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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63화 (163/239)

< 144화 바다와 염료와 보석 >

“바다가 너무 푸르네요. 물속이 다 비치는 것 같아요.”

미나는 그림 같은 해변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다.

이미 트로페 마을에 온 적이 있는 지혜도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을 보고 들뜬 모습이다.

“오빠, 잠깐 놀다 가죠.”

“응, 그럴 생각이야. 마음껏 놀아.”

나도 온 김에 해변의 풍경이나 감상할 생각으로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내 어깨엔 바람이가 앉았고, 옆엔 태산이와 호크가 다가와 자리잡았다.

삐이이익

브어어엉

꼬꼬꼭

부리를 만져주고, 등딱지를 쓰다듬어 주니 기분 좋아하는 녀석들이다.

그런 사이 미나와 지혜가 다가오고 있었다.

“후후후, 오빠. 이쪽 좀 보실래요?”

“응? 왜? 보고 있어.”

“그럼 잘 봐요, 지혜야 하나 둘 셋!”

미나는 갑자기 그런 말을 하더니 뭔가 하고 있었다.

지혜는 머뭇거리다가도 미나를 따라 똑같은 행동을 했다.

“쨔잔!”

“헉!”

갑자기 지혜와 미나의 옷이 수영복으로 바뀌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호호, 왜 그렇게 놀라요?”

“가, 갑자기 웬 수영복이야?”

“바다에 가니까, 당연히 수영복을 챙겨봤죠.”

‘어디서 났는데?“

“당연히 의류점이잖아요? 노라씨가 만들어줬어요.”

“그랬구나.”

“어때요, 어울려요?”

미나의 물음에 나는 힐끔 미나와 지혜를 번갈아 보았다.

미나는 좋은 몸매가 그대로 다 드러나는 비키니를 입고 있었고, 지혜는 프릴이 달린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둘 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어울렸다.

“어울리네.”

“에게, 그게 끝이에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요.”

“크흠, 구,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나는 화보집 보는 기분이고, 지혜는 엄청 귀여워.”

“아하하, 들었어 지혜야? 너 귀엽데!”

미나는 옆에 수줍게 선 지혜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지혜는 수줍은 모습으로 나를 힐끔힐끔 보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허허, 웃었다.

“자, 공 가지고 놀아요.”

“나는 모래찜질이나 하고 있을래, 애들이랑 놀아.”

“에이, 그러지 말고요. 비치발리볼 하면서 놀죠.”

“사람 수가 안맞잖아.”

“동물이랑 편 먹으시면 되죠.”

미나의 닦달에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결국 지혜와 미나가 편을 먹고, 나와 실버, 골드, 불돌이가 편을 먹어서 공놀이를 시작했다.

“호호, 가요!”

미나가 공을 던지면 나나 아이들이 잡아서 던지거나 아니면 돌려보냈다.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애들은 공놀이를 하니까 신이 난 모습이다.

확실히 개들은 공이라면 환장하지.

내가 공을 놓치면 득달이 달려가서 가져오는 불돌이, 실버, 골드였다.

한동안 그렇게 공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모래찜질 해줄게요!”

“어,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데.”

“확실하게 묻어드릴 테니까 맡겨주세요.”

미나는 뭔가 위험한 발언을 하면서 나를 모래에 묻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농담이었고, 그냥 태산이와 지혜랑 같이 모래를 덮어 주었다.

따뜻한 모래 이불이 기분이 좋았다.

선글라스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어차피 게임이니 선크림이나 뭐 그런 것도 필요 없다.

나를 완전히 묻어버린 지혜와 미나는 꾸벅꾸벅 조는 태산이 옆에서 모래성을 쌓기도 했다.

참고로 날 덮은 모래 위에는 물방울이 올라타 앉았다.

곧 바람이와 호크도 물방울 근처에 다가가 앉으니, 완전 둥지나 다름없었다.

실버와 골드, 불돌이는 발리볼을 쫓아다니며 자기네들끼리 열심히 놀기 바빴다.

“모래투성이네요. 물에 뛰어들죠. 자, 어서요.”

찜질을 마친 뒤엔 미나의 손에 이끌려 물가로 향했다.

나도 몸에 붙은 모래를 씻긴 해야 하므로 바다에 풍덩하고 빠졌다.

