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11일차 로그인 >
[사용자 신원 ‘사공진’ 확인
<마일스톤>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접속!”
집에 돌아오자마자 요기를 하고 씻은 뒤, 접속을 했다.
오늘도 마음을 채워주는 것 같은 평화로운 농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멍멍!
월월!
곧바로 늑대개 실버와 골든 리트리버 골드가 나를 반겨주었다.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고, 얼굴이 침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핥아졌다.
나도 실버도, 골드도 활짝 웃고 있으면 내게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오빠, 이제 퇴근했어요?”
“안녕하세요. 오빠.”
차례대로 골렘과 미나, 그리고 지혜였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을 미나가 들고 있었다.
“어라? 손에 들고 있는거, 비치발리볼 아니니?”
“네, 맞아요.”
“그런 게 어디에서 났어?”
“잡화점에서 팔던데요? 1,000골드에 샀어요.”
“아하, 가지고 놀려고 산 거야?”
“네, 오늘 트로페 마을에 가기로 했잖아요. 해변에서 모두와 공놀이라도 할까 해서요.”
“아참, 그렇지. 좋은 생각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미나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바다를 위해서 또 산게 있어요.”
“뭐 말이야?”
“그건 거기 가서 보여드릴게요. 그렇지 지혜야?”
“네······ 언니.”
“······?”
뭘 숨기는지는 몰라도 심상치 않은 것인가 보다.
지혜가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눈치로 미나에게 대답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럼 바다는 바로 갈 거예요?”
“아냐, 일단 농장일을 하고 나서 가야지. 우선 골렘에게 수확물을 받고, 식료품점에서 씨앗을 사서 오늘 심을 작물들 씨앗도 사고, 농사를 지은 뒤에 갈 거야.”
“그래요? 후후, 얼른해요. 도울 테니까요.”
“고마워!”
미나와 그런 대화를 한 후, 나는 정령을 소환했다.
왈왈왈
냐아아아옹
삐이이익
브어어엉
불돌이, 물방울, 바람이, 태산이가 즐거운 듯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나와 미나, 지혜가 그들을 쓰다듬어 주자 더욱 좋아하는 눈치였다.
꼬꼬꼭
호크도 어느덧 다가와선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 호크도 살짝 쓰다듬어 주니······ 날개를 푸닥였다.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어쨌든 이제 마을에 가볼 시간이다.
“다녀오십시오, 농장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골렘이 여느 때처럼 농장을 지키기로 하고, 우리들은 다녀오기로 했다.
흉흉한 톱날검과 방패를 든 갑옷이 지키는 농장을 함부로 넘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어쨌든 모두와 함께 마을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오늘 집에 오면서 지혜를 생각한 것이 떠올라서 지혜에게 물었다.
“지혜야, 오늘도 제과점은 잘 됐어?”
“네, 잔뜩 만들고 팔았어요. 초콜릿을 만들면 새로운 빵을 만들어볼까 해요.”
“그래? 그럼 오늘 트로페 마을에서 꼭 카카오를 사야겠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 회장님을 만난 것이 떠올랐지만, 말하진 않기로 했다.
회장님이 지혜에게 언급하지 말라고 언질을 하셨기 때문이다.
나도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아 참, 오빠. 홍보 영상 반응이 아주 좋아요. 사람들이 어서 땅 판매와 공동조리소를 만들어달라는 댓글이 많네요.”
“아하, 어서 만들어야겠구나.”
“음, 문득 궁금해지는데 퀘스트는 얼마나 진척됐나요?”
“확인해볼까?”
[퀘스트, 창조주의 유언
당신은 창조주가 남긴 유산을 가질 자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얻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창조주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이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창조주가 남긴 유산을 쫓고자 한다면 이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바꾸십시오.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해도 상관없습니다.
클리어 조건 : 퀘스트를 받은 시점에서 게임 내 50%의 유저들이 생활 스킬을 가지도록 유도.
클리어 보상 : 100,000,000 업적점수, 창조주의 유산
클리어까지 진척률 : 15/100%]
“오!”
