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12일차 로그인 >
오늘은 회장님과 식사를 한 덕분에 집에 돌아와서 따로 요기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샤워를 마치곤 곧바로 캡슐에 들어갔다.
[사용자 신원 ‘사공진’ 확인.
<마일스톤>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접속.”
주변의 풍경이 농장으로 바뀌었다.
그런 나를 곧바로 반겨주는 이들이 있었다.
멍멍!
월월!
꼬꼬꼭!
음머어어어
바로 동물친구들, 실버와 골드, 호크와 옥스였다.
내게 다가오면서 정겨운 울음소리를 내는 그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럴 때마다 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현실이 답답하고, 가상현실이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말이다.
“주인님, 오셨습니까.”
“오빠, 왔어요?”
곧 골렘과 미나, 그리고 지혜도 오고 있었다.
나는 골렘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미나와 지혜에게 말했다.
“늘 이 시간엔 여기 있구나?”
“뭐, 오빠 올 시간이니까요.”
“나 같은 거 기다려서 뭐해?”
“뭐하긴요, 농장에서 노는 거죠. 그렇지 지혜야?”
미나의 말에 지혜도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 이제 아주 친자매 같구먼.
나는 허허 웃으면서 곧바로 정령들을 소환했다.
왈왈!
냐아오옹
삐이이익
브어어엉
정령 친구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소환되자마자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비비거나 울음소리를 내었다.
나와 미나, 지혜는 그런 귀여운 아이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들과 교감한 뒤에, 나는 농사를 짓기로 했다.
어제 사둔 선술집용 작물들을 밭에 심기 위해서 옥스를 데리고 갔다.
옥스는 등에 태산이를 태우곤 근면하게 밭으로 향했다.
음머어어어
브어어어엉
태산이랑 짝꿍이라도 되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내면서 밭을 일구어주는 두 아이였다.
밭을 일군 다음에는 씨를 심고 거름을 뿌렸다.
그리고 분수기들이 아름답게 물을 뿌리는 걸 감상한다.
잡초는 가축들이 알아서 와서 먹어준다.
그렇게 일을 한 차례 마쳤을 때였다.
“오빠! 오빠 없는 사이에 엄청 많이 바뀌었어요.”
“뭐가?”
“마을 주변 풍경이요! 한 번 보러 가실래요?”
미나가 그렇게 말했기에, 나는 미나와 지혜를 따라서 농장을 잠시 떠나, 뭔가 변한 것을 구경하러 갔다.
그러자 나는 정말로 변한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마을 주변에 농장들이 완성되어 있었고, 다들 밭을 일구고 있던 것이다!
마을이 확장된 것 같아서 대단한 풍경이었다.
“오, 대단하잖아. 어제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아.”
“그렇죠? 단순히 많아진 게 아니에요. 잘 봐요, 처음엔 어설펐다가도 점점 더 잘 짓고 있어요.”
“그러네, 분수기도 보여. 벌써 소를 키우는 사람들도 있네! 정령술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어!”
“후훗, 뭐에요, 오빠 어린애 같아.”
미나에게 놀림 받았지만, 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괭이를 가지고 열심히 직접 밭을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벌써 노하우를 터득하여 소를 이용해 쟁기로 밭을 가는 사람도 있었다.
정령술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었고, 정령술도구인 분수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독특한 광경이라면 무기를 들고 밭을 뛰어다니며 토끼를 잡는 광경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여긴 토끼밭이었지······ 그러니 당연한 광경이었다.
“쉬면서 뭘 먹는 사람들도 많네. 어라? 저건 술인가?”
“지혜의 제과점에서 빵을 사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용조리소에서 요리를 직접 해먹는 사람들도 많아요. 당연히 술도 담그기도 하고요. 농장을 만든 사람들 중엔 발효통을 직접 만든 사람들도 있네요.”
“다행이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생활 스킬에 잘 적응하고 있네.”
