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빙어튀김 >
우리들은 한동안 얼음호수를 만끽했다.
낚시를 하면서도 조금 심심해지면 정령과 동물 친구들하고 빙판길을 미끄러지며 놀았다.
스케이트를 만들어 왔다면 좀 더 재밌게 놀았을 텐데, 미처 준비를 하지 못 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만들어서 가져와 볼까?
“꽤 많이 잡은 것 같네요.”
“네, 한 50마리는 되나······ 잡다보니 재밌어서 너무 많이 잡았네요. 뭐, 빙어요리를 잔뜩할 수 있어서 좋지만요.”
“재료는 있나요?”
“얼음 낚시하면 빙어일 것 같아서 미리 많이 가져왔습니다. 더불어서 다른 재료들도 말이죠. 사실 평소에도 여러 가지 가지고 다녀요. 언제든, 뭐든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말이에요.”
미나와 지혜가 물방울과 불돌이, 태산이와 빙판 달리기를 하는 사이, 나와 시화가 대화를 나눴다.
시화도 느긋하게 노는 것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다.
직업으로 게임을 하느라, 그는 의외로 이렇게 느긋이 쉬는 것을 하지 못했는지 더더욱 얼음낚시를 재밌어 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재밌게 낚다보니 한 사람 마다 10마리 이상은 돌아갈 정도로 낚아 버렸다.
“40마리는 튀기고······ 10마리는 매운탕 해먹죠. 물리지 않게 김치랑 야채도 잔뜩 가져왔으니 튀김이나 잔뜩 해먹읍시다.”
내 말에 시화가 군침을 살짝 삼켰다.
흐흐흐, 조각미남 같아도 먹을 건 다 밝히는구만.
“그런데 생 눈 날리는 곳에서 먹긴 좀 그러니까······ 이글루를 만들죠.”
“이글루도 생활 스킬로 만들 수 있습니까?”
“아마 만들 수 있을 걸요? 검색해보죠.”
이 게임에서 못 만드는 걸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웠기에 나는 확신하면서 말했다.
곧바로 건축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건축, 이글루
눈으로 만든 집, 이누이트어로 ‘iglu’에 기원한 단어이며 의미는 ‘집’이다. 따라서 이누이트족들에게는 임시로 지은 이글루나, 천막, 텐트, 혹은 제대로 된 현대적인 집도 모두 이글루라고 부른다. 정확히 임시로 지은 이글루를 가리키는 말은 ‘이글루비약’이라고 한다. 설원 지역인 서바이벌 환경에서 쉘터를 만들 때 유용하지만, 스킬의 힘없이 만들려면 상당한 노동량이 필요하다.
필요한 재료 : 충분한 양의 눈
필요한 도구 : 건축 스킬 Lv1, 조합 스킬]
있었다.
나는 곧바로 호수 근처에 이글루의 터를 잡아 파란 모형을 만들었다.
재료인 눈은 사방에 다 있으니 상관 없었다.
해야 할 일은 오직 눈을 그 파란 모형에 덕지덕지 바르고 채워 넣는 것 뿐이었다.
시화가 나를 도왔는데, 곧 미나와 지혜도 다가와 함께 이글루를 만들었다.
이글루는 일부러 좀 크게 만들었는데, 덩치가 커다란 옥스도 들어올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본래 현실에서 만들려면 상당한 지식과 노동량이 필요했겠지만, 스킬의 힘을 빌린 거라 힘들지도 않고 즐겁게 만들 수 있었다.
곧 우리들은 커다란 이글루 안에 모두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훈훈하네요. TV에서 말한 거랑 똑같아요.”
지혜가 이글루 안에 들어와 신기하게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인 듯 했는데, 특히 추위를 유독 타던 옥스는 훈훈한 표정을 지으며 앉았다.
“모닥불을 피워도 이글루는 녹지 않아.”
나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면서 이글루 가운데에 장작을 놓고, 불돌이를 이용해서 불을 붙였다.
곧 온기가 더욱 퍼져 훈훈함이 더해졌다.
이것만으로도 꽤 낭만적인 상황이었다.
“자, 그럼 맛난 거나 만들어 먹어볼까.”
