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안장과 등자 >
곧 선술집을 닫았다.
오늘도 사이버 음주를 잔뜩 즐기고 출근하려는 이들의 활기찬 모습이 보였다.
하하, 술을 마시고 출근 준비를 한다니, 현실이라면 정말 꿈도 못 꿀 일이다.
여하튼 선술집의 문을 닫고, 우리들은 옥스를 타보겠다는 시화를 따라갔다.
시화는 옥스를 부드럽게 만져주곤 말했다.
“안장과 등자가 아직 없군요.”
“아, 그러네요. 등자를 만들어야 타기 쉬울 텐데. 지금 당장 만들어보죠.”
일전에 안장과 등자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굳이 옥스를 타고 격렬하게 싸우는 일이 없어서 고삐만 채워둔 상태였다.
나는 적당히 들소가죽으로 안장과 등자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재봉, 안장
과거에는 동물의 등에 장착하여 편히 앉으려고 하는데 쓴 것을 지칭했으나, 현대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장착하는 것 또한 가리킨다. 만약 안장 없이 동물의 등에 타려고 하면 어지간히 익숙하지 않은 이상,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심각한 고통이 느껴질 것이다. 또한 등자와 마찬가지로 이동수단을 고속으로 몰 때 탑승자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필요한 재료 : 적절한 가죽 10개 가죽끈 10개
필요한 도구 : 재봉 스킬 Lv5, 바늘]
[재봉, 등자
안장에 부착되는 발을 디디는 용도의 받침대. 말을 오르거나 말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데 아주 효율적이다. 엄청난 유용성과 간단한 디자인임에도 말을 타고 안장이 개발된 이후로도 천년 가까이 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의 발달로 기병 육성이 쉬워졌고, 기사와 봉건주의의 발달로 이어졌다.
필요한 재료 : 적절한 가죽 5개, 가죽끈 5개
필요한 도구 : 재봉 스킬 Lv5, 바늘]
나는 즉석에서 가죽을 이용해서 안장과 등자를 만들었다.
그리 멋있다고는 못하겠지만, 제법 모양새를 갖춘 안장과 등자가 만들어졌다.
음머어어어어
“옳지, 얌전히 있으렴.”
나는 마치 옷을 입혀주는 것처럼 등자를 단 안장을 옥스의 등에 씌워주었다.
옥스는 온순하게 울면서 안장을 찼다.
“자 이제 한 번 타보시죠.”
“고맙습니다.”
시화는 안장과 등자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곤 단 번에 옥스의 등에 탔다.
갑옷을 입고 있어서 무게가 제법 되어 보이는 데도, 옥스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화는 고삐를 이리저리 당기며 옥스를 움직여보았다.
옥스는 온순하고 충직하게 시화의 말을 들으면서 움직였다.
“조금 달려보겠습니다. 이랴!”
음머어어어어!
시화는 이번엔 옥스를 타고 달려보았다.
경마장도 안 가본 내가 실제로 말을 타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영상매체로 본 기억과 비교해보면 말에 비해 상당히 저돌적인 모습이었다.
단단하고 뿔이난 머리로 뭐든 받아버릴 것 같은 모습은 말에 비해 돌격력이 상당해 보이는 것이다.
다만 단점이라면 말보다 키가 좀 작다는 것일까?
“상당히 괜찮군요. 말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시화는 옥스를 몰고와 내리면서 말했다.
“그렇다니 다행입니다만, 말보다 키가 작은 게 단점은 되지 않을까요?”
“확실히 마상전투에서 키가 작고 왜소한 말은 큰 단점이 되죠. 하지만 소의 경우는 다릅니다. 워낙 저돌적인 돌격이 가능해서 그런 단점을 상쇄할 정도입니다. 시범적으로 운영은 해봐야겠지만, 말 대신 소를 이용해보는 것도 기병 육성에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아무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허허허, 재밌는 모습이구먼. 그나저나 시화군, 잠시 나와 이야기 좀 하지. 단 둘이······ 아니, 이 친구도 같이 말일세.”
블루스 노인은 드래곤씨를 내세우며 말했다.
