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79화 (179/239)

< 160화 북극곰과 온천 >

아이스 코볼트들은······ 조금 사나워 보이는 스머프처럼 생겼다.

물론 스머프처럼 귀엽다는 의미는 아니고, 온 몸이 아이스라는 수식어처럼 파란색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평화롭고 귀여운 스머프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모두 흉흉한 무기들을 들고, 중요부위만 가죽 팬티로 가린 채로 시화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광역 도발! 소드 배리어! 오러 블레이드!”

앞장 선 시화는 여러 스킬을 사용하면서 아이스 코볼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의 말대로 아이스 코볼트들은 절대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왈왈왈왈

냐아오옹

삐이이익

브어어엉

정령들은 각자의 속성에 맞는 원거리 공격을 하고 있었다.

불돌이는 불을 내뿜고, 물방울은 얼음창을 던지고, 바람이는 칼날 같은 바람을 내보냈으며, 태산이는 흙창을 던졌다.

마법사 타입인 지혜도 그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마법 공격들을 가했다.

“우리도 가죠!”

“응!”

멍멍멍!

음머어어어

꼬꼬꼭!

근접계열인 미나와 나, 그리고 실버와 옥스, 호크도 달려들었다.

시화가 탱킹을 단단히 하고 있어서, 아무리 공격해도 어그로가 바뀌지 않았다.

이것이 고수의 플레이란 것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여하튼 그렇게 투닥투닥 싸우니 상당히 많았던 아이스 코볼트들은 정리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은 시화가 불타는 검으로 처치했다.

[정령술 스킬 레벨 업!]

전투를 하고 나니 정령술이 레벨 업 했다.

확인해보니 어느새 9레벨이 되어 있었다.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덧 몇 번씩 레벨 업을 하더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아이들을 상급으로 소환할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한 번 골렘에게 물어봐야겠다.

원격대화가 가능하니, 지금 물어볼 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한 구역을 클리어 했군요. 주변을 살펴보면 보석 광맥이 있을 겁니다.”

“한 번 광물추적을 해보죠.”

시화의 말을 듣고서 나는 채광 스킬의 광물 추적 기능을 작동 시켰다.

수정들이 반짝이고 있어서 구분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유독 더 반짝이는 것이 있어서 구분이 쉬웠다.

[다이아몬드 광맥]

“다이아몬드잖아?”

“1층에는 다이아몬드가 나오는 모양이군요.”

시화도 각 층에 무슨 보석이 나오는지까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생활 스킬을 쓴 적이 없는 그가 직접 채굴했을리는 없으니 모를만 했다.

나는 곧장 곡갱이를 꺼내 채광해보았는데, 철과는 달리 1개의 광물만 나왔다.

“철과는 달리 한 번에 주는 생산량이 많지는 않군요.”

“그야 보석은 보석이니까요. 철보다는 희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죠.”

“좀 더 찾아볼까요? 보석세공을 하셨으니 여기서 가져가셔도 될 것 같은데.”

“흠, 그러죠. 트로페 마을에서 괜히 비싸게 살 필요도 없고. 여기서 원석을 가져가서 가공하면 되니까요. 혹시 오늘 가져오신 제작 재료는 아이템 몇 개 분이죠?”

“어제처럼 4개로 준비했습니다만.”

“그럼 3개만 더 캐고 가요. 광산 탐험은 나중에 또 해도 되고, 안해도 그만이니까요. 어차피 마을에 보석을 대주기 시작하면 하펜 마을에서 구해도 될 겁니다.”

“그럼 조금만 더 탐험해볼까요.”

다이아몬드를 캐러 좀 더 안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다지 박진감 넘치는 전투라고는 못하겠지만, 아이스 코볼트들을 물리치면서 3개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더 캘 수 있었다.

원하면 더 모을 순 있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겨져서 우리들은 아름다운 광산 내부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바깥으로 나왔다.

“광산 구경도 끝났겠다, 이제 뭐하고 놀까요?”

“온천에 가자! 온천이 있다고 했으니까. 위치도 영주가 가르쳐줬고.”

“그렇죠! 온천에 가요.”