나는 곧바로 빙어 튀김을 만들기 위해 조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조리 스킬, 빙어 튀김
얼음낚시의 단골손님인 빙어를 튀긴 요리. 빙어는 생으로도 먹기 좋지만, 튀겨 먹으면 더욱 바삭하다. 술안주, 간식, 식사, 어느 것에도 궁합이 좋다. 겨울 별미이기 때문에 인기가 좋은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재료 : 빙어, 적당한 식용 기름, 튀김가루
필요한 도구 : 가열도구, 웍 혹은 프라이팬, 요리스킬 Lv3]
당연하다는 듯이 빙어 튀김이 존재했고, 나는 곧바로 제작버튼을 눌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반죽을 만드는 것이었다.
튀김가루는 전에도 만들어 봤기 때문에 손쉽게 만들었다.
반죽을 만든 것을 따로 놔둔 뒤, 튀김가루에 빙어를 마구 무쳐서 튀김가루 옷을 묻혔다.
그런 다음엔 반죽에 투하, 마구 섞어준다.
그런 사이에 웍에 기름을 끓여 놓았다.
기름은 당연히 지금껏 실껏 써온 송로버섯 기름이다.
현실에선 하기 힘든 사치일 것이다, 송로버섯의 향 덕분에 비린내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비린내를 구현했을 리도 없지만 말이다.
“자, 이제 기름에 튀기기만 하면 끝이야.”
“되게 간단하네요.”
“응, 튀김 요리 중에서도 굉장히 간단한 편이야. 빙어가 겨울에만 낚이는 거라 겨울 별미지.”
빙어 튀김이 처음인 모양인 지혜에게 말했다.
나는 가장 먼저 튀긴 따끈따끈한 빙어 튀김을 초장에 찍어 지혜에게 건넸다.
“자, 먹어봐.”
“아, 저기······.”
“응?”
“아, 아니에요.”
젓가락으로 빙어 튀김을 집어 주었는데, 지혜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앙 물어 먹었다.
그리곤 아주 복스럽게 먹었다.
나는 흐뭇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맛있어요, 되게 고소해요. 초장이랑도 잘 어울리고······.”
“저도 빨리 해줘요!”
“헤헤, 알았어, 미나야.”
지혜가 맛있게 먹자, 미나도 달라고 종용했다.
나는 얼른 튀김을 몇 개 튀겨서 미나 몫과 시화 몫도 주었다.
접시에 담아 각각 나눠주었는데, 미나가 접시를 받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에이, 저는 안 해주는 거예요?”
“응? 줬잖아.”
“그거 말고요, 아앙, 해주는 거요.”
“아앙이 뭔데?”
“치, 됐어요. 오빠, 눈치 없단 소리 자주 듣지 않아요?”
“······?”
미나는 뭔가 삐진 모양이다.
지혜부터 먼저 줘서 그런 건가? 에이, 설마 그런 좀스런 이유로 그럴까봐.
이유는 모르겠지만, 빙어 튀김을 맛있게 먹으니 상관 없는 듯했다.
어쨌든 빙어 튀김 다음에는 매운탕을 만들었다.
매운탕은 그냥 매운탕에 물고기를 빙어로 하면 된다.
미리 가져온 밥솥에서 밥도 꺼내고, 김치도 꺼내서 나름대로 한상을 차렸다.
튀김의 바삭하고 고소한 맛, 매운탕의 얼큰함이 잘 어울렸다.
게다가 야외에서, 추운 곳에서 따끈하게 먹으니까 더욱 맛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에 술이 빠질 수가 없지! 하지만 지혜야, 너는 아직 마실 수 없단다. 하하하!”
나는 미나와 시화에게 맥주를 나눠주고 지혜에겐 콜라를 만들어 주었다.
실버와 골드, 불돌이에게도 먹을 것을 주고, 옥스와 호크에겐 사료도 주었다.
그리고 다들 배불리 먹은 뒤에는 사과를 디저트로 먹었다,
“아, 잘 먹었다.”
“정말 잘 먹었어요. 이런 곳에서 먹으니까 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미나가 방긋 웃으면서 말하였고, 다들 미소가 만연했다.
