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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49화 (149/239)

< 130화 영지전 준비 >

“시화씨, 바깥이 심상치 않네요. 저 자들은 누굽니까?”

“오딧세이 길드입니다. 저희 라이벌이죠. 정확히는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지만요.”

“그렇군요, 그런데 정식영지가 된 것은 어떻게 알고 저렇게 찾아왔을까요?”

“NPC들끼리 소문이 났으니까요. 그런 쪽으로 쉽게 알아냈을 겁니다.”

나는 시화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시화는 비장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유로워 보였다.

“이길 수 있겠습니까?”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진씨 외에도 든든한 아군이 있습니다.”

“저 말고요? 누가······.”

“반갑군, 젊은이들!”

시화의 말에 반문하자, 타이밍 맞춰 그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바로 블루스 노인이었다.

“내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나?”

“예, 어르신. 어르신께서 저흴 도와주시기로 한 것을 공진씨에게 말하던 중이었습니다.”

“허허허, 그렇지. 나도 이번 싸움에 참전하기로 했다네.”

블루스 노인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혜양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그였다.

“우리 예쁜 손녀 제과점도 지켜줘야 하니 말이야. 난 내 것이 내 가족의 것을 빼앗는 걸 용납할 수 없지. 자네들의 아이템을 심심풀이로만 사들였던 것은 아닐세. 아, 물론 노인네들 약 오르라고 한 것도 있지만 말이야. 허허헛!”

“할아버지······.”

블루스 노인의 말에 지혜양은 조금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음, 그러고 보니 지혜양이 회장님의 따님이면 블루스 노인은 회장님의 아버지, 그러니까 전대 회장님이셨단 말이군.

나와 세대가 달라서 얼굴이나 그런 것을 전혀 몰랐다.

“그리고 내 스폰하는 길드가 밀리는 꼴도 보고 싶지 않으니 말이야. 시화군, 이길 수 있겠지?”

“이길 겁니다.”

시화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했다.

나는 슬슬 그에게 물약과 음식들을 건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화씨, 여기 음식과 물약입니다. 최대한 많이 만들었습니다. 물약은 부족할 것도 같지만······.”

“제가 적재적소인 사람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음식은 모두 피자군요?”

“네, 대량으로 만들기 쉽고 버프도 준수해서 그걸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직업이어도 쓸만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시화는 물약과 음식을 건네받았다.

“그럼 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오겠습니다.”

“주스도 마시면 좋은데, 사람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즉석에서 만들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시화는 나와 대화를 마치곤 사람들에게로 떠났다.

곧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 블루스 노인이 또 다시 말을 걸었다.

“흐음, 자네에겐 사과를 해야겠구먼.”

“무슨 일입니까, 어르신.”

“자네, 오늘 내 아들에게 불려가지 않았나?”

“아, 네. 그랬죠.”

“내 아들이 좀 극성이지? 이해해주게. 우리 귀여운 손녀를 사랑해서 그런 거니까. 헌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무엇에 대해서 말입니까?”

“내 아들이 딸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일세. 좋아 보이던가?”

“이해는 합니다만, 틀린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루스 노인의 말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혜양과 블루스 노인 둘 다 놀란 모습이었다.

“절 시험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정말로 돈으로 저를 지혜양과 절교시키려고 하신 건진 몰라도 백지수표를 내시더군요.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허, 그래서 얼마를 적었는가?”

“한 개의 숫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깝지 않나? 일생일대의 기회였을 수도 있었네.”

“제가 거기에 숫자를 적으면 저는 회장님이 오해하신대로 지혜양을 이용해 한몫 벌려고 한 파렴치한 놈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살 순 없습니다.”

회장님에게 한 말을 그대로 말했다.

다시 생각해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호오, 그럼 자넨 내 손녀의 무엇인가?”

“회장님에겐 친구라고 했습니다.”

“친구라고?”

블루스 노인은 어쩐지 능청스런 모습으로 말하더니 지혜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런, 친구란 말도 오해를 살만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정말 친구입니다. 그런 쪽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흐흐흐흐, 그렇다니 믿겠네. 그런데 우리 지혜는 어쩐지 아쉬운 눈치군?”

능청스럽게 웃으며 다시 지혜양을 보는 블루스 노인이었다.

그의 말에 나도 지혜양을 봤는데, 나의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흠, 나도 모르게 화나게라도 해버렸나?

“그래서 그것 외에는 어떤가? 내 아들은 내 손녀를 기어코 경영인으로 만들겠다고 하네만?”

“저 같은 소시민의 입장에선 부모가 자식에게 뜻을 강제하면 안 된다고 말하겠지만, 재벌가에도 똑같이 말할 순 없을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삶의 계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재벌가의 2세가 경영인이 되지 않는다면, 재산을 물려주어도 3세나 4세는 중산층으로 내려가겠죠. 재벌인 아버지의 입장에서 쉽게 용납되지 않을 겁니다.”

“허어, 보기보다 생각이 깊군. 일리 있는 말일세. 내 아들이 극구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지.”

그런 대화가 오가자 지혜양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는 그것을 흘낏 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화의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지혜양의 희망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부녀간에 대화는 있어야 합니다. 지혜양이 혼자 슬픈 과거를 짊어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반드시 회장님께서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파티시에가 되는 걸 허락하지 않더라도, 지혜양이 말해준 옛 일에 대해서 함께 슬픔 공유할 순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자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말로 잘해주는군. 허허허.”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어르신.”

