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39화 (139/239)

< 120화 들소스테이크와 양념칠면조 >

나는 곧바로 스테이크를 만들 준비를 했다.

고급 요리하면 곧잘 떠오르는 요리인 만큼 기대감도 컸다.

영화에서 스테이크를 와인과 먹는 것을 자주 봤는데, 한 번쯤 따라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기어코 따라할 것이다.

나는 망설일 것 없이 요리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스테이크를 검색했다.

[요리, 스테이크

노르웨이 고어 ‘굽다(steik)’에서 어원이 유래된 요리. 기본적으로 굽는 방법만 쓰기 때문에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조리 실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주식용으로 굽는 스테이크와 별식용으로 굽는 스테이크는 맛의 차이가 크다. 구현된 맛은 별식용 고급 스테이크다.

필요한 재료 : 소고기 혹은 대체 가능한 고기, 적당한 식용기름 조금, 후추 적당량, 소금 적당량

추가 재료 : 다진 양파, 다진 마늘, 적당한 플레이트용 과일, 익힌 아스파라거스 등

필요한 도구 : 프라이팬, 불, 요리 스킬 Lv6, 조합 스킬]

여러 스테이크가 검색되었지만, 기본 레시피는 이것이었다.

무리할 것 없이 이걸로 결정했다.

재료도 필수 재료는 다 가지고 있었고, 추가 재료에는 마늘과 아스파라거스를 제외하곤 가지고 있었다.

“음, 마늘과 아스파라거스는 나중에 키워서 추가해 먹어봐야겠다. 오늘은 이걸로 참아야지.”

마을에서 방금 왔는데, 또 식료품점을 찾아가긴 귀찮아서 그냥 해먹기로 했다.

필수재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다행히 요리하는 데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주인님, 스테이크를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응.”

“스테이크는 고기를 익힌 정도에 따라 블루 레어, 레어, 미디움, 웰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맞아, 나도 알고 있어. 영화에선 늘 미디움이나 미디움 레어를 시켰지. 그걸로 해야겠다. 그런데 그럴려면 얼마나 구워야해?”

“요리 스킬을 실행시키시고 5분만 구우시면 미디움 레어가 되도록 구현되었습니다.”

“좋았어! 당장 만들어 볼까.”

골렘의 설명을 들은 나는 곧바로 요리 스킬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큼직한 들소고기의 안심이 프라이팬에 묵직하게 놓였다.

거기에 송로버섯 기름을 넣고, 소금을 뿌리고 후추가 뿌려졌다.

“본래는 10분 정도의 숙성시간이 필요하지만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럼 바로 구우면 되겠네!”

골렘의 조언을 따르면서 조리를 이어나갔다.

지글지글

“와······ 고기는 몇 번이고 자주 구워먹었지만, 지금처럼 좋은 냄새가 난 적이 없는데.”

굽는 소리부터 남달랐고, 향기는 이루 말할 것 없이 좋았으며, 비주얼 또한 맛깡패처럼 먹음직스러웠다.

대충 모닥불에 직화로 구워먹을 때랑은 차원이 달랐다.

본래는 이렇게 간단한 조리법이어도 맛을 잘 내기 힘든 요리인데, 게임이라서 아주 간편하게 잘 구현되어 있다.

물론 간편하게 구현되어 있어도 생활 스킬이 사장되어 있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잘 구운 3등급 스테이크]

어느덧 요리가 완성되어서 아이템화 되었다.

“잘 구웠습니다!”

어쩐지 해야만 하는 대사 같아서, 스테이크를 담은 접시를 들고 외쳤다.

그리곤 그것을 조심스럽게 미리 만들어놓은 테이블에 놓았다.

“후후후, 스테이크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앉아서 먹을 순 없지.”

고풍스런 귀족이나 부자 흉내를 내보려고 테이블에 의자까지 만들어놓았다.

물론 호박에 줄긋는 수준이다.

접시는 나무 접시고, 차림새는 밀짚모자를 쓴 농부니 말이다.

이거, 귀족이라기 보단 서부개척시대 카우보이가 점심으로 스테이크 써는 모습일 것 같네.