겨울 여행이란 것도 이렇기 때문에 하는 거구나,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게임이니, 현실에 비해 얼마나 간단하고 좋은가?
만약 노슬론 마을도 활성화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런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글루 안에서 수다를 떨면서 쉬던 우리들은 슬슬 떠나기로 했다.
“슬슬 광산으로 가볼까요?”
“마을 영주의 말로는 광산도 아주 아름답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네, 꽤······ 영롱합니다. 가보시면 압니다, 미나씨.”
“기대 되요, 얼른 가봐요!”
시화와 미나가 그런 대화를 나누니, 나도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어떤 비경이 숨겨져 있을까? 해외여행이라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선 상당히 기대된다.
우리들은 그렇게 이글루를 나와선 눈길을 다시 걷게 되었다.
설피 덕분에 지혜와 미나는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눈밭을 걸어갈 수 있었다.
광산은 꽤나 거리가 있긴 했지만, 우린 즐겁게 걸어갈 수 있었다.
“와, 저기 봐요. 엄청 큰 늑대들이에요.”
가는 도중에 야생동물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설원에서 볼 수 있는 회색 늑대였는데, 네 마리 정도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들이 몬스터인줄 알았는데, 시화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제가 있기 때문에 굳이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어째서죠?”
“몬스터가 아니라 동물은 절대적인 강자가 있으면 적대의사를 비추지 않습니다. 현실의 야생동물과도 비슷한 시스템이죠.”
“오, 그런 것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동물조련사란 마이너한 직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동물계열이면 어느 정도 몬스터로 구분되는 이들도 길들일 수 있죠. 여하튼 동물조련사가 아니라서 길들일 순 없어도, 어느 정도 교감하면서 놀 수 있도록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시화는 그렇게 말하면서 쪼그리고 앉아, 늑대들에게 손짓했다.
늑대들은 그러자, 경계를 풀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곧 시화에게 얼굴을 비비거나 혀로 얼굴을 핥았다.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늑대들이 그렇게 다가오자 불돌이와 실버, 골드가 가장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나와 지혜, 미나도 늑대들을 쓰다듬어 주면서 시화처럼 교감했다.
한편 불쌍한 옥스는 안전한데도 다소 덜덜 떨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초식동물의 본능이기 때문인 걸까?
여하튼 늑대들에게 조금 고기를 주어서 먹여주곤 돌려보냈다.
늑대들도 고기를 받아먹곤 즐겁게 꼬리를 흔들곤 떠났다.
우리들은 그대로 다시 광산으로 향했다.
“광산에는 어떤 몬스터들이 나오죠?”
“1층에는 아이스 코볼트 무리가, 2층에는 아이스 트롤, 3층에는 아이스 오우거가 나옵니다. 모두 저 혼자 상대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당연하지만 층을 내려갈수록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모양이다.
여하튼 시화만 믿고 가기로 하면서 걸어가니, 어느덧 광산에 도착했다.
광산의 겉모습은 광산이라기 보단 그저 천연 동굴 같은 느낌이었다.
시화가 앞장을 서면서 우리들은 광산에 들어섰는데, 곧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선 조명이 필요 없습니다. 겨울수정 반딧불이가 광산의 수정을 빛나게 해주기 때문이죠.”
“정말 아름다워요, 어머머······.”
미나가 눈을 빛내며 광산 안쪽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놀랐다.
나 또한 눈이 휘둥그레지며 생전 처음보는 아름다움에 눈이 팔렸다.
광산의 벽과 천장이 온통 크고 작은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을 반딧불들이 비춰주고 있었다.
반딧불의 빛을 수정이 아름답게 빛내주고 있어서, 프리즘 현상으로 인해 무지개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아름다움, 상상력이 만들어낸 미의 극치를 보는 듯했다.
“굉장하군요, 정말로 보석의 광산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죠. 여러 악조건만 아니었으면 좋은 사냥터였을 겁니다.”
시화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대검을 꺼내들었다.
“자, 여기서부턴 조심하십시오. 저 보다 앞서 가셔선 안 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스 코볼트들이 다가왔다.
< 159화 빙어튀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