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정령술사 길드 >
곧 우리들은 광장의 적당한 공터에 도착했다.
“온 김에 바로 만들죠. 어차피 제가 직접 지을 거니까요.”
시스가 짓는데 100만 골드가 든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건축스킬로 직접 짓는 나는 그마저도 낼 필요가 없었다.
다만 그렇게 지으면 건물 안에 있어야할 여러 가지 기본 도구나 가구들은 만들어지지 않는 듯했다.
그점을 시스에게 말했는데, 시스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거야 제 집에 있는 걸 옮기면 되요. 그럼 100만 골드도 절약할 수 있겠네요. 건물을 만들어주시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정령술사 길드를 가지게 되기 때문인지 시스는 들뜬 모습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얼른 제작 카탈로그에서 건물을 찾아보았다.
[영지 건설, 정령술사 길드
정령술을 배울 수 있는 길드. 정령술을 배울 뿐만 아니라 정령술을 이용한 편리한 도구들을 만들어 판다. 마을의 다른 건물들을 건설하거나 유지하는데 연계할 수 있다. 운영이 잘 되면 영지의 번영도가 올라간다.
필요한 재료 : 목재 50개, 못 40개, 석재 30개, 벽돌 20개, 황토 20개
필요자금 : 100만 골드
필요조건 : 4,000 이상의 번영도]
만드는데 딱히 문제는 없을 듯했다.
나는 곧 태산이에게 필요한 재료인 석재와 벽돌, 황토를 만들도록 했다.
브어어어엉
귀여운 육지거북이인 태산이가 울음소리를 내면서 재료를 만들어냈다.
재료가 확보된 다음 곧바로 모형을 설치하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앗, 농장 아저씨 또 뭔가 짓는다.”
“요즘 마을에 자꾸 뭘 지으시네.”
“이번엔 뭐하는 건물일까?”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을 시작했다.
다들 손에는 제과점에서 산 것 같은 각종 빵들이 들려져 있었다.
음, 제과점이 잘 되고 있는 듯하다.
땅땅땅땅!
냐아아옹
삐이이익!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망치질을 이곳저곳에서 하면 물방울과 바람이가 물과 바람으로 땀을 씻고 말려주었다.
“정령들이 아주 잘 따르시네요. 평소에 그들과 잘 놀아주시나 봐요.”
“다들 착해서 절 잘 따르는 거죠 뭐.”
정령들이 자발적으로 날 도와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시스가 말했다.
그녀에게 대답한대로, 애초부터 애들의 성격이 모나지 않아서 잘 따르는 것이었다.
정령술의 약점이 정령들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단 점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별로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전투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여하튼 잡생각을 하면서 망치질을 이리저리 하면, 어느새 건물이 완성되었다.
물론 망치질은 엄청나게 했다. 400번은 했으려나?
“뭐지? 무슨 건물이지?”
“길드 같은데······ 저기 간판이 있네. 정령술사 길드?”
“에이 정령사 인기 없는데, 왜 짓지?”
“음, 나는 한 번 배워보고 싶네. 농장 아저씨가 데리고 다니는 정령들 귀여움.”
완성된 건물을 두고 사람들이 한 마디씩 했다.
그와중에 시스는 건물을 보면서 뭔가 감격한 모습이다.
“저도······ 드디어 길드가 생겼군요. 고마워요, 공진씨.”
“기뻐하셔서 다행입니다. 일단 안을 구경하죠.”
곧 우리들은 정령술사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목재로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가구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휑하군요. 정령술에 필요한 아이템들이 그다지 없어보이는데.”
“그건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가져오면 되요. 그리고 구할 수 있는 것은 이방인분들에게 퀘스트로 구하면 되고요.”
“아하, 퀘스트······ 혹시 정령석 같은 것을 퀘스트로 모아오도록 하는 겁니까?”
“네, 정령석은 정령술 도구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니까요.”
