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69화 (169/239)

< 150화 초콜릿 케이크 >

카카오를 모두 수확한 나는 카카오를 초콜릿으로 만들기 위해 발효통으로 다가갔다.

초콜릿은 카카오빈을 발효시켜 응고하거나 압축하여 만드는 것인데, 당연히 발효통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

조합스킬을 이용해서 간단히 카카오빈을 과육과 분리한 뒤, 발효통에 넣었다.

[초콜릿 발효 중 - 1시간 59분]

다른 발효 식품처럼 2시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뭘 할지 잠깐 생각했었는데, 이대로 마을에 가서 시화와 무기상점에서 아이템들이나 팔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지 고민했다.

“아참, 고기들이 슬슬 떨어졌었지.”

“그럼 같이 사냥가지 않을래요? 어차피 초콜릿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럴까······ 지혜는 어때?”

미나의 말을 들은 나는 지혜에게도 의견을 구했다.

“저도 같이 갈래요.”

“그래, 그럼 다 같이 가자.”

그렇게 다같이 사냥을 가기로 결정이 되었고, 우리들은 농장을 떠났다.

골렘은 농장을 지키는가 하면, 옥스도 대동시켰고 더불어서 돼지 두 마리도 함께했다.

돼지는 총 세 마리에 아기돼지가 있지만, 아기돼지는 아직 바깥에 가기 위험한 상태라 어미돼지를 두고 나머지 두 마리만 데려온 것이다.

돼지들을 데려가는 이유는 가는 김에 이런저런 약초나 버섯도 캘 요량으로였다.

겸사겸사 산책도 시키고 말이다.

“먼저 잡을 것은 멧돼지야. 멧돼지들은 숲속 깊은 곳에서 출몰해.”

“돼지들을 데려가는데 멧돼지들을 잡아도 될까요?”

“어,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 있는데, 그렇게 마음 쓸 건 아닌 거 같더라.”

옥스를 데리고 들소를 잡거나, 호크가 보고 있는 중에 칠면조를 잡아도 가축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하튼 그런 잡담을 나누면서 우리들은 싱그러운 숲을 걸어다녔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면서 찾는 버섯도 캐고, 붉은 석양초나 마나 물망초, 금빛 야생삼도 캤다.

물론 멧돼지와 조우하면 실버와 불돌이가 냉큼 달려가 멧돼지를 사냥했다.

동행하긴 했어도 나나 미나, 지혜가 나설 차례는 없었다.

나는 잡은 멧돼지들을 도축하면서 고기와 가죽, 힘줄을 모았다.

그렇게 한가로이 숲을 산책하듯 돌아다니며 사냥을 했는데, 미나와 지혜는 나란히 옥스의 등에 올라타 다리를 쉬게 하기도 했다.

옥스는 두 여자를 등에 태우고도 우직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역시 힘 좋은 한우다, 옥스가 한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멧돼지 고기는 이쯤이면 되겠다.”

“그럼 다음은 뭐예요?”

“칠면조랑 들소를 잡으러 갈거야. 광산 쪽으로 가는 길목의 강가에 나타나.”

“얼른 가죠.”

곧바로 강가로 향했다.

그쪽으로 향하면서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저기 봐요, 사람들이 토끼밭에 울타리와 건물을 짓네요.”

“벌써 농장을 짓는 사람들이 있나보네.”

“땅 계약을 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가 봐요.”

미나의 말대로 그 사람들은 나와 땅 계약을 하고 자신들의 농장을 짓는 사람들로 보였다.

건축 스킬에 대해선 홍보하지도 않았는데, 용케 알아서 하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얼리억세서들인 모양이다.

우리들은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는데, 사실 우리들이 더 신기하게 보이고 있었다.

소, 닭, 개 3마리, 아기고양이, 돼지 두 마리, 육지거북이, 독수리 그리고 미인인 여자 두명은 소 등에 타고 있다.

이색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광경이다.