지혜와 미나가 깔깔 웃으며 물장구를 치고 나에게 물을 뿌렸다.

나도 그녀들에게 물을 뿌렸지만 2:1을 이길 순 없어서 흠뻑 젖었다.

“이것도 전부 영상에 담았어요. 업로드 할 건데, 괜찮죠?”

“나야 괜찮은데, 너희들이야 말로 괜찮아?”

“네, 같이 노는 영상인 걸요 뭐. 이것도 채널 홍보에 꽤 도움이 될 거예요.”

미나의 말에 나는 이 좋은 해변에 여전히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느긋한 게임 플레이에 관심을 좀 가질까?

골렘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슬로우 라이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럼 기왕 하는 거, 낚시 영상도 찍어 올리자. 해변가에서 낚는 낚시를 원투 낚시라고 하는데, 낚시광들은 좋아할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곤 낚싯대를 꺼내 해변낚시를 시작했다.

미나와 지혜도 낚싯대를 가지고 원투 낚시를 따라했다.

고기를 하나 둘 낚아서 재밌게 즐겼다.

물론 물방울의 도움이 있어서 낚을 수 있던 거지만 말이다.

잔뜩 낚은 뒤에는 생선 훈제 구이를 해먹었다.

“짭짤해서 맛있네요.”

“자, 밥이랑 채소도 많이 먹어.”

정령술 간이 밥솥을 이용해 밥도 해먹고, 훈제 생선에 상추를 곁들어 먹기도 했다.

물놀이를 한 뒤라선지 더더욱 맛있었다.

그렇게 실컷 놀고 먹은 뒤에야 우리는 슬슬 마을로 갈 생각을 했다.

“아, 그런데 노라씨가 부탁한 일이 있어요.”

“뭐야?”

“트로페 마을에 가면 염료도 구할 수 있을 거랬어요. 염료를 사달라네요.”

“어디서 파는지도 들어봤어?”

“네, 식료품점에서 판다네요.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염료작물을 취급하는 곳이라 그렇데요.”

“아하, 카카오 살 때 물어보자.”

미나와 그런 대화를 나눈 뒤, 우리는 곧바로 트로페 마을의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십시오, 또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식료품점 청년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나눴다.

“일단 오늘도 과일들을 사주실래요?”

“물론이죠.”

나는 그에게 사과와 딸기, 포도를 팔았다.

짭짤한 수입을 올린 뒤, 나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카카오를 사고 싶은데, 여기서 취급하죠?”

“네, 초콜릿을 만드시려고 하시나 보군요.”

“예, 제빵, 제과 하는데 초콜릿이 있으면 더 풍성해서요.”

“그렇죠. 그런데 또 씨앗으로 사실 건가요?”

“그렇습니다. 온실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네, 개당 200골드입니다.”

나는 온실에 남은 면적을 생각하면서 10개의 카카오 나무 씨앗을 샀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초콜릿은 그 씨앗을 발효시켜 만드는 겁니다. 씨앗을 너무 오래 방치하면 못 쓰게 되니까, 유의해주십시오.”

“가서 바로 심을 거니까, 걱정하지마세요. 아, 그리고 또 살게 있는데요.”

“뭐죠?”

“염료를 사려고 합니다.”

“아, 제가 취급하고 있어요. 색깔은 130가지가 있습니다.”

“오······ 그 만큼 염료작물들이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이것도 키워볼 생각이신가요?”

“음, 그건 무리겠네요. 아무리 저라도 130가지의 염료 작물을 키우긴 힘들 것 같아요. 그냥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걸로 만족하죠.”

“현명한 생각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색깔별로 염료를 1000개 이상 샀다.

500개씩은 의류점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내가 쓸 생각이었다.

염료작물을 키우진 않지만, 염료를 가지고 있으면 나도 옷을 만들 때 이제 색깔을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식료품점에서의 쇼핑을 마치고 그곳을 나섰을 때였다.

“온김에 마을을 둘러보는 게 어때요? 데이트해요, 데이트!”

“데이트?”

“네, 데이트요! 지혜야, 너도 좋지?”

“네······.”

활발하게 말하는 미나였고, 지혜는 수줍게 동의한다.