“잘하면 그 퀘스트를 통해 광산 2층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좋은 예상을 해보았다.
정령석은 정령술도구에 쓰여서 쓸모가 많은데도 생활 스킬을 잘 쓰지 않는 사람들은 그걸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정령석을 모아오는 퀘스트가 있다면? 그리고 편리한 정령술 도구를 판매한다면? 광산 2층도 사람들이 많도록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광산이 더욱 활성화되면 사람들은 ‘채광’ 스킬을 더 배우려 할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채광스킬을 배우면 자연히 대장기술에도 관심을 가지기 쉬울지도 모르지.’
연쇄효과를 노릴만한 일이었다.
일단 하나의 일은 일단락 했으니 시스에게 당부를 했다.
“이제 이 건물의 관리인 및 경영자는 시스씨입니다. 부디 열심히 일해주세요.”
“물론이에요! 어서 준비해야겠네요, 후후후.”
시스는 의욕적으로 보여서 일단 걱정은 되지 않았다.
나와 시화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곤 정령술사 길드를 나왔다.
“이걸로 나중에 공용 대장간을 만들 때 필요한 정령술 용광로는 확보할 수 있겠군요.”
“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생활 스킬을 활성화 시키려면 정령술 도구가 원활히 유통되어야 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홍보할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
“흠······ 혹시 영상 플랫폼에 홍보 영상을 올려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홍보 영상이요?”
“네, 생활 스킬을 하는 모습과 얻을 수 있는 이윤 같은 것을 홍보하는 겁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많은 이윤이 남는다는 걸 어필하는 거죠.”
“나쁘지 않은 생각 같네요.”
요즘은 개인방송이 인기다.
시청자나 조회수가 많은 개인방송에는 많은 광고가 붙는다.
영업과라서 그런 최신 마케팅 전략을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개인방송이나 영상을 올려서 그렇게 각광 받긴 힘들겠지만,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봐주어서 팁을 공유하기만 해도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정말로 생활 스킬이 편리하도록 인프라를 만들고 난 후에 해야 할 것 같네요.”
“네, 천천히 하죠. 그럼 일단 오늘은 이만 무기점에 아이템을 경매하러 갈까요?”
“그러죠.”
의논을 마친 나와 시화는 경매를 하기 위해 무기점으로 향했다.
무기점은 경매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대장간과 연계한 생산 및 판매전략이 아주 잘 먹히는 듯 했다.
“자네들 왔구먼, 끌끌끌.”
해밀튼 노인이 나와 시화를 반겼다.
나는 그에게 경매를 할 거라고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나도 구경이나 함세.”
그는 그렇게 말하곤 카운터의 매대에서 물러났다.
나는 곧바로 카운터에 서선 메뉴 판에 아이템 옵션을 썼다.
[장인이 만든 3등급 바람이 흐르는 세이버 ‘약속된 승리’ : 공격력 90, 내구도 40/4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혼신의 힘을 다 해 만든 명품. 좀 더 뛰어난 공격력과 훌륭한 내구도를 가졌다. 명품의 힘으로 강력한 특수효과가 추가되었다.
특수효과 : 강렬한 번개의 일격
강렬한 번개의 일격 : 24시간에 단 한 번, 강렬한 번개의 힘을 부릴 수 있다. 대규모 광역 공격으로 다수의 적을 처치하는데 유용하다.
속성강화 : 공격력의 50%에 해당되는 검풍(劍風) 시전(쿨타임 1분)]
첫 번째로 경매할 아이템인 세이버 ‘약속된 승리’였다.
나는 옵션을 메뉴판에 다 적곤 그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걸어놓곤 말했다.
“잠시 후 경매가 시작됩니다!”
“어, 오늘도 하는가봐.”
“어제 대박이었지, 오늘도 큰 손들 오려나?”
“옵션 적힌 거 봐라, 돈지랄 안 될 수가 없음.”
