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57화 (157/239)

< 138화 목화농사 >

“어머 좋아요, 메기도 잡았는데, 메기 매운탕이라도 해먹을까요?”

“그러자. 아, 지혜는 매운탕 먹어봤어?”

나는 오너 일가인 지혜는 혹시 매운탕을 먹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매운탕이라고 하면 재벌과는 어쩐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당연히 먹어본 적 있어요. 아빠가 좋아하시거든요.”

“아, 그랬구나.”

“······혹시 재벌이면 매일 스테이크만 먹고 산다든가, 하는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죠?”

“아니야?”

“일단 저희 집안은 아니에요. 확실히 자주 먹는 메뉴긴 하지만요. 한국인이 밥을 안 먹고 살 리가 없잖아요?”

“그렇구나, 난 매일 미슐랭 셰프가 해주는 양식만 먹고 사는 줄 알았어.”

“······.”

지혜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나는 가열기를 꺼내고 그곳에 냄비를 올렸다.

그리곤 물을 끓이면서 매운탕을 준비했다.

스킬을 발동시키자, 아직도 팔팔 뛰는 메기가 알아서 다듬어지고, 각종 재료들도 싹둑싹둑 잘려선 물속으로 들어갔다.

붉게 팔팔 끓는 매운탕의 모습에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자, 다들 여기 앉아.”

나는 목공 스킬로 테이블과 의자 세 개를 만들었다.

야외에서라면 돗자리 깔고 먹는 것이 더 풍취가 있을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돗자리 쪽이 더 만들기가 어렵다.

뭐, 이것도 나름대로의 멋이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반찬으로 김치도 꺼내고, 밥도 차려서 간단한 식사를 준비했다.

음, 내가 요리에 조예가 깊었으면 여러 밑반찬도 만들었을 텐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지만 매운탕이 아주 맛있을 것이므로 상관치 않기로 했다.

“자, 다 됐다! 먹자!”

“와, 정말 비주얼이 좋은데요. 맛있겠어요.”

미나가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지혜는 아까 자주 먹었다고 하지만 어쩐지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치다.

‘자주’라고 해도 혹시 두 번 정도 밖에 먹은 적 없는 거 아닐까? 2번도 뭐 자주긴 하지······.

여하튼 나는 국자로 그릇에 각자의 몫을 떠주었다.

먹기 편하도록 잔뼈가 없는 메기였기에 살덩이가 뭉텅이로 덜어지는 게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리곤 나도 자리에 앉아서 마구 먹었다.

“으음, 마시쪙.”

“호호, 오빠는 항상 복스럽게 드시네요.”

“현실에선 맛난 거 먹을 시간이 없거든. 회식 할 때 정도뿐이려나.”

“아, 야근을 매일 하신다면서요.”

“응.”

“불쌍해요, 이렇게 먹는 거 좋아하시는 분이······.”

미나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지혜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 아빠에게 부탁이라도 해볼까요, 공진 오빠?”

“응? 뭘 부탁해?”

“일찍 퇴근하시게······.”

“아, 아냐. 다들 일하는데 나만 퇴근하면 큰일 나. 그리고 지혜 잘못도 아닌데 시무룩해 하지 마.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져서 다들 이럴 뿐이니까. 회장님부터 매일 늦게 퇴근하시는데, 모두 늦게 돌아가는 게 당연하지.”

“······.”

“자자, 여기 살점 더 먹어.”

나는 깨작깨작 먹는 지혜에게 챙겨주는 기분으로 메기 살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음, 어쩐지 없던 여동생을 챙겨주는 기분이다.

물론 10년 차의 나이는 여동생이라고 하기에도 무리지만 말이다.

그 후 우리들은 맛있게 식사를 계속했다.

심심하면 실버와 골드, 불돌이에게 살점을 던져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밥 한 그릇은 순식간에 다 먹었고, 매운탕도 깨끗하게 비웠다.

“잘 먹었다.”

다 먹고 난 뒤, 모두에게 사과주스를 주곤 나도 사과주스를 마셨다.