“왜 그래요?”
“10퍼센트나 올랐어.”
“어머 많이 올랐네요.”
“응 15%가 됐는데, 생각보다 빨리 오르네. 홍보효과가 어지간히 좋나봐. 고마워 미나야!”
“어머, 별거 한 것도 없는 걸요.”
내 칭찬에 미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그렇게 마을에 도착했는데, 날이 갈수록 마을에 유동인구들이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어제보다 더 북적이는 것이다.
“마을에 사람들이 더더욱 많아지네요.”
“그러네.”
“커뮤니티 사이트 반응을 보면, 여기서 사는 빵이나 옷, 무기가 다른 곳보다 월등히 좋아서 그렇데요. 계속 이런 식으로 특산품 같은 걸 만들면 계속 번창할 것 같아요.”
“음, 특산품이라······.”
미나의 말에 나는 또 뭘 특화시킬까 생각해보았다.
공동조리소를 만들고 농사지을 땅을 판매한 다음에는······ 연금술, 마법공학, 목축 정도만 남는 것 같다.
그중에서 연금술에 유독 관심이 갔다.
연금술은······ 마법사 길드와 상의해서 전문 연금술가게라도 만들어볼까?
내가 만들었던 포션들을 제조한다면 인기가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군신>길드만의 것이 아니게 된 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식료품점에 도달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식료품점 아가씨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2000개의 여러 작물의 씨앗을 샀다.
어제 목화를 심는 곳으로 1000개분의 밭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 많은 목화를 하루 만에 다 썼을 것 같지 않아서 오늘 그 밭은 작물을 키우기로 한 것이다.
“안녕히 가세요!”
식료품점 아가씨의 인사를 뒤로하고 식료품점을 나왔다.
그런 다음 바로 농장에 가기보단 먼저 의류점을 들렀다.
그곳에서 노라에게 양털을 건네주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어머, 영주님 오셨네요.”
노라는 아주 바쁜 모양이었지만, 내가 오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의류점에는 벌써 여러 종류의 옷들이 가득했다.
가죽도 구해서 가죽 옷도 만들어 진열한 모습이 돋보였다.
“양털 가져왔어요. 목화는 아직 많나요?”
“네, 3,000개 정도 남아서 아직 하루 정도는 충분해요.”
“벌써 절반이나 사용한 거예요?”
“워낙 장사가 잘 되야 말이죠. 강화용소재로 옵션이 붙은 아이템들은 인기가 좋다고요.”
“그렇군요.”
노라와 잠시 잡담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문득 노라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런데 보셨어요?”
“네?”
“아, 아직이군요. 우후후······.”
“······?”
노라가 지혜와 미나를 보고 묘하게 웃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런 다음엔 다시 농장으로 향했다.
곧바로 작물을 심기 위해 밭을 가는데, 골렘 외에도 지혜와 미나가 나를 도와줬다.
나는 쟁기 하나를 더 만들어서 지혜와 미나에게 옥스와 암소를 빌려주었는데, 두 사람은 소를 모는 것을 재밌어 하면서 밭을 갈았다.
나는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골렘과 함께 괭이로 남은 밭을 갈았다.
밭만 갈면 다른 일은 수월하다.
정령들의 힘을 빌리면 되기 때문이다.
비료를 뿌리고, 씨앗을 심고, 물을 뿌리고, 가축들에게 잡초를 먹게 하는 것으로 오늘도 자동화 농업이 잘 돌아가는 모습이다.
“오빠, 하는 김에 동물들 키우는 방법도 홍보해보죠.”
“아, 그럴까?”
농사를 다 짓고 나니 미나가 괜찮은 제안을 했다.
