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58화 (158/239)

< 139화 의류점 만들기 >

“어서오세요!”

식료품점 아가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미나와 지혜도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동물과 정령친구들도 장난스럽게 식료품점 아가씨 주변을 뛰어다녔다.

점잖게 있는 애들은 호크와 바람이, 태산이 정도였다.

물론 호크는 점잖게 있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태산이는 꾸벅꾸벅 조느라 가만히 있는 거지만 말이다.

“오늘도 씨앗을 사러 오셨나요?”

“네, 그런데 여기서 취급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목화 씨앗을 사려고 하는데 말이죠.”

“아, 목화 씨앗은 당연히 여기서 취급해요. 그거 아세요? 목화도 사실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입답니다. 덜 익은 열매를 먹으면 ‘실다래’라고 해서 달작한 맛을 내죠. 물론 특유의 섬유질이 있어서 맛의 식감은 별로지만요.”

식료품점 아가씨는 친절하게도 몰랐던 사실까지 말해주었다.

생각해보면 목화 씨는 기름을 짜는데 쓰기도 한다.

그걸 면실유라고 하던가? 비식량작물으로 구분 되지만 식량으로도 제법 쓰였던 기록이 있는 것이 목화다.

“그렇지만 목화는 재배하는데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서 재배하진 않는데요. 씨앗의 재고는 많지만요. 이번에 목화도 재배하시게요? 아무리 이방인님이라도 목화를 추수하는 건 힘드실 것 같은데······.”

“아, 그건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마법공학 자동추수기라고 좋은 게 있더군요. 여하튼 목화 씨 1000개를 사려고 합니다.”

“엄청 많이 재배하려고 하시나보군요. 목화 씨 한 개당 대략 5개에서 7개의 목화가 산출될 텐데요.”

“아, 그런가요? 뭐,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식료품점 아가씨의 말대로라면 5000개에서 7000개 사이의 목화가 나온다는 것이다.

퀘스트 조건이 1000개의 목화를 심는 것이라 잊고 있었지만, 여러 개의 산출량을 가질 수 있단 것을 까먹었다.

물론 별 수 없긴 하지만, 그 정도로 많다면 상당한 실과 옷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나 혼자서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우선 목화씨는 개당 100골드입니다. 총합 100,000골드네요.”

“여기 있습니다.”

식료품점 아가씨에게 값을 지불하고 목화씨 1000개를 받았다.

그리곤 인사를 하고 식료품점을 나왔다.

“그럼 이제 농장으로 돌아갈 건가요?”

미나가 말했는데,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마을에서 더 할 일이 생긴 것 같아.”

“네? 무슨 일요?”

“목화 말이야, 예상 생산량이 그 정도나 된다면 나 혼자 소화할 수가 없어. 그리고 지금까지 쌓인 양털의 양도 꽤 되고 말이야. 이제 이것들도 처리할 때가 된 것 같아.”

“어떻게 하시려고요? 다 직접 옷으로 만드실 순 없으실 것 같고, 파실려고요?”

“아니, 그냥 팔긴 뭣하고······ 의류점을 세워볼 생각이야.”

“의류점이요?”

내 말에 미나와 지혜가 주목했다.

나는 생각한 일을 계속 말했다.

“응, 나 혼자 처리하려고 하기 보단, 마을의 재봉사를 고용해서 계속 소모하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무기상점처럼 말이야. 잘만하면 또 좋은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생각 같아요. 그런데 재봉 스킬도 활성화 시킬 생각이지 않나요?”

“응, 그럴 건데?”

‘그럼 따로 공용재봉소 같은 곳을 만들기 보단 의류점에 시설을 여러 개 지어놓고 운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 그럼 더 좋겠다. 혹시 내가 준 재료가 떨어져도 자급자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고마워 미나야.”

“에헤헤, 칭찬 고맙네요.”

미나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쑥스러운 듯 미나가 빙그레 웃자, 나와 지혜도 웃었다.