뭔가 마음이 놓이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한 가득이라,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편으로는 공통적으로 다들 경비견을 키운다는 것도 보였다.
주인이 지키지 않고 있는 농장에는 경비견이 자기 짝과 어울리거나 아니면 홀로 토끼를 쫓으며 놀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실제로 농장이 생겨서 좋대요. 우선 사냥보다 돈벌이가 돼서 좋고, 두 번째로는 여유로운 게임 플레이가 마음에 든 다네요.”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네.”
“뭐, 대부분은 사냥만으로 어렵게 돈을 벌다가 생활 스킬을 이용하게 되니까, 호평이죠. 이제 밭에 작물을 심어놓고 사냥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 아, 새로 만들어놓은 연금술 상점도 그래서 호황이에요. 사람들의 구매력이 올라서 포션도 더 잘 팔린다나봐요. 무기상점이랑 의류점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더 매출이 늘었고요.”
뭔가 이것저것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야 한 없이 긍정적일 따름이다.
그나저나 농가가 참 많다.
손으로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섰는데, 한 번 부동산 사무소에 들러서 몇 명이나 계약했는지 알아봐야할 것 같다.
아니, 그 전에 레거시 퀘스트의 진척 정도나 알아볼까?
[퀘스트, 창조주의 유언
당신은 창조주가 남긴 유산을 가질 자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얻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창조주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이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창조주가 남긴 유산을 쫓고자 한다면 이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바꾸십시오.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해도 상관없습니다.
클리어 조건 : 퀘스트를 받은 시점에서 게임 내 50%의 유저들이 생활 스킬을 가지도록 유도.
클리어 보상 : 100,000,000 업적점수, 창조주의 유산
클리어까지 진척률 : 38/100%]
“우와.”
“왜 그래요?”
“레거시 퀘스트 말이야. 38%나 되었어.”
“어머 많이 올랐네요.”
“모두 너희들 덕분이야. 고맙다, 미나야, 지혜야.”
나는 기쁜 나머지 미나와 지혜의 손을 붙잡고 악수를 했다.
미나는 방긋 웃을 따름이지만, 지혜는 어쩐지 쑥스러워하는 눈치다.
“마을에 가서 부동산이 얼마나 계약됐는지도 알아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마을로 가게 되었고, 모두들 따라왔다.
마을에 도착하니, 변화가 더 체험이 되었다.
사람들이 길게 너무 많아진 것이다.
“우왓,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마을이 좁을 지경이에요.”
“유동인구가 확실히 엄청나진 것 같네······.”
마을의 풍경도 확실히 바뀌었다.
그저 한적했던 초보자 마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좋은 장비를 입어서 고레벨로 보이는 이들이 연금술 상점이나 제과점에 들러 도핑과 포션을 사가고 있었고, 무기상점과 의류점을 들락거리는 초보에서 중견 유저들도 있었다.
보아하니 무기와 방어구, 옷을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상점에서 주는 퀘스트를 수주해서 뛰어다니는 듯했다.
공용대장간과 공용조리소도 호황일 따름이었다.
용광로와 화덕이 모두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대기열로 보이는 줄도 보였다.
“북적해진 것이 나쁘진 않지만, 조금은 한적했던 때가 그립기도 하네.”
“도시가 되면 농촌의 향기는 점점 사라지기 마련이죠.”
“뭐, 그렇다고 하기엔 주변에 농가가 많아지긴 했지만.”
미나와 작게 농담을 주고받고선, 나는 부동산으로 향했다.
“아참, 영상은 계속 꾸준히 업로하고 있어요. 반응이 폭발이에요. 생활 스킬 관련한 팁을 더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팁이라, 팁이랄 것이 더 남아 있나 모르겠네.”
“사람들이 골렘군을 알아봤어요. 몇몇 사람들이 마법공학으로 골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더라고요. 그래서 마법사 길드에서 마법공학을 배우거나 골렘 제작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봐요.”