“아무렴 어때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그래도 와인잔에 와인을 따른 것은 흉내를 제법 낸 것 같았다.

나는 부드럽게 썰리는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먹었다.

“오오옹, 난 인간 화력 발전기다!”

한 입만 먹었는데 벌써 그런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한입 먹고 또 먹고, 계속 썰어 먹으니,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가 싶었다.

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풍미가 깊어서 더더욱 입이 즐거웠다.

“음, 그런데 가상현실에서 스테이크를 썰어먹으니까 매트X스라는 고전 영화가 생각나네.”

거기서 주인공을 배신하는 악역이 가상현실의 스테이크 맛에 대해서 논하면서 아주 맛깔나는 연기를 펼쳤지.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영화 내용은 까먹어도 그 장면은 생각나는 일이 있다.

근데 지금 내가 가상현실에서 스테이크를 맛나게 먹고 있다.

나는 최대한 그 배우처럼 먹어보았다.

“후후후, 난 이 스테이크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아.”

그 배우의 명대사도 따라해봤다.

음, 어째 말하고 나니 자기감 비슷한게 드는군.

가짜가 진짜 같을 땐, 그것이 가짜란 사실을 모르는 게 약인 것 같다.

어? 이 말도 어째 그 배우가 한 말 같은데?

[굉장히 맛이 좋은 요리를 섭취하셨습니다.]

[추가효과가 개선됩니다.]

[추가효과, 힘+45 체력+45]

“헐!”

다 먹은 후, 버프가 생겼다.

그런데 버프도 참 기가막힌다.

비록 능력치 총상승량은 피자에 비해 낮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요리 중에서 힘과 체력의 상승폭은 가장 큰 것 같다.

“흠, 잘은 모르겠지만 힘쓰는 직업들에게 인기 있겠네. 이 정도면 10,000골드에 팔아도 되겠어.”

맛과 버프 둘다 훌륭한 음식이다.

현실의 스테이크 가격에 비해 무진장 값싸므로 인기도 있을 것이다.

이젠 빵은 취급하지 않는 선술집의 인기메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농후했다.

“꺼억, 이렇게 스테이크는 잘 먹었고······ 다음은 양념통닭인데, 좀 쉬다가 할까.”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내가 놀아주려는 눈치를 보이자마자 가장 활발한 삼총사인 실버와 불돌이, 골드가 짖었다.

나는 녀석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브어어어엉

태산이는 얕게 울면서 하품을 했고, 그 주변에는 호크와 물방울이 거닐었다.

바람이는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심심해지면 내 어깨에 앉았다.

나는 한동안 유유자적이 휴식을 취했다.

취기가 올라 잠깐 졸기까지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1시간 뒤에야 게으르게 일어났다.

“으하아암. 잘 잤다.”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고 늘어지게 자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란 게 더 좋았다.

“다음은 양념통닭이지. 아니, 양념칠면조인가.”

닭고기 대신 칠면조고기를 이용해서 양념통닭을 만들 것이다.

대단히 양이 많을 것 같지만, 인간 화력발전소 상태인 나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잔뜩 부른 배를 만지면서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요리, 양념통닭

한국식으로 계량된 프라이드 치킨에 한국식 양념을 버무린 것. 영어로는 Korean seasoned chicken이라고 불리며 적당한 매운맛과 단맛이 조화로워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다.

필요한 재료 : 닭고기, 고추장 적당히, 케찹 적당히, 딸기잼 적당히, 튀김 가루, 식용 기름 충분히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5, 웍, 불, 조합스킬]

“상당히 국뽕스러운 설명이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잠깐 레시피의 설명에 대해 감상을 말한 나는, 재료를 확인했다.

다행히 전부 가지고 있었다.

“고추장과 딸기잼이 매운맛과 단맛의 정체란 건 꽤 잘 알려진 사실이지.”

“그렇습니다. 그 둘의 조합량에 따라 맛이 큰 차이가 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음, 그냥 적당히 5:5 비율로 넣어봐야겠다.”

