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64화 (164/239)

< 145화 공동조리소 건설 >

보석상점을 나온 뒤, 나와 모두는 트로페 마을의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냉정해보이지만 사실은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마법사 청년에게 텔레포트 서비스를 부탁하여서 하펜 마을의 광장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이곳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돈 조금만 모으면 옷 살 수 있다. 개이득.”

“난 무기 살 거야.”

“님들 돈주고 삼? 직접 만드는 게 훨씬 이득임.”

지나가는 사람들의 화젯거리도 마을에 새로 들어선 건물들에 대해서였다.

내가 만든 것을 다들 잘 이용하고 있단 사실에 뭔가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우선 의류점을 들러 염료를 건네주기로 했다.

“어서오세요, 영주님.”

“안녕하세요, 노라양.”

다시 노라양을 보면서, 인사를 나누곤 나는 그녀에게 염료를 건네주었다.

“어머, 염료가 너무 좋네요. 앞으로 옷을 더 잘 만들 수 있겠어요. 고마워요, 영주님. 어떻게 보답하죠?”

“하하, 뭘요. 열심히 일해주시는 걸로 됐습니다.”

나는 흡족해 하는 노라에게 만족하곤 의류점을 나왔다.

그러자 미나가 말했다.

“이제 농장으로 가실 건가요?”

“음, 가기 전에 말이야, 공동조리소를 만들고 가자. 온 김에 해놓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심심하면 너희들은 농장에 먼저 가 있거나 다른 일 해도 돼.”

“어머, 저는 오빠 일하는 거 구경하고 있을래요. 아니면 저도 건축 스킬 배워서 도와드릴까요?”

“그럴 필요까진 없고.”

미나와 잡담을 나눈 뒤, 나는 곧장 정령술사 길드로 향했다.

공동조리소에는 화덕이 필요한데, 아마도 화덕 또한 정령술을 이용해서 간편하게 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서오세요, 영주님!”

“안녕하세요, 시스양.”

정령술사 시스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얼굴이 밝은 것을 보니, 요즘 근황이 좋은 듯했다.

하지만 나는 확인삼아 근황을 물어보았다.

“아주 좋아요! 사람들이 정령술에 관심을 가져주는 거 있죠! 정령술사로 전직하는 사람들도 늘었고, 간이 요리를 위해서 가열기를 사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듣기로는 영주님이 뭔가 홍보를 하신 것 같은데요.”

“아, 그런 걸 하긴 했어요.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그게, 공동조리소를 만들 생각인데, 화덕도 정령술을 이용해서 간편하게 작동시킬 수 있게 만들고 싶어서요.”

“아하,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정령핵을 만들어드릴게요.”

시스는 지난 번 공동대장간의 용광로를 만들 때처럼 정령핵을 만들어주었다.

8개를 만들어주었는데, 충분한 숫자라고 생각되었다.

“그럼 건투를 빌어요, 영주님!”

응원도 잊지 않고 해주었고, 나는 시스에게 인사를 하곤 정령술사 길드를 나섰다.

그리곤 모두와 함께 광장의 빈 공터로 향했다.

공동조리장은 상당히 크게 만들 생각이다.

화덕들도 많아야하고, 발효통도 만들고, 숙성통도 만들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건물 안엔 앉아서 식사할 곳도 만들 생각이다.

“지혜야, 미나야. 너희들은 쉬고 있어. 태산아! 벽돌과 황토 좀 잔뜩 만들어 줄래?”

브어어어엉!

나의 말에 태산이가 꾸벅꾸벅 졸면서도 드물게 의욕적으로 대답했다.

제작 카탈로그에 공동조리장은 없었지만 자유건설모드로 만들기로 했다.

베이스로 한 건물은 ‘야외식당’이었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부분을 키워 그곳에 여러 시설을 만들 생각이다.

나는 우선 건물부터 만들기로 하고 열심히 망치질을 시작했다.

“앗 영주 아저씨다!”

“영주 아저씨가 또 뭔가 만들기 시작했어!”

“혹시 조리소인가 뭔가 만드는 거 아냐?”

