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53화 (153/239)

< 134화 공용대장간 >

“축하드립니다, 영주님. 이제 정식 영주가 되셨군요.”

‘아, 촌장님. 그런데 왜 갑자기 존대를······.“

“귀족 작위를 얻으셨잖습니까. 제가 감히 하대할 수 없지요. 마을의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그 남작위······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저는 이방인이잖아요? 도리어 불편하니까 편히 말씀해주십시오.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커흠······ 그렇다면야······.”

대사들이 떠난 뒤, 나는 촌장의 집에서 촌장과 대화를 나눴다.

촌장은 나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일전에 시화군에게 말을 들었네. 크흠, 이방인들이 생활 스킬을 배우도록 유도하고 싶다고 했는가?”

“네, 그래서 이것저것 지을 생각인데, 촌장님이 관리인으로 쓸 사람들 좀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뭐, 당연히 그래야하지. 더 많은 이방인들이 생활 스킬을 배우면 우리 삶도 자연히 더 풍요로워질 테니까. 그래서 뭐부터 할 생각인가?”

“공용대장간입니다. 대장기술부터 할 생각이죠.”

“아, 그것도 시화군에게 넌지시 들은 것 같네.

촌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해밀튼과 스미스는 바쁠 테니, 무리일 테고······ 적당한 사람을 보내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죠.”

“헐헐. 헌데 함께 있는 두 처자와는 무슨 사인가?”

“친구 사입니다.”

“친구 사이? 허허허허허. 남녀사이에 친구 사이라······.”

“······수고하십시오.”

“아이쿠 잘 가게.”

촌장과 대화를 마친 나는 자리를 떠났다.

미나와 지혜양에 대해서 이상한 오해를 하는 듯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집 밖에선 그녀들이 정령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미나는 불돌이와 지혜양은 물방울을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오빠, 이제 만들러 가는 거예요? 대장간?”

“응, 근데 먼저 정령술사 길드에 갈 생각이야.”

“거긴 왜 가시는 거예요?”

미나와 지혜양이 번갈아 물었다.

“대장간에 필요한 건 용광로인데, 용광로를 편하게 작동시키려면 정령술이 필요하거든. 그거 없이 하려면 엄청 고생해야해서······.”

“아, 대충 알겠어요. 풀무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잘 아네요, 지혜양?”

“국사시간에 배웠거든요.”

지혜양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음, 확실히 지혜양은 공부를 잘하는 모양이다.

수능 비인기 과목인 국사시간에도 졸지 않는 듯하니 말이다.

어쨌든 나와 모두는 정령술사 길드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어서오세요!”

카랑카랑하고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인사가 들렸다.

우리가 길드에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바짝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시스양.”

“안녕하세요, 영주님!”

“왜이리 긴장하세요?”

“그게······ 손님이 그리 많이 오시진 않아서요······.”

좀 의기소침해 하는 시스양이었다.

아직 정령술이 인기가 있진 않구나······.

“꽤 멋지게 꾸미셨는데 안타깝네요.”

나는 시스양이 꾸민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서 말했다.

시스양은 그러자 더욱 의기소침해진 모습이다.

“처음엔 몇몇 분들이 정령이 귀엽다며 오시긴 했는데······ 그 이상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은 안계시더라고요.”

“정령술 도구는 별 인기가 없나요?”

“호객행위를 좀 해봤는데도······ 아직 쓸모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가열기의 경우엔 요리 스킬을 가지신 분들이 별로 안계시니까, 수요가 없는 거죠. 분수기의 경우도 뭐 딱히 쓸곳이 없다네요.”

“그렇겠죠······ 저처럼 농사를 짓는 분은 아직 없을 테니까요.”

“······.”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시스양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거, 괜히 시스양의 의욕만 꺾는 것 같네.

“아, 그거보다 시스양. 도움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제 도움이요? 뭐든 말씀하세요! 힘껏 도울게요!”

곧바로 의욕이 솟는 모양인 시스양이다.

어쩐지 귀여워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녀에게 항상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뭐, NPC긴 하지만 말이다.

