기가 후끈한 대장간을 나왔다.
불돌이와 골렘이 따라나왔고, 바깥에는 정령과 동물 친구들하고 놀고 있는 지혜와 미나가 있었다.
미나는 옥스의 등을 타고 놀고 있었고, 지혜는 실버와 골드를 쓰다듬고 있었다.
태산이와 호크, 물방울은 수영을 하고 말이다.
음, 언제봐도 평화로운 농장이군.
“어라, 다 만들었어요?”
“응.”
미나가 옥스를 몰고와서 물어보았다.
나는 대답하면서 갑옷을 시험 착용해보았다.
“어때?”
“호호호, 뭔가 특이한 장식이네요.”
“이건 장식이 아니라 강화외골격이야.”
“강화외골격이요? 그게 뭐에요?”
“톰크루즈 나온 영화인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라고 알아?”
나는 이제 늙어서 은퇴한 헐리우드 배우의 고전 영화를 언급하며 말했다.
미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 하는 표정이 되었다.
“대충 알아요! 주인공이 죽으면 시간을 회귀하는 영화잖아요?”
“맞아.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거기서 나오는 강화복이야. 뭐 지금은 표준적인 무장이지만.”
그 영화가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강화외골격은 아직 구현이 덜 된 강화복이었지.
2050년이 된 지금은 비교적 흔해진 강화복이다.
여하튼 미나는 내 설명에 대충 이해한 듯 했다.
어쨌든 나는 강화외골격의 성능을 확인해보려고 했다.
“자 봐, 얍!”
“오! 엄청 높이 뛰었어요.”
“팔굽혀펴기도 힘들이지 않고 마구 할 수 있어.”
높이 뛰기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하고, 물구나무도 서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정확히는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그런 동작을 할 때마다 강화외골격에서 ‘위잉’거리는 기계음이 들리는 것이 더욱 멋나는 것 같다.
여하튼 잘된 듯 했다.
그런데 마력석 소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네?
“주인님, 강화외골격의 기능을 활성화시킨 상태에서 충전지속시간은 20분입니다. 고로 강화외골격 기능을 끄거나 마력석을 항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 방전된 강화외골격은 보통 5개의 마력석으로 완전 충전이 가능합니다.”
“아, 그런 단점이 있네.”
마력석 소모가 제법 크다.
20분간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좋지만 말이다.
뭐, 그건 이 갑옷을 쓰는 사람에게 달린 일이지만, 어쨌든 이제 이걸 팔러 갈 때가 되었다.
“나는 마을에 가서 시화씨랑 이걸 팔건데, 너희도 갈 거야?”
“물론이죠.”
“저도 갈래요.”
역시 미나와 지혜도 따라오기로 했다.
흠, 마을에 가면 시화를 불러 무기상점에서 경매를 하곤 촌장댁에 들릴 생각이다.
촌장과 상의해서 여러 가지 건물을 만들어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상단이다.
노슬론 마을을 활성화시키려면 그쪽 상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길 기다리기보단 우리쪽에서 상단을 만들어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상인으로 적절한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 추천을 받는데 촌장만한 사람이 없다.
그 외에도 보석세공을 활성화할 방안에 대해 그와 토론해보고 싶었다.
여하튼 그런 생각으로 마을로 향했고, 나는 시화를 불렀다.
곧 무기상점 앞에서 시화와 블루스 노인, 그리고 드래곤씨와 재회했다.
“오늘도 아이템은 잘 만들었나?”
“그럭저럭 잘 만들었습니다, 어르신.”
“그럭저럭이라,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갖게. 허허. 그런데 오늘 나는 경매에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라네.”
“그렇습니까?”
“아쉬운가?”
“아니오, 오히려 블루스 어르신께선 지금까지 많이 사주셔서······ 단지 오늘은 아예 참가를 하지 않으신다니 조금 의외일 뿐입니다.”
“후후후, 다 이유가 있다네. 오늘은 이 친구에게 경매가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다네. 내가 없어도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
블루스 노인은 드래곤씨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드래곤씨는 그저 묵묵부답일 뿐이다.
흠, 정말이지 낯익은 사람인데,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들은 무기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호객행위로 사람들을 모으며 경매를 시작을 알렸고, 경매꾼들이 모였다.
오늘은 특별히 강화외골격을 처음으로 적용시켰으므로 경매에 앞서 그것을 시연했다.
미나에게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와 쩐다. 갑옷 입고 저런 움직임은 힘든데.”
“힘이 전혀 안든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
“부착물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어느 갑옷에든 적용이 가능하다고? 그럼 부착물만 팔아도 대박인거 아냐?”
“근데 대장기술이 9레벨이나 필요하다나봐, 거기에 마법공학 스킬도 필요하고. 만들기 어렵단 소리지.”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이것도 생활 스킬의 홍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여하튼 오늘 만든 4가지의 아이템들을 경매했는데, 예상은 했지만 블루스 노인이 없어도 제법 경쟁이 치열했다.
모두 합해서 1억 6500골드의 수익을 낸 것이다.
그걸 반띵해서 시화와 나누었고, 나는 이제 서민의 것이 아닌 감각으로 수익금을 할당받았다.
그런 모습을 드래곤씨는 유심히 보는 듯했다.
어쩐지 그는 블루스 노인과 마찬가지인 사업가일 것 같다.
< 165화 강화외골격 풀 플레이트 아머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