시화도 드래곤씨와는 초면인 듯 했는데, 블루스 노인의 말이라 안따를 수 없는 모양이다.
곧 그들은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시화는 나에게 제작 재료를 주었다.
[픽시의 정수 50개]
[그렘린의 정수 50개]
[늪지 크라켄의 정수 1개]
[강화석 4개]
[오리하르콘 20개]
[바실리스크의 가죽 20개]
“오늘도 아이템 만들 시간이네.”
“그럼 저희는 간식이라도 만들고 있을게요.”
“아, 오늘도 일찍 로그아웃할 생각은 없나보구나?”
“딱히 오빠도 일찍 로그아웃하진 않잖아요? 회사도 출근하는 사람이.”
“그야 그렇지.”
미나와 잡담을 나눈 뒤, 나와 그녀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곧 미나와 지혜는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옷을 만들려고 제작 카탈로그를 뒤졌다.
먼저 바실리스크의 가죽으로 뭔가를 만들어야겠지.
바실리스크의 가죽은 꼭 악어가죽 같은 것이었다.
본래 이런 가죽은 여성의 핸드백 같은 걸 만들 것이다.
그러니 가죽 옷은 좀 그렇고, 가죽 갑옷을 만들어볼까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이드 아머로 말이다.
“그런데 악어가죽이라서 그런지······ 이것 자체로 찰갑 같네.”
일전에 두석린갑이나 브리건딘을 만들었을 때, 가죽이나 철편으로 찰갑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찰갑 같은 형태의 모습이었다.
바실리스크 가죽을 셋팅한 하이드아머의 미리보기도 그런 찰갑 같은 모습이다.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제작 버튼을 눌러 바느질을 시작했다.
심열을 기울여 만들다 보니 30분 정도가 지나서 만들어졌다.
[장인이 만든 1등급 바실리스크 가죽 하이드 아머 상의 : 방어도 110, 내구도 45/45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혼신의 힘을 다 해 만든 명품, 바실리스크의 가죽으로 만들어서 매우 질기고 단단하다. 뛰어난 세트효과와 추가 능력치가 부여되었다.
추가 능력치 : 민첩 + 20, 체력 + 10
세트효과 : 장인이 만든 n등급 바실리스크 가죽 하이드 아머 하의/ 착용자는 땅 속성 공격에 면역이 되며, 무기에 석화 상태이상을 거는 공격이 추가 된다.]
“음, 괜찮은 것 같네.”
나는 완성품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바실리스크라면 상대를 석화시키는 판타지 몬스터인데, 그런 능력이 반영된 세트 능력 같았다.
여기에 이제 속성 강화랑 미리 만들어 둔 보석홈에 보석을 넣어야 한다.
“땅 속성 공격에 면역이면 땅 속성 강화는 별 의미가 없겠다.”
나는 우선 땅 속성은 제외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것저것을 생각해보다가, 문득 상태이상을 거는 것에 중점을 둬 생각해보았다.
“그렇다면, 공격이 유효하도록 둔화를 거는 게 좋으니까, 이게 좋겠군.”
[공격형 강화]
-매 공격마다 착용자의 마나의 4%에 해당되는 추가 얼음속성 피해를 가하고, 상대를 동결시킨다.
-마법공격력의 90%에 해당되는 냉기돌풍 시전(쿨타임 1분)
물속성 공격형 강화의 첫 번째 옵션이다.
공격시 상대를 동결시키면서 석화를 시키는데 더 용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상의는 첫 번째 옵션을 선택했다.
“그런데 두 번째 옵션도 나쁘지 않아. 마법 공격력이란 점이 좀 그렇지만······ 마법사가 쓰기 말란 법도 없잖아?”
만약 적에게 가까이 붙기 힘들다면, 냉기돌풍을 일으켜 적을 얼리는 전술도 유효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판단하여서 하의에는 두 번째 옵션을 선택했다.
“자 여기에 다이아몬드를 깎아서 보석홈을 장착시켜야지.”
나는 얼른 보석세공 스킬로 오늘 캔 다이아몬드 두 개를 깎았다.
[보석세공 스킬 레벨 업!]