“전에 말씀드렸던 거 있잖습니까. 공동대장간을 만드는 거요. 지금 만들 생각인데, 시스양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아, 그거요. 찾아오실 것 같아서 미리 만들어뒀어요. 여덟 개 정도면 되겠죠?”

‘어······ 뭘 8개 만드셨단 거죠?“

“앗차, 제 정신 좀 봐. 그러니까 정령술 용광로 핵이에요. 용광로를 만들 때 재료로 추가하면 이제 그 용광로는 정령석을 때워서 쉽게 작동시킬 수 있어요. 정령술을 배우지 않으신 분들도 쉽게 용광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죠.”

“그거 참 편리하군요.”

“모쪼록 영주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장사가 잘 안 되긴 하지만, 정령술사 길드도 만들어주셨으니까요.”

“저도 정령술이 인기 있어지길 바랍니다. 항상 응원하니까, 힘내십시오, 시스양.”

“네, 힘낼게요!”

내 마지막 말에 어쩐지 기운을 되찾은 모양이다.

다행이네, 그래도 밝은 성격이라서.

그 후 시스양의 배웅을 받으면서 정령술사 길드를 나섰다.

“뭔가 야단스런 NPC네요. 주눅 들다가도 힘내는 모습이 귀여워요.”

“하하······.”

미나는 시스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실없이 웃으면서 무언의 동의를 했다.

“이젠 어쩌실 거예요?”

“터를 고르고 대장간을 지어야죠.”

“이번에도 광장에 지으실 건가요?”

“네, 광장엔 빈터가 많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니까요.”

지혜양이 묻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하펜 마을은 무기상점이랑 제과점을 지었어도 꽤나 낙후된 곳이라 광장엔 빈터가 많다.

공용대장간을 지어놓아도 될 정도다.

그 외에도 여러 편의시설을 지을 곳이 있었다.

곧 우리들은 광장에 도착했고, 빈 터에 올라섰다.

사람들이 광장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럼 지어볼까.”

그곳에 도착해서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용대장간이라는 제작 카탈로그는 없잖아?

“이런, 낭팬데.”

“무슨 일이에요?”

“아 그러니까······.”

나는 미나에게 일이 난관에 봉착한 걸 말했다.

“이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려나.”

[자유건설모드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주인님.]

“앗, 골렘아.”

“응? 골렘이라뇨?”

“아, 미나야. 골렘이 귓속말을 했거든.”

“와, 골렘은 귓속말도 할 수 있어요?”

“응.”

골렘이 귓속말한 사실에 놀라는 미나였지만, 일단 그녀는 뒤로하고 골렘의 말을 들었다.

[자유건설모드를 이용해 자유로운 건물형태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프리셋을 이용해 큰 대장간의 원형을 만드신 후, 용광로를 제작하시면 됩니다.]

“아, 고마워 골렘아. 농장엔 별 문제 없지?”

[네, 안심하시고 다녀오십시오.]

골렘의 조언을 들은 나는 즉시 자유건설모드를 찾아보았다.

영지건설 메뉴창 한 편에 있었다.

골렘의 말대로 자유건설모드를 선택하고 프리셋에서 대장간을 골랐다.

대장간의 크기도 정할 수 있어서 8개의 용광로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정했다.

“어, 농장 아저씨 또 뭔가 짓는다.”

“이번엔 뭘 짓는 걸까?”

“일단 건물이 되게 큰데.”

건물을 짓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다리를 이리저리 옮기며 건물 외곽을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곤 곧 모루와 용광로도 지었다.

태산이가 ‘브어어엉’하면서 벽돌을 마구 만들어주어서 쉽게 만들었다.

“아하, 대장간이었네.”

“근데 왜 저렇게 용광로랑 모루를 많이 만들지?”

“어라? 간판에······.”

“공용대장간?”

형태를 거의 다 만들어가자, 사람들이 뭘 만들었는지 알아채고 있었다.

“공용대장간이라······ 공공시설이란 말인가?”