시원한 사과주스가 매운 입속을 달래주었다.

“주인님, 작물이 다 자랐습니다.”

“앗, 벌써 추수할 때구나.”

골렘이 다가와 말해서 추수할 때란 걸 알았다.

“이번에도 제가 추수하는 장면을 찍을 게요.”

“저, 저는 추수하는 거 돕고 싶어요.”

미나와 지혜도 나섰다.

흠, 그런데 추수 대낫이 필요한데······.

“지혜야, 추수는 힘들어서 지혜는 안해도 돼.”

“같이 하고 싶어요.”

“그래? 그럼······ 우선 대낫부터 만들어야겠다. 불돌아, 대장간 가자.”

왈왈왈!

불돌이가 즐겁다는 듯이 쪼르르 달려와, 대장간에 먼저 들어가선 용광로에 쏘옥 들어갔다.

나는 곧바로 따라 들어가선 추수용 대낫을 하나 더 만들었다.

한 개만 만드는 것이라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곤 곧바로 추수를 하러 갔다.

“지혜야, 대낫을 이렇게 쥐고, 요렇게 휘두르면 돼.”

나는 시범을 보여 밀을 수확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이렇게요?”

“아니아니, 그렇게 잡지 말고, 이렇게······.”

“아······.”

자세가 좋지 않아서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지혜였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응? 벌써 힘들어? 얼굴이 빨간데, 쉬는 게······.”

“그,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이, 이렇게 하면 되죠?”

“와 잘한다. 그렇게 하면 돼.”

지혜는 어쩐지 서두르면서 휘둘렀는데, 제법 이번엔 밀을 잘 잘랐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호호호, 재밌는 장면이 될 것 같네요.”

나와 지혜를 찍던 미나가 의미모를 말을 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수확을 거들었다.

밀, 보리, 쌀은 대낫으로 수확하고 사탕무와 그 외 작물은 호미로 캤다.

삐이이이익!

“고마워 바람아.”

수확을 다 한 뒤 나는 땀은 바람이가 시원한 바람을 불러 일으켜줘서 말려주었다.

지혜는 가녀려 보이는데도 추수를 야무지게 도와주었다.

나는 기특해서 딸기주스를 만들어주었다.

“이제 쉬고 있어. 나는 이것저것 할 거라서.”

“네.”

이번엔 좀 지친 모양인지 지혜도 딱히 뭐라 하지 않고 쉬었다.

나는 수확한 작물을 이용해 발효통으로 술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렇게 술을 전부 담글 때였다.

[히든 일일 도전과제 퀘스트 발동!]

[퀘스트, 목화를 들여오자!

이제 더 이상 양털은 지겹지 않은가? 새로운 옷감인 목화를 키워보자. 양털보다 좀 더 가벼운 소재의 면 옷감을 만들 수 있다.

클리어 조건 : 목화 씨를 1000개 이상 심고 재배하기.

클리어 보상 : 500 업적점수]

히든 일일 도전과제 퀘스트가 발동했다.

어제도 발동했었는데, 어제건 별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목화를 심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 그럼 당장 마을로 달려가야겠는데.

“지혜야, 미나야. 마을에 좀 가야겠어.”

“그래요? 뭐 할 일 있어요?”

호수에서 지혜와 물장구를 치고 놀던 미나가 물었다.

나는 일일 퀘스트로 목화 키우기가 뜬 것을 말했다.

“원래는 양털로만 면 옷을 만들었는데, 목화를 얻으면 좀 더 가벼운 옷감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양털보단 무명 옷감이 가볍긴 하겠죠.”

“근데 약간 걱정은 되네, 목화는 상당히 수확하기 힘든 작물일 텐데.”

목화농사는 노동집약적인 농사라서 한때 미국의 남북전쟁과 흑인해방의 원인이 될 정도였다.

물론 농사짓는 거 좋아하는 나에게 심각한 걱정거리는 아니지만, 워낙 악명(?)이 있으니 조금 주저될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만약 추수가 버거울 정도가 되셨다면 마법공학 자동추수기를 만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건 뭔데?”