별다른 말이 아니었는데도, 나한테 금칠을 해주는 블루스 노인이었다.

곧 블루스 노인이 말했다.

“사실 아들놈이 고집 피우지 않아도 둘다 만족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게 뭡니까?”

내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궁금해져서 물어보게 되었다.

그러더니 블루스 노인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파티시에가 되면서도 좋은 남편감 하나 물어보면 그만이지. 내 아들이 바라는 대로 능력이나 소득 수준이 괜찮은 남자로 말이야. 안 그러니, 지혜야?”

아하, 정략결혼이란 말인가.

나는 어쩐지 재벌 드라마가 생각나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 싫어요.”

그런데 어째선지 지혜양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이유는 몰라도 내 뒤에 꼭 숨으면서 말이다.

“흐흐흐흐, 사실 나도 싫어. 내 귀여운 손녀는 꼭 연애결혼했으면 좋겠거든.”

“분명 좋은 짝이 있을 겁니다.”

“그 짝이 혹시······ 아, 아닐세. 이건 아직 말하기 좀 그렇군.”

“······?”

블루스 노인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는 것 같았다.

뭘 말하려던 거였을까?

“공진 오빠! 안녕하세요!”

그때 나에게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장미나양이었다.

“안녕, 미나야.”

“여기서 뭐하세요?”

미나는 다가와선 블루스 노인과 지혜양을 번갈아 보았다.

특히 지혜양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내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이 특히 신기한 모양이다.

“낯이 익은데······ 앗! 선술집에서 본 적 있지 않아요?”

“······아, 안녕하세요.”

미나는 지혜양을 대충 알아본 모양이었다.

지혜양은 떨떠름히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미나야, 이쪽은 이지혜양, 그리고 이분은 블루스 어르신이야. 그러니까······.”

“허허허, 반가우이. 예쁜 처자. 군신길드를 후원하는 뒷방늙은이일세.”

“어머, 안녕하세요! 저는 장미나예요. 스폰서란 말씀이시죠?”

“그렇지, 허허허.”

내가 블루스 노인에 대해 소개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그는 정체를 말하지 말라는 눈치를 주면서 먼저 말해버렸다.

나는 입을 다물며, 소탈하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미나는 아주 친절하게 인사했다.

“처자, 얼굴이 아주 예쁜데, 연예인인가?”

“호호, 감사해요. 그냥 연예인 지망생이에요.”

“그런, 지망생이라니. 빽이 필요하면 이 노인이라도 찾아오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제 힘으로 해내보려고요.”

“허허, 젊은 처자가 마음씨도 아주 좋군.”

미나는 블루스 노인과 그렇게 말하곤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공진 오빠, 그 귀여운 애와는 무슨 관계에요? 정말 사귀는 거 아니에요?”

“아서라, 내가 그렇게 도둑놈처럼 보이냐.”

“꺄아, 정말 부끄러워하는 거 정말 귀엽네요. 학생, 이름이 지혜라고요? 정말 좋은 이름이네요.”

“······안녕하세요.”

지혜양은 어쩐지 쑥스러운 모양이다.

음, 전에 두 사람이 서로 나보고 애인 아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지.

다른 것도 아니고 그런 착각을 하다니, 하하하.

“미나도 오늘 싸우러 온 거야?”

“음, 아니요. 저는 싸움 별로 못 해요. 사냥은 하지만요. 그냥 구경 온 거예요. 공진 오빠도 볼 겸해서. 그런데요, 지혜양과는 어쩌다가 친해진 거예요?”

“아, 그게. 제과점을 열었잖아. 거기서 파티시에를 맡겼어.”

“아 그랬군요. 지혜양은 빵을 잘 만드나 봐요?”

넌지시 물어보는 미나에게 지혜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미나는 지혜양과 거리를 좁히려는 모습인데, 지혜양은 내 뒤에 숨는 모양이다.

아, 내가 가운데 있는 건가?

“자, 지혜양. 비켜줄 테니, 같이 대화해요.”

“앗, 그게······.”

내가 비켜주자, 깜짝 놀라는 지혜양이다.

미나양은 그런 사이 싹싹맞게 지혜양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재잘재잘 여자들만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허허허, 자네······ 다 좋은데, 눈치 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나?”

“그런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르신. 일을 하는데 센스가 없으면 한 소리 듣거든요.”

“흐흐흐흐, 내 말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기에 재밌으니 상관은 없구먼.”

“······?”

“어쨌거나 말이야, 오늘 내 아들과 대화 해준 건 정말 고맙네. 가정사이긴 하지만 타인의 지적이 필요하긴 했었어. 자넨 그 일을 아주 잘해준 것 같군.”

“주제넘은 참견이었을 뿐입니다. 내일이면 제 책상이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아들놈에게 단단히 말해두겠네. 그리고 내 아들이 그 정도로 속 좁은 놈일 거라고 생각하진 말게나. 하하하.”

“예, 물론입니다. 아, 그런데 저는 저쪽에 가봐야겠군요. 주스를 만들어서 돌려야 할 것 같으니까요.”

“허허, 가보게나. 아니, 같이 가지. 나도 자네가 만든 피자나 먹어야겠네. 설마 재벌은 피자도 안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농담을 하시는 블루스 노인과 함께 피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합류했다.

나는 콜라와 사과주스, 포도주스, 레몬주스 등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음료를 돌렸다.

그렇게 도핑을 마친 <군신>길드는 전투를 위해 마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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