광산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설원에 있다는 온천······ 생각 만해도 뭔가 신묘할 것 같다.

우리들은 다시 눈밭을 걸어가며 영주가 가르쳐 준 위치로 향했다.

“와, 저기 봐요. 오로라에요!”

가는 길에 아주 멋들어진 오로라도 보았다.

극지라는 설정 때문인지 오로라를 구현해놓은 것 같다.

빛이 춤을 추는 것 같아서 아주 멋진 광경이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볼거리는 아주 많았다.

눈을 뒤집어쓴 침엽수나 멀리서 보이는 협곡의 눈내린 모습.

눈이 쌓여 만들어진 언덕조차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조금 아쉽네.”

“뭐가요?”

“스키나 썰매라도 가져올 걸. 재밌게 타고 놀았을 텐데.”

“헤에, 정말 그러네요. 다음에 올 땐 그런 거 가져와서 놀죠.”

“더 멋진 광경도 구경했으면 좋겠다.”

내가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하자, 풍경을 구경하던 시화가 말했다.

“이 설산에는······ 비경이 있습니다. 비경이라고 해도 그냥 설산이지만요.”

“구경갈만할까요? 설원등정이라, 현실에선 위험해서 하기 힘들어서 게임에선 할만할 것 같은데요.”

“등산 자체는 할 만할 겁니다. 준비만 하면요. 다만······ 거기엔 아직 저도 잡지 못한 몬스터가 있습니다.”

“시화씨도 잡지 못한 몬스터요? 어떤 몬스터길래요?”

“빙룡 쿠샬입니다. 놈이 둥지를 튼 고산지대에서만 나타나는데, 상성이 좋은 제 아론다이트로도 잡지 못 했습니다. 베타테스트 때 홀로 도전했었는데, 워낙 놈의 스펙이 좋았고, 장소가 너무 안좋아서 토벌에 실패했죠. 겨우 살아 도망쳤습니다.”

“음, 그렇군요. 거기까지 가는 건 어렵겠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 기회가 닿는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공진씨 덕분에 우리 길드원들의 스펙도 베타테스트때보다 훨씬 좋아졌으니 해볼 만할 겁니다.”

“하하,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제가 낄 자리는 안 될 것 같아서 아쉽네요.”

시화와 그런 수다를 떨면서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저 멀리서 수증기 같은 것이 보였다.

온천이 있다는 징조인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정말로 온천이 있었다.

“신기하다, 이런 추위에 얼지 않는 온천이라니.”

“그러게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미나와 지혜가 그런 말을 하고 있으면, 시화는 온천 너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 구역은 화산지대와 인접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온천이 있는 모양이군요. 아마 화산지대의 영향으로 지하수가 끓는 모양이죠.”

“실제로 추운 지역에도 온천은 있을 수 있으니까.”

나는 시화의 말에 덧붙이면서 쪼그려 앉아 온천의 물 온도를 확인했다.

적당히 따끈한 수준. 대충 42도 정도일 것 같다.

“정말로 목욕해도 될 정도인데. 들어가 볼까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옷을 조심스럽게 벗었다.

기본 속옷이 있지만, 전혀 보온성은 없기에 살을 애는 추위가 엄습했고, 나는 얼른 온천에 뛰어들었다.

“으으으, 따땃하다!”

“그렇게 따뜻해요?”

“응! 한 번 계란도 익혀봐야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계란을 몇 개 동동 띄웠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온천 반숙 계란!

맛있을 거란 기대감이 엄청 들었다.

“너희들도 들어와 봐.”

“그럴까요, 지혜야 수영복 가져왔지?”

“네.”

미나와 지혜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으로 들어왔다.

“정말 따뜻하네요. 피로가 쫙 풀리는 기분이에요.”

미나도 표정이 풀어지면서 온천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시화도 곧 갑옷을 벗고 들어왔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갑옷을 벗은 시화의 몸이 꽤나 좋구만······ 나도 회사원 치곤 어떻게든 몸매 관리를 한 편인데, 그는 게임만 하는 프로게이머인데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좋다.