“‘염동력’ 마법을 걸어놓은 도구입니다. 마법석을 마술동력으로 수확을 수월하게 도와줍니다.”

“잘 상상이 안가는 걸. 한 번 미리보기로 볼까.”

나는 골렘이 말한 것을 한 번 찾아보았다.

[목재 마법공학 자동추수기

추수가 너무 어려운가? 그렇다면 마법을 이용한 도구를 사용해보라. 이 도구는 청소기가 쓰레기를 빨아들이듯이 염동력을 이용해 작물을 쉽게 수확하도록 해준다. 단, 대낫을 이용해 베어서 수확해야 하는 작물은 이 도구로 추수할 수 없다.

필요한 재료 : 목재 20개, 못 10개, 마법석 20개, 자루로 쓸 아무 종류의 옷감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Lv3, 목공스킬 Lv2, 조합스킬, 마법공학 회로세공도구]

“아,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거네.”

설명과 미리보기를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작은 청소기처럼 앞에 빨아들이는 입구가 있었고, 뒤에는 자루를 달도록 되어 있었다.

아마도 염동력으로 작물을 따고, 그것을 자동으로 뒤의 자루에 모으도록 하는 것 같다.

이런다면 노동력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뭐가 청소기 같은 거예요?”

“아, 이것처럼 말이야······.”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눈치인 미나와 지혜에게 시스템창을 띄워보여주었다.

그녀들은 내 옆에 밀착해 시스템창을 같이 보았다.

“이걸로 수확을 쉽게 할 수 있나봐. 물론 대낫으로 베어야 하는 건 안 되는 모양이지만. 이거면 목화는 쉽게 재배할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우선 마을에 가서 목화씨부터 사야겠다.”

나는 지혜와 미나, 그리고 정령과 동물 친구들을 데리고 마을로 향했다.

물론 골렘은 농장을 지켜주고 말이다.

가는 동안 사람들은 여전히 평화롭게 토끼를 잡는 모습이다.

나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저곳이 언젠가 다 농장이 되면 꽤 아름다운 모습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농장에 도착했다.

“온 김에 공용대장간을 확인해볼까.”

식료품점으로 향하기 전에 어제 만든 공용대장간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지혜와 미나도 동의했고, 모두와 함께 그곳으로 발걸음했다.

“좀 더 제대로 잡아봐.”

“크으, 덥다 더워.”

“이거 만들면 내 파밍 끝난다! 개꿀!”

“나도 드디어 철제 갑옷을 입다니······.”

그곳에선 내 예상을 뛰어넘는 광경이 보였다.

조금 휑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용광로에 쇠를 달구고 모루에 망치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

촌장이 소개해준 관리인이 붙으면서 공용대장간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생각보다 잘 돌아가는 모양이네요.”

“이렇게 북적일 줄은 나도 예상 못 했는데.”

“아마 이 게임의 유일한 공용대장간일테니까요. 대장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다 몰린 거겠죠.”

“그런 모양이네. 생각보다 홍보 전략이 잘 먹히는 걸. 다 미나 덕인 것 같아.”

“어머, 제가 뭘 했다고요. 호호호.”

미나와 그런 대화를 나눈 뒤, 관리인인 NPC에게 다가갔다.

그는 먼저 내게 인사했다.

“어서오십시오, 영주님.”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이용하는데엔 불편함이 없나요?”

“그런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정령석이 바닥나지 않도록 정령석을 모아오는 퀘스트도 주면서 스스로 자급자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용료는 적정한 수준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이렇게 성황입니다.”

“그렇군요. 잘하고 계십니다. 혹시 문제 생기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공용대장관의 관리인은 꾸벅 인사했고, 나도 그에게 인사했다.

아무래도 알아서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령석 채굴 퀘스트도 준다면 아마 광산 쪽에서도 2층이 활성화 됐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긍정적인 나비효과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목화씨를 사기 위해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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