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60화 (160/239)

< 141화 요리복 만들기, 10일차 로그아웃 >

얼마 후 손님들이 한산해졌을 때 쯤, 선술집의 문을 닫았다.

손님들은 또 내일을 기약하면서 술로 푼 마음을 이끌고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허허, 그런데 자네. 농사 홍보 영상도 찍었다면 전에 말한 부동산 계획을 얼른 실행해야하지 않겠나?

“그렇습니다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측량이나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그럼 내일 내가 사람 하나 데려오지. 그 사람하고 한 번 해보게.”

“어르신, 저는 그런데 사업하려는 것이 아니라, 퀘스트를 깨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돈은 상관 안한다구? 예끼 이 사람아. 돈 귀한 줄 알게. 뭐, 자네가 바라는 상황이 특이하긴 하니까. 그럼 이렇게 하지. 돈이 없는 이들에겐 헐값으로 땅을 빌려주게. 자넨 계속 지주 노릇하는 거야. 그리고 돈이 있는 이들에겐 땅을 비싸게 경매로 팔게나. 기본적인 부동산 장사일세. 어떤가?”

“좋은 생각 같습니다.”

“쯧쯧 자넨 인정이 너무 많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돈만 바라봐야 할 걸세.”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나는 블루스 노인의 말을 경청하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름대로 사람들이 농사 스킬을 배우게 하면서도 땅을 적절하게 이용할만한 방법 같다.

물론 자세한 것은 땅을 측량하고, 거래해봐야 알 것 같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가보겠네. 험험, 지혜야, 너도 너무 늦게 까진 하지 말거라.”

“네, 할아버지.”

블루스 노인은 지혜의 인사를 뒤로하곤 떠나면서 로그아웃했다.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잘 쉬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시화씨.”

시화도 다시 레이드를 하러 가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마을로 돌아가 텔레포트 서비스로 돌아가려는 듯했다.

그렇게 농장에 남은 이들은 나와 지혜, 미나였다.

“저녁놀이 예쁘게 지고 있어요, 오빠.”

“그러네, 앗! 목화 밭에 가봐야겠다. 다 자랐을 거야.”

“어머, 정말. 농사 밖에 모르시네요!”

미나가 다가와 노을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는데, 문득 목화 심은 것이 기억 난 나는 목화밭으로 달려갔다.

미나와 지혜, 그리고 정령과 동물 친구들도 따라왔는데 그곳엔 아주 아름다운 광경이 있었다.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색이에요.”

지혜가 목화밭을 보고 말했다.

붉은 노을빛 아래에서도 목화의 하얀색은 만연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가끔은 농작물이 너무 아름다워서 수확하기 아까울 때가 있어. 꽃을 보는 기분 같아.”

“감상적이네요. 농부가 아니라 시인해도 되겠네요?”

“하하, 시인은 무슨. 그나저나 정말 많네. 도구 없이 수확하려면 힘들겠어.”

“저도 도울테니까 자동수확기였던가요? 그거 만들어주실래요?”

“저도요.”

미나와 지혜가 돕겠다고 나서서 그녀들에게도 마법공학 자동수확기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곧 나를 찾아온 골렘것도 만들고 말이다.

나는 곧바로 제작에 들어가 4개의 마법공학 자동수확기를 만들었다.

“이걸 이렇게 하면······.”

위이이잉

“청소기처럼 목화를 수확하는군.”

내가 먼저 자동수확기를 써보았다.

신기하게도 염력같은 것이 일어나 목화솜을 수확한 것이다.

자루가 가득차면 그걸 인벤토리에 넣는 수고만 하면 작업이 엄청 간편했다.

곧 미나와 지혜, 골렘도 수확을 돕고 나섰다.

4명이 수확을 하다보니 그리 오래지 않아 목화를 모두 수확할 수 있었다.

[농사 스킬 레벨 업!]

[질 좋은 2등급 목화 6,537개]

“목화 풍년인데.”

하나에 5에서 7개의 목화가 나와서 산출량이 어마어마했다.

나는 목을 축이기 위해 사과주스를 모두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걸 실과 옷감으로 만들려면 꽤 힘들 것이다.

“우리 농장에도 마법공학 물레랑 베틀을 만들어야겠다.”