허허, 여자를 많이 울릴 상이로고.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소냐······.”

“아하하, 오빠. 무슨 그런 노래를 불러요. 노인 같아요.”

“헐헐헐, 지금은 늘어지고 싶은 기분이란다.”

“말투도 참!”

미나가 내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어머어머 미나야, 그렇게 터치하면 내 마음이 콩닥콩닥한단다.

28살의 시드는 나이지만 그래도 숯총각이라고······.

“크흠, 계란이나 까먹어 볼까. 콜라도 좀 만들고······.”

“앗, 저도 주세요.”

“물론이지, 애들 것도 잔뜩 만들었다고.”

나는 반숙 계란을 미나와 지혜, 시화에게 주는 것은 물론, 실버와 골드, 불돌이에게도 주었다.

아이들도 반숙계란을 맛있게 먹었고, 미나와 지혜, 시화도 잘 익은 반숙계란을 맛나게 먹었다.

“음, 정말로 맛있어요. 노른자가 정말 담백하네요. 소금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에요.”

“크으, 여기서도 술을 마시고 싶은데.”

“어머, 정말 술고래 호호.”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콜라도 만족했다.

우리들은 그리곤 계속 온천욕을 즐기며 수다를 떨었다.

물방울이나, 호크, 태산이는 온천욕을 즐겼다.

불돌이와 실버, 골드는 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눈밭에서 뒹굴며 놀았지만 말이다.

“흠, 여길 개발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는걸, 생활 스킬은 돈이 되니까 사람들에게 어필하긴 했는데,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는 사냥을 따라잡기 힘들 것도 같으니까. 뭔가 이점이 있으면 모를까······ 응?”

[온천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건강한 기운이 온 몸에 퍼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추위저항이 크게 오릅니다.]

[빙결에 관련된 상태이상의 지속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렇게 말할 때였다.

갑자기 시스템 창이 뜨면서 각종 버프가 걸리고 있었다.

“어라? 다들 봤어?”

“네, 버프가 떴네요.”

“저도 떴습니다.”

“아, 이거 버프를 주는구나······ 생각해보니 골렘이 찜질방을 만들면 버프를 준다고 했었는데, 온천도 그런 거였어.”

“그럼 온천을 개발할 이유가 생겼네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길 수 있게 하면 분명히 버프를 받으러 올 테니까요. 자연스럽게 설원 관광도 하겠죠.”

“그렇겠네. 영주에게 투자라도 해서 개발해볼까?”

어쩐지 좋은 사업 구상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온천개발에 대해 지혜와 미나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불청객이 왔군요.”

“네?”

시화가 온천에서 일어나 아론다이트를 들면서 말했다.

불청객이 누군고 하니······.

꾸워어어엉

“북극곰이잖아!”

나는 화들짝 놀랐다.

미나와 지혜도 놀라고 있었다.

외관은 귀여우나, 맹수로 알려진 북극곰.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시화가 있는한 우리들에게 위협은 아니었다.

“안심하십시오. 늑대를 만났을 때랑 똑같습니다. 적의를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라? 정말 그러네요.”

꾸워어엉

북극곰은 다가오면서도 거리를 두고선 주저앉아 있었다.

그런데 우는 울음소리나 배를 두드리는 모습이 배고파 보이는 모습이다.

아니, 곰은 항상 배가 고프던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들소고기 하나를 던져줘 보았다.

꾸웡!

북극곰은 들소고기를 맛나게 먹어버렸다.

그리곤 내게 다가와선 얼굴을 비볐다.

“하하, 이녀석. 콜라도 마셔볼래?”

꾸워엉!

콜라도 줘봤는데 아주 맛있게 마셔댔다.

“미나랑 지혜도 만져봐. 아주 푹신푹신해 이녀석.”

“어머, 저도 만질래요.”

“저도요!”

미나와 지혜도 적극적으로 북극곰을 만지고 쓰다듬었다.

게임이 아닌 현실이라면 불가능한 일.

하지만 너무도 진짜 같아서 마음을 두근거리게 해주었다.

우리들은 그렇게 재밌게 놀았다.

< 160화 북극곰과 온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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