‘근데 대장기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

“별로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지 않나? 아니, 농장 아저씨 빼고.”

“대장기술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망치질 장난 아니게 할 듯.”

사람들은 대장간을 만드는 걸 신기하게 보면서도, 그걸 하려고 마음을 먹지는 않는 듯했다.

흠, 확실히 이대로는 좀 곤란한데.

“허허, 대장간을 만드는가? 마을엔 이미 우리 대장간이 있는데.”

“아, 해밀튼 어르신.”

그때 무기상점의 해밀튼 노인이 왔다.

건물을 짓고 있어서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이 대장간은 다른 용도입니다.”

“무슨 용도인가?”

“그게, 이방인들도 생활 기술을 쓰기 쉽게 편의시설을 지으려고 합니다. 먼저 대장기술부터 어떻게 해볼가 하고요.”

“재밌는 도전을 하는구먼······ 근데 이방인들 반응은 영 시원찮은 거 같은데.”

“네, 이것만으로는 좀 그렇군요, 그래서 나중에 홍보 영상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만.”

“그럴 거면 지금 해보는 게 어떤가?”

“지금 하려면 정수가 없습니다만.”

“정수라면 나한테 있으니 말일세. 한 번 사람들 앞에서 만들어 보는 게 어떤가?”

해밀튼 노인의 말이 영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홍보 영상을 나중에 만들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찍으면서 동시에 사람들 앞에서 대장기술이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주면,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그럼 정수 좀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무기상점은 자네 것인데 부탁이고 자시고가 뭔가? 자 받게.”

[숲 코볼트의 정수 50개]

해밀튼 노인은 그렇게 말하곤 정수를 건넸다.

그리곤 느긋한 웃음을 지으면서 사람들 사이로 섞였다.

“오빠, 한 번 만들어봐요. 지금 제가 영상을 찍을게요.”

“그럴까······.”

다른 재료는 충분했다.

그럼 조금 쪽팔리지만,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만들어봐야겠다.

“여러분, 여기 모두 주목해주세요! 제가 오늘 공공시설로 공용대장간을 만들었습니다. 사용료는 저렴하게 할 것이며, 관리인을 두는 즉시 자유로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장기술을 익히신 분들께서 잘 사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기 농장 아저씨, 저흰 대장기술 안 배웠는데요.”

“대장기술 너무 어렵지 않나요?”

“아뇨, 여러분. 이렇게 인프라만 잘 갖춰있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보여드릴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곤 즉시 용광로에 정령석 하나를 써서 불을 지폈다.

용광로가 불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놀라고 있었다.

불돌이는 왈왈 거리면서 용광로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모양이지만, 겨우 참는 듯했다.

“대장기술을 배우시면 여러 제작 카탈로그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선택하시고 제작 버튼을 누르면 파란모형이······.”

나는 제작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면서 롱소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파란모형을 집게로 잡고 망치로 두드리자, 롱소드가 만들어지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오, 저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용광로랑 모루, 집게, 망치만 있으면 어려운게 아니었네.”

“용광로랑 모루를 가지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공공시설로 만들어주면 확실히 쉽겠네.”

곧 여러 사람이 대장기술이 의외로 쉽다는 것을 깨닫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제작하기 전에 추가재료로 몬스터 정수를 넣어 만들면 특수효과가 추가됩니다. 정수를 많이 넣고, 대장기술의 레벨이 높을수록 좋은 효과가 나와요. 자, 여기 완성됐습니다. 참 쉽죠? 옵션은 이러이러합니다.”

나는 목판 하나를 목공 기술로 만들어서 거기에 분필로 옵션을 써주었다.

대략 평균적으로 좋은 옵션의 롱소드가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감탄했다.

“저기 그런데 왜 이런 시설을 만드는 거예요? 아저씨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그때, 구경꾼 중 한 명이 예리한 질문을 했다.

나는 그 질문에 ‘레거시 퀘스트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프라이버스를 노출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다만, 다른 이유는 비교적 말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곧 알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제가 이 마을의 영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에도 역시 놀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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