“새로이 만드실 필요 없이, 기존의 물레와 베틀을 마법공학 회로세공도구로 업그레이드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편하겠네.”

나는 골렘의 말대로 기존의 물레와 베틀을 회로세공도구로 땜질하면서 업그레이드를 시켰다.

그의 말대로 전통 물레와 전통 베틀은 마법공학 물레와 마법공학 베틀로 바뀌었다.

덜커덕 덜커덕

“음, 더 이상 직접 실을 잦거나 옷을 짜는 재미는 못보겠네.”

리듬게임하는 건 꽤 재밌었는데, 약간은 후회가 되었지만 6,000개가 넘는 목화를 다 실과 옷감으로 만들 자신이 없었으므로 자동화 기계에 맡겼다.

“전부 실과 옷감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아니, 필요한 만큼만 만들거야.”

“옷이라도 만드시려고요?”

“응, 하는 김에 홍보 영상을 지금 찍자. 나머지 목화는 의류점의 노라에게 가져다 줄 생각이야.”

“그렇군요, 근데 무슨 옷을 만드실 거예요?”

“그건······.”

나는 지혜를 바라보았다.

“지혜에게 줄 조리복과 조리모부터 만들 거야.”

“어머 저도 도울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미나가 거들었다.

지혜는 어쩐지 볼을 빨갛게 하며 내게 말했다.

“아, 안 해주셔도 괜찮은데요.”

“가상이긴 해도, 파티시에잖아. 조리복 입으면 꽤 어울릴 거야.”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지혜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제작 카탈로그에서 조리복과 조리모를 찾아보았다.

[재봉, 조리복

요리사들이 입는 옷. 위생과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입을 뿐만 아니라 요리사의 자긍심이 담긴 옷이다. 한 마디로 요리사들의 정장이다.

필요한 재료 : 실 30개, 옷감 10개

필요한 도구 : 재봉 스킬 Lv3, 바늘]

[재봉, 조리모

요리사들이 쓰는 특이한 형태의 모자. 길쭉한 모양새의 모자는 머리카락이 음식물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조리모라고 반드시 길쭉한 모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재료 : 실10개, 옷감 3개

필요한 도구 : 재봉 스킬 Lv3, 바늘]

조리복도 찾을 수 있었고, 조리모도 찾을 수 있었다.

디자인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지혜가 입어도 충분히 예쁘고 귀여울 것이었다.

“그럼 당장 만들어 볼까.”

“저도 바느질 도울게요.”

내가 땅에 주저앉아 스킬대로 옷감을 바늘과 실로 꿰매기 시작하면, 미나가 옆에 털석 주저앉아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여분의 바늘을 주면서 말했다.

“하는 김에 사제의 연도 맺을까?”

“사제의 연이요?”

“응, 내가 받는 보너스 스킬 효과를 미나도 받을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할 까?”

“물론이죠. 얼른 맺죠!”

나와 미나는 사제의 연을 맺었고, 미나는 곧 자동습득 시스템으로 재봉스킬을 배웠다.

그러자 작업속도가 더 빨라졌다.

지혜도 돕고 싶은 눈치지만, 지혜에게 줄 선물이므로 나는 앉아서 구경하라고 했다.

지혜는 불돌이, 실버, 골드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와 미나 쪽에도 물방울, 태산이, 호크, 바람이가 돌아다녀 심심하진 않았다.

노을이 지고 좀 어두워질 땐 작은 모닥불을 피워 밝게 하곤 옷을 계속 만들었다.

“완성했다!”

“모자도요!”

곧 나와 미나는 조리복과 조리모를 전부 만들었다.

잘 만들어져서 나는 활짝 웃으며 그것들을 지혜에게 건넸다.

“자, 입어봐.”

“고맙습니다.”

지혜는 조리복과 조리모를 받고는 그걸 착용해보았다.

곧 지혜의 의상이 조리복과 조리모로 바뀌었다.

핏이 딱 맞는 차림이라, 지혜의 작은 체형에 어울렸다.

귀엽고, 예쁜 조리복인 것이다.

“꺅, 어울린다. 사진 찍어도 되지, 지혜야?”

“네, 언니.”