두 개의 다이아몬드를 깎으니 보석세공이 레벨 업 했다.
이제 좀 더 다양한 모양의 보석을 깎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단 바실리스크 하이드 아머에는 깎은 두 개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해야 했다.
나는 하이드 아머에 만들어 놓은 보석홈에 보석을 장착했다.
[장인이 만든 1등급 얼어붙은 다이아몬드 장식 바실리스크 가죽 하이드 아머 상의]
[장인이 만든 1등급 냉기돌풍 다이아몬드 장식 바실리스크 가죽 하이드 아머 하의]
“휴우, 제법 잘 만든 것 같다. 잠깐 쉴까······.”
눈이 빠지도록 바느질을 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나는 잠시 휴식을 하기로 했다.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내가 만드는 것을 멈추자, 실버와 골드, 불돌이가 먼저 달려들었다.
“어이쿠 이 녀석들 심심했져요?”
나는 녀석들을 마구 쓰다듬어 주었고, 녀석들은 삼면을 포위하듯 내 주변에 다가와선 얼굴을 마구 핥았다.
개들의 친근함에 나는 절로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냐아오옹
물방울도 내 곁에 다가와선 배를 발라당 깠따.
나는 녀석의 배를 간질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물방울이 하악질도 하지 않고 기분 좋게 울었다.
바람이는 실버의 머리 위에 앉아선 내게 경례를 척 했다.
모두다 귀여운 녀석들이다.
“아 참, 골렘아!”
“예, 주인님.”
“이제 내 정령술 레벨이면 얘네들을 상급 정령으로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주인님의 정령술 레벨은 9레벨이 되었습니다.”
“모르는 사이 많이 늘었네.”
“주인님의 말씀대로 정령들을 상급 정령으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급 정령 소환에는 한 마리당 75의 정신력이 요구됩니다.”
“4마리면 300의 정신력이 필요하구나. 어디 보자······.”
나는 곧바로 스테이터스를 확인해보았다.
[힘 101 민첩 24 체력 56 지력 10 정신력 301]
버프효과까지 포함해서 나타난 내 스탯의 현황이었다.
정신력만 비정상적으로 많은 상태였다.
레벨은 31인데 말이다.
아마도 생활 스킬을 마구 쓰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정신력이 많이 오른 덕분인 것 같다.
음식 효과로 인한 버프도 있고, 정신력의 비약을 마신 상태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 상태면 아이들을 상급 정령으로 부를 순 있겠는데······ 그건 내일 하도록 할까.”
나는 불돌이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상급 정령으로 부르면 어쩐지 아쉬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 강아지나 아기고양이 같은 모습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아이들의 어린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오빠! 여기 와서 간식 같이 먹어요?”
“간식? 오케이 딱 기다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미나와 지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먹는거 좋아하는 내가 간식에 빠질 수는 없었다.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 맛있는 냄새가 났다.
달콤한 초콜릿의 냄새, 그녀들이 만든 것은······
“초콜릿 파이에요, 맛있으면 좋겠어요.”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데, 지혜야!”
한 조각 베어 놓으니 그 안에 초콜릿이 가득한, 아주 잘 만들어진 초콜릿 파이였다.
내가 군침을 흘리자 지혜랑 미나는 킥킥 웃었다.
“자, 어서 앉아서 먹죠. 마실 건 우유도 있고, 주스도 있고, 콜라도 있는데요.”
“난 우유로 할래. 초콜릿이랑 맛은 잘 어울리지. 건강에 안좋다는 말이 있던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게임인데.”
나는 입맛을 다시면서 우유를 잔에 따랐다.
초콜릿 파이를 한 조각 접시에 덜어서 그것을 먹는다.
입에서 살살 녹는 초콜릿을 우유와 함께 먹는 기분은 흡사 잘 만들어진 초콜릿 우유를 마시는 기분이다.
“최고다.”
“호호호, 잘 먹으니 뿌듯하네요. 뭐, 지혜가 거의 다 만들었지만요.”
미나는 호호 웃었고, 지혜는 수줍은 듯이 웃었다.
음! 역시 초콜릿은 맛있어!
< 163화 안장과 등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