“공동조리소! 만들어주기로 했지! 와아, 이제 요리도 직접할 수 있겠다!”

금방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곧 지혜와 미나 외에도 사람들이 모여 내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내 허락을 구해 정령이나 동물 친구들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설렁설렁하지만 꾸준히 망치질을 500번 정도 하니 건물이 완성되었다.

이제 안의 시설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조금 지쳐서 사과주스를 마셨다.

“뭐 시키실 일은 없나요?”

지혜가 다가와 말했다.

나는 없다고 대답하려다가도, 문득 해줬으면 하는 일이 생겨서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촌장님의 집에 가서 내가 공동조리소를 만든다고 전해줄래? 그곳의 관리인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네, 바로 갈게요!”

지혜는 힘차게 대답하곤 미나와 함께 촌장댁으로 향했다.

그 사이 나는 화덕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태산이가 노력해준 덕분에 재료를 충분히 모을 수 있었고, 나는 화덕을 하나씩 만들 수 있었다.

“화덕이다!”

“홍보 영상에 나온 거랑 똑같아.”

“저기에 불의 정령이 쏙 들어가서 작동시켰는데.”

“근데 저건 공동대장간의 용광로처럼 정령석으로 가동하는 거인 듯.”

사람들은 이제 뭘 만드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홍보가 제대로 된 덕분이라고 생각되어서 뭔가 뿌듯한 기분이다.

나는 열심히 화덕을 만들어서 8개의 화덕을 배치할 수 있었다.

이제 일의 반 이상을 한 셈이다.

그런 사이 지혜와 미나가 다녀왔다.

촌장이 흔쾌히 사람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발효통과 숙성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건 발효통이군.”

“저걸로 이것저것 발효시킬 수 있단 말이지.”

“이스트를 만들 수 있다고 했었어.”

“근데 저 커다란 통은 또 뭐지?”

사람들은 발효통은 알아보았는데, 숙성통은 뭔지 몰랐다.

홍보영상에 술을 담는 것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다가 궁금해진 몇몇 사람들이 숙성통에 물었고, 나는 그것에 대해 대답해주었다.

“이건 숙성통이라고, 술 발효액을 숙성시키는 겁니다. 혹시 몰라서 몇 개 만들어 둘 생각입니다.”

“술! 술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네, 저 발효통들로 발효액을 만든 다음에 그걸 숙성통에 담는 겁니다. 아, 하는 김에 증류주를 만들 수 있도록 증류기도 만들어야겠군요.”

나는 행인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증류기를 만드는 걸 고려했다.

증류기도 크기가 커서 사람들이 쉽게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숙성통까지 만든 다음에 증류기를 만들러 공용대장간으로 향했다.

“어서오십시오, 영주님.”

공용대장간 관리인이 나에게 인사했다.

나도 그에게 인사를 하곤 비어 있는 용광로를 이용해 증류기를 만들었다.

증류기의 경우는 일단 정령술을 적용시키지 않고 수동으로 해놓기로 했다.

“다 됐다!”

“멋지네요, 건물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어요.”

다 만든 기념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으면, 미나가 맞장구를 쳤다.

나는 흡족하게 웃으면서 촌장이 보낸 관리인에게 운영방침을 말해주었다.

적당한 이용료를 받고 시설을 대여해주고, 테이블 따위를 식당에 놓아서 앉아 먹을 장소도 제공해주고, 주기적으로 정령석 채집 퀘스트를 발주시켜서 정령석을 자급자족케 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주님!”

관리인으로 임명된 사람은 의욕을 보였다.

개점하자마자 소수의 요리를 배운 사람들이 다가와 벌써 뭔가 만들기 시작했다.

게이머의 한국인답게 앞서서 배우는 사람들이다.

“나, 나도 요리 얼른 배워 올래!”

“식료품점에서 재료 사와야겠다.”

“아, 자리 꽉 차버린 듯, 사와도 기다려야겠네······.”

다른 이들도 뒤늦게나마 따라하려고 하고 있었다.

흠, 생각해보니 공동조리장은 이용객이 너무 많을지도 모른다.

아마 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들이 개인농장을 가질 수 있게 해야할 것 같다.

