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11일차 로그아웃 >
마법사 길드를 나온 후, 나는 정령술사 길드로 향했다.
연금술 상점으로 연금술을 활성화시키려면 아무래도 자동 연금술도구를 상점에 배치해두는 것이 좋을 듯 했고, 그러려면 연금술사 길드의 도움, 그러니까 시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시스는 우리들이 들어오자, 매우 반갑게 맞이해줬다.
어쩐지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다.
“안녕하세요, 요즘 잘 되가나요?”
“네! 아주 좋아요!”
얼마 전에는 근황이 별로였던 것 같은데, 다행스럽게도 호전된 모양이다.
곧 시스가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시작했다.
“정령술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대폭 늘었어요! 정령술 도구도 부쩍 잘 팔린답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걸까요?”
“농장을 지으시는 분들이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정령술이 있으면 이래저래 편하니까, 사람들이 정령술을 배우시는 거 있죠! 요리나 대장기술도 한몫했어요, 사람들이 요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가열기도 많이 사가시고, 화덕 제작용 정령석 핵도 사가세요. 농장에 개인 용광로를 만드시려는 분들도 용광로용 정령석 핵도 구입하시고요.”
시스는 호황인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그녀가 방긋방긋 웃자,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지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그게 말이죠, 제가 연금술도 활성화하려고 연금술 상점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래서 마법사 길드에 협조했는데, 그게 또 연금술 도구는 정령술을 적용한 게 좋더라고요. 일반 연금술 도구보단 자동 연금술도구가 좋잖아요? 그런 걸 여러대 배치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시스의 도움이 필요하죠.”
“아하, 기꺼이 도울게요.”
“네, 그럼 상점을 만들면 아마 마법사 길드 쪽에서도 사람이 올 텐데, 그때 더 이야기하죠.”
“알겠습니다.”
시스양과 그렇게 합의한 뒤, 나는 정령술사 길드를 떠났다.
곧바로 광장의 공터로 향해, 연금술 상점을 짓기로 했다.
연금술 상점은 그리 크게 지을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좁을 필요도 없지만, 공용대장간이나 공용조리소처럼 넓은 공간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연금술 도구를 배치해도 공간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금술 상점은 영지건설 카탈로그에 목록이 있었다.
[영지건설, 연금술 상점
포션과 약초, 연금술도구 등을 취급하는 상점. 건설하면 영지의 복지가 상승하여 주민들의 만족도가 오른다. 마법사 길드와 연계할 수 있으며, 전문 연금술사를 배치하면 약초 채집 등의 퀘스트를 발주할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목재 40개, 못 20개
필요 자금 : 30만 골드
필요 조건 : 번영도 6000 이상]
건설모델이 있으니, 내부 인테리어도 어느 정도 자동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곧바로 공터에 그것의 파란 모형을 배치했다.
“아, 이제 망치질을 해야겠네.”
“오빠는 정말 쉬지 않고 일하시네요.”
“뭐? 그런 건 아냐.”
“그렇게 보이는데······ 저도 망치질 도와드려요?”
“그럴 필요 없어, 여분의 망치도 없고. 애들이랑 놀아주고 있을래?”
“네, 그럴게요.”
미나의 제안은 고맙지만 사양했다, 괜히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나와 지혜는 동물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고, 나는 파란 모형에 망치질을 시작했다.
사다리를 꺼내 300번 정도 이곳저곳을 두드리니, 겨우 완성되었다.
만들고 보니, 외형은 그냥 집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안에 들어가보니, 포션이나 약초를 놔둘 선반들이 상당히 많았다.
“연금술 상점? 저긴 뭐하는 곳이지?”
“영주 아저씨가 또 뭘 만든 모양이네.”
“연금술이면 포션 같은 거라도 팔려나? 근데 포션은 마법사 길드에서도 팔잖아? 비싸지만.”
“혹시 연금술하기 편하게 또 뭔가 만들어주지 않으려나? 그럼 약초값만 내고 우리가 직접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연금술 길드를 나서니 사람들의 수다소리가 들렸다.
간판에 연금술 상점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연금술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던 것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사장된 생활 기술이라도 포션에 관련된 것이라선지 사람들은 연금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시스와 마법사 길드의 노인 마법사가 왔다.
“영주님, 제가 이 상점으로 파견된 연금술사입니다.”
“공진입니다, 상점을 잘 부탁드립니다.”
“시스양과는 오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동 연금술도구를 배치하고 싶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일반 연금술도구는 가져왔으니, 배치 한 후, 시스양에게 자동화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곧 연금술사가 상점 안으로 들어가더니, 인벤토리에 가져왔던 각종 약초와 포션들을 상점에 배치하였다.
그리곤 연금술도구들을 내가 마련한 한 공간에 놓곤, 시스가 그것들을 정령술을 이용해 자동 연금술도구로 만들었다.
“끝났어요.”
“고마워요, 시스.”
8대의 자동 연금술 도구가 상점에 배치됐다.
나는 어쩌면 수요가 너무 많아서 이 정도로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관리인이 된 연금술사에게 사람들이 골고루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다음, 나는 연금술사와 사제의 연을 맺었다.
그가 나의 패시브를 받아, 특별한 포션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 건을 해결 한 후, 나는 연금술 상점을 나섰다.
