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56화 (156/239)

< 137화 홍보영상 찍고 놀기 >

“그런데 무슨 음식을 만들지?”

“우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보여주는 게 어떨까요? 우선은 요리가 손쉽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미나가 내 물음에 아이디어를 냈다.

“그게 좋겠다. 사과주스랑 사과파이 정도로 시작할까. 아, 그런데 사과파이도 그다지 간단하지만은 않은데······.”

사과주스야 조합 스킬로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사과파이는 화덕도 필요하고, 이스트도 필요하고, 이스트를 만들려면 발효통도 필요하다.

조리 스킬 뿐만 아니라 조합스킬도 당연히 필요하고 말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곤 말했다.

“홍보 영상을 찍은 다음에는 꼭 공용대장간처럼 공용조리소도 지어야겠네. 화덕이랑 발효통을 마련해두는 거야. 나처럼 농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말이지.”

“현실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거네요.”

“그렇지? 하지만 지혜야. 중세엔 방앗간 같은 것들이 원래 다 공용이었데.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뭐.”

지혜의 말에 나는 수긍하면서도 중세의 예를 들었다.

중세에는 방앗간이 영주의 소유였고, 영지민들은 방앗간을 이용할 때마다 이용료를 내거나 아니면 영주와 협상해서 공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유지비를 생각해서 약간의 사용료를 받을 생각이다.

“그럼 바로 시작해보죠. 제가 이번에도 촬영을 할게요.”

“저, 저는 만드는 거 보조할게요.”

각각 미나와 지혜가 말했다.

나는 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지혜에게 말했다.

“보조라고 할 것 까지는 없는데. 스킬로 만드는 걸 보여줘야해서······ 지혜는 스킬 없이 그냥 만들어버리잖아? 사과파이를 만들 때 지혜가 좀 도와줄 수도 있긴 하지만······.”

“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지혜가 어쩐지 시무룩한 모습이다.

그러자 미나가 말했다.

“오빠, 뭘 모르네요. 미남미녀 조수가 있으면 쉐프가 더 부각되는 법이라고요.”

“그래?”

“괜히 요리프로그램에서 그런 조수나 게스트가 있는 게 아니라고요. 자, 지혜는 조수로 등장하자.”

“네, 언니.”

그렇게 결정 난 듯했다.

어쨌든 나는 조리대를 차리고 꼭 요리프로의 쉐프처럼 지혜와 나란히 섰다.

물론 조리복이나 조리모는 없지만 말이다.

있으면 좀 더 기분을 냈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곧 미나가 큐사인을 내리고 나는 미나를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농사짓는 플레이어’의 사공진입니다.”

“이, 이지혜라고 해요.”

지혜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지만, 영상을 찍는데 조금 떨리는 모양이다.

“오늘은 제가 키운 농작물로 사과주스와 사과파이를 만들어 볼 겁니다. 요리 스킬과 조합 스킬, 목공 스킬을 이용하면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건축 스킬로 만드는 화덕도 필요합니다만, 사실 건축 스킬과 목공 스킬은 제가 만들어놓을 공용조리소의 시설들로 대신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요리 스킬과 조합 스킬 정도만 익히셔도 됩니다.”

나는 서문으로 조목조목 필요한 스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운을 뗐다.

“그럼 아주 간단하게 사과주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자, 여기 제가 직접 키운 사과가 있습니다. 사과를 키우는 방법은 농사 편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사과가 있으면 요리 스킬을 띄우시고, 사과주스를 찾은 뒤 조리를 하면······ 짜잔, 사과주스가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홀로그램 잔에 채워져 있지만, 목공 스킬을 이용해 멋들어진 잔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목공 스킬은 이것 외에도 여러 유용한 도구와 시설을 만드는데 쓰입니다. 여러분만의 농장을 만드실 예정이라면 배우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나는 사과주스를 간단하게 만들어 보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과주스는 맛있게 마셔서 없애버렸다.

“크으······ 맛이 아주 좋습니다. 그럼 이제 이지혜양과 사과파이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이지혜양은 파티시에 지망생으로 저처럼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과파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조리숙련자시면 굳이 스킬에 기댈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킬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지혜양의 반죽을 보시겠습니다. 자, 지혜양. 여기 밀가루랑······.”

나는 곧 지혜양과 함께 토르티야 파이의 토르티야부터 만드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혜는 방송 멘트를 하는 데엔 익숙하지 않지만, 반죽은 아주 능숙하게 만들었다.

곧 토르티야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스킬을 이용하지 않아도 토르티야 반죽이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스킬을 이용하면, 짠!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집니다. 대부분의 요리들 중 어려운 부분들은 이렇게 스킬이 보정해줍니다. 대신 고급 요리의 경우 간소화된 조리과정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요리과정을 체험하면서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먼저 직접 다음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토르티야에 사과를 넣고 설탕을 대신해서 꿀을 넣는 것도 보여주었다.

그렇게 일단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사과파이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이 과정도 스킬을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 이렇게 스킬을 사용하면, 조합 스킬에 의해 사과와 꿀이 정교하게 채워집니다. 지혜양의 솜씨가 좋아서 스킬을 사용한 것과 차이가 별로 없군요. 고마워요, 지혜양.”

“벼, 별말씀을요.”

“덧붙이자면 사과파이의 재료에는 이스트가 드는데, 이스트는 발효통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잠시 후, 사용법을 알려드리죠. 물론 발효통은 공용조리소에 만들어둘 생각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만의 농장을 만드신다면 여러개 만들어 두실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설탕 대신 꿀을 쓴 이유는 설탕은 만드는 과정이 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마법공학 원심분리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건 나중에 보여드리겠습니다. 꿀은 그것에 비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농사 편을 참고해주십시오.”