블루스 노인이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고 했는데, 오늘 만날 수 있을까?

뭐,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으으, 피곤하다. 농장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얼른 가서 쉬어요.”

나의 말에 지혜가 나긋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모두와 함께 농장으로 향했다.

얼마 후, 농장에 도착하자 골렘이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 보고했고, 나는 수고했다고 말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농장이었고, 그걸 보자 절로 졸음이 몰려왔다.

“쿠울······.”

나는 잠시 자기로 하곤 풀밭에 그냥 누워버렸다.

시원한 바람이 이불처럼 불어서 잠을 자기에 딱 좋았다.

물방울은 내 배 위에 올라타선 자신도 졸기 시작했고, 태산이는 내 옆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개 삼형제는 내 볼을 핥다가도 곧 그들도 내 곁에 앉아 잠들기 시작했다.

바람이는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했다.

나는 그런 것을 확인한 후, 한동안 낮잠을 즐기다 일어났다.

“어라?”

“깼어요?”

일어나니까 내 양옆에 지혜와 미나가 있었다.

그녀들도 풀밭에 비스듬이 누워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특히 미나는 내 곁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뭘 그렇게 놀라요?”

“으음, 별 거 아니야.”

너무 가까워서 그랬다고는 남사스러워서 말 못했다.

지혜는 나와 미나를 보곤 흐뭇하게 웃는 모습이다.

“주인님, 작물이 모두 자랐습니다.”

“음, 그럼 수확해야겠네!”

낮잠을 자는 사이 밭에 심어뒀던 작물들이 다 자란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농부의 마음으로 수확하러 갔다.

“저희도 도울게요.”

지혜와 미나도 거들기로 했다.

곧 우리들은 수확용 대낫과 호미로 이런저런 작물들을 캤다.

2,000개 분량의 작물을 캐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골렘까지 합세해서 네 명이 함께 하니 어렵지만은 않았다.

어느덧 작물을 다 수확한 다음에는 우리 3명은 나란히 호수에 발을 담그곤 하하호호 웃었다.

그렇게 휴식을 또 취한 뒤에는······.

“카카오를 심어야겠다.”

“카카오는 온실에 심는 거죠?”

“응. 남은 면적에 맞게 10개를 사왔어.”

온실로 향하면서 미나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씨앗 10개만 심으면 되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카카오 열매가 잔뜩 열릴 거야. 그런데 그 동안 뭐할까?”

“저는 뭘해도 상관 없어요.”

“저도요.”

미나와 지혜는 그렇게 말했다.

그럼 수확한 작물로 술이라도 만들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주인님,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응? 누군데?”

“선술집에서 주인님이 어르신이라 부르던 분입니다.”

“아, 블루스 어르신이구나. 그런데 손님‘들’이라고?”

“다른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알았어, 얼른 가보자.”

나는 골렘을 따라서 블루스 노인이 기다리고 있는 울타리로 향했다.

그곳에는 블루스 노인과 초보자 옷이 어색한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허허허, 이 노인을 바깥에 세워둘 생각인가?”

“아닙니다, 어르신, 들어오십시오.”

나는 얼른 블루스 어르신과 다른 한 명을 안으로 모셨다.

간이 테이블을 만들어 블루스 어르신과 손님, 그리고 지헤와 미나를 앉혔다.

“허허, 지혜야 잘 놀고 있니?”

“네, 할아버지.”

“요즘 네가 잘 웃고 있어서 할애비는 마음이 참 편하구나. 언제나 마음 한편에 어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는데······.”

블루스 노인은 어쩐지 애수가 짙은 말을 했다.

그러다가도 나를 보곤 말했다.

“아참, 어서 소개부터 해야겠군. 이 쪽은 김철수······ 아니, 테리우스라네. 허참 이름하곤 구리구만.”

함께 온 중년 사내를 소개하는 블루스 노인이었다.

“내가 데리고 오기로 한 부동산 전문가일세.”

“잘 부탁드립니다. 사공진이라고 합니다.”

나는 김철수, 아니 테리우스 씨와 악수를 나눴다.

< 145화 공동조리소 건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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