여하튼 우리들도 토끼밭에 농장을 짓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그들도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목적지로 계속 향했다.

“레거시 퀘스트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벌써 궁금해지네. 한 번 확인해볼까.”

[퀘스트, 창조주의 유언

당신은 창조주가 남긴 유산을 가질 자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얻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창조주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이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창조주가 남긴 유산을 쫓고자 한다면 이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바꾸십시오.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해도 상관없습니다.

클리어 조건 : 퀘스트를 받은 시점에서 게임 내 50%의 유저들이 생활 스킬을 가지도록 유도.

클리어 보상 : 100,000,000 업적점수, 창조주의 유산

클리어까지 진척률 : 25/100%]

“오, 벌써 이렇게······.”

“왜요? 얼마인데요?”

“25%나 됐어. 1/4이나 완수한 거야.”

“와, 대단한데요.”

“홍보의 효과가 대단히 좋았나봐. 이거, 미나의 덕을 톡톡히 봤는데.”

“어머머, 뭘요. 오빠가 오늘 한 건 제대로 한 거겠죠.”

“그렇다고 해도 미나가 도와준 덕분이야.”

미나는 겸손하게 말했고, 나는 그래도 미나를 칭찬했다.

빙그레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도 방긋 웃었다.

우리들은 그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목적지인 강 근처의 사냥터에 도착했다.

곳곳에 칠면조와 들소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사냥은 실버와 불돌이가 주로했다.

다만 칠면조는 호크와 바람이가 호흡을 맞춰 잡기도 했다.

돼지들은 여기선 찾을 만한 버섯이 없었는지 그냥 꿀꿀 거리며 풀을 뜯거나 물을 마셨다.

미나와 지혜는 강가에서 발을 담그곤 시원함을 즐겼다.

나는 심심해서 낚시를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슬슬 돌아갈까.”

그렇게 한동안 사냥을 계속했더니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카카오가 초콜릿으로 다 발효됐을 시간이 됐으므로 농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들은 또 다시 마을을 지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신생농장들을 바라보며 나의 햇살농장으로 돌아왔다.

골렘이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농장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나는 곧바로 발효통으로 향해 초콜릿들을 수거했다.

“지혜야, 자 초콜릿 받아. 널 위해서 만든 거니까.”

“가, 감사합니다.”

지혜에게 초콜릿을 건넸는데, 미나가 옆에서 어쩐지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머머, 오빠. 보통은 그런 거 여자 쪽에서 주는 건데.”

“응? 뭘 말이야?”

“흠, 아니에요.”

뭔가 말하려다가마는 것 같은 미나였는데, 곧 미나는 지혜에게 속닥였다.

어쩐지 귓속말을 들은 지혜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감기라도 걸린 걸까? 아니, 가상현실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

뭐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미나가 내게 말했다.

“초콜릿도 만들었겠다, 초콜릿으로 뭔가 만들어 보죠.”

“초콜릿으로?”

“네, 먹으려고 만든 거잖아요? 뭐······ 그냥 먹어도 되긴 하겠지만요. 아, 설탕을 안치면 쓰겠죠.”

“그래, 그럼 뭘 만들까나······.”

“아, 잠깐. 오빠는 쉬고 계세요. 만드는 건 우리들이 만들게요.”

“어, 왜? 다같이 만들면 더 쉬울 텐데.”

“호호, 오빠는 심사위원이기 때문이에요.”

“심사위원?”

“네, 저랑 지혜가 만든 거, 먹어보고 누구 것이 더 맛있는지 말해주세요.”

“어······ 그런 거, 꼭 할 필요 있어? 괜히 비교하는 건 좀······.”

“에이, 빼지 말고요. 저흰 신경 안 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치, 지혜야?”

미나는 그렇게 말하곤 지혜에게 윙크를 했다.

지혜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지혜도 괜찮다고 하면 못할 것은 없는데, 왜 굳이 그래야하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미나의 바람대로 두 사람이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언니, 여기엔 박력분을 코코아 가루랑 설탕을 넣고 섞으면 되요.”