내가 나서고, 상점이 오픈 되자마자 사람들이 상점에 몰렸다.
“끝났어요?”
“응, 이제 농장으로 돌아가서······ 로그아웃 할 생각이야.”
“그러네요, 시간이 이제 헤어질 시간이에요.”
미나가 아쉬운 듯이 말했다.
지혜의 표정도 그러했다.
“다들 출근도 하고, 학교도 가야지.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 게임도 더 재밌어진다고.”
“헤헤, 저는 백수나 다름없어서 뭔가 와닿지 않는 말이네요.”
“앗, 내가 실언을 한 거야?”
“호호, 아니에요. 저도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니까요.”
농장으로 돌아가며 그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 돌아가기 전에······ 내일 심을 작물의 씨앗을 사놓고 가고 싶은데.”
“그럼 식료품점을 들러야겠네요.”
“응, 근데 특별히 만들고 싶은 거 있어, 지혜야? 새로 키워야 하는 작물이 있다면 한 번 만들어보게.”
나는 지혜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지혜가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건 없어요, 다만 내일도 트로페 마을에 가서 쇼핑을 할 수 있을까요? 거기에 좋은 재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아, 물론 좋아. 내일 천천히 생각해보자.”
나는 그렇게 대답한 후, 식료품점으로 갔다.
그리곤 1,000개분의 양조용 작물들을 샀다.
선술집을 하면서 동나는 술들을 담그기 위해서였다.
밭은 1,000개 정도 작물을 더 심을 수 있었지만, 그건 내일 지혜가 만들고 싶어하는 음식을 만드는 용으로 놔둘 생각이다.
그렇게 우리는 농장에 돌아왔다.
“난 이제 로그아웃할 생각이야. 너희도 여기서 로그아웃 할 거니?”
“네, 새삼스럽게 뭘 물어봐요, 호호.”
“나참, 이제 너희 농장이구나 아주.”
나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고, 지혜와 미나가 키득 웃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내일 밤에 만나기로 하고 하나 둘 로그아웃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의 시작이다.
게임을 재밌게 했기 때문에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김태훈 팀장은 유심히 공진의 플레이를 지켜보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그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주변 중립 영토를 전부 활용할 수 있게 되다니, 괴물 같은 녀석. 이대로라면 다른 영지의 영주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겠군. 그것보다도, 그 넓은 땅을 다 유저들에게 뿌릴 생각인가? 배포가 남다르잖아. 그럼에도 동시에 돈까지 벌려고 하다니······.’
예전이라면 공진의 플레이를 못마땅해 했을 그였는데, 이제와선 다소 소름이 돋는 그였다.
그리고 이제 공진의 플레이에 꼭 부정적이진 않았다.
‘그 레거시 퀘스트란 것······ 락이 걸려 있어서 내용이 뭔진 알 순 없지만, 거기에 장기래가 만든 코드의 백도어가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클리어 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가 할 수 있을까?’
김 팀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공진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순조롭게 25%까지 달성했고, 사람들은 계속 생활 스킬로 유인하고 있었다.
사장되었던 생활 스킬이 주목받으면서 점점 활력을 띠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생활 스킬의 활성화는 장기래가 기획했던 사안이었다.
아니, 아이러니 할 것도 없이 이걸 장기래가 노리고 만든걸지도 모른다.
‘만약 생활 스킬이 제대로 활성화된다면 내가 우려했던 골드에 대한 인플레 문제도 해결될 거야. 사람들이 스스로 골드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또 생겼군.’
이제는 공진을 응원해야 하는 입장.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김 팀장은 밀레스 쪽의 유저들과 npc로 모니터를 바꾸었다.
모니터에 비춰지는 것은 밀레스의 병영에서 훈련되고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군신>길드를 벼르면서 레이드를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 경쟁 길드들도 보였다.
‘이들이 하펜 마을을 공격해 차지 해버린다면······ 그들은 생활 스킬의 활성화에 관심이 없을 거야. 공진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겠지. 이젠 그래선 곤란한데······.’
김 팀장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걸 알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부정행위에 대비해 유저를 모니터링은 할 수 있지만, 운영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유저의 플레이에 개입할 수 없다.
김 팀장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지금 <군신>길드 측과 마기아의 전력을 비교분석 해보았다.
결과는 비등하거나, <군신>길드 쪽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밀리는 걸로 나왔다.
경쟁길드들이 연합해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군신 길드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 지난 번 영지전은 공진이 만든 아이템들로 기선을 제압했는데······ 이젠 그것도 먹힐 것 같지 않으니.’
한 번 당한 것에 두 번 당할 적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대도시의 경매장 아이템들을 섭렵하면서 대비하고 있었다.
물론 전력을 분석한 것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전력을 분석한 거기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김 팀장으로선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하펜 마을의 방어가 실패해서 공진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면······ 그때 경쟁 길드들과 뒷거래를 해서 생활 스킬에 대해서 편의를 봐주도록 설득해보는 수밖에 없겠군.’
생활 스킬의 활성화든, 백도어 데이터 때문이든, 이제 공진이 레거시 퀘스트를 깨야만 하므로, 김 팀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 152화 11일차 로그아웃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