너무 달지도, 맵지도 않게 해야 손님들에게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곧바로 요리 스킬의 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내가 들고 있던 웍에 송로버섯 기름이 담겼고, 거기에 부위별로 잘라진 칠면조 고기가 담겼다.

잘 손질되었고, 튀김가루도 잘 묻혀져 있어서 그대로 튀기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양이 상상을 초월하네.”

닭과는 달리 칠면조의 고기양은 엄청나게 많았다.

흔히 사람들은 “1닭 한다.”라고 말하는데, 칠면조를 1닭해버리면 배가 터질 것 같다.

17호 닭보다 더 크지 않을까, 대충 추측할 수 있었다.

“양념은 따로 만들어야 하나 보네.”

“적당량을 넣고 조합 스킬을 사용하시면 자동으로 혼합됩니다.”

“어디······.”

나는 고추장과 딸기잼을 5:5 비율로 적당히 넣고 조합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아주 걸쭉한 양념이 되었다.

“어디 맛은······ 음, 적당하긴 한데 생각보다 매운맛이 강하네. 잼의 비율을 더 늘렸어야했나.”

약간 아쉬웠다.

스킬에 의존해서 만드는 것이다 보니, 내가 직접 선택하는 것은 익숙하지가 않다.

혹시 지혜양이 있었다면 적당하게 만들어줬으려나?

“흠, 지금쯤 지혜양은 잘하고 있을까?”

제과점을 맡기고 오긴 했는데, 살짝 걱정이 되었다.

뭐, 쉬엄쉬엄하라고 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잘 안되더라도 탓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말이다.

“자 이제 칠면조를 튀기고, 양념을 바르면 끝이겠군!”

나는 그렇게 말하곤 가열기를 켜, 웍으로 칠면조를 튀겼다.

노릇노릇하게 잘 튀겨진 것에 양념을 골고루 발랐다.

그렇게 칠면조고기 양념통닭이 완성되었다.

“지금까지 이런 통닭은 없었다, 이것은 칠면조인가 닭인가?”

어쩐지 생각나는 국산 영화 대사를 읊어보곤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에 선택한 음료는 맥주.

치킨하면 맥주다.

괜히 치맥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냠!”

와삭!

“음, 크리스피 치킨도 아닌데 엄청 바삭해!”

겉은 바삭, 속은 촉촉, 겉바속촉의 진리를 그대로 잘 드러내는 맛이었다.

전기구이 통닭도 아닌데 말이다.

“꿀꺽 꿀꺽, 캬아! 이 맛이야!”

그리고 마시는 서양식 맥주!

흔히 한국 사람들은 치킨 맛으로 맥주를 먹는다고 하는데, 워낙 국산 맥주가 맛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구현된 맥주 맛은 외국산.

너무 맛있어서 선술집에 내놓으면 매진되는 맥주다.

그걸 치킨과 함께 먹으니 정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허억 헉. 술술 넘어간다.”

스테이크를 먹어놓고도 참 잘도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하던가?

그 말이 조금은 사실인 것 같다.

멍멍멍!

월월월!

“알았다 녀석들아. 너희들도 한입씩 해라.”

실버와 골드가 군침을 흘리며 보고 있었기에 둘에게도 고기를 주었다.

아주 맛있게 먹어치우고 있다.

물론 불돌이에게도 주었다.

불돌이는 먹는다기 보단 태워버린다는 식이지만 말이다.

양이 워낙 많아서 넉넉하게 나눠줘도 내 몫이 부족하지가 않았다.

“끄윽, 다 먹었다.”

버프는 대충 스테이크보다 조금 덜하게 나왔다.

다른 음식처럼 7,000 골드에 팔면 될 것 같다.

“실제 치킨값이 7,000골드, 그러니까 7천원이면 주변 치킨집에 항의를 듣겠지.”

그 정도로 현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다.

손님들이 좋아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으어어, 너무 잘 먹었다.”

나는 잔디밭에 털썩 누워 배를 두드렸다.

좀 더 쉬다가 선술집을 열든지 해야 할 것 같다.

나랑 동질감을 느꼈는지 평소엔 축사에서 잘 나오지도 않던 돼지들이 가까이 와서 꿀꿀거리며 같이 잠들었다.

1