“나도 못 먹는 감 찔러보기나 할 수 있는 돈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나와 메뉴판을 보면서 투덜대기도 하고, 구경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곧 사람들이 더욱 몰렸는데, 그 중에는 확연히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허허허, 경매를 한다는 말에 한달음으로 달려왔다네.”
“안녕하세요, 블루스 어르신.”
“여전히 예의가 바른 친구로군, 시화군.”
시화는 블루스 노인을 보자 공손히 인사했고, 나도 그를 따라서 인사했다.
“오늘도 공진군이 만든 아이템을 파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홀랑 사버려야겠네 끌끌끌. 오늘도 그럴 줄 알고 미리미리 거래장의 골드를 싹 가져왔다네. 이거야 원, 현실의 돈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거래장엔 골드가 부족해서 감질나.”
“······.”
그 말인즉, 현실엔 돈이 더 있지만 거래장에 골드가 부족해서 그 정도만 질렀단 것이다.
아이템 하나에 천 만원을 지르는 것이 조금 이해가 안가긴 했지만, 이분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자라면 그런 소비 자체는 할 수 있다.
부자들은 명품에 몇 억씩 쓰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내 아이템이 그 정도로 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금 의문이 들긴 했다.
“헌데 공진군, 혹시 자네가 제과점을 열었나?”
“아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그곳에 점원 말일세.”
“줄리아 양 말인가요?”
“아니, NPC말고 다른 사람.”
“아, 파티시에 말이군요. 지혜양이라고, 파티시에로 고용한 사람입니다.”
“허허허허, 고용이라, 고용했단 말이지?”
“네, 어쩌다보니까요.”
“그녀와 친한가?”
“음······.”
왜 묻는지는 몰라도 그의 마지막 물음에 나는 다소 고민했다.
나는 그녀와 친한가? 사실 그녀와 인연이 그리 깊진 않다.
선술집에서 만날 땐 그냥 손님과 사장의 관계였고, 오늘 어쩌다보니 이야기를 나누고 파티시에로 고용하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같이 쌈도 먹고, 빵도 먹었으니 안 친하다고 하면 또 뭔가 이상한가?
“친한 편입니다.”
“오호!”
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그러자 블루스 노인이 대단히 놀라는 눈치다.
왜 그러시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그냥 궁금해져서 그랬다네, 허허허. 그 아이가 만드는 빵이 참 맛있더군. 자네 덕분일세.”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보단 그 애 덕분이죠.”
“너무 수다가 길어졌군. 경매를 시작하는 게 어떤가? 오늘도 한입 해보겠다고 오는 승냥이들이 많구먼. 날 이기려면 택도 없는데 말이야.”
블루스 노인은 그렇게 말하곤 무기점 한 편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어제 경매에 밀렸던 대리인들이었다.
나는 경매할 준비가 끝났다고 여겨져서 곧바로 경매를 시작했다.
블루스 노인은 그들과 레이스 경쟁을 시작했다.
“100”
“150”
“500”
“5, 550”
“1,000.”
이걸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블루스 노인은 어제보다 굉장한 기세로 레이스를 했다.
단위부터 다르게 올려대는 것이다.
“2,500”
“3,000.”
“크윽.”
“끝인가? 헐헐 오늘도 껌값이군.”
3,000골드가 아니다. 3,000만 골드에 ‘약속된 승리’가 낙찰되었다.
블루스 노인에게 그 정도는 ‘껌값’이랜다.
아무래도 현실에선 몇 억짜리 명품을 막 지르는 사람인 모양이다.
하긴, 그 정도라면 이것도 껌값이긴 하지.
“빨리 다음 경매품을 진행하지.”
블루스 노인의 재촉에 나는 곧바로 메뉴판을 지우고 ‘넬슨’의 옵션을 적었다.
다 적자마자 다시 경매가 시작되었다.
“다 귀찮으니 시작가는 내가 정해버리겠네. 3000!”
시작부터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블루스 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