비교해 달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딱히 경쟁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혜는 미나에게 뭔가 만드는 것을 가르쳐주면서 같이 만들고 있었다.

미나에게 가르친 대로 우선 가루재료들을 거품기로 섞은 지혜는 다음엔 우유와 약간의 식용유를 넣은 액체재료를 거품기로 휘저었다.

그런 다음엔 두 재료를 섞었다.

그렇게 섞이니 초콜릿색 반죽이 되었는데, 그것을 화덕에 살짝 익혔다.

그런 다음 초콜릿을 부수고 화덕을 이용해 녹인 다음 잘 저어서 걸쭉한 액체 상태로 만들었다.

나는 그제야 그녀들이 뭘 만드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초콜릿 케이크였던 것이다.

“완성!”

“잘 만들었어요, 언니.”

미나는 자신이 초콜릿 케이크를 만든 것이 신났는지 들뜬 모습이고, 지혜는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나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초콜릿 케이크를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세팅하고 우유를 잔에 부어두었다.

포크와 나이프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 됐어요, 오빠!”

“응, 그럼 여기다 두고 먹자.”

“먼저 시식은 오빠가 해봐야죠. 약속대로요. 먼저 제것부터 먹어봐요. 자, 아!”

“어어, 나 혼자도 먹을 수 있어.”

“에이, 어서 입벌려요. 자 아!”

“······.”

나는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미나가 포크로 집어주는 케이크를 살짝 맛봤다.

달콤쌉싸름한 맛이 참 행복한 맛이다.

결코 미나가 먹혀줘서 그런 건 아니고, 초콜릿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아, 미나가 싫다는 의미도 아니다.

“저, 오빠······.”

“음?”

“저것도요.”

“아, 응 먹을게!”

지혜도 초콜릿 케이크를 가지고 왔기에 나는 포크로 그것을 살짝 집어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혜가 살짝 그것을 뒤로 뺐다.

그리곤 테이블에 놓고는 포크로 자신이 케이크를 뜨는 것이 아닌가?

“아, 해주세요.”

“······.”

지혜도 미나처럼 나에게 떠먹일려고 하기에 나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서른이 가까이 돼서 이러는 건 남사스러운 일인데······.

하지만 싫다고 하면 어쩐지 지혜가 마음 상할 것 같아서 냉큼 먹었다.

옆에서 미나가 킬킬 웃고 있었다.

“어때요? 누구 것이 더 맛있어요?”

“음, 둘 다 맛있는데······.”

“에이, 지혜 것이 더 맛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저야 지혜가 가르쳐준 대로 어설프게 따라했을 뿐인데요.”

미나가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혜는 그녀의 말에 쑥스러운 모양인지 얼굴이 붉다.

나는 무언으로 미나의 말에 동의할 뿐이었다.

“그, 그것보다 어서 다들 먹자. 우유도 차려놨어.”

“호호, 그래요.”

나는 테이블에 앉으면서 화제를 돌렸고, 미나와 지혜도 앉았다.

우리들은 그렇게 간소한 야유회를 했는데, 마침 이러니 홍차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차 종류는 딱히 없구나······ 기회가 되면 차도 키워볼까?

나는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케이크와 우유를 마셨다.

맛은 일품이었다.

“그럼 오빠, 이제 뭐할거예요?”

“나는 이제 마을로 가서 무기상점에 갈거야. 만든 아이템을 팔아야지. 시화씨도 부르고.”

“같이 가요.”

“음, 너희들 슬슬 로그아웃할 때 아냐?”

“딱히 뭐, 좀 더 있어도 상관없어요.”

미나는 그렇게 말했다.

지혜도 곧 ‘저도요’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들은 다함께 마을로 향하게 되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하펜 마을은 더욱 북적이고 있었다.

생활 스킬에 대한 홍보 덕분인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늘 시행한 부동산 정책이 너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시화에게 귓속말을 했다.

< 150화 초콜릿 케이크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