영상은 순조롭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음은 불돌이가 쏘옥 들어간 화덕으로 파이를 굽는 것이었다.

“파이를 만들 때, 필요한 것은 오븐 역할을 해주는 화덕입니다. 화덕 역시 공용조리소에 만들어둘 생각입니다. 화덕은 건축 스킬로 만드실 순 있지만, 땅이 없으신 분들은 농장을 만드실 수 없고, 따라서 건축 스킬을 사용할 기회도 없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향후 영지 주변의 제 땅을 구획화하여 팔 생각입니다. 그때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사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자신의 농장을 가지고 좋은 사이버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이야기가 셌군요. 여하튼 화덕을 이용해 파이를 구워야 합니다. 이건 스킬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해내야 합니다. 자 이렇게······.”

나는 파이를 화덕에 조심스레 넣고 적당히 구운 뒤 꺼냈다.

“파이를 간단히 만들어냈습니다. 여러분이 직접해보시면 파티시에가 된 기분을 내실 수 있을 겁니다. 맛은······ 음, 두 말할 것도 없이 좋군요. 이건 남 주지 않을 겁니다. 저 혼자 다 먹을 겁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사과파이 하나를 아구아구 먹어버렸다.

그렇게 사과주스와 사과파이를 만드는 영상을 찍었다.

그 후로는 간단하게 발효통으로 이스트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영상은 대충 마무리했다.

“떠, 떨려서 실수하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잘했어, 지혜야.”

나는 지혜의 등을 툭 두드리며 말했다.

미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직 녹화 중인데, 이거 쿠키 영상으로 올리면 좋겠네요.”

“어머, 언니!”

“아하하, 왜 그러니? 부끄러워?”

미나는 장난을 쳤고, 지혜는 그런 미나를 살짝 쫓는다.

나는 훈훈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음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아직 추수를 하려면 좀 멀었고, 할만한 것은······.

“낚시나 해서 매운탕거리나 만들어놓을까.”

“어? 낚시하게요? 같이해요! 저도 낚싯대 있으니까요!”

지혜에게서 도망치던 미나가 나에게 달려와선 말했다.

“그럴까! 지혜도 같이 할래? 내 낚싯대 빌려줄게. 배타고 낚시 하자!”

“지, 지난번처럼 트로페 마을에 가서요?”

“아니, 여기 호수에서 민물고기를 낚을 거야. 이번엔 매운탕 거리가 필요하거든. 저기봐, 나루터랑 배도 있어.”

“아······.”

내가 나루터를 가리키자, 지혜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미나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럼 낚시 하는 것도 영상으로 찍죠!”

“어? 그것도?”

“네, 낚시야 말로 가장 간단한 생활 스킬이잖아요? 게다가 낚시광들은 생각보다 많으니까 더 많이 유도될 거예요.”

“좋은 생각이야! 근데 미나가 영상을 찍으면 낚시를 같이 못하지 않나?”

“아니에요. 이건 3인칭 시점으로도 촬영이 가능하거든요.”

“오, 그런 것도 되는구나.”

“그러니까 얼른 배 타러 가요!”

미나는 내 손을 잡고 얼른 가자며 졸랐고, 나는 따라서 걸어갔다.

지혜도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라왔다.

곧 나루터의 조각배에 나와 미나, 지혜가 탔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렴.”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실버와 불돌이, 골드는 헤엄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나루터에서 서로 놀면서 기다리게 했다.

곧 내가 노를 저으면서 호수의 가운데로 향했고, 물방울은 호크의 등에 타면서 헤엄쳐 따라왔다.

육지거북이지만 헤엄을 좀 하는 태산이가 ‘브어어엉’ 거리면서 수영하고 있었다.

바람이는 저공비행을 하면서 물고기를 낚았다.

미나는 그런 것을 모두 영상에 담고 있었다.

“자 그럼 나는 그물로 낚시 할 테니까, 너희들은 낚싯대로 낚아줘. 물방울이가 물고기들을 몰아줄 거야.”

“네!”

지혜와 미나가 함께 대답했고, 그녀들은 배 한편으로 낚싯대를 던졌다.

나도 힘껏 그물을 던졌고, 물방울은 물고기를 물의 힘으로 몰아주었다.

나는 미나를 바라보며 정령술을 이용한 낚시법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곧 그물에 떼로 걸려드는 호수의 민물고기들이 영상에 잡혔다.

미나와 지혜도 낚싯대를 들어올릴 때마다 물고기를 낚고 있었다.

“아하하!”

“재밌어요!”

미나와 지혜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계속 낚시를 했다.

나도 흥이 나서 그물을 당겼다.

우리들은 일부러 물고기를 인벤토리에 넣지 않고 선체에 놓았다.

선창이 따로 없는 조각배엔 파닥파닥 뛰는 물고기들이 가득 늘어섰다.

미나는 그것들을 영상에 잘 담고 있는 듯했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낚시를 하면서 놀았다.

나는 낚은 물고기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었다.

“재밌었어요.”

“그치? 정령술을 이용해서 쉽게 낚으니까 더 재밌는 거야. 아니었으면 세월을 낚아야했겠지.”

“어머, 좀 시적인데요. 그것보다 이젠 뭐하죠?”

“아직 추수할 때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매운탕이나 끓여먹자.”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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