“나도 화보 촬영 못하는데 네가 먼저 하는구나, 후후후.”

“화, 화보라뇨······.”

미나는 농담을 하면서 지혜의 모습을 촬영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런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나는 의류점에 목화 가져다 주러 갈게. 너희들도 슬슬 로그아웃 해야할 때 아니야?”

“아, 저는 좀 더 오빠랑 있을래요.”

“저, 저도요.”

“다들 괜찮아? 이제 곧 아침인데.”

나와 같이 있겠다고 하니, 의아해서 물어보았지만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결국 그녀들과 나란히 걸어 마을로 향했다.

“별이 참 예뻐요.”

“그래, 가상의 별이긴 하지만. 현실보다 아름답네. 현실에선 스모그 때문에 볼수도 없지만.”

“호호호, 그렇죠.”

마을로 가는 길에 보이는 아름다운 별, 은하수, 달을 함께 보았다.

뭔가 혼자 볼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어쩐지 외롭지 않은 기분? 물론 혼자라 해도 그렇게 외롭거나 고독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지혜도 별을 보고 있었는데, 뭔가 슬픈 눈빛이다.

혹시 돌아가셨다는 어머니를 기억하는 중일까?

하긴 재벌집 아가씨인데도 돈 욕심도 없이, 어머니를 기억하겠다며 파티시에가 되고 싶어한다는 순진한 아이지 않은가?

나는 그런 지혜를 측은히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마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더 많아진 기분이에요.”

“아침시간인데······ 평소 같지 않은 걸.”

“다들 공용대장간이랑, 무기점, 제과점, 의류점에 북적이네요. 장비가 좋은 사람들도 있는 걸 보니, 전문게이머들도 많이 찾아온 모양이에요. 그래서 아침에도 북적이는 거겠죠.”

“그렇구나.”

미나가 그 이유를 분석하며 말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붐비는 사람들을 헤치며 의류점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바빠 보이는 노라의 모습이 보였다.

“노라, 장사는 잘 되요?”

“아, 영주님. 보시는 대로 장사는 잘 되고 있어요.”

“양털옷을 사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나요?”

“그냥 양털옷을 팔진 않았죠. 퀘스트를 줘서 몬스터의 정수를 모아오게 하고 그걸로 옷을 만들어 팔았어요. 옵션이 붙은 것은 이너아머로 인기가 있었어요. 흠, 그나저나 같이 오신 분의 옷······ 조리복이 예쁘네요.”

노라의 말에 지혜가 또 다시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아, 목화 옷감으로 만든 거예요. 목화를 수확해서 지금 건네 드리려고 온 거구요. 자 여기요.”

“오, 이거면 양털 옷감보다 가벼운 옷감을 만들 수 있겠어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뭘, 그런데 사람들이 재봉 스킬은 많이 배우던가요?”

“몇몇 사람들이 배우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아직은 많지 않네요.”

“음, 뭐 그건 홍보영상을 뿌리면 달라질 수 있으니 두고보죠.”

나는 좀 전에 조리복을 만들면서 미나와 홍보영상을 찍었다.

스킬의 손쉬움을 부각시켰으니 사람들이 그걸 보고 부디 재봉스킬을 배우길 바랄 뿐이었다.

그 후 나는 노라와 헤어지곤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아름다운 은하수를 나란히 걸어가며 보았다.

“저기요, 내일 바다 보러 가잖아요? 트로페 마을이란 곳이요.”

“응, 그건 왜?”

“기회가 되면 바다 외에도 여러 곳에 놀러가요. 산이나, 동굴이나, 눈이 내리는 곳도 좋고······.”

“그럴까? 지혜는 어때?”

나는 이제 자연스럽게 지혜의 의견도 구했다.

그녀도 같이 가는지 말이다.

“저도······ 같이 갈래요.”

지혜는 쑥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기회가 닿는 대로 돌아다니자. 하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농장에서 그녀들과 잠시 쉬었다.

나도, 지혜도, 미나도 오늘의 하루를 위해 하나 둘 로그아웃했다.

동물과 정령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로그아웃한 나는 오늘도 힘찬 하루를 준비했다.

< 141화 요리복 만들기, 10일차 로그아웃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