“그래? 그럼 그건 알아서 만들겠네.”
“그건 아니던 거 같은데요. 마법공학을 가르쳐주는 거야 쉽지만, 골렘 제작은 마탑이 지어져야만 한데요. 그것 때문에 오빠랑 상의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 마법사 길드의 아가씨가 말했어요.”
“아, 그럼 마법사 길드도 들러야겠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걷다보니, 나는 어느새 부동산 사무소에 도착했다.
그 안에는 테리우스씨가 교육시킨 NPC가 정신없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영주님!”
“안녕하세요.”
하지만 그는 내가 들어오자, 나를 알아보곤 힘차게 인사했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받고는 바로 본론을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땅 계약을 얼마나 했는지 알아보고 싶은데요.”
“예, 정확히 5,338명이 계약하였습니다!”
인공지능이라서 그런지 즉각 답해주었다.
그나저나 지난번엔 1,000명 정도였다고 들은 것 같은데, 벌써 5,000명이 넘었다니. 이러면 나의 주중 불로소득이 5억이 됐단 말이다.
음, 확실히 땅부자는 돈이 되는 구나······.
나는 엄청 바빠 보이는 그에게 소정의 보너스를 주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한 뒤,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 후에는 바로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앗! 영주님!”
“안녕하세요.”
마법사 길드에도 발길이 많아져서 그런지 의욕이 없던 마법사 아가씨가 웬일로 처음부터 인사를 밝게 했다.
나도 인사를 받았는데, 그녀가 덥썩 내 손을 붙잡았다.
“영주님!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무슨 일인지 알 것 같네요. 마탑을 짓는 일 때문이죠?”
“저기 예쁜 아가씨가 말해준 모양이네요! 맞아요! 그 일 때문이에요!”
마법사 아가씨가 그렇게 말하자, 미나는 “어머 예쁘다니 별 말씀을······.”이라며 얼굴을 붉혔고, 지혜는 그런 그녀를 보곤 떨떠름한 모습이 되었다.
“그래요, 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좋죠?”
“마탑을 지으려면 돈이 무지무지 필요해요! 하늘 높이 돌로된 탑을 쌓는데, 당연한 일겠죠?”
“그렇겠네요, 얼마나 드는데요?”
“1억 골드요.”
“흠······.”
당연하지만 나는 선뜻 “주겠다.”라고 말할 순 없었다.
물론 1억 정도야 이제 못 줄 돈은 아니지만······ 억 소리나는 돈부터는 함부로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정도 비용이라면 그냥 주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네요.”
“예! 길드마스터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고 하셨어요. 대출의 형식으로 해주셔도 괜찮데요. 금방 갚을 거예요!”
“마탑을 지으면 그렇게 수익이 좋아져요?”
“네, 골렘을 비롯한 각종 마법공학 도구와 병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요.”
“골렘이랑 마법공학 도구들은 그렇다 쳐도, 병기라면 대체 뭘······?”
“음, 예를 들면 마법공학 총이요!”
“······.”
이 게임, 판타지 게임 아니었어?
뜬금없이 총이란 말에 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아, 물론 이방인 분들이 계신 곳에 있다는 그런 총들은 못 만들어요. 이 세계가 허락하지 않거든요. 만들 수 있는 총은 플린트락 머스킷에서 조금 발전한 형태의 마법공학 총이에요. 전장식 장전방식만 마법으로 대체한 거죠.”
“아, 대충 알겠네요.”
“그것 외에도 무기상점과 연계해서 파워웨펀, 포스웨펀, 강화형 외골격 등도 만들 수 있죠. 전부 팔면 엄청 잘 팔릴 것들이에요.”
“약간 SF적인 이야기라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것이란 말은 알겠어요. 좋아요, 1억. 빌려드릴게요.”
“와 감사합니다!”
마법사 아가씨는 뛸 듯이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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