“마침 재봉사로 생각해둔 NPC가 있으니까 그녀에게로 가자.”

“그녀라면 여성 분이신가 보군요.”

“응, 여관의 노라라는 NPC야. 나한테 재봉 스킬을 가르쳐준 NPC지.”

지혜에게 그렇게 답한 후, 즉시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 안으로 들어갈 것 없이, 심심한 듯 바깥에서 서성이는 노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노라 양.”

“어머, 어서오세요. 영주님. 오랜만에 뵙네요.”

“아하하, 영주님이라, 전엔 그냥 농장주인이었는데, 이젠 그렇게 불리게 됐네요.”

“호호, 좋은 일이죠. 그런데 저에겐 무슨 일이시죠?”

“그게, 하나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혹시 의류점을 맡아주실 수 있나요?”

“의류점이요? 우리 마을엔 의류점이 없는데······ 아, 혹시 무기상점이랑 제과점처럼 의류점도 지을 생각이신가요?”

“맞아요, 그리고 그 의류점을 노라양이 맡아줬으면 해요. 제가 아는 마을 최고의 재봉사는 노라양이니까요.”

“어머, 금칠은······.”

노라는 약간 부끄러움을 타면서 얼굴을 붉혔다.

금칠할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건데 말이다.

그녀의 재봉 실력이 좋다고 들은 것도 있고, 내가 아는 마을의 유일한 재봉사가 노라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평범하게 의류점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물레와 베틀을 빌려줄 수 있는 장소로도 만들고 싶어요. 일종의 공용재봉소? 같은 느낌으로요. 그것에 대한 관리도 맡아줬으면 하는데······.”

“문제없어요. 여관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 같네요.”

“아참, 그럼 여관은······.”

“아버지가 알아서 하라죠 뭐.”

“그렇군요.”

마치 자기 아버지에게 떠맡기듯 말하는 노라였다.

사이가 별로 안 좋나?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네요. 옷감으로 쓸 소재는 충분한가요?”

“네, 양털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목화는 곧 5,000개에서 7,000개 정도 만들 생각이에요.”

“아, 굉장히 많네요. 그런 물량을 소화하려면 전통 물레나 베틀보단 마법공학 물레나 베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도 있나요?”

“어머, 모르셨군요. 자동으로 실을 뽑아주는 마법공학 물레랑 자동으로 실을 옷감으로 만들어주는 마법공학 베틀이에요. 이방인 분들에게 물레와 베틀을 빌려줄 생각이라면 그걸로 만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이방인들이 다 전통물레나 베틀을 다룰 만큼 손재주가 좋진 않을 테니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만들 때 꼭 그렇게 만들죠. 그럼 지금 당장 의류점을 만들러 가겠습니다.”

“저도 곧 찾아갈게요.”

노라와의 대화는 그걸로 마쳤다.

나는 의류점 또한 광장에 만들기 위해서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엔 여전히 한산한 터가 많아서 의류점을 들일 곳도 있었다.

“자 그럼 여기로 할까.”

“잡화점 옆이네요.”

“응, 잡화점에 재봉도구를 파니까 파급효과를 좀 노려보려고.”

“그렇군요.”

지혜와 간단한 수다를 떤 뒤, 나는 영지건설 커맨드를 띄웠다.

거기서 의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영지건설, 의류점

전문적으로 옷을 다루는 상점. 옷감과 옷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팔 수 있다. 각종 면과 가죽재질의 옷을 만들어 판다. 어디까지나 옷이지 갑옷은 취급하지 않으므로 혼동하지 말도록. 마을의 목축업자나 의류사업자들과 연계할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목재 50개, 벽돌 30개, 못 20개

필요 자금 : 30만 골드

필요 조건 : 5000 이상의 번영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럼 이걸 자유건설모드로 만들어서 여러 개의 물레와 베틀을 배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는 건설모드를 실행해 파란 홀로그램을 세웠다.