지난번에 농사 홍보 영상으로 넌지시 말하긴 했지만, 목축에 대해서 정확히 홍보영상을 찍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목축을 하려면 동물 친구가 기분이 좋게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풀을 뜯거나 벌레를 먹기 때문에 따로 먹이를 챙겨주지 않아도 되지만, 특별히 사료를 만들어 주면 좋아합니다. 그것 외에도 축사를 잘 지어주고, 정령술 도구인 온열기를 설치해줘서 따뜻하게 해주면 역시 좋아합니다. 아, 무엇보다 이 아이들을 지켜줄 친구인 경비견이나 경비가 필수입니다. 여기 제 경비견인 실버가 있습니다.”
멍멍!
나는 홍보영상을 찍으며 실버를 보여주었다.
계속해서 이런저런 목축에 대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흠, 실버의 경우는 업적 상점에서 분양한 건데······ 사람들은 업적 점수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마을에 목장이 있지 않나요? 그곳에서 경비견들을 키우는지 물어보죠.”
“아, 그러자. 목장엔 오랜만에 가보는 기분이네. 트로페 마을에 가는 길에 들리자.”
이제 트로페 마을에 가는데 목장을 들러서 상의해봐야겠다.
곧 골렘이 또다시 경비를 서면서, 나와 모두는 마을로 향했다.
마을 변두리의 목장에는 오늘도 카우보이 같은 목장주가 있었다.
“여, 오랜만이야. 예쁜 레이디들도 함께 왔군? 애인들인가?”
“아닙니다. 큰일 날 소리를 하시는군요.”
“후후후, 레이디를 위해서라면 남자는 얼마든지 위험을 감수하지. 자, 헛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무슨 일로 왔지?”
“그게 말이죠, 이 목장에서 경비견으로 쓸 개들도 키웁니까?”
“경비견이 필요한가? 개들은 몇 마리 있긴 해.”
“제가 쓸 것은 아니고요. 그러니까······.”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으흠, 우리 영주님이 제법 큰일을 벌이려나 보군? 그러니까 사람들이 농장이나 목장을 가지게 되면 그곳을 지켜줄 경비견들이 필요해질 텐데, 자네처럼 업적상점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경비견들을 키워주었으면 하는 건가?”
“가능하겠습니까?”
“어렵지 않아. 하지만 투자를 좀 해줬으면 하는군. 수요가 얼마나 될지 알 수도 없잖나? 개들을 기르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곤란하다구?”
“아, 물론입니다. 얼마나 필요하시죠?”
“100,000골드면 될 것 같은데······ 가능한가?”
“여깄습니다.”
돈이 많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군소리 없이 주었다.
그러자 카우보이 목장주가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 인사를 했다.
“하하하, 영주님은 통이 크시군. 언제 한 턱 쏘지. 아, 내가 자네 선술집에 갈 순 없겠지만 말이야.”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이걸로 한건 해결되었다.
이제 트로페 마을로 가는 것만이 남았다.
나와 모두는 텔레포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영주님. 오늘은 양손에 꽃이군요?”
“오해할만한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마법사 아가씨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적당히 대답하면서도 문득 그녀에게 말했다.
“아, 혹시 길드마스터에게 말씀 좀 전해줄 수 있습니까?”
“뭐죠?”
“마법사 길드와 협력해서 전문 연금술 상점을 만들었으면 하는데, 그러니까 포션을 만들어 파는 거요.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포션을 만들 수 있도록 자동 연금술도구나 약초들도 제공해주고요.”
“좋은 생각이네요. 다만 포션은 우리도 만드는데, 그냥 여기서 파는 것과 차이가 없지 않을까요?”
“그건 말이죠, 저랑 사제의 연을 맺으면 특별한 포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사제의 연을 맺은 무기상점과 의류점의 노라의 예를 들었다.
“아하, 옵션이 어쩐지 더 좋고 특이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이유에서였군요. 포션에도 추가효과가 생긴다고요?”
“네, 여기서도 그런 추가효과가 붙은 포션을 팔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이죠. 길드마스터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예요. 말을 전해드리죠.”
이야기가 잘 풀렸다.
그 후 우리들은 텔레포트 서비스를 이용해 트로페 마을의 해변에 도착했다.
< 143화 11일차 로그인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