음, 여기서 내가 반대한다 해도 2:1로 그녀들의 뜻을 존중해줘야할 것 같다.

뭐, 반대할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그럼 마을 구경이나 해볼까.”

나도 트로페 마을을 자세히 둘러 본 적이 없어서 흥미가 돋았다.

곧 나와 모두는 마을의 상점을 둘러보았다.

어물전도 있었고, 의류점, 식당, 여관이 있었다.

모두 예쁜 흰색 건물들이라 나나 그녀들도 신기하게 바라보았지만, 그녀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보석상’이었다.

“허허허, 예쁜 아가씨들. 아가씨들처럼 예쁜 보석 장신구들 좀 보고 가세요.”

“어머, 말씀도 참.”

후덕한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자, 미나와 지혜가 얼굴을 붉히며 보석상의 매대를 바라보았다.

나도 게임 속의 보석상을 둘러보았다.

현실의 보석상처럼 유리 진열대에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 등이 있었다.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 보석상에게 물어보았다.

“이 장신구들도 전부 옵션이 있나요?”

“물론이오, 저기 보시오, 옵션은 메뉴판에 적어놓았으니.”

“아, 감사합니다.”

미처 못 봤는데, 보석상이 나무판을 가리키고 나서야 옵션이 쓰여 있는 것을 눈치 챘다.

[바다의 오팔 반지

마나 회복 속도 100%증가, 마나량 20% 증가

가격 3,000,000 골드]

그 중 하나가 저렇게 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옵션이 꽤 좋은 것 같다.

이 게임은 마나가 중요한 게임이라고 시화가 한 말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런데 가격이 좀 세네.

뭐, 보석이 다 그렇지만 말이다.

나는 다른 궁금증이 생겨 보석상인에게 물어보았다.

“보석은 전부다 이렇게 장신구로 만들어 쓰나요?”

“허허, 아닐세. 혹시 자네, 보석홈이라고 아는가?”

“그게 무엇입니까?”

“무기나 방어구 등에 보석을 끼워 넣을 수 있는 홈을 말한다네. 거기에 특별한 세공을 한 보석을 끼워 넣으면 추가 능력치를 얻을 수 있지. 그것 외에도 보석으로 조각품 같은 예술품도 만들 수 있네. 보석은 조각품의 예술 가치를 크게 늘려주지.”

“그렇군요, 혹시 그것들도 스킬로 배울 수 있습니까?”

“물론이라네. ‘보석세공’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지. 배워 보겠는가? 10만 골드에 가르쳐주겠네.”

“음······ 배우겠습니다. 여기요.”

나는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생활 스킬이라서 흥미가 생겼다.

10만 골드를 쾌척해 스킬을 배웠다.

[스킬 ‘보석세공’ 획득]

“뭔가 사고 싶은 거 있어?”

스킬을 배운 뒤, 나는 연신 예쁜 보석들을 구경하는 미나와 지혜에게 다가가 물었다.

가격들이 엄청 세긴 하지만······ 못 사줄 것은 없다.

“많지만, 저는 괜찮아요. 가격이 모두 장난이 아닌 걸요.”

“저도 괜찮아요.”

“정말이야?”

둘 다 그렇게 말하기에 재차 확인해보았는데, 둘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혹시 사주시고 싶으면 나중에 몰래 사서 주세요! 로맨틱하게요!”

미나는 그런 말을 했고.

“저는 아직 이런 것에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지혜는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혜라면 아마 마음에 드는 보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다.

부자들의 소비에 대해 지혜는 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 같다.

그녀들의 뜻은 잘 알았으나, 나는 괜스레 보석상인에게 미안해졌다.

“죄송합니다, 구경만하고 가게 되었네요.”

“허허허, 아닙니다. 보석상점에선 흔한 일이죠.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저의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손님.”

“네?”

“보석을 선물하는 것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손님은 아직 그 의미를 따라갈 만큼 저분들을 마음에 품지 않은 것 같군요. 너무 가볍게 사주려한 모습입니다.”

“아, 그렇군요. 새겨듣겠습니다.”

뭔가 철학적인 말 같아서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보석상인에게 인사를 하곤 보석상점을 나섰다.

< 144화 바다와 염료와 보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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