그 모습을 요즘 부쩍 늘어난 마을의 유동인구인 유저들이 보게 되었다.

“앗, 농장 아저씨······ 아니, 영주님이 또 뭔가 지으신다!”

“이번엔 뭘까? 이번에도 생활 스킬에 관련된 걸까?”

“공용대장간 만들고 대장기술 대박났자너, 광산도 대박났자너, 몬스터 정수도 대박났자너, 이번엔 뭐지?”

구경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나는 흐뭇하게 웃고는 연신 홀로그램을 재배치하곤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브어어어엉

태산이가 열심히 벽돌을 만들어주었다.

의류점 자체는 화려할 필요가 없어서 만들기 손쉬웠다.

문제는 그 안에 필요한 물레와 베틀이었다.

보통 물레와 베틀이 아닌 마법공학 제품으로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나는 마법공학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그 둘을 찾아보았다.

[마법공학, 마법공학 물레

마법공학을 접목해 자동으로 실을 뽑을 수 있도록 만드는 기계. 노동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다만 마법석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필요한 재료 : 목재 20개, 마법석 10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마법공학 Lv3, 조합스킬, 마법공학 회로세공도구]

[마법공학, 마법공학 베틀

마법공학을 접목해 자동으로 옷감을 짤 수 있도록 만드는 기계. 노동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다만 마법석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필요한 재료 : 목재 20개, 마법석 10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마법공학 Lv3, 조합스킬, 마법공학 회로세공도구]

비슷한 설명의 두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재료는 다행히 충분했는데, 문제점이라면 마법공학 회로를 세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4개씩만 만들어도 8개의 베틀과 물레에 마법공학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꽤나 눈 빠질 것 같은 납땜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게으름 피워서 뭐하겠는가? 나는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물레와 베틀의 원형을 만들었다.

“어? 저건······.”

“물레와 베틀이야. 농장에서도 쓰는거 봤음.”

“그럼 재봉스킬에 관련된 곳을 만드는 건가?”

“그런 모양임.”

“의류점 만들 생각인가?”

사람들은 물레와 베틀을 보고 나름대로 추리를 하고 있었다.

“어? 이제 뭐하는 거지?”

“인두 같은 걸로 베틀과 물레를 지지는데.”

“납땜하는 거 같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회로세공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마법공학은 더더욱 마이너한 생활 스킬이기 때문이었다.

흠, 만약 마법공학을 홍보한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묘연할 따름이다.

어쨌든 나는 열심히 회로세공을 했고, 하나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마법공학 물레와 마법공학 베틀은 보랏빛으로 빛나는 기염을 토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탄성을 질렀다.

곧 4개씩 다 만들어서 작업을 마친 나에게 노라가 다가왔다.

“와, 정말 멋진 의류점이에요. 수고하셨어요.”

“이제 노라씨의 의류점입니다. 오너는 저지만, 경영은 노라씨가 하는 거죠. 월급은 섭섭하지 않게 드릴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 저야 말로 잘 부탁드려요.”

“아,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단순한 의류점이 아니라······.”

“네, 사람들이 재봉 스킬을 잘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죠? 제가 재봉스킬도 잘 가르치고 해볼게요. 물론 몬스터 정수와 마법석 퀘스트도 발주하죠. 그래야 자급자족이 될 테니까요.”

노라는 믿음직스럽게 말했고, 나는 싱긋 웃으며 그녀와 악수했다.

곧장 그녀에게 양털을 건넸고, 노라는 장사 준비를 하면서 내부 인테리어를 꾸미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은 여전히 의류점에 흥미를 가지고 구경하다가, 가게를 열자마자 들어가고 있었다.

“자 그럼 우린 농장으로 가볼까.”

“네.”

그리고 나와 지혜, 미나, 그리고 정령과 동물 친구들은 농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139화 의류점 만들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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